거창국제연극제 2024-07-31(수)
1. 악사의 집(극단 백수광부)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을 새로운 시각으로 진행하는 ‘악사의 집’은 가족 특히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뢰와 배신 그리고 독립된 삶의 의미를 묻고 있다. 남편의 승진으로 더욱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된 노라이지만 과거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가짜 서명 때문에 곤혹을 치른다. 남편에게는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지만 결국 이 사실을 안 남편은 급변하면서 그녀를 몰아치고 단절을 요구한다. 그녀의 행위가 자신에게 절대 이로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은 아내의 사정이나 아픔에는 무관심한 채 문제에서 탈출하려는 생각에만 몰두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취소로 자연스럽게 어려움이 해결되자 남편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길 기대한다.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상처입은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될 수 없었다. 신뢰와 애정으로 결합되었다고 믿었던 부부관계가 결국 이기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지탱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라는 남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 이후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찾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다시 결합을 요청하는 남편에게 노라는 말한다. ‘기적이 필요하다고, 나와 남편 모두의 완전한 변화가 이루어져 서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을 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완전한 결별에 대한 통고이었다.
인간의 진정한 모습은 위기 속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성공하면 주변에 사람이 몰리지만, 실패하면 썰물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부부’와 연인과 같은 특별한 관계 속에는 일상적 만남과는 다른 특별한 힘과 애정이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그것이 허구이자 거짓된 신화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인간은 극도의 허무에 빠진다. 그럼에도 그것은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안락의 허상 속에서 자신의 실체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뜻밖에 변화의 계기를 제공한다. 완전한 고립의 발견, 누구도 자신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때론 강한 독립을 요구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위기 속에서 강해지며 고독 속에서 자율적 존재로 변하는 것이다. 불행은 결코 도피하지 않는 인간을 파괴할 수 없으며 다만 완전한 변화의 힘으로 작동될 뿐이다.
첫댓글 부부의 현실 인식과 삶의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