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서기
비가 온다. 사흘 황금같다는 연휴에 비가 온다.
어제는 어머님의 여든 생신에 다녀왔다.
딸들이 낫다.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나편이 아니다.
기다리다가 나편이라고 기대하는 것조차 자연에서
멀리 떠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느닷없는 짐을 챙긴다.
마음 속에 준비는 했다.
세 끼분의 쌀을 담는데 한강이가 장난을 한다.
소리를 높여 꾸중을 했더니 울듯이 방으로 달아난다.
내 속에 얼마나 많은 화가 쌓여 있는가?
11시 반 무렵 빗속에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가는데
운전기사가 이상한 놈이라는 눈빛으로 본다.
11시 45분에 남원가는 버스에 탄다.
4,500원이다.
남원터미널에 내려 장을 더 본다.
팩 소주 2개, 부탄 가스 두개, 육개장에 라면 둘
점심이 어중간하다. 1시 20분 무렵 뱀사골 가는 버스를 탄다.
인월 산내면 지나 지리산 계곡으로 들어서니 강물은
성이 잔뜩 나서 거칠게 흘러 넘친다.
2시 반이 넘어서 차를 내리자 마자 첫 식당에 들른다.
혼자도 주나요 했더니 웃으며 혼자도 돈 받는다고 한다.
산채비빔밥은 6,000원이다. '사랑과 야망' 재방송 아래로
전국의 강수량과 호우경보와 주의보 지역이 지나간다.
한 공기 더 가져다 준 밥을 반 쯤 더 먹고, '여유있게 4시간이면
산장에 갈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나온다.
3시부터 시작하여 7시면 밥 해 먹고 잠자기 좋겠다고
가는 빗줄기 속에 식당가 앞을 오른다.
다리를 건너 국립공원 안내소 앞을 가는데
안에서 젊은이가 문을 열고 나온다.
'호우경보가 발령되어 입산할 수 없습니다.'
'멀리서 차 타고 왔으니 모른 척 해 줄 수 없나요'
궁색한 부탁이다. 배낭을 맡기고 카메라만 꺼내 계곡을 따라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