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부터 한 달간 호주에 다녀왔다.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여운이 상당히 오래 갈 것 같다. 평상시에 느끼는 기쁘고 흐뭇한 마음말이다.
다음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쓴 몇 편의 일기이다.
*호주가 마음에 끌려 지도를 보니 사철 기후변화가 가장 적고 온화한 곳이 브리즈번일 것 같아서 google earth의 경이로운 위성사진으로 적당한 곳을 물색한 다음 떠나보기로 한 것이다.
일차적 목적은 그저 몸과 마음을 쉬어보고자 하는 데 두고, 친다고도 하기 민망한 골프실력을 가지고 골프나 쳐보자고 나선 게다. 내 형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골프코스에 한 번도 나갈 수 없었고 형편이 된다고 해도 그 많은 경비와 시간을 들이고선 힘들여 가고 싶지도 않다.
그 곳은 아열대지방이란 설명과는 달리 의외로 더웠고 강렬한 자외선은 엄청났다.
하지만 선글래스를 끼고 직사광선만 적당히 피하면 그 외의 것은 모든 것이 좋았다.
2008.2.7 (목/ 설날)
지금 인천공항의 탑승자 대기실에 있다. 호주의 브리즈번(Brisbane)으로 간다.
요즘 하루에 10번은 ‘죽음‘을 생각한다. 그것은 벌써 반년 전 누구보다 건강을 자신하고 낙천적이던 5살 위인 친형의 갑작스러운 발병과 6개월 후의 허무한 죽음이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래저래 생각하면, 앞으로 남은 삶이 얼아 안 남았다는 자각 때문이다.
아, 우리의 삶은 얼마나 짧은 것인가!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수명이 1,000살이라도 그 느낌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영원히 살 거라는 착각속에 살아가니까.
아, 주위의 가까운 사람이 이 세상에서 아무 흔적도 없이 아주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아니, 그게 바로 나의 일이라는 것이 또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생물체가 늙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흉한 일이다.
하여, 나는 지금 2~3년 후의 조기퇴직을 고려하고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보다 더 좋은 직장이 하늘 아래 있을까? 아마 없을 듯 싶다. 그런데 왜? 배가 잔뜩 불러서? 그건 아니다.
우선 나의 건강이 안 좋다 2년 전 미국에 일년 갔다 온 이후로 더욱 안 좋아졌다. 절제란 절제는 완전히 바닥난 상태다.
이 환경대로라면 개선될 기미는 없다. 그냥 시름시름 매일의 음식에 탐닉하다가 갈 것이다. 남은 삶을 깨끗한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을 접하며 살고싶다. 환경이 변화하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변하지 않으면 비참한 말년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그건 참 너무도 두려운 일이다.
내 또래들도 벌써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명이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의미있는 수명연장의 삶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브리즈번행도 사전답사의 의미로 가보는 것이다.
그런데 경비를 최소로 하다보니 나서면서부터 고생이다. 그 무거운 짐을 네 다섯덩이나 지고 움직이는 게 있을 법이나 한 일인가? 몇 천원 아끼자고..
떠나기 전 날은 이를 악물고 식사를 아주 조금했다. (떡국 끓이고 남은 고깃국물, 한라봉 한 개, 말린 무화과 3개?. 아, 그리고 생밤 한 개도 먹은 것 같다. 그리고 입을 씻을까 하는데 소리엄마가 나박김치 한 사발을 주려하니 또 거절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아주 굶으려는 게획과는 많이 빗나갔고 제법 뱃속을 많이 채웠다.) 하지만 근래에 하지 못한 소식을 하루나마 실행한 뜻 깊은 날이었다. 그랬더니 하도 과식에 익숙해져 있던 몸이라 연신 헛헛하고 물이 먹힌다. 아침에도 일어나서 아주 조금씩 물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선 골프연습장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목욕탕에 가서 냉온 목욕도 잘하고 골프연습도 알뜰하게 하고 왔다. 이제 빨리 출발해야지.
그런데 그것도 하루를 절식한 거라고 다리와 관절까지 약간 쑤시며 기운이 빠진다. 그런 몸에다가 짐을 끙끙대고 공항까지 운반해왔으니 - .
저녁 6시가 다 되어서 흑마늘이라도 몇 알 먹어도 괜찮은 시간이라고 판단이 되어 먹었더니 몸이 서서히 회복된다.
(KAL)기내에서 주는 저녁이 유일한 낙이니까 그걸 대비해서 어제부터 절제를 한 것이다. 땅콩 쪼끄만 봉지 하나와 비빔밥을 -다진 소고기는 다 발려내고- 꼭꼭 씹어먹었더니 방귀가 순하게 나오면서 무사히 견디겠다. 밥도 절반 조금 넘게만 먹은 것이 잘한 일이었다. 디저트로 준 ‘복떡방/ 찹쌀떡'은 왜 이렇게 단 거냐? 촌스럽게도. 삼키려다가 뱉어버렸다. 그런데 오세아니아주는 시차 걱정은 전혀 안해도 되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 잠이 한 숨도 안 오니 이거 걱정되네. 내일 일정이..
새벽 3시에 깨워서 아침을 주는데 이거 먹어서 좋을 게 있나. 호박죽을 주었으니 싸가기나 해야지. (그런데 스튜어디스가 심사대에서 벌금을 물 수 있다고 겁주는 바람에 체면상 그냥 두기로 했다)
혼자 다니는 여행은 허전하고 피곤하지만 마음을 돌리면 모든 것이 고마울 수 있다.
어차피 혼자 서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하니까!
첫댓글 여행은 용기있는 자만이 떠날 수 있는 특권이다... 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도 몆번 호주를 다녀왔습니다만 여행으로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자연,The Great Barrier Reef 에서 일주일 머문적이 있었습니다. . 산호초 군단에서 스노클링,스킨스쿠버강습을 받으면서 난생처음으로 다시는 한국에 돌아가고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든곳이었습니다. 좋은 추억이 되셨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