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오산
여수터미널 앞 심야식당에서 2,000원짜리 시래기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승강장 벤치에 누워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근심스럽게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깃점에서 4시 20분에 출발한 첫 버스를 타고 종점인 임포에서 내린다.
잔뜩 흐린 새벽 하늘을 뒤로 식당들이 즐비한 가파른 시멘트 도로를 따라가다 경내로 들어 통천문 같은 바위 사이를 지나 금빛으로 치장한 향일암으로 올라가니 너른 남해가 발 아래로 펼쳐지고 거북이 머리 형상의 44봉이 내려다 보인다.
파도에 철렁거리는 바다와 어선들을 바라보다 철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암릉을 올라가면 강풍과 함께 굵은 빗줄기가 맹렬하게 쏟아져 내려오고 안경으로 빗물이 흘러내려 흐린 바다가 더욱 더 뿌옇게 시야에 들어온다.
바위 위에 작은 금오산 정상석이 설치된 247봉을 넘고 암릉들 사이로 반질반질하게 나있는 등로를 타고 안부로 내려가니 하산로가 보이고 비구름이 걷히며 앞에 암벽이 있는 금오산이 모습을 보여준다.
물방울들이 잔뜩 맺혀있는 진초록 수림들을 지나 바위지대들을 넘고 정상판이 서있는 금오산(323m)에 올라 너덜들을 헤치며 삼각점을 찾다가 언뜻 다른 봉우리에 있을 거라 잘못 생각하고 떠나버려 결국 확인을 하지 못한다.
▲ 빗물이 내려오는 금오산자락
▲ 석문
▲ 향일암
▲ 향일암 앞바다와 44봉
▲ 금오산 정상석이 있는 247봉
▲ 암릉에서 바라본 금오산
▲ 금오산 정상
- 봉황산
막걸리를 한 컵씩 돌려마시고 시커먼 하늘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뚜렷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가다 북쪽으로 휘어져 2차선 포장 도로가 넘어가는 율림치로 내려가면 문 닫은 간이식당이 보이고 비에 젖은 고개는 텅 비어있어 을씨년스럽다.
나무계단을 타고 능선으로 올라가 산불초소가 있는 269봉을 지나고 안내판이 있는 흔들바위에 앉아 식은 땀만 질질 흘리며 약한 햇볕을 받아 반짝거리는 바다를 신비스럽게 바라본다.
구름에 가린 봉황산을 가늠하며 잡초 우거진 임도를 건너고 녹슨 철망이 이어지는 산길 따라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다시 비 안개로 뒤덮힌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가다 산으로 붙어 가파른 산길을 타고 이곳 돌산의 최고봉인 봉황산(460m)으로 올라가니 작은 비닐 코팅판이 걸려있고 조금 더 나아간 곳에는 여수산악회의 정상목이 세워져 있다.
빤질빤질한 동쪽길을 잠시 따라가다 돌아와 정상 약간 못 미친 곳의 서쪽 갈림길로 꺾어져 들어가면 등로는 조금 흐려지지만 정비를 해서인지 간벌된 나무들이 옆으로 가지런하게 치워져 있다.
▲ 율림치
▲ 269봉 오르며 되돌아본 금오산
▲ 흔들바위
▲ 흔들바위에서 바라본 바다
▲ 봉황산 정상
▲ 봉황산 정상목
- 봉화산
안부로 뚝 떨어져 헤어졌던 임도를 만나고 잠시 후 다시 가파른 산길로 들어 진땀을 흘리며 401봉을 넘어서 시멘트 임도를 건너면 근처에 농장이 있는지 어디선가 파란 그물망이 나타난다.
뚫린 그물망들을 이리저리 통과해서 특색 없는 산길을 타고 평범한 갈미봉(331m)으로 올라가니 조망은 완전히 가려있고 적적한 산중에는 다시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북쪽으로 휘어지는 사면 길을 따라 농로를 건너고 푸른 초지를 지나며 골프 어프로치 연습하기 좋겠다는 생각을 얼핏 하는데 마침 발 밑에 골프공 하나가 떨어져 있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시야가 트이는 묘 지대를 지나서 17번 국도가 지나가는 봉양고개로 내려가면 버스 승강장이 있고 마치 축축한 장마철을 위로하듯 이름 모르는 꽃들이 환하게 피어있어 산객들을 맞아준다.
마을을 지나 산으로 들어 임도를 건너고 힘 빠진 두다리를 채근하며 가파르게 이어지는 산길 따라 봉화산(328m)으로 올라가니 송림이 울창하고 꺽어진 소나무가지 사이로 코팅판 하나만이 보인다.
▲ 갈미봉에서 내려간 초지
▲ 봉양고개
▲ 봉화산 정상
- 본산
다시 나타난 그물망을 보며 완만하게 이어지는 가시 덤불길을 만나 아무것도 없는 덕곡뒷산(290m)을 지나서 시누대 숲이 빽빽한 너덜지대를 통과해 수죽산(300m)으로 올라간다.
시누대 숲을 잠시 지나고 돌탑이 있는 무덤지대에서 대미산을 바라보다 검은 돌담들이 놓여있는 숲을 따라 17번 국도 상의 작곡재로 내려가 고갯마루의 가정집 앞에서 다리를 펴고앉아 막걸리에 점심을 간단하게 먹는다.
도로 삼거리에서 가파른 산길을 타고 옛 성터인지 모를, 쌓여있는 돌무더기들을 지나 가시 덤불로 덮혀있는 본산(275.9m)으로 올라가면 기둥삼각점이 있고 한편의 물 웅덩이에는 작은 개구리들이 떼를 지어 놀고있다.
칡 넝쿨들이 무성한 너덜지대에서 대미산과 이어지는 마루금을 바라보다 237봉을 넘고 왼쪽으로 꺾어 까까머리 묘지들을 손보는 아주머니들을 지나 2차선 도로가 지나가는 둔전고개로 내려가니 도라지꽃들이 예쁘게 피어있고 지나온 낮은 산줄기가 앞에 보인다.
날이 개여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무덤들을 지나고 임도가 어지러운 안부에서 진땀을 흘리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 무덤 한 기가 있는 183봉을 어렵게 넘는다.
간혹 불어주는 바람을 고마워하며 무덤들이 즐비한 야산 길 따라 월암마을이 가까운 시멘트 도로로 내려가면 대미산 안내판이 서있고 바로 위의 송림에는 고인돌 서너기가 놓여있다.
▲ 수죽산 정상
▲ 작곡재
▲ 본산 정상부의 습지
▲ 본산 정상
▲ 본산 지난 너덜지대에서 바라본 대미산과 이어지는 마루금
▲ 둔전고개의 도라지밭
▲ 183봉 오르며 바라본 대미산과 소미산
▲ 월암 도로가의 고인돌
- 대미산
차가운 맥주를 떠올리며 빈 맥주병 두개가 뒹굴고 있는 고인돌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10여분 눈을 붙이다가 마지못해 배낭을 들고 황토 길로 들어간다.
급하게 이어지는 통나무계단 길을 쉬지않고 기운을 내어 올라가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는데 정상 쯤에는 정자와 약수터가 있고 최근 비가 와서인지 물이 철철 흐른다.
시원한 물을 마음껏 마시고 땀에 절은 몸을 찬물로 딱은 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봉화대가 있는 대미산(359.1m)으로 올라가면 삼각점(돌산21/1992재설)이 있고 조망이 훤히 트여서 지나온 산줄기가 한 눈에 들어오며 아름다운 다도해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산책로 따라 월암산성으로 자연스레 올라가 발 밑으로 개미 허리처럼 능선이 이어지는 구술목과 맞은편의 소미산을 감탄스럽게 바라보고 가시 덤불을 헤치며 내려갈 길을 찾다가 20여분을 허비하고 만다.
산성에서 이정판이 서있는 약수터 쪽으로 내려가 출입구가 있는 시커먼 동굴을 구경하고 임도처럼 넓게 이어지는 통나무 길을 따라 열대수들이 심어져 있는 시멘트 도로를 만나서 17번 국도의 무술목 삼거리로 내려간다.
▲ 대미산 약수터
▲ 대미산 정상
▲ 대미산에서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 대미산에서 바라본 바다
▲ 월암산성
▲ 산성에서 바라본 무술목과 소미산
▲ 산성에서 바라본, 돌산대교로 이어지는 마루금
▲ 동굴
▲ 무술목으로 내려가며 바라본 소미산
▲ 무술목
- 소미산
가겟집에 들어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평상에 앉아 아까부터 기다렸었던 찬맥주를 마음껏 마시며 30여분 기분을 내다가 무거운 엉덩이를 마지 못해 일으킨다.
해양수산과학관을 지나고 이충무공 기념비를 만나 해변에서 노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파른 통나무 계단을 올라가니 힘이 들어 구슬땀이 줄줄 흘른다.
바위지대들을 넘어 쉼터에 정자가 서있는 소미산(208m)으로 올라가면 돌로 제단이 쌓여있고 지나온 대미산과 정자가 서있는 천마산이 마주 보인다.
서늘한 숲으로 들어가 한적한 산길을 한동안 따라가다 밭들을 지나 도로 삼거리의 굴전고개로 내려가니 고니도래지 안내판이 서있고 어촌과 김 양식장이 가깝다.
굴 껍질이 쌓여있는 도로를 건너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너머로 대미산과 봉황산을 바라보며 잡초 우거진 산길을 올라가다 사면 길로 농가의 시멘트 도로를 만난다.
삼각점(돌산403/2002년복구)이 있는 115.9봉을 지나고 시멘트 도로로 마을을 통과해, 한굽이 넘어 이국적인 한려파크란 모텔을 만나서 차들이 질주하는 17번 국도로 떨어진다.
▲ 이충무공 기념비
▲ 소미산 오르며 바라본 대미산
▲ 소미산 오르며 바라본 쌍섬
▲ 소미산 정상
▲ 굴전고개에서 바라본 대미산과 봉황산
▲ 115.9봉 지나며 만나는 바위
▲ 한려파크로 가며 바라본 돌산대교
▲ 한려파크
- 191.6봉
도로 따라 59봉을 생략하고 술김에 나른해지는 몸을 추스리며 명성주유소 앞에서 마을로 들어 101봉을 왼쪽 사면으로 우회해서 넘는다.
가정 집을 지나고 대강 산으로 붙어 포장도로를 건너 몇년 전 여름에 러브모텔을 피해서 가족들과 하루 숙박했던 히딩크모텔 뒤로 가파른 산길을 올라간다.
기운 빠진 다리를 이끌며 무덤 한 기가 있는 150봉을 넘고 군부대가 있는 봉우리를 바라보며 가느다란 줄들을 잡고 암릉이 있는 145봉으로 올라가면 지나온 마루금이 잘 보이고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여수시가지 쪽이 잘 보이는 암릉 전망대들을 지나고 한적한 산길 따라 안부로 내려서서 봉우리를 오르다 정상 쯤에서 왼쪽의 우회 길로 들어선다.
맥주 캔들이 버려져 있는 사면 길로 군부대를 우회하고 시멘트 도로를 건너 삼각점(돌산402/2002년복구)이 있는 191.6봉으로 올라가니 앞에 돌산대교로 이어지는 마지막 산줄기가 낮으막하게 눈에 들어온다.
▲ 145봉에서 바라본 바다
▲ 191.6봉 정상
- 돌산대교
뚜렷하게 이어지는 야산 길을 방향을 잡고 서둘러 내려가면 무덤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제2 돌산대교와 오동도가 보이며 여수시가지가 점점 가까워진다.
포장 도로와 만나서 백초초등학교 뒤로 들어가 밭들을 지나 올라가니 넓은 임도가 나오고 앞에는 안테나가 높게 솟아있는 마지막 77봉이 지척이다.
77봉을 돌아 넓은 돌산공원을 만나서 이런저런 조형물들을 지나 난간으로 내려가면 돌산대교가 발 아래로 보이고 역동적인 여수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빨갛게 열매를 맺고있는 동백나무들을 보며 유람선 선착장들이 있는 도로로 내려가 버스 승강장이 있는 돌산대교 남단까지 나아가니 돌산지맥이라고도 하는 소위 돌산 산줄기 답사는 끝이 난다.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 비와 땀에 찌들은 몸을 대강 딱고 유명하다는 기사식당을 찾아 10여가지 반찬이 나오는 3,000원짜리 백반에 찬맥주로 타는 갈증을 달랜다.
산행하면서 바다 조망이 아주 멋집니다. 거기 산들은 전부 나즈막하네요. 그래도 바다가 바로 옆이라 해발 0부터 시작하니 좀 만만치 않은가요? 도상30키로에 12시간이면 빨리 진행하신 것 같군요. 10가지 반찬에 3000원, 대단합니다.ㅎㅎ 긴거리, 우중산행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대미산 봉화대가 정상이군요. 전 거기 빼먹었네요. 대미산에서 저도 길찾다 되돌아 내려왔슴다. 대미산 올라가던 생각만...여름에는 못할 짓이죠. 회도 몬드시고 고생하셨슴다. 차라리 비맞는게 낫습니다.
산행하면서 바다 조망이 아주 멋집니다. 거기 산들은 전부 나즈막하네요. 그래도 바다가 바로 옆이라 해발 0부터 시작하니 좀 만만치 않은가요? 도상30키로에 12시간이면 빨리 진행하신 것 같군요. 10가지 반찬에 3000원, 대단합니다.ㅎㅎ 긴거리, 우중산행 수고하셨습니다.
보통 11시간이면 되는데 잠 자고 맥주 마시고...^^ 섬이라 굴곡이 꽤 됩니다.
여름철에 산행하기엔 무척 힘들것 같은데...암튼드립니다. 또 하나의 산줄기를 완주하셨네요.. 멋진 바다와 섬주변의 풍광들 .. 아주...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자꾸 새로운(?) 산줄기를 만들어냅니다. ^^ 한번쯤은 가줘야지요.
저도 조만간 가고자 합니다. 처갓집이 여수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