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사람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 <에스겔서> 37장 3절
홀로코스트에서 유대인들은 “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라고 외쳤지만 그 답은 ‘아우슈비츠 안에 도도히 흐르는 침묵“이었다. 전지전능하신 신이 신을 믿는 자들에게 어찌하여 이리 극악무도한 폭행이 일어나도록 허락하고 방관할 수 있는가? 이러한 신의 침묵은 유대인들의 신앙을 뒤흔든다. 신은 그 끔찍한 순간에 개입해 무고한 사람들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 천사가 내려와 유대인들을 구하고 아우슈비츠를 불태우지도 않는다. 신은 침묵했다. 신의 침묵은 신이 자비하지 않다는 증명이다. 그러한 신이 이 세상에 필요한가?
신의 침묵에 절망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신이 절망에 빠져 온몸을 묶고 침묵하는 에스겔에게 나타났다. 그리고 혹독한 시련을 겪게 했다. 에스겔을 잔인하게 다스렸다.
에스겔은 그 후 ‘마른 뼈 골짜기’ 환상을 본다. 신은 에스겔을 시체를 유기하는 장소로 데려 간다. 그 골짜기는 고대 가나안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에게 바치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희생 제물로 바치던 장소로 뼈들이 가득 차 있었다.
에스겔은 마른 뼈들로 가득한 골짜기에 서 있다. 신이 그에게 묻는다. “사람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에스겔이 대답한다. “주 하나님, 주께서는 아십니다.” 뼈들은 희망을 잃고 사는 이스라엘인들을 비유했다.
“너희 마른 뼈들아, 너희는 내 주의 말을 들어라. 내가 너희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너희가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 내가 너희에게 힘줄을 뻗치게 하고, 또 너희에게 살을 입히고, 또 너희를 살갗으로 덮고, 너희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너희가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
신이 이렇게 불가능한 일을 행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인들이 그때서야 비로소 삼라만상을 관장하는 분이 신이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봄에 뿌린 씨가 발아해 줄기와 잎사귀를 내고 시절에 따라 열매를 맺는 과정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신비 그 자체다. 신은 생명을 창조하는 그 신비를 운행하는 자다. 신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른 뼈들 위에 힘줄과 살이 오르고 살갗으로 덮은 후 생기가 들어가 사람이 되어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자다. 서양에서 신이라고 말하는 자를, 동양의 도가(道家)에서는 천지를 운행하게 하는 기운, ‘자연’이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