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영자들 중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 중의 한 명이 교세라 회장 이나모리 가즈오다. 그를 존경하는 이유는 확고한 기업 이념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경영인으로서, 미래를 읽는 능력과 결단력까지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나모리는 씨 없는 수박을 만들어낸 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기도 해서 한국과도 결코 무관한 사이가 아니다.
이나모리는 통합 회로용 세라믹 패키지를 개발하여 교세라를 단번에 강한 회사로 올라서게 한 사람이다. 그는 반도체 패키지에 사용하고 있던 이 기술을 좀 더 확장하면 세라믹 히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당시 전문가들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이 아이디어를 성공으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열정’이었다. 그는 ‘열정이 성공을 낳는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나모리는 1932년에 일본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엔지니어로 일을 하다가 27세 때인 1959년 7명의 동료들과 함께 교세라를 설립하였다.
처음부터 가난했던 이나모리에게 사업자금이 있을 리 없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이란 ‘열정’ 하나뿐이었다. 그는 우선 동료들에게 자신의 사업에 대한 확실성을 심어주기 위해 ‘성공의 법칙’을 구상하였다.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됩니다.”
이나모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같이 일할 동료들에게 자신이 고안해낸 다음과 같은 ‘성공의 법칙’을 설명해 주었다. 자신이 생각해 낸 법칙은 다름 아닌 ‘성공=능력×노력×태도’라는 등식이었다.
한 젊고 패기만만한 청년의 이와 같은 성공 철학에 감동한 어떤 은행가는 이나모리에게 주택을 담보로 1만 달러를 대출해 주었다.
“나는 자네의 성공철학을 믿네. 그러나 한 가지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결코 돈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것일세.”
이러한 은행가의 충고를 이나모리는 결코 잊지 않았다.
교세라(KYOCERA)는 ‘도쿄 세라믹 주식회사’를 줄인 말이다. 이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반도체·낚싯대·세라믹칼 등을 주요 부품으로 선택하고 꾸준히 연구 개발을 해나갔다.
이나모리는 끊임없는 열정으로 세라믹 연구에 몰두하여 마침내 통합 회로용 세라믹 패키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같은 기술을 더욱 확장시켜 세라믹 히터를 개발하였다. 세라믹 히터는 오늘날 전세계의 자동차 및 기타 생활 용품에 사용되는 독창적인 제품이다.
이와 같은 이나모리식 제품의 혁신은 그의 독창적인 ‘5단계 혁신 방법’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신조를 가지고 회사를 운영해 나갔다.
첫째, 모든 사람에게 어제보다 오늘이 더 잘 되라고 격려한다.
둘째, 스스로 창조적인 방법으로 이끌어 가고, 또한 부하들에게 따르도록 격려한다.
셋째, 노력을 기울이되, 그것을 365일 끊임없이 계속하도록 강조한다.
넷째, 될 수 있으면 회사를 급성장시키기 위한 일시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섯째, 자연스럽게 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매일 헌신적으로 노력한다.
이러한 이나모리의 ‘5단계식 혁신 방법’은 주효하였다. 어찌 보면 혁신이라기보다는 점진적 개혁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의 성장 속도를 보면 가히 혁신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나모리는 먼저 목표를 세우고 심사숙고하는 가운데 그 자신 스스로 잠재의식 상태로 들어가 미래에 대한 모의실험을 한다. 실행에 옮기기 전에 일단 한번 마음속으로 그 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을 점검하는 것이다.
교세라를 설립하기 전에 이나모리는 수개월 동안 미래의 발전하는 회사를 꿈꾸어 보면서 심사숙고를 거듭하였다. 같이 회사를 운영하게 될 동료들과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민간 통신사인 DDI를 출범시킬 때도 5명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DDI의 성공방법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논의를 거듭하였다.
“나는 비전이 명확해질 때까지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듭하면서 심사숙고를 하고,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면 곧바로 행동에 옮깁니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때마다 많은 장애들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나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꿈이 실현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나모리의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다. DDI의 경우 설립 10년 후인 1994년에는 연간 매출액이 무려 38억 달러에 달하였다. 또한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전신전화주식회사(NTT)에 도전하여 기존 NTT의 독점에 대한 브레이크를 걸면서, DDI를 가장 경쟁력 있는 라이벌 회사로 키워나갔다. 이렇게 하여 1994년 반도체 패키지의 연간 매출액만 10억 달러에 달하는 등, 교세라는 해를 거듭할수록 급성장을 계속해나갔다.
교세라의 이 같은 성장 신화는 이나모리의 ‘열정’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열정(PASSION)’의 영어 이니셜을 따서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경영 원칙을 세워 회사를 운영해 나갔다.
첫째, 이익(Profit)을 추구하려고 들지 말라.
이나모리의 경영 철학은 이익보다 사원들의 물질적·정신적 성장을 위한 기회 제공과 고객의 만족에 근본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어떤 소비자도 상점 주인을 위해 물건을 사지 않으며, 어떤 사원도 회사와 주주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익보다 사원과 고객 만족에 우선을 둘 때, 그 회사는 자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야망(Ambition)을 키워라.
이나모리는 ‘인간’을 물질적인 속성에 비유하여 가연성·불연성·자발성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가연성 인간이란 누군가의 동기부여가 있어야만 불타오르는 유형이다. 불연성 인간이란 재능은 있어도 허무주의적이며 무감각한 인간이다. 그리고 자발성 인간은 자신의 에너지로 스스로 불타오르는 사람이다. 야망을 가진 사람은 세 번째의 ‘자발성 인간’을 말한다.
셋째, 진실성(Sincerity)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초다.
이나모리의 경영관은 이렇다. 경영은 스포츠처럼 언제나 패자와 승자를 낳는 일방적인 게임이 아니라, 라이벌 회사라 하더라도 쌍방이 동시에 만족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끼리의 공정한 경쟁이나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진실성이 그 바탕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관계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넷째, 진정한 힘(Strength)은 용기에서 나온다.
이나모리는 진정한 힘이야말로 올바른 것을 하겠다는 용기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99%가 자신의 가족을 대상으로 수술을 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자기 자신의 의술을 믿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다. 진정한 용기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나모리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확신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용기는 사전의 충분한 재정적·정신적 준비와, 자기 자신의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불굴의 정신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다섯째, 혁신(Innovation)을 평생 습관화하라.
이나모리는 리더가 끊임없이 창조적인 것을 자신의 조직에 도입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비극으로 끝난다고 경고한다. 진정한 혁신은 상식을 거부할 때 나타나며, 정통적 과학 지식을 거부할 때 그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섯째, 낙천주의(Optimism)로 살아라.
이나모리는 긍정적 사고만이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비전을 세울 때는 지극히 낙관적으로, 그것을 개념화하는 과정에서는 모든 장애물을 인식하기 위하여 한번쯤 비관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그 비전의 실행 과정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불경기가 오지 않고 호경기만 계속된다면 경영자가 할 일은 없다고 역설한다.
일곱째,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Never Give Up).
강한 욕망의 소유자는 해답을 찾을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이나모리는 말한다. 성공 비결의 마지막은 인내심에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잘 진행해 놓고도 마지막으로 견디다 못해 포기를 한다면, 그것은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이야기다.
한편 이나모리는 조직 운영에 있어서도 ‘아메바 조직’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생물체의 조직인 아메바처럼 신축성 있게 움직이는 비정형의 조직 운영법이다.
이메바의 인원수는 대개 3~4명에서부터 40~50명에 이르는 다양한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세라 전체에는 이러한 아메바가 약 400개 정도 있으며, 이것들이 신축성 있게 합쳐져 그룹 형태를 이룬 것이 40개 정도 된다. 따라서 교세라는 수천 개의 아메바로 구성된 또 하나의 거대한 아메바라고 할 수 있다.
이 아메바의 조직 특성은 최소인원·단세포성·세포분열·비정형성·이동성·유연성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생산 효율’이라는 기본 목표에 의하여 여러 가지 유형으로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즉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의 민첩함이 아메바의 조직 운영 방식인 것이다.
“큰 기업 안에 중소기업과 같은 강한 조직체를 만드는 것이 우리 교세라의 아메바 경영 방식입니다.”
이나모리는 이러한 조직 운영을 통해 아메바의 경영 실적을 매월 평가하는데, 그 평가 원칙은 시간당 부가가치 중심으로 되어 있다. 즉 아메바 1명이 1시간에 얼마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
이렇게 아메바의 경영 실적을 매월 발표하여 현재 사원 자신의 위치와 회사 기여도를 알 수 있게 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과 원인 분석 및 대책이 뒤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메바의 성적 순위 부여는 어디까지나 명예를 위한 것이지, 그것이 사원들의 급여나 보너스를 차등화 하는 데이터로는 이용되지 않는다.
‘사회를 위해! 사람을 위해! 동료를 위해! 자신을 위해!’
이것은 이나모리의 압축된 경영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나모리가 이끄는 교세라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아무리 극심한 불황에 시달려도 절대 사원들을 해고하지 않는다. 이 회사는 미리 그러한 상황에 처할 것을 대비하여 사내 준비금을 확보해 놓고 있다.
“나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
이나모리는 이렇게 당당하게 말한다. 그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철학’과 ‘열정’을 믿기 때문이다.
이 글은 엄광용선생님의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