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가 됐는데... 눈은 침침한데도 잠이 오질 않네요. 오늘도 피곤하게 일을 했습니다만 너무 피곤하면 잠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아마도 그런 듯 합니다.
오늘은 이곳의 학교 교육의 단편에 대한 얘기를 할까 합니다. 한국에서도 뉴스를 통하여 들으셨겠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학교내에서의 총기 사고에 대하여 매우 예민합니다. 전에도 그러긴 했지만 모의총이라도 학교에 휴대할 경우에는 아마도 거의 퇴학일 겁니다. 하지만 비록 학교의 심의를 거친다 하여도 한국과 다르게 다른 학교로 전학은 갈 수 있죠. 학교내에서는 꽤 교칙이 엄한 것 같습니다.
벌써 이곳에 온지 2년 반이 가까워 오는군요. 그래도 그 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들어와선 한달 후에쯤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습니다. 큰 아이는 6개월 늦추어서(미국은 9월 시작 학기 라서) 6학년으로 보냈고(여기선 중학 1년) 둘째는 6개월 앞서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가 체격 조건이 좋아서 덩치로는 주눅 들지 않을것 같았습니다. 둘째 아이는 ESL School이 있어서 한국 아이들과 6개월 정도 공부 하고선 섞여서 공부한다고 하여 마음이 놓였습니다만, 큰 아이는 첨부터 영어로만 수업하는 학교엘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난리 부르스였죠. 학교에서 통신문 이라도 오면 전부들 제 눈만 동그랗게 뜨고 보았죠. 그걸 못 알아 들으면 어쩌나 하고말이죠. 아빠 체면에 일단은 대충의 뜻을 전해주고 나서는 '별거 아냐.'라고 답했죠. 실은 별거 아니기도 했지만... 그래도 맘이 어디 그러나요. 그걸 들고선 아이들 다 잠든 후에 번역해서 다음 날 전해주곤 했습니다. 요즘도 새벽까지 죽치는 힘은 그 때 얻은 것입니다.
큰 아이가 받아온 책들은 제눈엔 원서로 보였죠. 학교땐 번역판만 부지런히 사서 보던 제가 영어 떠난지 십수년만에 원서를 눈앞에 펼쳐들다니... 정말로 여기 중학교 책들은 원서랑 비슷합니다. 양장판이라고 하죠? 두꺼운 겉표지에 족히 3센티 두께는 될만한하고 종이 질도 아주 좋은 책이죠. 근데 그 책을 사는게 아니라 그냥 줍니다. 그리고 책도 새것은 아닙니다. 계속 물려서 넘겨주는거죠. 파손시에는 얼마의 가격이라는 것만을 알려주더군요. 책 무게가 꽤 됩니다. 신기하게도 책은 주중에는 학교에 나두고 다니게 합니다. 집에 가서 학교 책으로는 공부하지 말라는 거죠. 숙제는 있지만 수학 같은 것은 간단한 문제들을 복사하여 주고, 다른 과목은 도서관에 가서 다른 비슷한 책을 찾아보아서 하게 합니다. 또는 아이들 수준에 맞는 소설책을(마치 동화책 수준) 읽도록 합니다. 교육 방법이 괜찮죠? 참 큰 아이의 학교 수업 과목은 아주 간단합니다. 국어(여기선 영어지만), 과학, 수학, 체육, 특별활동(큰 아이는 밴드-트럼펫) 그리고 1시 30분 정도에 학교가 끝납니다. 도리어 초등학교인 둘째는 2시 반정도에 끝나고요.
당연히 큰 아이는 한마디도 알아 듣지 못하고, 학교 책조차 그 뜻을 알기는 힘들었습니다. 겨우 수학 문제만 풀뿐이고 그것도 주관식 문제는 풀수가 없었죠. 푸~ 한숨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한국인의 교육열이 어디 갑니까. 아이 엄마는 목먹어도 가정교사 를 두어야만 한다고 보채고, 전 고개 숙였죠. 어쩔 도리 있습니까. 고개 숙인 남자가 되었습니다. 40줄에 접어들어서 그렇지 않아도 고개 숙인 남자로 되어가고 있는데.(?) 말이 나왔으니까 잠시 농담 한마디 하고 가겠습니다. 너무 딱딱하면 읽지 않으실 테니 글 쓴 사람이 섭섭하거든요. 그래서 문제 하나.
[ 우린 남성을 가끔 불두덩이라고 표현하죠. 후끈 후끈한. 하지만 연령별로 그 불을 달리 표현한다고 합디다. 10대는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그럼 20대는? 그리고 30대는? 40대? 50대? 아시는 분도 다시 한번 문제에 답해보십시요. 그 뜻을 다시 음미하면서. 답은 이 글 끝에 게재하겠습니다. ]
다시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전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과연 고개숙인 남자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모른척하는 뻔뻔남이 될것인가? 그러다가 드디어 결론을 냈습니다. 부지런히 돈 벌어서 가정교사를 두자(?). 크~ 비극적으로 미국 온지 한두달 된 불법 체류자에겐 마땅한 일거리가 없었습니다. 좋다. '난 할 수 있다.' 제가 직접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약간의 박수가 나올만도 한데... 아뭏튼 그 날부터 전 각오를 다졌고, 시작했습니다. 일단 동화책 같은 소설책은 단어는 아들보고 찾으라 했고, 뜻을 외우진 말아라. 한번만이라도 찾아봐라. 그리고 읽게 한 다음에 대충의 줄거리만 설명해줬죠. 그 걸 하나 하나 번역한다는 것은 정말 저에겐 무리였습니다. 그리곤 아들에게 말로 때웠습니다. 영어는 절대 번역하여 뜻을 알려고 하지 말아라. 그냥 읽어보고선 어떤 얘기가 있는지만 내게 설명해봐라. 이것이 영어를 배울수 있는 지름길이란다. 언제였는지 고교 선생님께 들어 봤던게 문뜩 기억이 나더라구요. 이렇게 해서 국어는 넘어갔고, 체육이야 워낙 제가 만능이라서 저의 도움을 원할 땐 언제라도 도와줬습니다. 공원에 가서 농구하기, 야구하기, 미식 축구공 던지기... 등등. 요즘이야 아빠랑 놀려고 하지 않지만요. 여기 체육은 그렇게 하더라고요. 1주일이나 2주일 단위로 축구, 야구, 농구, 달리기... 등등. 수학은 모르는 문제만 물어보라고 했고, 물어보면 '그것도 몰라?' 라고 윽박질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물어보지 않더라고요. 히히. 다음 밴드-트럼펫. 요것은 제가 얘기했죠. '너 차인표라고 아냐?' 그러니까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신애라라고 덧니가 귀여운 여자 탤런트는 아냐? 그 여자의 남편인데.' 근데 그 여자도 모른데요. 글쎄. 그래서 설명했죠. '차인표가 소시적에 미국에서 공부했는데 트럼펫을 잘 불어... 그리고는 신애라는 이쁜 탤런트 하고 결혼했어. 탤런트 답지 않게 가정교육도 잘 받은것 같고, 이쁘고, 귀엽고, 맘만 먹으면 돈도 꽤 벌꺼... 너도 차인표처럼 되고 싶지 않냐?' <---요건 Fiction 임. 이렇게 음악도 넘어갔습 니다. 마지막으로 Science. 드디어 제가 얘기하고픈게 나왔습니다. 책을 펼쳐보니 생물이더라구요. 제가 우니타스에서 운영하던 성모라는 야간학교에서 생물 선생 아니였습니까. 비록 단어야 정말 정말 모르는게 많았지만 줄줄이 사탕으로 설명해줬죠. 아메바같은 단세포 동물부터 아니 생물과 비생물의 차이부터 전 설명해줬습니다. 여러분이 아실 지 모르겠습니다만.(전문 용어라서) 스폰지란게 어디서 나왔냐? 바로 해면동물이란거다. 옛날에는 바다에서 해면동물을(Sponge Bob) 잡는 전문적인 다이버들이 있었단다. 그런 낭만을 아냐? 그러면서... 잘라도 잘라도 다시 살아나는 플라나리아는 맑은 산 속 개울물에 산단다. 귀뚜라미와 원숭이 둘 중에 누가 더 우수하냐? 아냐. 이 둘 사이엔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 없단다. 귀뚜라미는 무척추에서 치고로 우수한 동물이고 원숭인 척추동물에서 최고로 우수한 동물이란다. 맞나요? 아뭏튼 줄줄이 사탕이였죠. 성모학교에서 제가 생물을 맡을때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비록 제가 대학생 이였지만 남을 가르칠땐 사실을 전해야 했거든요. 후배 여러분 성모 잘 모르시죠? 저희 선배들도 그러셨지만 저때만 해도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한 근로 청소년이 무척 많았어요. 그래서 우리 우니타스는 그네들에게 우리가 아는 정도를 전하기로 했 었지요. 그리고 사실은 어쭙지 않게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도 얘기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성수동이라는 공장지대에 살면서 한번도 기차 여행을 못한 이들에게 기차 여행을 하게 하는게 옳은가? 아니면 왜 같은 동시대 사람으로서 누군 비슷한 나이에 저렇게 살고 우린 하루종일 서서 일하다가 이 밤에 공부하겠다고 졸린 눈 비벼야 하나? 왜? 왜? 왜?
저희 그런 고뇌와 때론 반성으로 술을 마셨습니다. 닭곰탕 국물에 소주를 드리켰지요. 돈이 좀 있을땐 한양대 앞. 덴뿌라 집에서 튀김에 막걸리를 마셨죠. 취하도록... 그리곤 토하고, 몇명은 누구네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곤 또 마시고, 싸우고, 히히히... 이제 모두들 다 잘 살길 원합니다. 각자의 주관데로.
다시 본론. 어느 날 첫째 아들의 숙제가 좀 재미나더라구요. 수학 숙제였죠. 자기 방을 원하는데로 꾸미라는 숙제입니다. 사고 싶은 것을 열거한 후에 그 가격을 신문에 끼여 있는 광고지를 참조로 해서 가격을 알아서 예산을 세우라고 합니다. 한 회사만 하지 말고 여러 회사 가격을 비교하라나요. 그리곤 총 예산을 세우고 가격에 대한 증빙 자료(광고지)를 첨부하고 자기 방을 축척을 이용하여 그리라고 합디다. 만약 3차원(입체)으로 만든다면 Extra Point를 주겠다고 합니다. 100점이 아니라 120점이요. 그리고는 총 예산을 세운 다음. 부모에게 설득하는 편지를 쓰라고 합니다. '왜 이런 비용으로 이렇게 해야 되는지.' 정말 괜찮은 숙제더라구요. 그리고는 표지를 만들고 한 숙제가 완성되더군요. 이건 제가 회사에서 하던 방법과 똑 같았습니다. 그걸 중학 1년이 하다니...
그리고 또 기억나는 숙제. 생물의 식물에 관한 숙제였습니다. 요건. 누구의(라...?) 용불 용설과 다윈의 진화설 등등을 설명한 후에 내준 숙제입니다.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번성하는 식물이 될 수 있는지 상상의 식물을 만들라고 합디다. 이것도 3차원으로 만들면 크레딧을 주겠다고 합디다. 오래 사는 나무와(활엽수) 잘 번식하는 생식방식.(꽃이 예쁘다-곤충이나 동물이 옮긴다.) 열매가 열리면 씨를 잘 퍼뜨린다. 뭐 이런 종합적인 방식을 통해서 식물을 창조하랍니다. 교육방식 괜찮죠?
하지만 미국이 다 이런 것은 아닙니다. 한인 타운이 있는 시내에는 연중 수업제입니다. 학교 전체가 방학을 하는게 아니라. 교실에 비해서 학생 숫자가 너무 많아서 한반에 십여명씩 2주씩 방학을 줍니다. 한국의 2부제 수업제보다도 더 열악하죠. 오늘은 이제 너무 졸려 자야겠습니다. 그래도 답은 적어야겠죠?
* 10대: 열거하긴 너무 어림. * 20대: 성냥개비: 너무 확타고 쉽게 사그라짐. * 30대: 장작개비: 불도 화끈하고 쉽게 꺼지지도 않아요. 정말 좋아. * 40대: 담배불: 빨아야 불이 붙어요... 크~~ * 50대: 반딧불: 불도 아닌게 불인척 한데요.
울 아들 자랑 한마디 더. 그렇게 생물을 가르친 이후 3개월 지나서 인가요. 아들에게 적어준 평가서 내용이 '넌 영어를 모르지만 그래도 친구들에게 설명해 주렴.' <--- 성공에 대한 박수.
그리고 요즘 All 'A' 이렇게 받아와요. 글쎄. <--- 우뢰와 같은 박수
담엔 여자에 대한 과일 비교 질문을 하겠습니다. 공부하고 오십시요. 그리고 울 큰 아들 사진 자료실에 올리겠습니다. 딸 가지신분 절대 후회치 않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