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호> 학습현장사고와 교사의 책임 2002년 07월 31일
부모에게 자식에게 일어난 일 중에 제일 기분 나쁜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하다.
그 중에 아마 선두권에 들어가는 일이 바로 "아이가 학교에서 맞고 오는
일"이 될 것 같다.
제가 어렸을 때 제 친구 아버지는 친구가 맞고 들어올 냥이면 "짱돌로 찍어
버리라"는 세뇌교육을 함께 밖에서 맞고 온 아이를 더 때려버렸다. 친구가
다른 또래 보다 키가 작고 약해 보여서 강하게 키우려고 그랬는지도 모르겠
다. 그 뒤로 우리는 그 "짱돌"(*^-^*)을 피해 다녀야 했었다. 어쨌든 효과
는 있었다. *^-^*
교육에서 폭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야 할 항목이지만.
맞고 오는 일 못지 않게 학교에서 애가 다쳐서 오면 부모로서는 마음이 아
프다. 가벼운 상처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그것이 상해 또는 중상해
에 해당될 때는 할 수 없이 감독책임이 있는 교사, 교장, 학교, 교육청(가
해자가 있다면 가해자 부모도 포함)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학습현장 사고에서 교사의 책임기준을 법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인정
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아이 가진 부모들에게는 참고가 될 것 같다.
사례를 들어보자.
고교 1학년의 씨름부 학생들이 씨름연습장에서 장난삼아 동료 학생을 집어
던져 척추손상 등의 상해를 입혔다. 교사에게 책임이 있을까.
대법원은 "가해자들의 분별능력과 성행,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씨름연습이 평소보다 빨리 끝나고 자축 회식이 예정되어 있어 학생들의 정
신 상태가 해이해지기 쉬운 상황이고 그로 인하여 학생들이 장난 등 돌발적
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많다고 하여, 씨름연습장에서 두 사람이 함께 한 사
람을 집어 던지는 등으로 신체에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장난을
하리라는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다거나 지도교사 등이 이를 예견가능하였다
고 보여지지는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사고는 돌발적이거나 우연한 사고라
고 보아 교사 등에게 보호, 감독의무 위반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대법
원 1995.12.26.선고, 95다313 판결)고 한 적이 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교사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 및 판단기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판례를 만들었다.
"학교 법인이 설치 경영하는 학교의 교사는 학생을 보호, 감독할 의무를 지
는 것이나 이러한 교사의 감독의무는 학교 내에서의 학생의 전 생활관계에
미치는 것이 아니고,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한하며, 그 의무 범위 내의 생활관계라 하더라도 사고가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또는 예측가능
성(사고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교장이나 교사는 보
호, 감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며, 그 예측가능성에 대하
여서는 교육활동의 때,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
와 피해자와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위 대
법원 95다313)"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최근 발생한 유치원 운영자에 의한 유치원생의 성
추행에 대하여 유치원 교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그대로 유
지되고 있다(유치원 원아에 대한 단 1회의 성추행을 방지하지 못한 유치원
교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
"유치원이나 학교의 교사는 원아와 학생을 보호, 감독할 의무를 지는 것이
나, 그러한 보호감독의무는 관련 법령에 따라 원아와 학생들을 친권자 등
법정감독의무자에 대신하여 보호, 감독하여야 하는 의무로서 유치원과 학교
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에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한하고,
그 의무범위 내의 생활관계라고 하더라도 교육활동의 때,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원아나 학생의 연령,
사회적 경험, 판단능력, 기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사고가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또는 예측가능성이 있는 경우
에만 교사는 보호감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진다"(대법원 2002. 5.10.선
고, 2002다10585, 10592 판결)
우리 나라 판사들이 판결문을 어렵게 쓰기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대충 이해
는 되실 것이다.
최근 초등학교 실습시간에 다친 여학생에게 치료비를 지급한 국민건강보험
공단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에서 교사가 안전을 배려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학생이 다쳤다는 것을 인정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을 들어준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튀김 실습수업이 진행되던 중 탄산음료수
가 뜨거운 기름에 들어가 튀면서 여학생 2명이 화상을 입어 국민건강보험공
단에서 병원에 치료비를 부담하게 된 사건으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판단
능력이 미숙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튀김 실습 수업을 진행할 경우 음료
수가 기름에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데도 담당교사
가 음료수의 반입통제 등 학생들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
해 화상사고가 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하였다.
부모 마음으로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나면 걱정이 없었으면 싶다.
학습과정에서의 사고든
학습현장에서 다른 아이들에 의한 사고든 말이다.
물론, 선생님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선생 노릇 하기 힘들구먼"하시겠지만.
어떻든 "주의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선생님들이 신경을 써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