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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전거 나들이에 대한 포스팅이 뜸했다.
엘에이에 약 1주일정도 장마가 와서 실제로 자전거를 타지 못한것도 하나의 이유고, 비오기 이전에는 두번인가 자전거 나들이를 나갔는데,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서 글만을 올리기에는 너무 믿믿할것 같아 후기를 올리지 않았다.
오늘 찾은곳은 산타모니카 바다가.
어제까지 비가 왔었기에 하늘이 정말 예쁠거라는 기대속에 찾았다. 물론 어제까지 비가 왔기에 아직 날씨가 좀 쌀쌀하기도 했다. 바다가로 자전거 나들이를 나가기 전에 아침에는 푸드뱅크에서 자원봉사를 해야하기에 아침 8시 경에 집을 나섰는데, 브레이크를 잡을때마다 쇠로된 레바가 전하는 냉기때문에 손끝에 전기가 오르며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마비된건 아니지만...
더구나 그동안의 비때문에 비닐을 덮어 놨어서 피해가 있었는지, 자전거 앞부분에 장착하는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속도계에도 습기가 차있었다. 브레이크에서는 먼지가 끼었는지 아니면 습기때문인지 소음이 났다.
오늘 등에는 물통이 들어간 가방을 메고, 자전거 앞바구니에는 작은 카메라가 없어서 나이콘 D60가 든 카메라 가방을 넣고, 안장 밑으로 수리공구가 든 가방에 지갑과 휴대폰을 넣었다.
오늘 밖에 나설때 평소에는 꼭 챙기는 마스크를 가져가지 않았는데, 습기가 남아서인지 평소의 건조한 엘에이와 달리 먼지가 거의 날리지 않았다. 나름 신기한 경험이었다.
산타모니카 바다가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되지만,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는건 신경쓰이는 일인데다 미리 체력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720번 버스를 탔다. 막 버스역에서 길을 건너려고 섰는데, 720번 버스 두대가 떠나는걸 봤다. 간발에 차이로 버스 노침. 주말에 버스는 자주 오지 않는 편이라서 한참 기다려야 하나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몇분 지나지 않아 다시 버스 한대 도착.
그러나 버스에는 자전거를 실을 랙이 망가졌는지 없었다. 억울하지만 다시 패스.
한참을 기다렸다가 그다음에 버스를 탔는데, 이게 사실 독이었다. 산타모니카 까지 가지 않고, UCLA 앞인 웨스트우드까지만 가는거다.
할수없이 버스 종점에서 내렸는데, 지갑을 넣어둔 작은 가방이 자전거 바구니에 있다고 생각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정리하다 작은 가방이 없다는걸 발견했다. 아마 이걸 확인하는데 걸린 시간은 30초? 길게 잡아도 1분이다. 그런데 내가 앉았던 자리에 돌아와서 가방을 확인해보니 가방이 없다. 나 말고도 몇명의 승객이 있었는데, 사람들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이런 된장!
가방을 도둑맞았다고 잠정적으로 판단. 주변에 버스에 탔던 승객이 있는지 그리고 그 승객이 지갑을 빼고 가방을 버렸을지 모르니 쓰레기통을 돌아다니며 확인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다행이 거래하는 은행의 지점이 가까이 있었기에 은행에 들려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ATM카드 서비스를 중지시켰다. 혹시 모르니 $40도 뽑고, 은행 전화를 써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다. 먼저 내 전화기에 전화를 해봤다. 현금도 사실상 얼마 들지 않았는데, 차라리 가방을 돌려주면 일부 사례를 하겠다는 말을 하려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동생에게 전화해서 내 전화기에 가방을 돌려주면 사례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했다. 전화를 안받더라도 문자메시지는 받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씁쓸했다. 음력으로는 아직 한해가 가지 않았는데,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액땜을 제대로 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위해 노력하며 버스 정류장에 다시한번 들렸다. 혹시라도 내가 버스 의자에 있는걸 못본것이 아닌가 싶어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보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서 어느 라틴계 남자가 내 가방을 들고 서있었다. 그 남자 말로는 의자에 남겨진 가방을 보고 경찰에 신고할까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가방안에 전화기가 울리길레 혹시나 해서 돌아왑봤다고 한다.
바로 버스 앞에서 자전거를 내리고 있던 나를 못봤다는것도, 승객들을 찾아다니고자 일대에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나와 전혀 만자지 못했다는것도 의심이 가는 일이지만, 되도록이면 믿어주기로 했다. 가방을 받고 가려는데, 가방을 가져온 사람이 내가 어디서 일하는지 내 연락처는 어딘지를 꼬치꼬치 캐묻는다. 실직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까지 포함하기에 보상을 원하는건가 싶어서 은행에서 찾은 $40중에 $20을 줬다. 그랬더니 이 사람은 내가 진짜 가방의 주인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한다. 솔찍히 의심이 좀 남지만, 주인을 제대로 찾아주려 했다는건 어쩌면 선량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방을 내 자전거 안장 밑에 다는걸 보여주면서, 내것이 아니면 이렇게 딱 맞아 걸릴리 없다고 말했다.
약간 시작은 불만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된거다. 나로서는 새로 가방을 장만하고 가방에 들었던 자전거 정비도구나 휴대폰, 신분증, 크레딧카드, ATM카드 등을 재발급 하느라 드는 비용과 노력을 $20에 절약한거고, 직장을 잃었다는 그사람은 가방을 돌려주는 선행덕분에 $20을 번거다.
난 이제까지 불행하거나 어려운 일을 당한적이 있지만, 이것들이 나를 더욱 발전시키는 아니면 성숙시켰기에 매우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일에서도 뭔가를 새로 배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평소와 조금 다른 도로를 이용해 산타모니카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720번 웨스트우드행 버스라인의 종점에는 공원이 있었는데, 이 공원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다. 이곳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평소와 다른 기을 찾아가다 우연히 발견한거다. 윌셔길을 따라 바다가로 가려면 은근히 도로 갓길이 좁아서 불안한데 되려 잘 됐다.
(웨스트우드 인근에 위치한 연방정부청사와 그 앞의 공원. 마침 비둘기가 날아올라 사진을 찍었는데, 잘 잡힌것 같지는 않다.)
(공원이 끝나면서도 이어진 자전거 전용도로. 사진에 잘 잡히지 않았는데, 보도블록 위가 자전거 전용도로라고 표시되어있다.)
특이하게도 자전거 전용도로는 전형적인 일반 인도와 같이 보도블록 위로 이어진다. 희미하게 지워진 자전거 전용도로라는 도로 바닥의 설명이 간혹 보이지 않았다면 내가 인도에 침입했다고 오해할만 할정도.
애석하게도 자전거 전용도로는 기대와 달리 바다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윌셔보다 갓길에 여유가 있는 다른 도로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 갓길의 여유도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사라졌지만, 암튼 405 고속도로의 입구가 있어서 자전거를 타기에 부담이 되는 윌셔보다는 자전거 타기에 쾌적했다.
(산타모니카 블러바드를 따라 산타모니카 비치로... 점점 도로상의 갓길폭은 좁아진다)
드디어 산타모니카에 도착해보니 기대대로 하늘이 정말 맑다. 되려 구름이 별로 없어서 실감이 안날정도... 처음 보는 맑은 하늘의 산타모니카는 아니지만 다시한번 감동으로 다가온다.
(산타모니카 인근 공원에서)
(산타모니카 인근 공원에서 내려다본 산타모니카 비치 피어)
(말리부까지 가시거리가 장난 아니다.)
(산타모니카 피어를 내려다보며...)
(산타모니카 비치 주변에 있는 예술작품. 오늘 다시보니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쌍팔년에 만들어졌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자전거를 끌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일단 북쪽으로 향했다. 산타모니카 비치 아래쪽에 건물도 많고, 상업지역도 있어서 볼거리가 많지만, 오늘같이 하늘이 맑은 날에는 말리부쪽으로 향하는게 자연에 가까운 경치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전용도로에 들어서 페달을 밟는데, 평소보다 훨씬 힘들게 느껴진다. 최근 비바람으로 자전거 전용도로에 모래가 쓸려왔는데, 아직 치울 시간이 없었나보다. 자건거 전용도로의 경계를 확실하게 알아볼 수 없을정도다. 자전거 전용도로에 모래가 은근히 깔려서 평소와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직선으로 달릴때는 조금 힘이 더 드는것 외에 큰 부담이 없는데, 커브길에서는 자전거가 모래에 미끄러져 쉽게 균형을 잃었다. 특히 간혹 젖은 모래위에서 자전거를 탈때면 직선으로 달리던 도중에도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자전거 전용도로 곳곳에는 아직도 물웅덩이가 남아 있었고, 특히 산타모니카 피어 밑으로는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서 평소에는 통행이 허가되지 않았던 자갈길을 지나야했다.
(자전거 전용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주택들. 바다가를 내려다보는 건물들 앞으로는 어제까지 내린 비가 그대로 고여있다.)
(모래에 덮혀서 구분하기 힘든 자전거 전용도로)
(빗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서 폐쇄된 일부 자전거 전용도로구간)
약간 날씨가 쌀쌀하지만, 산타모니카 일대의 해변에는 벌써 봄이 찾아왔다. 자전거를 달리다가 갑자기 향기가 느껴져서 주변을 살폈더니 여기저기에 꽃이 폈다. 봄만큼이나 꽃이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겨울의 추위가 한참인 1월달의 바다가가 맞나 싶은 느낌이다.
(꽃이 핀 산타모니카의 바다가)
(자전거 전용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말리부를 바라보며...)
자전거 전용도로는 윌 로저 스테이크 비치가 끝나는 지점에서 멈춘다. 그 이상으로도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를 따라 올라가는게 가능하지만, 자전거 전용도로선이 없고, 군데군데 갓길이 사실상 없는 지점이 있어서 아직 자전거로 도전해보지는 못했다. 언젠가는 한번 시도해볼 계획이다.
이제부터는 남쪽으로 향하면서 속도를 조금 올렸다. 오랫만에 운동삼아 나온것이기 때문에 조금 부담이 될정도로 달렸다. 물론 중간에 멈추는 일도 거의 없었기에 이 지점부터 사진도 자주 찍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꼭 멈춰서 구경해야 했던 명물중 하나는 스케이트보드 연습장. 일대가 좀 혼잡한 편이었지만, 이들의 연습과정을 구경하고자 자전거를 멈췄다.
스케이트보드 연습장은 무료로 제공되는 시설치고는 상당히 크다. 그런 연습장이 가득 찰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연습을 하기도한다. 사고가 나기도 쉬울것 같은데, 의외로 넘어지는 사람은 봐도 서로 부딛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정해진 규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가 조심하고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규칙이 있는지, 순서를 지켜가며 연습하는 스케이트보더들)
(점프 연습을 하던 어느 스케이트보더)
(상체를 들어내며 몸매를 자랑하던 스케이트보더)
(상당한 속도로 회전을 하더니)
(균형을 잃었는지 넘어졌다)
(스케이트 보드 연습장 옆으로 위치한 그래피티 장소.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남길 수 있다.)
이 일대에는 롤러 스케이트 연습장과 그래피티를 위한 공간이 있는데, 비가 온 직후라서인지 사람들이 거의 없다. 모래가 자전거 전용도로에 쌓여서 롤러스케이트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 훨씬 적었다. 그래피티를 그리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며칠안에 다시 비가 온다고 하던데, 비가 불편한걸까?
이렇게 돌아다니다보니 오후 3시가 다되간다. 일대 간단하게 식사를 할만한곳을 찾았는데, 왠지 이름이 끌리는 햄버거집이 하나 눈에 띈다. 토마스 햄버거. 칠리와 버거를 강조하기에 한번 들려봤다. 이 업소는 햄버거와 핫도그, 타코, 보리토 등등을 강조하는데, 더블칠리치즈버거를 시도해봤다. 베니스 비치 바로 옆에 있는 업소치고 가격도 상당히 괜찮았다. 맛은 최고 햄버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맛이 괜찮았다. 감자 프라이에는 소금이 섞인 매운 후추가루를 살짝 뿌려줬다. 전반적으로 미국식 햄버거 치고는 남미풍이 강했다. 단 한동안 자전거를 달려서 무척 배가 고팠는데, 햄버거 크기가 기대보다 작았다는게 단점이랄까?
(토마스 햄버거)
(햄버거를 전해주러 나온 직원. 아쉽게도 사진을 찍을때 눈을 감았다.)
원래 계획은 시간만 허락한다면 레돈도 비치까지 가는거지만, 점심 식사를 마치고나니 벌써 3시 50분. 해가 지지않은 현재도 바람이 좀 쌀쌀한데, 시간이 지나면 더 추워질것 같아서 적당한 선에서 복귀했다. 아직 하루 50마일 선을 넘어본적이 몇번 없는데, 하루 60마일을 달릴수 있어야 언젠가 미국횡단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한다. 하루 60마일을 우습게 도전할 수 있는 그날까지...
(돌아오는 길에...)
평소에는 산타모니카 비치에 도착했을때 거의 해가 지던가 해가 완전히 진 뒤인데, 오늘은 일찍 복귀를 해서인지 산타모니카 비치에 와도 해가 멀뚱하니 떠있다.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다. ㅋㅋ
총 이동거리 : 36.89 마일
평균 속도: 시속 10.3 마일
[모든 사진 무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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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늘이 맑고 깨끗하군요~~좋은 자전거 나들이 하셨습니다...
사진 진짜 이쁘게 잘 찍으셨다..................*ㅁ* 산타모니카 너무 가고 싶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다 자전거 미대륙 횡단 사나이로 뉴스에 나오시는 거 아니에요?
아는 분 이라고 완전 자랑해야지........(벌써부터 상상중 ㅋ_ㅋ)
자전거로 미국 횡단은 1년에도 몇백명이 합니다. 6개월 일정으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몇백명 수준인데, 그게 기사거리가 될까요? ㅋㅋㅋ
앗 그런가요?? 몰랐어요 ㅠ_ㅠ 걸어가는 사람들두 있어요? 헐................................대단+ㅁ+
그래두 전 몰랐다는 듯이 스모키베어오라버니 횡단하시면 자랑할거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