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로 귀향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지방선거, 그것도 대구시장 선거에서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달성 사저 앞에서 밝힌 대국민 메시지만 봐도 그렇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방식에서든 대구·경북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수 여당이 집권을 앞둔 만큼 벌써부터 친박으로 대변되는 박심 마케팅이 등장하면서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 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달성 사저에 도착해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시스
- “이루지 못한 꿈 많다” 일성...지방선거 앞두고 대구/경북 ‘술렁’ - 권영진 대구시장 불출마...박근혜 ‘입’ 유영하 변호사 출마
고향으로 돌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달성 사저는 전국에서 가장 핫한 관광지가 됐다. 퇴원한 박 전 대통령을 보려는 인파가 수천 명에 달했던 입주일이 지나고 사저를 직접 보려는 지지자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의 성지가 된 사저를 중심으로 친박의 구심점을 구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국무총리를 지냈던 황교안 전 대표 등이 박 전 대통령의 퇴원길에 등장했다.
박근혜, 대구시장-달성군수 영향 미치나
특히 과거 ‘친박계’로 분류됐던 출마자들에 대한 정치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년 만의 대국민 인사에 나온 발언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사저 앞에서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며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면이 결정된 후 달성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며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대구에서 간접적인 형태로 정치 행보를 재개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당장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출마가 어려운 만큼, 최측근인 유 변호사를 통해 간접적인 ‘사저 정치’를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괜한 말을 할 분이 아니다”라며 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 유 변호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대구 지명을 콕 찍어 얘기했기 때문에 이건 유 변호사에게 대구시장을 주라는 사인으로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 변호사가 박심을 활용해 대구 정치권에 뿌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구시장 출마 후 경선에 패배하면 대구 수성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2년 후 총선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구시장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이 승리한다면 지방선거와 함께 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져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공관위에서 대구 수성을 공모를 한다. 대구시장 경선에서 떨어진 유 변호사가 대구 수성을로 출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궐선거보다 향후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후보들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예의주시하며 박심을 호소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구의 50년 미래를 설계하고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대구 중흥의 토대를 닦겠다”며 ‘박심’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도 “앞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명예회복을 위해서 저도 도울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셨던 보좌진들끼리 한 번 빠른 시일 내에 (대구)달성 사저에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의힘 내에서는 과거 친박계로 분류됐던 인사들의 재결집이 점쳐진다. 박 전 대통령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경우 자연스레 재결집이 이뤄지고, 다시 한 번 정치적 부활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사저가 마련된 대구 달성 군수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문오 현 군수가 3선 연임 제한으로 물러나면서 총 6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등 대구 달성군수 자리는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달성군에 애착을 나타냈던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후보가 경선에서 쉽게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기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박근혜 관계설정, 국민의힘 내부 고심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도 박 전 대통령의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기현 현 원내대표가 조기사퇴를 선언하면서 현재 새 원내대표 후보로는 대표 윤석열계 권성동 의원과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당내선 차기 원내대표 예측이 어려운 만큼 박 전 대통령의 발언 여부가 대표 선출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변수다.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 성사 및 화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인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팀에서 수사4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이전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권의 외압을 폭로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화제를 모은 것도 당시 박근혜 정부 ‘외압’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이런 악연을 뒤로 하고 박 전 대통령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과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보수 진영의 결집과 지지를 받기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을 끌어안아야 한다.
윤 당선인은 대구 달성군의 사저로 축하 난을 보내 “사저에 오기실 기다리며 대구·경북 방문을 연기해 왔다”며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본 후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박근혜 빅딜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전 대통령이 측근 챙기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나아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복잡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당내에서는 이준석 대표를 필두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해결보다 덮어두기에 주력했다. 특히 중도층 표심 잡기에 나선 국민의힘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행보를 본격화할 시 중도층 표심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중도층’ 이탈? 박 전 대통령 ‘행보’ 예의주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을 당시 '메신저' 역할을 한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뉴시스
이러한 부분을 민주당 진영에서 집요하게 파고들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자신이 잘못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건 참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며 “분명히 잘못한 게 엄청 많아서 징역 22년을 받아 자숙하는 것이 필요했을 텐데...”라고 쓴소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