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신임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대외 통상협상의 수장을 맡고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45)은 하루 30분 세 계 지도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지도를 바라보는 순간 그의 머릿속은 온통 자유무역협정(FTA) 전략 구상으로 가득찬다.
어느 나라를 파트너로 선택할 것인지, 득실은 얼마나 될지, 그에게 세계 지도 는 바둑판만큼이나 복잡한 소우주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김현종 본부장은 "중국의 통상 책임자는 하루 1시간 이상 지도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최근 중국 정부의 FTA 전략을 칭찬하며 개방형 통상 국가를 만들기 위해 우리도 보다 강력한 개방 정책을 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연소 경제 장관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현종 본부장을 박재현 경제부장이 만나 최근 통상 현안에 관해 대담을 나눴다.
- 박 부장=세계 각국이 FTA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김 본부장=소득 2만달러와 동북아 중심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개방이 필 수적이다. 개혁도 개방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250여 개의 FTA가 발효중이다. 미국의 FTA 체결국가와의 교역 량은 95년 30%에서 2005년 40%로 늘어난다. 반면 우리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하 락하고 있다.
주요 교역국,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와 FT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FTA 체결을 통해 빈곤퇴치와 새로운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도 강화된다.
95년 유통업을 개방하면 망한다고 했지만 이마트는 중국 상하이에 진출할 만큼 경쟁력이 높아졌다.
19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는 일본과 FTA를 체결하면 10억~50억달러의 무역적자가 더 늘어난다.
반면 중국과는 20억달러, 아세안과는 18억달러의 추가 흑자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FTA는 여러 나라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일본이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고 우리가 멕시코와 못했을 경우 무역흑자가 5억 ~6억달러 줄어든다. 관세율이 80%인 코스타리카에 지난 3년 간 국내 자동차 5 만대가 수출됐다. 만일 우리가 먼저 코스타리카와 FTA를 체결하면 시장을 선점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박 부장=협상이 진행중인 일본과의 FTA는 어떻게 되고 있나. 일본과의 FTA 는 한국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 반대도 있다.
김 본부장=국내 대기업 휴대폰 부품의 50%가 일본 부품이다. 부가가치로 치면 60%에 이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기술력은 일본의 34%에 불과하다. 일본과 의 FTA는 무역적자 해소보다 우리가 취약한 분야의 기술을 이전받아서 중국보 다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얻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동북아 시대를 열기 위한 첫단계다.
또 석유화학 섬유 가죽 등의 산업은 이득을 본다. 수산물의 경우 수량제한 철 폐로 일본 수출이 10% 늘어날 전망이다.
또 일본 정부 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의 건설시장은 300조원에 이른다. 소프트웨어 정보기술(IT)의 일본 진출도 기대된다.
아울러 기술 상호 인증 등으로 일본 수출의 비용과 시간이 절감된다.
일본과 FTA 협상과정에서는 또 비관세 무역장벽을 제도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에 대해 구속력 있는 판정을 6개월 이내에 내리는 양국 간 위원회를 만들어 제거 노력을 할 것이다.
- 박 부장=다른 나라와 FTA 추진 계획은 어떤가.
김 본부장=싱가포르와는 석유화학 등 민감품목이 있지만 잘되고 있다. 올해 안에 끝내는 게 목표다. 올해 말에 유럽자유무역연합(EFTA)ㆍ캐나다와 공동연 구가 시작된다. 인도도 제의가 온 상태다.
중국은 브라질 인도 걸프협력체(GCC) 등과 FTA 추진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FT A 전략이 대단히 뛰어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FTA를 체결했을 때 어 떤 득실이 있는지 수치작업이 진행중이다. 이들은 아시아 리더십을 염두에 두 고 FTA를 추진중이다.
- 박 부장=결국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FTA가 중요하다. 최근 미국에서 제의가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추가 진전이 있는가.
김 본부장=미국은 중국의 3배, 일본의 4배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수입시장이 다. 1조2500억달러에 이른다.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미국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90년 3.9%에서 지난해 2.9%로 떨어졌다. 몽 골이 이라크에 파병하면서 미국에 요구한 게 바로 FTA다.
한ㆍ미동맹 강화차원에서도 미국과 FTA를 체결해야 한다. 최근 미국이 FTA 체 결에 대해 구체적인 제의를 해왔다. 한국이 농업 문제를 해결할 자신이 있으면 시작하자는 단계에 와 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양국 수출이 100억달러씩 늘어난다.
하지만 무디스 S&P 등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자격증 상호인증 등 계량화 할 수 없는 이득이 많다.
<정리 =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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