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 스카우트연맹 중앙훈련원 야영장
서삼릉청소년야영장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습니다. 서울 구파발을 넘어서면 바로 나타나죠. 이미 고양의 삼송지구는 서울 근교답게 개발이 한창입니다. 고즈넉한 풍경은 공사현장의 모래에 슬려 나갔죠. 서삼릉과 원당목장을 지나 야영장으로 향했습니다. 공식 명칭은 ‘한국 스카우트연맹 중앙훈련원’. 흔하디흔한 시골길 옆으로 갑자기 훈련원 표석이 나옵니다. 언덕 위에 훈련원 본부 건물이 있고 아래로는 작은 숲으로 둘러싸인 운동장과 공터가 있습니다. 주말을 맞아 단체 행사가 줄줄이 이어진 덕에 이미 공터는 알록달록 텐트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서삼릉청소년야영장은 아마 국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야영장 축에 들 겁니다. 중앙훈련원이 1968년 약 3만 2,000평 규모로 이 자리에 들어섰기 때문이죠. 2003년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고 3년 전부터는 일반 야영장에서 오토캠핑장으로 쓰임새가 늘어났습니다.
서울 근교에서 해달별을 보다
봄햇살이 균질하게 야영장에 떨어집니다. 그늘막 타프가 텐트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흔들흔들 해먹도 집집마다 걸렸죠. 난로 대신 화로가 생활의 중심이 됩니다. 주말을 맞아 캠핑을 나온 50여 가구가 모두 봄 햇살에 흠뻑 젖습니다. 서울에서 한 뼘 나왔을 뿐인데 아웃도어의 흥취가 제법입니다.
해가 뉘엿뉘엿 산 뒤로 몸을 누이자 캠핑장의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왁자지껄 게임을 즐기던 무리가 하나둘씩 보금자리를 찾아 들어갑니다. 텐트에는 불이 들어오고 모락모락 저녁 익는 냄새가 야영장에 깔립니다.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에 정신이 아찔할 때쯤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반달이 채 차오르지 않은 모양새로 싱긋 미소 짓습니다. 비밀신호라도 보내듯 밤하늘에 박힌 별들은 이곳 저곳서 반짝이는 수신호를 보냅니다. 바로 옆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소음만 들리지 않는다면 서울과 지척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습니다. 캠핑장의 땅에는 텐트마다 환히 밝힌 불이 어두움을 야금야금 삼킵니다. 하늘에도 땅에도 별이 반짝입니다.
서삼릉과 원당목장, 이국적 풍경 속 기구한 사연
지금은(2011년 3월) 구제역 방역 문제로 출입이 제한되는 서삼릉은 3개의 릉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러나 연유를 알게 되면 마치 조선왕조의 공동묘지 같다는 느낌이 들게 되죠. 3개의 능과 3개의 원, 폐비 윤씨의 회묘, 후궁·왕자·공주 묘 46기에 왕족들의 태실까지 있습니다. 참 이상하죠. 원래 조선시대에는 공주와 왕자 묘를 왕릉 능역에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에 전국에 흩어져 있던 후궁·왕자·공주 묘를 이곳에 모아놓았죠.
서삼릉의 기구한 사연은 바로 옆 원당목장으로도 이어집니다. 1960년대 정권이 왕릉 땅을 마사회, 축협, 골프장, 농협대학 등에 넘겨줬죠. 늠름한 말이 누비는 넓고 푸른 초지가 옛 왕릉 땅이라니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서삼릉은 2009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야영장에서 서삼릉과 원당목장까지 걷는 하이킹은 왕복 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