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대혼돈에 빠지다 - 조선일보 11월17일자 기사인용

[최한민(경영)]

EU 관세동맹에 남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갈수록 반발 커져
각료 줄사퇴·총리 불신임 서한 제출… 메이 총리 최대 위기

15일(현지 시각)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런던 총리 관저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이 EU(유럽연합)와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타결짓고 합의안에 대한 내각 동의까지 받아냈으나, 합의안에 반대하는 일부 각료가 사퇴하고 의회에서도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극심한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합의안은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상당 기간 EU의 관세동맹에 머무르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5일(현지 시각) 의회에 출석해 "(의회가) 승인하지 않으면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되고 더 큰 불확실성과 분열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합의안 통과를 호소했다. 하지만 그가 발언대에 선 3시간 내내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이 야유를 보내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도미니크 랍 브렉시트부 장관 등 각료 4명은 합의안에 반발하며 줄사퇴했다. 텔레그래프는 "웨스트민스터(영국 의회를 지칭)에 격동의 날이 시작됐다"고 했다. 영국 정치권이 사실상 '내전(內戰)' 상태로 접어들면서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2% 넘게 급락했다.

이번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여당인 보수당은 하원 650석 중 과반수에 못 미치는 315석에 불과하다. 게다가 보수당 내에서도 EU와 완전 결별을 원하는 '하드 브렉시트파'가 60~70명에 달해 이들이 찬성표를 던질지도 의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합의안 의회 승인, '노 딜(no deal)' 브렉시트, EU와의 재협상, 브렉시트 여부를 다시 묻는 '제2의 국민투표' 등 4가지 갈림길 앞에서 어디로 갈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파를 이끄는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이날 총리 불신임 서한을 당에 제출하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보수당 의원 48명 이상이 찬성하면 당내 불신임 투표가 열리고, 메이 총리가 과반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총리직과 당대표직을 둘 다 내놓아야 한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격렬한 논쟁을 부르는 이유는 최대 협상 난제였던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해결한 방식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섬 안에서 499㎞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275개의 도로를 통해 매일 3만명과 4만대의 차량이 현재는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오간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는 국경 검문과 세관 검색을 실시해야 하므로 하나의 경제권인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에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영국과 EU는 상당 기간 영국이 EU의 관세 동맹에 그대로 머물기로 합의했다. 지금처럼 영국이 EU와 계속 무(無)관세로 교역하고 EU 회원국에 적용되는 갖가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하드 브렉시트파는 "브렉시트를 원한 민의(民意)를 거스르고 주권 국가로서 독립성을 해친다"며 강력 반발한다. 관세동맹에 머무르는 한 미국, 중국 등 제3국과 자율적인 무역협정을 맺을 수 없으므로 '주권 포기'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제2 국민투표가 점점 힘을 얻을 것"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내다봤다. 아무런 미래 관계 설정 없는 '노 딜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모두 피하고 싶어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EU 지도자들은 "합의안을 수정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이달 초 실시한 영국 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EU 잔류에 찬성해 브렉시트를 원한다(46%)는 응답보다 많았다. EU는 "브렉시트를 포기하고 영국이 EU 복귀 의사를 보이면 기꺼이 수락하겠다(도날트 투스크 EU의회 상임의장)"며 손짓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7/20181117001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