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작가 강인수 장편 영남알프스를 읽고
가을이 오면, 영남알프스 중심부 신불산 왕방재(간월재)는 은빛억새의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이 아름다움 속에는 8.15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가슴 아픈 빨치산의 역사가 서려있다. 필자(1956년생)가 어렸을 적 어른들로부터 수없이 들은 것들을 이야기로 풀어 낸 것이 강인수 장편소설 ”영남알프스“다.
줄거리는 동래정씨 동촌리 종갓집 삼형제는 서로 삶이 엇갈린다. 인혁은 동경유학생으로 좌익으로 빨치산이 된다. 다 같이 잘사는 게 그들의 신념 이였다. 인혁은 빨치산 간부로 활동하다 체포 석방되나 얼마 못 살고 죽는다. 둘째 인현은 인혁이가 빨치산이 되자 면서기를 그만두고 전투경찰이 되지만, 공비토벌 중 전사하고, 막내 인경은 보도연맹 관련 행방불명이 된다.
인혁의 작은집은 산 너머 행촌리다 사촌형제는 셋이다. 첫째 인국은 경찰이 되었고, 둘째, 딸 분영이는 경찰가족이다 는 이유로 한밤 중 빨치산 습격으로 동생 인주를 감싸다 빨갱이가 휘둘린 개머리판에 맞아 스물 살에 죽고, 그 때 막내 인주 열두 살 이었다. 정인주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부산에서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하였다. 이 소설을 끌고가는 중심인물이며,소설속의 화자다.
또 다른 중심인물은 행촌리 사람들이다. 강영기는 강씨 종손이며, 아들 갑수는 울산농고를 나와 금융조합을 그만두고 인혁을 따라 빨치산이 되었다. 갑수형제로는 여 동생 춘경과 남동생 중수가 있었고, 한동네 삼촌과 사촌 진수가 있었다. 진수는 군에서 한 쪽 팔을 잃고 의사사 제대를 하여 뒤 늦게 가정을 이뤄 대준이를 낳았다. 대준이가 행촌리 종손인 셈이다.
고헌산부대 갑수대장은 보급투쟁에 나서 외딴집 소를 몰고 나왔다. 주인영감이 이 소는 우리 소가 아니고 배내기 소라는 하소연에도 대원들은 저리 비껴하며 영감을 확 밀쳤다. 다음 날 고헌산에서 소를 도살 해체, 분리하고 육포를 떠 나뭇가지와 바위에 말렸다.
갑수는 아영이와 바위굴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영이를 배웅하다. 기약없는 헤어짐이 넘 아쉬워 하얀 눈밭에 누웠다. 살포시 안으니 아영은 온몸을 달달 떨었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 지금이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이왕 죽을 몸, 어떻던 아영이에게 내 애를 베개 해야 한다는 일념 뿐이었다.
경찰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터에서 “이놈이 빨갱이 하길수요 때릴 사람 때려 보시오” 한 남자가 몽둥이로 후려쳤다. 곧 바로 꼬꾸라졌다. 무슨 그렇게 큰 원한이 있소? 우리 아버지가 소 안 빼 앗길라고 버티다 빨갱이에게 맞아 죽었소. 그 후 하길수는 공비소탕 작전에 공로가 인정되어 살려 주었다.
1953년 초 겨울 공비토벌 때 지서에서 강영기에게 아들시체를 확인하라는 출두명령이 떨어졌다. 한 걸음에 달려가서 거적때기를 들쳐보니 갑수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내 아들 갑수가 맞다 고 했다. 그래야 덜 시달릴 것 같았다. 공동묘지에서 한 번 더 확인 해 보았다 갑수가 아니었다. 다음 날 갑수가 죽었다는 소문이 확 돌았다.
정인주 노인은 배냇골에서 양 집안 관련 자손들과의 화해장을 만들었다. 다들 반술이 된 저녁 때, 육십 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낫 선분이 여러 사람 앞에서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다. 내가 “이종수 아들 강대명”이라고 한다. 알고보니 갑수는 신불산 공비소탕 때 대구팔공산으로 도주하여 가명 이종수로 살다 5년전에 돌아가섰다고 했다.
아영은 빨갱이 하길수에게 갑수의 행방을 알아내어 가족상봉을 이뤄냈다. 순간 강진수노인은 내 아들 대준이가 종손인데, “빨갱이 아가 종손이 된 단고” 소리치며 도깨비 같은 갑수아들 이놈! 칼을 들고 한 바탕 소란을 피우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소설 근 현대사의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주제는 “전쟁과 사랑” “용서와 화해”를 위한 먼저 가신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이야기입니다. 2023. 9.19 수필가 강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