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정치권력의 한 연구
로버트 A. 카로(Robert A. Caro)
<권력의 이동: 린드 존슨의 시대(The Passage of Power: The Years of Lyndon Johnson)>(2012)
로버트 카로는 사실 전기를 쓰는 데는 관심이 없고 “정치권력에 대한 연구서”를 쓰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카로의 기념할 만한 첫 책인 <실세: 로버트 모지스와 뉴욕의 몰락(The Power Broker: Robert Moses and Fall of New York)>뿐 아니라 그의 생애 가운데 40년 이상을 들인 기획인 36대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 전기의 경우에도 그랬다(린든 존슨의 방대한 전기는 지금까지 미완성 상태이다).
2019년 현재 카로는 막대한 피해를 낳은 린든 존슨의 베트남전 처리 방식을 다룬 5권을 집필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것이 이 전기의 마지막 권이다(2022년 현재 5권은 아직도 출간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4권인 <권력의 이동>은 전기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타고난 감각, 눈앞세서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능력, 사건을 시대의 맥락 속에 위치 짓는 재능 등 카로가 작가로서 가진 모든 역량을 보여준다.
<권력의 이동>은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해 부통령이던 존슨이 백악관에 들어오면서부터 시작한다. 이는 미국 역사상 매우 극적이고 중요한 순간으로, 존슨이 백악관에 들어오자마자 맞닥뜨린 엄청난 난관을 카로는 심층적으로 전한다.
존슨은 우선 혼란스럽고 슬퍼하는 국민에게 신뢰감을 불어넣어주어야 했고, 코바 미사일 위기로 위험하리만치 뜨거워진 냉전의 한복판에 있는 셰계에 연속감을 주어야 했다고 카로는 말한다. 그러러면 케네디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설득해 계속 남아서 자기 뒤로 결집하게 해야 했다. 게다가 자신을 의심하는 많은 사람들과 싸워야 했다. 여기에는 인권에 대한 그의 의지에 의문을 가진 진보주의자들과 그의 ‘위대한 사회’계획(루스 벨트의 뉴딜 정책과 같은 존슨의 국내 정책으로, 주된 목표는 가난과 인종차별을 없애는 것이었다)을 막으려는 남부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존슨은 자신이 어떤 전술전략을 쓸 수 있는지 알았고, 의회의 실세들과 인맥이 있었으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협박하고 회유하고 정치적으로 흥정하려는 맹렬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가 “의회의 저항”과 한 세기 동안 “사회 정의를 방해”하던 “남부 세력”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자질 덕분이었다고 카로는 말한다.
존슨이 어떻게 케네디의 죽음이라는 위기와 자신의 정치 감각을 이용해서, 전임자의 중단된 감세 법안과 인권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혁신적인 빈곤과의 전쟁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는지 카로는 상세히 알려준다. 또 그의 불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강자에게 영합하고 약자를 지배하려는 욕구 등 그동안 존슨의 성격에 대해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정치와 정책 수립에서 성격이 하는 역할을 살핀다.
존슨은 셰익스피어의 극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원대한 야심과 중대한 결함을 가진 인물이면서 좀 더 종잡을 수 없는 인물로 드러난다. 가난에 쪼들리고 정직하지 못하며, 뛰어나면서 잔인하고, 상스러우면서 이상주의자이며, 자랑하기 좋아하고, 자기연민에 빠져 있으며, 언젠가 연방대법원 대법관인 에이브 포타스가 “그 사람은 분비샘이 더 많다”라고 말할 정도의 엄청난 정력을 타고났다. 존슨은 또 거대한 자아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순수한 동정심(이는 그의 어린 시절로 인해 생겨났다)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케네디가 암살당한 후 몇 주 몇 달 동안 자신의 약점과 비열한 본능을, 카로의 말로 하자면, 오랫동안은 아니지만 “충분히 긴 기간 동안” 이겨내고 행동해 “재능의 승리만이 아니라 의지의 승리”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