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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 없는 소 / 경허 선사
문득 콧구멍 없는 소라는 말에 삼천대천세계가 내 집인 것을 알았다 유월 연암산 아랫 길에 일 없는 야인이 태평가를 부른다 <悟道頌>
忽悶人語 無鼻孔 頓覺三千 是我家 六月燕岩 山下路 野人無事 太平歌
* 근대의 최고 선지식 경허鏡虛 성우惺牛 선사는 어느날 문을 걸어 잠 그고 목숨을 건 용맹정진 중이었다. 이때 문 밖에서 소를 몰고가는 농 부가 한 마디 했다. "스님입네 하면서 시주밥만 얻어 먹고 무위도식하는 놈들은 죽어서 소 로 태어날거야. 얻어 먹은 걸 갚으려면 소라도 되어 일이나 해야지 . ."
경허선사는 평소에 그 문제가 늘 마음에 걸렸던 터였으므로 농부의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청렁내려 앉았다. 농부는 또 "에이구, 소가 되는 거야 할수 없는 일이지만, 제발 소가 되더라도 콧 구멍 없는 소가(無鼻孔牛) 되었으면 좋으련만 , , ," 하고 지나갔다.
농부의 내퍁는 말에 경허선사는 깜깜하던 세계가 순식간에 태양처럼 밝아졌다. 너무 기뻐서 밖으로 뛰쳐나가니 6월의 작열하는 태양아래 펼처진 연암산 들녘에는 농부도 소도 없고 텅빈 공간에 흰 구름만 유 유히 흘러 갈 뿐이었다. 온갖 고통을 참고 구도에 정진한 선사는 시주밥 얻어 먹은 댓가를 치르는 순간이었다. 경허 선사의 오도송이다.
시 감상 - 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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