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이창동, 드라마, 139분, 2010년
이창동 영화를 보면서 영상이 아름답다는 인상은 통 받지 못한다. 그의 영상은 시적이지도 않고 명상적이지도 않다. 영화 <밀양>과 <시>에서는 몇 순간 사색적 영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확실히 그는 이미지나 시적 영상의 매력이 없는 감독이다. 그런 점에서 특이하다고 할 수도 있다. 대신 그의 영화는 서사적 힘이 있다. 서사적 힘이 있는데 초기 <초록물고기>나 <박하사탕>같은 남성문화가 주류가 된 서사적 힘이 아니라, 억눌리고 바둥거리며 사는 한국사람들의 삶을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다룬 후기작들의 원숙해 보인다. 특히 그는 개성적 인물과 애피소드 구사가 뛰어난 것 같다. 이 영화는 주인공 할머니는 시를 쓰면서 동시에 치매를 앓기 시작한다. 손자와 친구들의 집단 성폭생으로 자살한 여고생과 죽음 혹은 이별을 매개로 시 안에서 하나로 연결된다. 결국 그녀는 손자 대신 소녀를 가슴에 앉히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아픔과 슬픔을 시로 빚어낸다. 이창동의 영화엔 항상 응어리가 나타난다. 한국영화에 나타나는 한이라는 정서는 과거엔 역사적 상처-일제시대나 개발독재 등-에서 찾았지만 이제는 폭력적 근대의 연장인 현대의 구조적 억압에 기인하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며 나는 공공성과 사적 영역에 대해 생각했다. 아이들의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사적으로 취급되고 공공에서는 덮여지는 또하나의 억압과 무시가 너무도 당연하게 처리되는 점에서 또 그런 공공의 카르텔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피해자가족의 입장은 억압적이고 부정적인 공공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사적 진실은 가해자의 아버지 집단에 끼인 오직 한 여자인 할머니의 마음 안에서 사적으로 해소된다. 비록 그것이 시라는 사적 영역이 공공의 영역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사라져가는 시로서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픔과 사랑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당돌하며 아름다운 영화다.
= 시놉시스 =
세상을 향한 그녀의 작은 외침이 시작된다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미자는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레 인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야네스의 노래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이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은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오는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 낮의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