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 온지 넉달이 지나갔네요. 그동안.. 집 구하고 뭐하고 뭐하면서..그렇게 지나갔습니다.
호주에 오면.. 매 주말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여기저기 돌아다니자고 마눌님에게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어딜 돌아다녀 보지도 못했네요. 몇 번 기차를 타고 시티에 가기는 했습니다. 근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갈 수 있는 곳이나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더군요.
라이센스도 있겠다, 그럭저럭 굴러가는 차도 있겠다.. 오늘이 딱 좋을 것 같아 마눌님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걍 드라이브 겸 해서 비치 함 보고 오자고..
목적지는 Bondi Beach와 Watsons Bay.. 마눌님이 호주의 작렬하는 태양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지라.. 본다이는 그냥 거쳐서 가고, Watsons Bay쪽에 가서 좀 쉬다 오기로 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길을 잘 모른다는 겁니다. 지도책을 보고 머릿속으로 몇 번 입력을 했지만.. 아무래도 좀 찜찜하더군요. 그래서 마눌님께 인간 navigation을 부탁했습니다...
집을 출발해 무사히 본다이까지는 도착을 했습니다. 사람 많고, 차도 많고, 주차장도 북적대고.. 처음 생각했던 대로 그냥 눈으로만 살짝 보고는 Watsons Bay로 갔습니다. 원래가 유명한 관광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사람들에게는 필수 코스인 것 같은 곳입니다. 몇 대의 관광버스가 길가에 세워져 있고, 눈에 익은 옷차림의 한국분들이 사진 찍으시느라 분주하더군요.
잠시 쉬던 중.. 마눌님이 영 불편해합니다. 그냥 편안하게 차를 타고 왔어야 했는데, 제가 초행길이고 운전도 서툰지라 나름 지도책도 보고 하면서 무척이나 긴장을 했었나 봅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보여 다시 집으로 오는데.. 오는 길이 문제였습니다. 그나마 눈에 익었던, 왔던 길로 되돌아갔어야 했는데..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아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나 봅니다. 다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듯 싶고.. 그냥 시드니 타워만 보면서 시티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터널에 들어갈 뻔하다가 입구 바로 전에 옆길로 새기도 하고, 하이드파크에서 집 쪽으로 가는 도로를 찾지 못해 버스레인을 침범해가면서 하이드파크를 두 바퀴나 돌았습니다.
집 근처 눈에 익은 도로에 접어드니 그때야 마눌님이 안심이 되는지 좌석 뒤로 기대더군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눌님 시체놀이 시작합니다. 운전한 저보다도 더 피곤했나 봅니다.
마눌님 집에 들어서기전에 제게 한마디 던지더군요.
"우리 담부터는 멀리가지 말고, 그냥 바로 옆 공원에 도시락 싸서 가자~"
당분간 기름값은 안 들겠습니다. 좋아해야 하는건지.. ㅡㅡ;
* 오늘 제 왼손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차선 바꿀때마다, 것도 좀 급하게 바꾸느라 뒷 차에 미안해서 계속 손을 흔들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빵은 한번밖에 안 먹었습니다.^^
첫댓글 수고 많이 하셨네요. 다음에 가실땐 웃으면서 가실겝니다.
그 다음이 언제가 될런지..ㅋㅋ 마눌님은 당분간은 요 근방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몇개월 갑니다. 운전 제대로 하려면.......그래도 자주 해야 합니다. 먹고 살아가야하는 연습을 해야 하니까..
한번에 먼곳으로 가려 하지말고.. 조금씩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쪽을 택해야겠습니다.^^
일단 큰도로를 익혀야 합니다. 집 가까운 곳이니 2,3번 부터 시작해서 4번 5번 7번등으로..큰 길만 눈에 익혀 놓으면 많이 당황하게 되지 않습니다.
이름난 유명지 가는 것 보다 찾아다니는 여행도 괜찮지요. 운전 솜씨는 조금 지나면 좋아질 것입니다. 같은 지역이라도 먼 곳이나 외곽 지역은 지도책에서 찾는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요. w3.whereis.com.au 를 이용하시면, 출발점에서 도착지점까지 자세한 길을 알려줍니다. 다음에 외곽 지역에 가실때 프린트해서 이용하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도 물론 들어가서 답습했지요. 일부러 위성사진 모드로 변환해서 눈에 익힌다고 했는데.. 운전할때 보이는 거리 풍경은 "위"에서가 아니라 "앞"이나 "옆"이다 보니 역시나 새로웠습니다.^^
저는 한국과 같이 일년에 삼만키로가 넘었습니다. 시드니만 돌아 댕기는데..
혹시 야간에 알바하시는건 아니지요 일년에 만이면 꽤다니신건데.
머릿속으로 제 자신이 그 상황이 되었다고 상상해보니 콧등에 땀이 좀 맺히네요.
정작 저 상황에서는 몰랐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뒷목이 뻣뻣합니다. 나름 긴장상태를 계속 유지했었나 봅니다.
빵한번??? 한참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저도 호주초보운전이라... 급격한 차선변경 급회전.. 등등 뒷차에게 민폐를 엄청나게... ㅎㅎ 차살때 선물로 받은 네비게이션 있는데 .. 이게 아무대서나 유턴을 하라고 졸라대서 .. 쩝.. ㅎㅎ 혹시 아무대서나 유턴이 되는게 맞는건지 아시는분 계실까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이몬님..
관련 법규상으로는 유턴 금지 표시가 없는 곳은 어떤 곳이든 유턴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유턴을 할 수 없도록 콘크리트로 차선을 구분하여 놓은 곳도 불가능하겠죠. 그런데 현지인은 길을 잃지 않아서 인지 유턴하는 차를 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혹 몰라서 폴리스 없는 곳에서만 유턴합니다. 대부분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옵니다.
부인이 성격이 되게 좋으시네요. 저같으면 버럭!합니다. ㅎㅎㅎ
ㅋㅋ.. 여러번 버럭했습니다. 저는 벌컥했고요.. 카페에 올리는 글이라 좀 미화시켰습니다. 어제 오후 시드니에 내린 비와 오늘의 썰렁한 날씨는 마눌님과 저의 한랭전선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네요..^^
시드니사람들은 모두 마눌님이군요..메번은 마누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