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당신들을 만났습니다.
친구야! 나에게 기댈래?
내 작은 어깨도 괜찮으면 언제든지 내어 줄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될 테니까
- 해밀 조미하 -
친구란 그런 것 인가보다. 조건이 없다. 계산이 없다. 함께 하는 시간 동안 그냥 웃고 떠들고 또 웃고......
.
2년 전에 분기별로 만나는 여고 모임을 매번 만나는 식당이 아닌 특별한 장소로 정했다. 공주 신원사 근처에 비어있는 친구의 옛집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친구의 남편은 우리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일주일 전부터 대청소를 했단다. 쓸고 닦고 또 쓸고 닦고, 마당에 수북한 잡초들까지 아픈 허리를 잡고 앉아 싹 뽑아 내었다하니 고맙웠다 집안이 깔끔하니 좋았다.
친구 남편은 동네 토박이며 게다가 농협에 근무를 하니 삼겹살도 최상급으로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는 가물어서 구하기가 힘이 들고 귀하다는 까만 능이버섯도 한바구니 찬조해 주었다. 손님맞이를 제대로 해주고 제대로 대접을 받은 우리는 복 터진 날이다.
열두 명의 우리 친구들은 행복한 마음과 맛있게 먹을 입과 텅 비워낸 배만 가지고 가랑비가 촉촉이 내리는 공주 옛집에서 만났다. 주인장이 음식 솜씨가 워낙 좋아 김치며 장아찌며 겉절이에 텃밭에서 방금 공수한 깻잎, 상추, 케일, 치커리 등등이 한상 가득 채워져 있었다. 우리는 그 상차림을 보며 “와! 아~~”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다. 눈이 휘둥그레졌고 입속에는 침이 고일 정도였다. 누추하고 좁은 집이지만 맘껏 즐기고 먹고 가라는 친구의 인사말에
“울 친구 최고! 남편 최고! 두부부의 금술 좋고 행복하기를 위하여~”
하며 건배를 했다.
앞뒤의 문을 활짝 열고 뜰 마당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본격적으로 삼겹살을 불판에 지글지글 구웠다. 잘 익은 삼겹살 한 점과 그 옆에 구운 노릇한 능이버섯을 함께 싸서 크게 한입 넣으니 쫄깃쫄깃하고 향긋함에 입에서 살살 녹는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친구들은 수다를 떨었다. 옛 고교 시절 이야기와 농담이 웃음과 섞여서 집안 가득 울린다. 앞집, 뒷집 눈치 보며 신경 쓸 필요 없이 웃고 떠들고 또 웃었다. 어느 순간에 친구들이 주류 팀과 비주류 팀으로 나누어졌다. 소주잔을 부딪치는 친구들은 안주를 칭찬하고, 음료수 잔을 부딪치는 비주류 친구들은 반찬을 칭찬한다.
오늘 이 모임에서 서로의 먹을거리의 취향이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듯이 5년 동안 이런 일 저런 일과 애사도 있었고 경사들도 많았다. 그런 여러 가지 일들이 있을 때마다 서로 격려해주고 다가가고 응원해주고 축하해주고 하며 더 우정이 단단해졌다. 우리는 나이가 더 익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계속 도움을 주고받고 나누며 살기로 매번 다짐들을 한다. 오늘도 그 마음을 모아 대표로 한마디를 했다.
“오늘처럼 내일도 모래도 서로 위하고 우정을 나누며 잘 살아 봅시다.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
삼겹살 파티의 하아라이트는 볶음밥이다. 총무인 원옥이가 손을 들고 자신 있게 나선다. 이것, 저것, 그것들을 다 고추장 한 숟갈 넣고 황금 비율로 섞어서 먹음직스럽게 만들고 하트 모양까지 완성시켰다. 한 숟갈씩 먹으면서 모두가 엄지를 척 올리며 어깨춤을 춘다. 너무 맛이 있어서.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또 마무리하며 정리와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마쳤다.
식사 후 2차는 커피 타임이다. 마침 근처에 마당에 잔디가 푸르게 깔린 한옥 카페가 있어서 그곳에서 달달한 커피를 한잔씩 마셨다. 커다란 통창 앞이 사진이 멋지게 나온다는 사장님 말에 모두가 예쁜 찻잔을 각자의 포즈로 예쁘게 들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 얼굴들은 10대 소녀 시절의 순수한 그때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멀리서 와 줘서 고맙다며 공주 댁이 깜짝 선물로 직접 만든 청국장을 한 개씩 선물로 안겨준다,
우리는 친구의 정까지 받아들고 서로 서로의 손을 잡고 안아주며 이별을 했다. 2년 후 다시 옛집에서 다른 행복과 추억을 만들자는 약속을 하며 우정과 추억을 가지고 친구들은 집으로 향했다.
나는 오늘 다시 옛집에 추억과 행복을 충전하러 공주로 가고 있다. 친구 남편이 새로 만들었다는 들마루도 기다리고 있고 여고 친구들도 기다리고 있는 공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