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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인천시 속기9급 시험에 합격한 유OO입니다.
서류제출하고 돌아오는 길인데도 아직도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를 않습니다. 저는 동굴 같은 막연한 수험시간을 견딜 때 합격자분들의 수기를 읽고 용기를 얻었고, 특히 속기 같은 경우에는 워낙 소수라 어디에 조언을 받아할지 막막하다고 느꼈었기 때문에 부족하나마 제가 공부했던 방법, 마음가짐 등을 수기로 남겨볼까 합니다.
속기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이미 1급 2급 3급 자격증을 보유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대학 졸업 후 회사를 다니면서 속기 자격증을 준비했었고 자격증 취득하는데 1년이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 속기쪽으로 일을 조금 했었고 작년에 인천시 속기 공고가 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016년 1월 말에 집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노량진으로 독서실을 잡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오랜만에 하는 공부라 집 근처에서는 나태해질 것 같아서 처음부터 노량진에 들어갔습니다.
노량진 생활은 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새벽 6시 10분에 집을 나서서 밤 11시에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계속 했습니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짧았던 터라 2016년 시험에서는 커트라인으로 필기합격을 하게 됐고 결국 면접탈락이라는 결과를 받게 됐습니다. 이때는 커트라인의 개념도 모르고 몇 배수를 뽑는다는 개념조차 몰랐던 때라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충격으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노량진으로 들어갔고 이때는 나름대로 탈락한 이유들을 되새겨봤습니다.
첫 번째는 '이정도면 됐어'라는 안일한 생각입니다. 속기직 같은 경우에는 겉으로 보이는 필기커트라인이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통 한 명을 뽑는 곳이 많기 때문에 1등을 해야 하는데 1등의 점수는 당사자 외에는 알 길이 없습니다. 처음 도전했을 때 저는 '아 이 정도면 됐어. 한자는 버리지 뭐. 단어 이건 안 외워도 될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공부를 했었습니다. 이 시간을 후에 얼마나 뼈저리게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그랬기 때문에 두 번째로 노량진에 들어갔을 때는 일반 행정직에 지원하더라도 합격할 만큼 꼼꼼하게 공부하겠다고 결심했고 감사하게도 일행 필기합격이 가능한 점수로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준비하시는 분들 또는 이미 준비하고 계신 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서 정말 꼼꼼히 보셔야 하고 문제도 많이 풀어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실하게 공부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는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의 차이를 몰랐다는 것입니다. 필수과목에 해당하는 국어 영어 국사는 다른 선택과목에 비해서 시간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과목입니다. 하지만 국어 영어는 투자대비 점수가 빨리 올라가지 않는 과목이기 때문에 공부하다 지치거나 포기하고 싶은 영역이 생기는데 저 같은 경우에 국어는 한자, 영어는 문법을 가볍게 여겼었습니다. 반드시 명심하셔야할 건 고득점 하시려면 필수 3과목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점수가 높다고 결과가 좋은 게 아닌 만큼 필수 3과목은 모든 영역을 다 가져가시려고 노력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공부했는지에 대해서 과목별로 한번 써보겠습니다.
1. 국어: 고혜원
저는 박문각 프리패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모든 온라인 강의는 박문각에서 들었습니다. 주관적인 선택기준이 있었다기보다는 일타 강사를 따라가자는 마음이 있어서 기본서부터 동형까지 같은 강사님의 커리큘럼을 따라갔습니다. 국어 같은 경우에는 현장강의로 아침특강을 들었는데 매달 문법 한자 어휘 이런 식으로 주제가 바뀌고 토요일에 복습이 들어가는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제가 부족한 부분들을 찾아서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매일 아침 한 시간 반 정도 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성실하게 출석하기만 해도 그 주에 상당한 양을 복습할 수 있었었습니다.
처음에는 국어를 만만하게 봤었는데 하면 할수록 국어의 방대한 양에 놀라고 처음 들어보는 어휘, 어휘 양만큼 많은 양의 한자 그리고 잘못 사용하고 있던 문법들을 고쳐나가는 시간들이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걸 잡기 위해서는 결국은 기본서를 정독하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기본서 1회독-> 기본서 1회독 + 기출 문제풀이 3회독->기본서 1회독 + 동형 모의고사 이런 식으로 갔었습니다. 하루 세 시간을 국어에 사용했고 어휘나 한자는 오가는 전철과 점심 도시락을 먹으면서 봤습니다.
2. 영어: 이충권
독해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영어 독해할 때 하나하나 우리나라 말과 대칭시켜 읽는 법을 알려주신다고 하야할까요? 말로는 설명이 어려운데 독해 정말 자세하게 해주십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중에 독해 구조가 보이게 되고 그 이후에는 읽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특히 새로운 문제 푸는 것보다 풀던 문제를 계속 반복해서 보라고 하셨는데 문장구조 잡는데 효과적인 것 같았습니다. 단어집은 이동기 보카 3000을 따로 봤습니다.
3. 국사: 선우빈
국사는 요약강의로 갔다가 기본서로 돌아온 케이스입니다. 처음 시험 준비할 때는 시험까지 시간이 5개월밖에 없어서 국사는 요약강의로 듣고 문제 풀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간추린 선우한국사를 들으면서 기출문제 강의를 들었는데, 이렇게 해도 어느 정도는 나오지만 국사 같은 경우에는 고득점 하시는 분들이 많고 필수 과목 중 그래도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에 기초부터 탄탄하게 밟아 가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거꾸로 돌아와 기본강의 듣다보니 놓친 부분이 정말 많았습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지만 국사는 특히 '단권화'하는데 힘썼습니다. 외울 연도도 많고 디테일한 순서 문제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여러 책을 보면 오히려 더 헷갈렸습니다. 그래서 틀린 문제나 기본서 구석에 있는 내용들은 《한국사 연결고리》에 전부 적었습니다.
4. 행정법: 박준철
저는 전공이 법학입니다. 그래서 선택과목도 망설이지 않고 행정법을 선택했었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수험을 위해서 배우는 내용은 달랐습니다. 그래도 제일 안정적으로 공부했던 과목이었는데 강사님 강의는 수업시간에 반복을 많이 해주시고 교재 자체도 혼자서 복습할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하는지 가이드가 잘 돼있기 때문에 기본강의를 잘 따라가신다면 다른 과목에 비해서는 수월하게 점수를 올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법과목에서 중요한 건 조문과 판례인데 조문은 계속 반복해서 읽었고 판례 같은 경우에는 키워드를 기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비슷해 보이고 헷갈리는 판례들이 많고 특히 시험 직전 최신판례특강은 꼭 듣고 가셔야 하기 때문에 하나를 공부하더라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정리하셔야지 나중에 시험을 앞두고 많은 양의 판례에 치이지 않을 것입니다.
5. 행정학: 신용한
저는 처음에는 행정학이 어떤 과목인지를 잘 몰랐습니다. 수많은 이론과 낯선 용어, 넓은 범위로 인해 초반에 공부할 때 가장 힘든 과목이 행정학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강의를 들으면 이해는 잘 되는데 휘발성이 너무 빨라 회독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을 했던 과목입니다. 유일하게 기본강의만 세 번 돌린 과목입니다. 기본 강의에 기출 문제를 같이 푸는 시간이 있는데 처음 풀 때는 연필로 푸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세 번 정도 같은 기출문제집을 풀고 나서야 문제 패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을 정도로 저에게는 낯선 과목이었습니다. 그래도 초반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인지 나중에는 가장 시간을 적게 들여 공부했고 안정적으로 점수 유지를 할 수 있었습니다.
6. 면접:
저는 앞선 인연으로 필기합격 이후 채한태 교수님께 면접코칭을 받았는데 작년 면접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엇을 잘못 준비했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모의 면접을 했을 때 작년에 대답했던 대로 답변을 했었는데 같은 조원들은 좋은 점수를 준 반면 교수님께서는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속기로 프리랜서 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일했던 분야가 다양한 편인데 어떤 경력을 더 살려서 말해야 할지에 대해 들었고 총 4번의 수업 시간 동안 공무원으로서 알아야 할 사회 이슈를 통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하는지에 대해 같이 이야기도 나눠봤습니다. 이 시간이 후에 집단면접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속했던 팀은 저 포함해서 총 6분이셨는데 지원하는 직렬과 지역이 다양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도 들어보고 각각 면접 방식이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모의면접을 실시했었습니다. 이 과정들을 통해 느꼈던 점은 어떤 형태의 면접이든 '왜 이런 질문을 받을까?'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정확히 답변하는 것 역시 연습이 돼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은 4번이지만 개인메일을 통해서 계속 개별면접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저 스스로도 공직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진지하게 성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7. 총정리:
저는 하루에 5과목을 공부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같이 공부하시는 분들을 보면 하루에 2과목 내지 3과목을 잡으시고 일주일 계획을 짜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저는 한 과목당 3시간을 넘어가면 집중력이 낮아졌기 때문에 국어 영어는 각각 3시간 나머지 과목들은 2시간씩을 잡고 공부를 했습니다. 온라인 강의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배속을 빠르게 해서 강의 듣는 시간을 줄였고 매일 에이포를 접은 조그마한 페이퍼를 만들어 그날 공부한 것들의 키워드를 적어 집에 가는 길에 봤습니다. 공부해야 할 양이 많아 하루를 마무리할 때 그날 한 것들을 복습하지 않고 넘겨버리면 나중에 해야 할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게 감당이 안 됐기 때문에 그날그날 복습을 열심히 했습니다.
또 하나 도움이 됐던 방법은 '단권화'입니다. 국사, 행정법, 행정학은 요약집을 사서 그 요약집에 기본서에 있는 내용과 틀린 문제 등을 모두 적었습니다. 요약집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쓰면서 복습한다는 생각과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책이라는 마음으로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만들었고 실제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국어와 영어 같은 경우에는 오답노트를 만들었는데 처음부터 만들었던 건 아니고 동형모의고사를 시작하고 나서 만들었습니다. 오리고 붙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틀린 문제를 따로 골라내지는 않고 모의고사 용지 자체를 단면 프린트로 해서 스프링 노트에 붙이는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보기 4문제에 해당하는 부분을 기본서에서 찾아보고 내용을 첨가하는 식으로 해서 만들었습니다.
저는 결혼한 30대입니다. 총 공부 기간은 1년 반 정도인데 처음 노량진으로 향했을 때 결혼한 지 딱 두 달 되던 시점이어서 신혼 생활과 수험 생활을 같이 하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독서실 책상에 앉아 전공서적보다도 더 두꺼운 기본서들을 읽고 있을 때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20살 때보다 공부하는 게 쉽지 않구나.' 라는 불안한 마음과 도통 오르지 않는 모의고사 점수를 보면서 참 많이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혼자서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채한태 교수님을 찾아갔었고 그때 수험생활 처음으로 긍정적인 말과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아마 혼자서 공부하고 계시는 수험생분들은 매일매일 자신과 싸우실 거고 그 과정에서 걱정과 불안이 계속 커지는 일을 겪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 슬럼프가 왔을 때 기회가 된다면 합격생분들 또는 긍정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분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신다면 성과는 반드시 나타난다는 믿음을 버리지 마십시오. 또한 컨디션 관리도 시험입니다. 일주일 전에는 무리하지 마시고 여태까지 해왔던 것들 위주로 쭉 훑어보십시오. 이때는 어떤 문제집을 봐도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다른 수험생분들 역시 뭘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고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더 이상의 문제는 풀지 않았고 그동안 만든 단권 요약집과 오답노트만 봤습니다.
필기 합격하셨다면 최선을 다해서 면접도 준비하십시오. 성적이 제일 중요하기는 하지만 면접 역시 시험입니다. 아마 면접을 보고 나오시면 기다리시는 동안 면접 때 부족했던 부분만 자꾸 생각날 것이고 심지어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 걱정이 되실 것입니다. 지자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인천 속기는 3배수 필기합격이었기 때문에 저 역시 필기합격 발표보다 면접 후 최종합격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힘들었고 그랬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가 없었습니다.
수험생활은 '누가 더 머리가 좋은가'보다는 '누가 더 성실한가, 누가 더 잘 견디는가.'인 것 같습니다. 최종합격 발표가 나올 때까지 무엇보다 지치지 마시고 끝까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십시오.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