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는 '국민 음식'이다. 직장인들의 최고 인기 점심 메뉴이자
술자리의 흥을 돋우는 훌륭한 술안주가 바로 김치찌개다
요즘처럼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김치찌개 한 숟가락에 "캬아" 소리와 함께 온 몸이 노곤하게 풀어진다.
잘 끓인 김치찌개 하나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은 게 바로 한국인의 입맛
조리법도 재료도 간단하다. 하지만 어떤 김치를 쓰는가
어떤 부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것이 또 김치찌개다
소문난 김치찌개들, 그 맛의 비결을 살펴봤다.
3년 숙성 묵은 지 김치찌개'란다
3년이라니? 김치찌개로 태어나기 위한 인고의 세월이 참으로 길다. 깊은 독 안에서 3년을 기다린 김치로 만들었다는
찌개가 2000년 초에 등장해 우리의 외식 메뉴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그런데 문득 의문스럽다
과연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은 진짜 '3년 묵은 지 찌개'일까
묵은 김치와 신 김치는 다르다
신 김치는 일반 김치가 푹 익어 시어진 것이다
묵은 지(漬)'라고도 불리는 묵은 김치는 김장 김치가 다 떨어진 뒤에 먹기 위해 따로 담그던 김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김치발효과 김정숙 교수는 묵은 지는 이듬해 여름까지 먹기 위한 짠 맛이 강하고 담백한 김치
전통적인 묵은 지는 만드는 법부터 일반 김치와 다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절인 배추에 소금·고춧가루·소량의 액젓과 무를 갈아 넣는 정도로
사실 별 맛은 없는 김치다"라고 말
묵은 지를 담그는 배추는 속이 덜 차고 푸른 잎이 많은 것을 쓴다
배추를 쉽게 무르게 하는 무채나 김치의 발효를 촉진시키는 각종 양념은 최대한 줄인다
김치를 항아리에 담고 공기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우거지로 덮는다
그 위에 소금을 5cm두께로 뿌린다. 2,3년 후에 먹을 묵은 지라면 소금의 양을 더 늘려야 한다
이렇게 담근 묵은 지를 땅속에 묻어 저장했다.
'3년 숙성 묵은 지 김치찌개'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오모리찌개'와 '오모가리 김치찌개'. '오모리찌개'는
전국에 10개 지점, '오모가리 김치찌개'는 9개 지점이 있다
이들 두 곳은 전통 방식과 다르게 묵은 지를 담는다고 한다. 특이하게 두 브랜드 모두 김칫소를 넣는다.
파·양파·마늘·생강 외에 3~4가지 젓갈이 들어가고, 특별 양념도 들어간다고 한다
음식점들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김칫소를 넣어 묵은 지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냉장 저장고의
발달로 그와 같은 묵은 지 만들기도 가능할 것이다"라며
그러나 냉장 저장고에 저장하더라도 2년이 지나면 김치가 물러져 아삭한 맛이 없어지고 색이 죽더라"고 말한다.
보통 2년 묵은 지까지 먹는다. 2년이 지나면 유산균의 수가 급격히 준다
특히 '폴리 갈락트유로네이즈'등의 분해 효소에 의해 김치 조직이 무너진다"고 설명
3년 묵은 지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수 없는 것은 우선 묵은 지의 제조 방식과 재료가 제각각인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온도 조절을 잘해주어도 3년을 저장하면 김치의 조직감이 현저히 떨어지고
고추의 색감도 변하게 마련"이라고 덧붙인다.
'2009 광주김치문화축제 전라도 묵은 지
황석어젓국과 갈은 파와 양파·매실원액을 넣어 묵은 지를 담는다. 3개의 대형 냉장 저장고를 두고 묵은 지를
직접 만들고 있다. 10평짜리에는 1년 미만의 묵은 지를, 7평짜리에는 1년에서 2년 된 것을 보관한다
2년이 넘은 것은 4평짜리에 옮겨 3년 묵은 지를 만든다.
류 씨는 "각 저장고의 온도는 각각 영하2℃~영하0.5℃, 영하2℃~0℃, 영하2.5℃로 유지한다"며
2년이 지나면 아무래도 색감이나 질감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비용이 문제다
류 씨의 경우 1년에 한 번 담그는 묵은 지는 2만 포기(40~60톤). 재료값으로 약 5000만원이 든다.
그리고 3개의 저장고 유지비로 매년 약 500만원이 나간다.
'3년 숙성 묵은 지 김치찌개'를 대표하는 '오모리찌개'와 '오모가리 김치찌개'. 두 프랜차이즈 브랜드
모두 김치찌개 1인분의 가격은 5500원이다.
그중 한 곳은 2000여 평의 묵은 지 전용 저장고에서 숙성한다고 했다.
다른 곳은 매년 1000톤 이상의 묵은 지를 생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곳 모두 가벼운 전화 취재는 응했으나 저장고 공개와 김치 제작 과정 등 구체적인 취재는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