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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PROLOGUE
Fade In
사막 풍경이 나타난다.
카메라 천천히 뒤로 빠지면
사막풍경이 액자 속 사진임이 드러난다.
이 앞으로 한 줄기의 기포가 스치고,
카메라 점점 뒤로 물러남에 따라
담뱃갑, 헤드폰, 찢겨진 사진 등이 떠다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때 서서히 나타나는 메인 타이틀. 유령
열대어들이 사막액자 앞을 떼지어 헤엄쳐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하얀속이 보이고...파란 유니폼의 시체가 화면을 채우면
가라앉은 저음의
남자 목소리 들려온다.
찬석(소리) 항해 4일 째. 나는 거대한 모래 위에 떠있다...
그리고... 나는 점점 모래가 되어간다.
침몰하는 선체가 천둥처럼 휘어지는 소리 들리며
모든 풍경이 기울어진다.
심연으로 사라져 가는 거대한 잠수함의 비명소리.
Fade Out
# 1-A 장보고 함내
화면 서서히 밝아지면
두 손으로 권총을 쥐고
한 곳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남자의 손은 떨리고 있고
붉어진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 또렷하다.
그 위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
판사 (소리) 피고 이. 찬. 석.
# 1-A. 장보고 함내
카메라 떨리는 팔을 따라 틸트-업 하면
혈관이 터질 듯 붉어져 나온 찬석의 얼굴이 보인다.
# 1-B. 군법재판소
판사 ...해군 잠수함전단 제 3전대 소령.
피고는 지난 199년 12월 8일 15시 10분 경
찬석 함장님. 물러서십시오.
찬석의 권총이 조준된 방향에 금테 안경을 낀 함장의 모습이 보인다.
꽤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함장의 얼굴은 잔득 겁에 질린 표정이다.
함장의 왼손에 권총이 들려져 있고
총구 앞엔 몇몇의 장교와 병사들이 머리에 손을 얹은 채
꼼짝 못하고 엎드려 있다.
함장의 오른손은 어뢰 발사 버튼 위에서 떨리고 있다.
함장 놈들이... 날 죽이러 오고 있어.
함장의 손이 금방이라도 발사 버튼을 누를 듯 불안하다.
# 1-B. 군법재판소
판사 ...제 14차 한미 합동훈련 도중
상관인 함장 이태준을 잠수함 장보고 사령실에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 1-A. 장보고 함내
넋이 나간 듯한 함장의 얼굴엔 비오 듯 땀이 흐르고 있다.
함장 (공포에 찬 울먹임으로) 난 죽기 싫어!
아직 준비가 안됐단 말야!
함장이 어뢰 발사 버튼을 누르려 한다.
찬석이 한 발 다가서며 총을 쥔 손에 힘을 준다.
찬석 제발 물러서십시오.
아무도 함장님을 해치지 않습니다.
이건 단지 훈련상황일 뿐입니다.
지금 다가오는 건 아군 잠수함입니다.
함장의 총구 앞의 장교들이 어쩔줄 모르고 두 사람의 눈치만 보고 있다.
# 1-B. 군법재판소
판사 (소리) 모든 정황과 증언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번 비극적 사건은 함장 이태준의 판단
착오와 이상행동에 기인한 바 크다고 사료된다.
# 1-A. 장보고 함내
일정치 않은 시선으로 떨리고 있는 함장의 얼굴이 보인다.
함장 그 놈들이 보낸거야.
날 죽일려고...
(찬석을 보며) 다 알아.
그 놈들이 널 보낸 거.
다 안단 말야!!
판사 ...하지만 피고가 사태 진압 과정에서 해군의 규정을 무시하고
상관인 함장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 1-A. 장보고 함내
총을 쥔 찬석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방아쇠가 조금씩 당겨진다.
찬석 지금 당장 손을 떼지 않으면 발사하겠습니다!
판사(소리) ...대한민국 해군의 기강과 명령 체계에 도전하는 중대한 범죄로서
유죄가 인정되는 바...
함장이 계기판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모니터에 잠수함 한 대가 깜박이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함장 다 알아...
그 놈들이 날 죽이러 오는 거야.
날 죽일 거라구.
그 잠깐 사이 함장이 몸을 구부려 어뢰발사 버튼을 누르려 한다.
찬석 안돼!!
‘탕’ ‘탕’ ‘탕’ ‘탕-’
찬석의 권총이 불을 뿜는다.
판사 이에 본 판사는 군법 제28조 5 항과 (.......)에 의거하여...
# 1-A. 장보고 함내
금테안경 위에 흐르는 선홍색 피...
함장이 바닥에 쓰러져 있고 찬석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모니터 속 아군 잠수함을 향해 달려가는 어뢰 두 발이 깜박이고 있다.
판사 피고 이찬석을......하극상과 상관살해죄로...
잠수함 폭파 모니터 C,U
# 1-A. 장보고 함내
사태를 파악한 찬석이 멍청한 눈빛으로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눈다.
장교 1 부함장님!!
장교중의 한 명이 찬석의 총을 뺐으려 달려들고...
‘탕-’ 총 소리..
# 1-B. 군법재판소
판사 ... 사형에 처할 것을 언도한다.
‘탕, 탕, 탕’ 판사의 나무 망치 소리가 재판장 안에서 과장되게 울린다.
아무 미동이 없는 찬석의 얼굴 C.U.
# 2. 군 교도소 (새벽녁)
아무 미동이 없는 찬석의 얼굴로 부터 카메라 빠지면
어느새 수의를 입고 있는 찬석의 모습이 보인다.
이내 다가오는 발소리와 함께 헌병이 그의 이름을 호명한다.
철창문 여는 소리와 함께 찬석이 화면에서 사라지면,
벽쪽으로 한 장의 흑백사진이 붙어있다.
카메라 사진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면
사진관에서 찍은 듯한 빛바랜 가족사진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버지가 있어야 할 부분이 가위로 잘려져나간 것을 알 수 있다.
잘려진 사진 속에는 군복을 입은 듯한 아버지의 어깨만 어색하게 남겨져 있다.
카메라 서서히 트랙다운 하면 조그만 나무탁자 위로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손목시계가 들어온다.
손목시계는 구형이고 낡은 것이지만
탁자위 스텐드 조명을 받아 세련된 멋을 풍기며 돌아간다.
# 3. 사형장(새벽)
새벽녘의 푸른 하늘.찬석의 시야
찬석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서서히 찬석의 두 눈이 감긴다.
화면 밖에서 총을 겨누고 장전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내 발사 명령과 함께 몇 발의 총성
# 4. 찬석의 환상
정오의 태양이 붉게 황혼으로 변하고 (TIME LAPS 촬영), 어린 찬석이 보인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새털구름 때들.
시간이 경과하는 바닷물.(TIME LAPS촬영)
모든 사물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심장 박동 측정기,
푸른 마스크 사이로 보여지는 반짝이는 눈빛들.
섬뜻하게 피뭇은 수술용 메스.
내리쬐는 강한 빛
# 5. 비밀기지내, 낯선 방
똑- 떨어지는 닝겔방울.
카메라는 B.C.U 으로 닝겔병에서 선을 따라 내려가다 손목에서 멈춘다.
이 찬석이 눈을 뜬다.
어디선가 세찬 빗소리가 들려 올 뿐
모든 것이 어두운 현실감 없는 공간이다.
침대 옆의 스텐드 조명 하나만이 강하게 그를 향해 내려오고 있다.
천정에서 간간히 빗물이 고아놓은 양은대야에 떨어져 묘한 소리를 자아낸다.
이때 떨어지는 빗물사이로 누군가의 손이 들어온다.
물방울이 검지에 맞아 퉌다.
순간 규칙적으로 양은대야에 떨어지던 물방울 소리가 끊어진다.
찬석 시야가 서서히 들어오면
세차게 쏟아지는 파란 빗줄기를 배경으로
제복을 입은 남자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비를 맞았는지 남자의 각진 모자에서는
빗방울이 간격을 두고 떨어지고 있다.
202 며칠째 계속 내리고 있어......
손에 있는 물기를 엄지와 검지로 부비며,
202 비는 말이야.... 사람과 닮은 데가 있어.
이중적이지........
사람에 심리를 안정시키기도 하고......
지금처럼 이상한 흥분을 유발하기도 하지.
제복의 얼굴이 찬석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남자의 실루엣이 엷은 웃음을 띄고 있다.
남자 회복이 빠른 편이군, 다행이야. 곧 출항해야 하니까.
남자가 몸을 돌려 찬석에게 다가온다.
하얀 시트에 반사된 조명 속에서 제복의 남자 모습이 조금씩 드러난다.
매서운 눈매에 차가운 인상의 남자다.
푸른색 제복 위에는 202라는 숫자만 새겨져 있을 뿐
이름도 계급장도 보이지 않는다.
꿈속을 헤매는 듯 멍한 눈빛의 찬석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고 입술은 하얗게 말라있다.
202 믿어지지 않는데. 이런 곱상한 얼굴로 그런 대담한 일을 저지르다니...
202는 주머니에서 스텐레스로 만든 위스키 병을 꺼내
컵에 한잔 따른 후 찬석에게 내민다.
찬석은 조심스럽게 컵을 받아들고 마시기 시작한다.
그는 목이 말랐었는지 냉큼 들이키다가 심하게 기침을 해대고는
마치 독약을 마신 사람처럼 불안한 숨소리를 내지른다.
202는 그 모습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202 좀 독하긴 하지만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는 데는 이만한 게 없지.
202가 손을 뻗어 찬석의 상처를 더듬는다.
그의 관능적인 손길이 공포스럽다.
202 의미 없는 죽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겪어 본 사람들만 알 수 있지. ...안 그래?
하지만 앞으로 자내 인생에 극적인 반전이 있을 걸세.
장담하는데 자네 자신이 매우 자랑스러워질 거야.
202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이찬석의 주민등록증과 가족사진이다.
사진 한 쪽은 검붉은 피가 말라붙어 있다.
멍하기 만하던 찬석의 눈빛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202는 사진과 주민등록증을 컵 속에 구겨 넣고 위스키를 조금 따르더니
피우던 담배를 컵 속에 집어넣는다.
파란 불꽃과 함께 사진이 타 들어가기 시작한다.
202가 다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찬석이 감방에 놓고 온 손목시계다.
찬석은 힘을 다해 손을 뻗어보지만 닿지 않는다.
솟구치듯 닝겔라인을 타고 역류하는 찬석의 피.
202는 시계를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202 이건 잘 안탈 것 같군......
문을 열고 나가는 202.
긴장을 했는지 찬석은 곧 깊은 잠 속으로 쓰러진다.
# 6. 찬석의 꿈
어린찬석의 얼굴은 피가 온통 튀어있다.
피투성이의 얼굴로 복도를 질주하는 어린 찬석.
카메가 천천이 트랙 아웃 하면
세면장 유리에 반사된 어린 찬석이 달려 오고 있다.
이때, 유리를 내려치는 누군가의 손.
세면장 유리가 박살 나며
세면대 앞에 고개를 숙여 서있는 성인 찬석.
방안이다.
휑한 실내-
간간이 들려오는 빗소리.
피가 흐르는 찬석의 손에 타다 만 사진이 쥐여져 있다.
이때 복도 쪽에서 이동침대차와 함께
빠르게 지나가는 기관병들의 소리.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찬석.
철로 만들어진 문에는 밖에서 안을 살펴볼 수 있도록 조그만 창문이 나있다.
찬석은 창 밖을 살펴본 후 문의 손잡이를 돌려본다.
굳게 잠겨 있을 것 같던 문은 ‘찰칵’ 소리를 내며 쉽게 열린다.
# 7. 복도
찬석이 환자복에 맨발로 텅 빈 복도를
불안한 눈빛으로 걷는다.
# 8. 다른 복도
창백한 형광등 불빛의 기다란 복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찬석은 복도의 끝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찬석의 걸음이 점점 빨라져간다.
맞은 편에서 발소리들이 다가온다.
찬석은 재빨리 화장실 안으로 몸을 숨긴다.
문틈으로 하얀 제복의 병사 둘이 침대차를 끌며
복도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침대차 위에는 가슴에 총탄을 맞은 병사가 의식 없이 누워있다.
병사들이 사라지자 찬석은 화장실에서 나와 가던 쪽으로 달려간다.
찬석은 복도 끝에서 밖으로 나가는 출입구처럼 보이는 문을 찾아낸다.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찬석.
# 9. 비밀도크
빠른 동작으로 문을 열고 들어선 찬석은 그 자리에 멈춰 선다.
무언가에 놀랜 듯 찬석의 표정이 굳어있다.
찬석은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간다.
찬석의 굳은 표정을 중심으로
카메라 천천히 회전하면
찬석 앞에 버티고 있는 거대한 잠수함.
천연동굴을 지붕 삼아 무겁게 떠 있는 잠수함 뒤로
해가 떠오르려는 듯 붉게 물든 바다가 보이고
눈부신 역광에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경외로운 존재를 바라보는 듯한 찬석의 눈빛.
그 뒤로 202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202 어떡하지. 이 섬에서 나가는 유일한 수단이 저건데 말야.
소리 나는 곳을 돌아보면 202가 잠수함을 바라보며 서있다.
202 그렇다고 자네가 가려는 곳까지 헤엄치기에는 여긴 너무 먼 것 같은데.
202. 찬석에게 다가온다.
202 핵잠수함이야, “유령”이라고 하네...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 ?
202가 찬석을 지나쳐 잠수함 쪽으로 걸어가 멈춰 선다.
202 내가 처음 이 괴물을 봤을 때가 생각나는군.
나도 자네처럼 돌아가고 싶었고 자네처럼 화가 나 있었지. 굉장히...
그런데...
이 놈을 보고는 마음이 달라졌어.
정말 이렇게까지 멋있는 놈인 줄은 몰랐거든.
202. 잠수함을 보다가 찬석의 눈빛을 응시한다.
찬석 난... 어떻게 되는 거죠...
막막한 찬석의 표정.
그런 찬석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202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202 이 놈의 일부가 되는거지... 우리 모두처럼...
찬석, 202를 바라본다. 다시 잠수함으로 시선을 돌리면...
202 (살짝 웃으며) 자네도 이 놈에게 반했군.
천천히 인사나 나누게...
찬석을 남겨두고 202는 문 밖으로 사라진다.
황혼이 밀려드는 바다를, 그리고 유령을 바라보는 찬석...
# 10. 찬석의 방
찬석이 깨진 거울 앞에 서 있다.
찬석은 면도를 한 말끔한 모습에 파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유니폼 위에는 431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다.
찬석이 탁자 위에서 파란 손목시계를 집어들고 바라본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시계를 손목에 채운다.
찬석은 옷매무새를 고치고 모자를 써본다.
그는 조각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탁자 위에는 유령의 매뉴얼이 놓여져 있다.
# 11. 기지내 회의실
화면에 가득히 거대한 선체를 건조하고 있는 흐릿한 흑백사진이 보인다.
여기에 들리는 하이 톤의 남자 목소리.
남자(소리) 상황1. 1995년 12월,
일본 몬쥬, 고속증식로 방식의 재처리시설 가동.
1996년 8월,
오키나와 북동쪽 무인도에 의문의 거대 연구단지 조성.
몬쥬와 오키나와를 정기적으로 왕복하는 특수선박 확인.
1997년 5월,
오키나와 지하창고에서 조립중인 선체사진 입수
선체 후부의 설계로 볼 때
핵미사일을 탑재하는 전략원잠일 가능성이 매우 높음.
선체의 크기로 보아 배수량 30,000톤이상의
초대형 원자력 잠수함일 것으로 예상되며
이제까지 보지 못 했던 특이한 모양과 구조로 볼 때
극저소음 운항을 실현할
새로운 추진 방식을 채택 한 것으로 추측됨.
남자의 설명에 맞추어
첩보전을 연상시키는 여러 가지 흐릿한 사진들이 ‘찰칵찰칵’ 넘어가는
슬라이드의 리듬을 타고 이어진다.
흐릿한 사진 속에는
거대한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의 크기와 비교해 볼 때
잠수함의 거대함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마지막 사진 속의,
어느 정도 그 형태가 드러난 잠수함의 모양은 매우 특이하다.
비행접시를 연상시키는 널따란 원반형의 잠수함은 가운데에 거대한 빈 공간이 보인다.
남자(소리) 상황1. 1996년 9월,
대통령과 해군 참모총장의 결정으로 대양해군 양성 계획 수립.
이에 따라 일본에 대항할 원자력 잠수함 개발 착수.
상황1. 1996년 12월,
러시아에서 3조에 달하는 차관을 현물로 상환할 것을 제시.
1996년 2월,
시에라급 원자력 잠수함 한 척을 러시아로부터 인수.
이에 따라 대외적으로 1급 비밀인 핵잠수함 운영 계획 수립.
코드네임 KMX-1
작전명, ‘유령’
슬라이드가 만든 밝은 사각형 안으로
잠수함 사진이 보이고
그 앞에는 하얀 유니폼의 한 남자가 지휘봉을 들고 서 있다.
남자는 깡마른 작은 체격에 안경을 낀 학자풍 인상의 젊은이다.
남자의 가슴에 432라는 숫자가 보인다.
찬석과 유령의 승조원들이 432의 설명을 듣고 있다.
432 유령은 전장 111 미터 폭 14.2 미터로
수중배수량은 8200 톤, 기관출력 95000마력,
두 개의 원자로에서 증기터빈을 돌리는
2축 추진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새로 개조된 ....
머믓거리는 432의 말을 가로 채는 찬석.
찬석 새로 개조된 10기의 수직 사일로에
잠수함 발사 탄도탄이 적재되어 있고
2년간의 오버홀을 통하여
관제 시스템 및 통신장비, 소나등
전 기체내의 전자장비가 최신형으로 교체되어있다.
현재 핵탄두는 장착되어있지 않은 상태이며,
수중 최고 속도 32노트, 잠수심도 650,
무인 자동운항, 미사일 자동발사 시스템.
샤워실은 물론, 썬텐실까지 있더군.
이상의 상황은 대외적으로 특급기밀을 요함.
그만하게. 할일 없어서 다 외우다시피 했으니까.
찬석은 ‘유령’이라 쓰여진 두꺼운 매뉴얼을 흔들어 보이고는 432 쪽으로 다가온다.
차렷자세로 긴장하는 432.
찬석, 가슴에 새겨진 432라는 숫자를 힐긋 쳐다본다.
찬석 432면 같은 미사일 유니트겠군.
432 네. 그렇습니다.
찬석 이름이 뭔가?
432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규정에 어긋납니다.
432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찬석 제군도 나 같은 사람인가?
432 네?
찬석 나같이 상사를 쏴 죽이고 이 곳에 끌려왔나?
432 규정상 개인적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찬석 그래? ...그럼 자네 포경수술 했나?
432 예?
찬석 나는 상관으로서 직속 부하들의 신체적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의무가 있다.
432, 포경수술 했나?
432 아네...저...
찬석 왜? 그 것도 규정에 어긋나는 질문인가? (다그치듯) 했나? 안했나?
432 네. 안했습니다.
찬석 그래. 이제 공통점을 하나 찾았군.
(웃으며) 나도 안했다.
432의 긴장이 풀어지며 얼굴에 웃음이 베인다.
찬석 잠수함 안에서는 서로를 아는 게 중요하다.
저 사람이 몇 초 간격으로 눈을 깜박이는지,
어젯밤에 무슨 꿈을 꿨는지 그런 것 까지 말이야.
그래야 적의 공격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더군다나 한 팀이라면 더 더욱.
우린 이제 한 팀이다.
빠른 시간 안에 서로에 대해 알게되길 바란다.
찬석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432가 찬석의 손을 잡는다.
찬석 ...물론 규정에 어긋나지 안는 한 말이야.
(미소와 함께) 반갑다 432.
# 12. 함장실
화면 가득 채워진 숫자000
널부러진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함장.
야윈 얼굴에 음푹패인 눈꺼풀.
이때 열리는 문.
화면 밖에서 절도있게 멈춰서는 군화소리.
찬석과202 거수경례를 한다.
씩- 웃는 함장, 상당히 취해있다.
긴장하는 찬석의 얼굴.
함장은 파일 하나를 펼쳐든다.
함장 해군사관하교 34기 수석 입학. 수석 졸업.
대한민국 최연소 소령.
대한민국 최연소 잠수함 부함장...
정말 화려하군.
조금만 기다리면 참모총장도 됐을 것 같은데...
찬석 꼿꼿이 서서 한쪽 벽면을 주시한다.
찬석의 시선은 함장방에 걸려있는 사막액자에 꽂혀있다.
함장 찬석을 힐끔 보고는 사막 액자쪽으로 시선이 따라간다.
함장 사구.
찬석 (시선을 돌려 함장을 쳐다보며) ?
함장 저 사막 이름이지,
난 저곳이 마음에 들어....우리와 어울리는 사막이지.
독을 품고 있거든...
찬석 (무슨 뜻인지 의아해 하는 찬석)
함장 아름답지 않나 ?
찬석 예.
함장 (미소를 지으며) 그게 함정이야.......
저기는 말이야..... 꼭 있어야 할 것이 없지.
오아시스가 없어.
한 번 발을 디디면 결코 빠져나갈 수 없어.
온통 썰렁한 모래바람으로 모든걸 다 흡수해 버리지.....
함장. 자신이 사막인양 숨을 들이킨다.
그런 함장의 모습을 바라보는 찬석의 시선.
함장, 찬석에게 상자 하나를 내민다.
상자 안에는 가죽 케이스에 꽂힌 조그마한 주사기가 보인다.
함장 유령이 된 기념 선물이야
그걸 심장에 꽂으면 고통없이 빠르게 끝내줄꺼다.
함장과 202의 밸트에 같은 가죽 케이스가 꽂혀있다는 것을 보는 찬석
202의 시선이 건너편 사막액자에 꽂힌다.
#13. 파티장
음악소리와 함께
섹시한 금발 여인이 가슴을 반쯤 드러낸채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화면에 꽉찬다.
자세히보면 세면대 위의 거울에 붙어있는 사진이다.
이때 여인의 하단부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
화면옆쪽으로 누군가의 혀가 물줄기에 닿아
마치 여인의 음부를 핥는 형상이 된다.
카메라 빠지면 수병(588)이 화장실 세면대에서 술에 쩔은채
장난을 치고 있다.
이때 588의 머리를 후려갈기며 비틀거리며 나가는 537.
카메라 537쪽으로 이동. 밖으로 나가면
칙칙해 보이는 장소에 술에 쩔은 수병들이 한아름 들어온다.
이때 거꾸로 매달린 쥐새끼가 화면 안쪽으로 치고 들어온다.
수병(534)가 쥐새끼 꼬리를 잡고 이리저리 헤메이고 있다.
카메라 인파속을 쥐새끼를 따라 쭉 들어가면
나타나는 수병 무리(532,531)
534 (쥐새끼를 흔들며) 야 이새끼 간수좀 잘해라
532. 화들짝 놀라 534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낼름 쥐새끼를 낚아채는 588.
588 (532를보며) 헤헤... 존나 재수없는 새끼....
(쥐 꼬리를 흔들며) 자 받어.
588, 잡고있던 쥐꼬리를 빙글빙글 돌린다.
순간 532의 얼굴이 사색이 되며
588에게 돌진, 주먹을 흔들지만 여유있게 피하는 588.
빈틈을타 532의 안면을 날리려는 순간.
588의 손을 잡는 531.
날카로운 눈빛과 인상으로 588을 제압한다.
쥐를 달라는 듯하는 531의 제스취어에
마지못해 쥐를 주는 588
588 (뒤로 물러나며) ....호모새끼....
588 사람들 쪽으로 사라진다.
이때 갑자기 주위의 수병들 호들갑 스럽게 건너 방쪽으로 몰려간다.
카메라 사람들과 함께 건너방으로 가면 커다란 바베큐 통이 보이며
조리장으로 보이는 (981) 수병이 온갓 인상을 찌푸리며 바베큐 통을 연다.
꽉찬 연기와 함께 누렇게 잘익은 통 돼지가 다리를 쫙뻗고 있다.
수병들 탄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있을때,
조리보조 뭐라 꿍시렁 꿍시렁 하며
술병을 집어 나른다.
조리보조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니들은 좋것다, 어휴 지지리 복도 없지.....
카메라 술을나르는 조리보조를 따라가다
한쪽편에있는 있는 찬석쪽으로 이동한다.
그 옆으로 432도 보인다.
이때 찬석 뒤에서 나타나는 202.
202 431, 아직 대원들과 정식으로 인사가 없었지...
202, 찬석을 데리고 뒤쪽으로 조금가서
202 이 쪽은 통신담당 771.
아직 위성이 없어서 멀리 나가면 할 일이 없는 사람이고.
771 찬석에게 거수경례한다. 찬석 답례한다.
202 여기는 항해사 561. 보기보다는 섬세한 사람이지.
항해사 561은 마른체구에 빈틈없어 보이고
진지하고 품위있어 보이려고 무척 애를 쓰는 인상과는 달리
얍삽한 인상을 하고 있다.
202 정보통제실 841.
순박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메, 왠지 털털한 분위기를 풍긴다.
202 여기는 소나실을 책임지고 있는 661.
사마귀같은 인상의 661은 얇은 미소로 찬석과 악수한다.
202 그리고 우리 아나운서 872.
함내 방송담당이다.
872의 왼쪽 얼굴에는 보기 흉칙할 정도의 커다란 흉터가 있고
아무런 표정이 없는 포커 페이스다.
함장 바로 옆 202의 몸짓에서 872를 보는 눈빛이
왠지 특별한 친숙함이 느껴진다.
이때 불현 듯 나타나는 함장.
함장 (202를 가리키며) 이 분은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202 부함장님.
모두 웃는다.
함장은 이미 상당히 취한 상태다.
함장 그리고 이 쪽은
귀관들이 모두 알다시피 새로 미사일 유니트를 맡게 될 202이다.
귀관들은 유령으로서 선배니 만큼
431이 함내에서 빠른 시일 안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핵탄두도 없는 미사일이나 만진다고 무시하지 말고 (웃음)
상관으로서 예의를 갖추도록. 알겠나?
모두 예. 알겠습니다.
함장 자 이제 그만하고 즐기자구.
시간은 많지 않아.
여장수병, 음악과 함께 수중에서 요염한 춤을 추고.
그 주위로 수병들 모여들어 환호를 보내고 있다.
함장은 흥에겨운 듯 탁자 위로 올라가 춤을 춘다.
병사들 휘파람을 불며 환호한다.
비를 바라보며 대화하는 찬석과 202
찬석 전쟁은 섬멸점이나 전격전으로 유도되진 않을 겁니다. 적당한 선에서...
나타나는 함장, 술에 몹시 취해있다.
함장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었나 ?
202 함장님. 내일 출항입니다.
함장 알고 있네.
함장은 두 개의 잔에 술을 따르고 하나를 찬석 앞에 놓는다.
202 이미 많이 취하셨습니다. 그만 하시죠.
함장 닥쳐! 나한테 명령하지마!!
푸른 비로 포커스 아웃되며...
햇살이 반짝이는 바다위를 가르는 카메라
# 14. 출항
물고기떼가 확 흩어진다.
검푸른 바다속에 알 수 없는 검은 형상이 다가오고 있다.
가까이 다가오면 범고래를 닮은 거대한 잠수함의 모습이 드러난다.
유령이다.
유령이 카메라를 스치듯 지나가면서 자막이 나타난다.
항해 1일 째. 동해의 어느 곳.
# 15. 사령실 (해도판앞)
조그만 노란 깃발을 쥔, 나이가 느껴지는 손이 보인다.
함장의 손이 동해를 지나 한참을 움직이더니
태평양 한 가운데에 멈추어 노란 깃발을 꽂는다.
카메라 넓게 비추면 커다란 탁자 위에 해도가 펼쳐져 있고
장교들은 저마다 심각한 표정으로
해도 위의 그 조그만 깃발을 바라보고 있다.
202가 눈짓을 하자 항해사 561이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방송장교 872 거기까지 가려면 쓰시마 해협을 통과 해야되고
마리아나 해협 근처에는
미국 잠수함들이 우글거릴텐데
들키지 않고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까요?
함장 우리는 일본 디젤 잠수함보다 100미터 이상 깊이 잠항할 수 있다.
쓰시마 해협은 최대로 잠수해서 통과한다.
그리고 공해 상에서 미군 잠수함과 마주친다 하더라도
우리를 러시아 잠수함쯤으로 생각할거다.
영해를 침범한 게 아닌 이상
미국에서도 쓸데없는 교전을 원하지는 않을 거야.
항해사 561 하지만 쓰시마 해협은 수심이 낮은 곳이 많아서...
함장 (말을 가로채며) 이번 작전은 한가롭게 태평양 한 가운데로
소풍이나 갔다오자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귀관 생각대로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거다.
하지만 핵잠수함을 가지고
언제까지나 우물안 개구리처럼 동해만 헤집고 다닐 수는 없다.
조만간 위성시스템이 완성되고
미사일의 핵탄두가 개발되면
어차피 공해 상에서 대부분의 작전을 수행하게 될 테니까.
이번 훈련은 그 기초를 다지는 계기로 생각하고
돌아오는 날까지 임무에 충실하기 바란다.
정보장교 841 그럼 본부와의 통신은 포기하는 겁니까?
함장 그렇게 되겠지.
자 그럼 모두 각자 위치로 가서 장기항해에 대한 점검을 철저히 하도록...
흩어지는 대원들.
202와 함장을 눈여겨보는 찬석
202 함장님, 갑자기 작전이 바뀌게된 이유가....
함장 우리는 단지 명령이니까 따르는거야.
군인이 생각이 많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지지...
다음 WAYPOINT로 이동
202 WAYPOINT 1로 이동
# 16. 사병숙소
벽에 기대어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는 588...몸을 숙일때마다 얼굴이
벽에 붙어있는 요염한 여자의 얼굴에 붙었다 떨어졌다 하고...
532가 가방의 옷가지들을 꺼내는데... 하얀쥐가 쪼르르 기어나온다. 쥐로 시선이 가는 588.
588 뭐야, 이거.. 이 쥐새끼를 여기까지 끌고 탄거야...
몸을 쥐쪽으로 던지며 감싸안는 532.
588, 532의 몸을 밀치며 쥐를 찾는데... 필사적으로 쥐를 보호하는 532.
다른 수병들이 겨우 뜯어말린다.
588 내 눈에 두번 다시 띄지 않게 해... 알았어 ?
532의 머리를 벽쪽으로 거칠게 내리치고는 밖으로 나간다.
532, 다른 수병들의 시선을 피하며 쥐를 끌어안는다. 하얀 쥐...
# sketch scene
* 기관실에서 뭔가 하고 있는 모습
*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
# 17. 장교 식당
가라앉은 분위기의 장교식당... 의구심을 표현하는 경계관, 눈치를 보는 561,
떠들어대는 841, 지켜보는 202와 찬석, 찬석에게 의중을 떠보는 202.
경계관 이건 날 잡아잡슈.. 하는것과 마찬가집니다.
마리아나를 지나가면서 들키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이란 말입니다.
방송장교 872 ...들켜야만 될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지...
경계관, 872를 흘낏 쳐다본다.. 872의 시선은 탁자위의 커피잔에 고정된채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841
정보장교 841 이유? 여지껏 바닷속을 숨어서만 다니던 이 고물 잠수함이 갑자기
간이라도 부은건가 ? 이유는 무슨...
202 (841의 말을 자르며).. 다들 궁금한게 많은 모양이군...
군인이 생각이 많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는 말씀이 틀린것만은 아니야.
다들 202의 한마디에 잠잠해진다...
202 (찬석을 바라보며) 신참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한데...
872를 포함한 장교들이 202와 찬석을 주시하고 있다.
찬석 위에서는 이제 이 핵잠수함을 정치적으로
사용할 기회를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02 이젠 슬슬 나설때가 됐다는 말인가 ? ... 자네는 핵탄두도 없는
이 잠수함이 그만한 정치적인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하나 ?
찬석 “유령”은 잠재적인 핵의 보유를 의미합니다. 그만하면 충분한 위협이 되겠죠.
잠시, 찬석을 바라보던 202..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202 핵 무장 자체에는 찬성한다는건가?
찬석 핵은 한 국가에 완전한 주권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
물론 현명한 판단력이 요구되겠지만.
202 그렇다면말야 아직 우리에겐 이른 물건일지도 모르겠군...안그런가 ?
우선 현명한 판단력부터 갖춰야 될테니까
872만 웬지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찬석을 바라보고...
202, 커피를 마신다.
202 (일어서며) 자네 얘기는 잘 들었네...
(찬석을 바라보며) 옳은 말이야.
202 모자를 집어쓴다. 202의 묘한 눈빛... 웃는 듯...아닌 듯...
다른 장교들 따라 일어선다.
# 18. 남해바다
해저 산맥을 통과하고 있는 유령의 모습이 보인다.
이름 모를 수중 생물들이 마치 꽃잎처럼 흩날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엷은 햇살이 스며들어오는 바다 속을 유유히 흘러가는 유령의 자태.
여기에 자막.
항해 2일째. 공해상.
# 19. 사령실
각종 계기판과 조종 버튼이 깜박이는 사령실.
손때 묻은 아날로그 장비속에 새로 장착된 신형 모니터들이 조금은 어색해 보이고
디지털 모니터 위에는 기울기, 현재 속도 등 각종 수치가 잠수함의 3차원 그래픽과 함께
표시되고 있다. 항해사 561의 손길이 해도 위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그 뒤로 사령실 중앙에 서 있는 함장과 부함장 202의 모습이 보인다.
한 사병이 부함장 202에게 통신문 한 장을 전달한다.
통신문을 본 202가 함장에게 말을 건네려하자
함장은 통신문을 읽는다.
함장 본부와 마지막 교신이군.
(통신문을 다시 건네며) 마지막 작별전문이나 보내주게.
앞으로 삼 개월간은 서로 인사할 일없을 테니까.
202 네.
함장이 기침을 해대며 사령실 중앙, 지휘대로 걸어온다.
함장 얼마나 남았지?
202 13분 후면 공해에 진입합니다.
함장 13분...
함장은 깊은 생각에 빠져든 표정으로 잠시 말이 없다가 중얼거리듯 입을 연다.
함장 (기가 막힌다는 듯) 13분 후면 30년간 누비던 조국의 바다를 떠난단 말이지?
생각했던 것보다는 담담한데.
202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한 함장의 표정을 유심히 바라본다.
202 영영 못 돌아오실 분처럼 말씀하시는군요.
함장 (정신차리고 긴장하며) 그렇게 들렸나?
나이는 속일 수 없나봐.
자꾸 감상적이 되거든...
3개월 후면 다시 돌아올텐데 말야.
(202의 눈을 피하며 방송담당 872를 향해)
1번 마이크. 함내 전체로.
방송장교 872 1번 마이크 연결됐습니다.
# 20. 함내 몽타쥬
화면 바뀌면 ‘삐-’하는 잡음을 내고 있는 사병 휴게실의 스피커가 보인다.
잡음 사이로 함장의 기침소리가 한참동안 이어진다.
떠들던 병사들이 스피커 소리에 주목한다.
함장(소리)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함장이다.
앞으로 12분 후면 유령은 일본 영해에 진입한다.
앞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직
암초와 기뢰들이 있을 뿐이다.
일개인의 사소한 부주의나 실수도
승조원 전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핵잠수함 유령의 승무원이다.
우리가 유령이고, 우리가 조국이 믿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상.
함장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카메라는 잠수함 곳곳에서 함장의 목소리를 듣는 승무원들의 다양한 반응을 스케치한다.
(미사일 통제실의 찬석, 사병숙소,조리실,복도,미사일사일로)
불안, 초조함, 자긍심, 생각 없음 등등.
병사들의 표정은 대체로 생각없어 보인다.
# 21. 사령실
다시 사령실의 함장을 비추는 카메라.
함장 마이크를 올려놓는다.
함장 속도 30 노트, 심도 150으로 잠항하라.
항해사 561 속도 30 노트, 심도 150. 잠수각 8도로 잠수합니다.
밸러스트 탱크를 열어라.
항해병 밴트 개방. 속도 30 노트, 심도 150. 잠수각 8도.
항해병이 조종간을 움직이자 사령실의 모습이 서서히 기울어진다.
# 22. 복도 TYPE B 조리실 복도
어린 수병들이 장난을 치면 지나간다. 서로 툭툭치며 웃고 떠들고 가는 어린 수병들.
찬석 “어떻게 저런애들이 여기까지 왔을까”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돌아본다.
찬석, 취사실 옆을 지나쳐 멈춰 서더니 다시 되돌아가 취사실 문에 귀를 대본다.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 찬석은 귀를 더 바짝 갖다 댄다.
찬석이 문을 열고 취사실로 들어간다.
# 23. 조리실
요리복을 입은 병사 한 명이 깜짝 놀라며 뒤돌아 찬석을 쳐다본다.
배가 나온 전형적인 주방장 타입의 병사는 카세트를 정지시키고 찬석에게 경례한다.
조리장의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다.
찬석, 취사실을 둘러본다.
각종 조리냄비에서 김이 나고 있을 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찬석 무슨 일인가?
조리장 네 이상 없습니다.
찬석 뒤에 숨긴 게 뭐지?
조리장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찬석이 말없이 손바닥을 내민다.
조리장이 마지못해 손에 쥐고 있던 것을 앞으로 내민다.
사진이다.
사진관에서 찍은 듯한 돐사진 속에는
조리장과 부인 그리고 조리장을 빼 닮은 통통한 아기가 웃고있다.
사진은 많이 닳아서 가장자리가 헤어졌고 김치국물 같은 얼룩들이 묻어있다.
사진 속의 조리장은 지금 보다 젊은 모습이다.
찬석의 굳어진 얼굴에 조리장이 차렷 자세로 긴장한 채 서있다.
찬석의 시선이 하얀 조리복 위에 쓰여진 981이라는 숫자에 멈춘다.
찬석 981이면 조리장인가?
조리장 네 그렇습니다.
찬석 이런 사진을 소지하는 게 규정위반이고 1급 벌칙이 주어진다는 걸 알고 있나?
조리장 ...네 알고 있습니다.
찬석 그럼 각오는 돼있겠군.
조리장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 네.
찬석 ......
이 잠수함 안에 라면 있나?
조리장 네?... 네.
찬석 하나 끓여 줄수 있겠나 ?
조리장 네! 지금 당장 끓이겠습니다.
찬석 지금은 괜찮고 22시에 부탁하겠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들키는 일이 없도록 알겠나?
조리장 981, 사진을 재빨리 앞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사진을 집어넣고 빙그레 웃던 981. 찬석의 뒤를 향해 경례한다.
찬석, 뒤를 돌아보면 함장이 문 앞에 서 있다.
# 24. 함장실
사막액자가 유난히 침침해 보이는 실내.
함장이 카세트를 틀며 자리에 앉는다.
함장 그래..지낼만 한가?
찬석 네.
찬석에서 시선을 돌리며
함장 자넨 아버지와 다르군...닮았으면서도 달라.
찬석 저희 아버지를 아십니까.
함장 우습지 않나 ? 바닷속에서 있으면서도 그 속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마치 사막처럼 말이야.
찬석 ......
함장 자네 아버지는 몽상가였지...
어쩌면 이 “유령”이야말로 자네 아버지의 꿈이었을지도 몰라.
함장은 담배를 한모금 깊게 들이마신다.
찬석 절 여기 부르신 이유는?
함장 (천천히 일어서며) 세상사는 이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자네나 내가 유령에 온거나 자네 아버지의 죽음이나 모든 마찬가지야.
(열쇠를 목에서 벗으며)...어쩐지 이 열쇠는 나보자는 자네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군.
찬석 함장님.
함장 사람이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에 의존하고 싶어지는 법이지.
이건 자네게 보관해 두게....자 받게.
받아드는 찬석.
함장 단...비밀이네
(돌아서며) 그만 가보게
찬석, 차렷하고 돌아나간다.
함장 (찬석 뒷모습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꼭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
# 25. 사령실(복도 TYPE A 함장실 복도)
사령실 모니터 화면에 함장방을 나와 복도를 가는 찬석의 모습이 보인다.
말없이 모니터를 보는 202.
# 26. 미사일 사일로
842가 카메라 쪽으로 표시를 하고
유령의 설계도과 소형 계기판을 들고 뭔가를 찾고 있다.
# 27. 기관실
구석에 누워 뭔가 수리하고 있는 588, 덥다... 땀이 비오듯 흘러내린다.
몸을 째내는 588... 고개를 돌리자 532의 주머니속에서 하얀 쥐가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588 야... (몸을 일으키며) 이 미친새끼야... 쥐새끼를
하루 종일 달구 다니는 것도 모잘라서... 이젠 여기까지...끌고와...
532의 머리를 휘어갈긴다....
588 당장 그 쥐새끼 내놔... 내 당장..이 놈의 쥐새끼를...
532, 쥐를 안 내놓으려고 바둥거리며...588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공구 (몽키스패너같은거)를 들고 휘두른다...
532 니 드러운 ...대갈통이나 치워... 그 쓰레기 같은 여자 사진들이랑...
진짜 열받은 588, 532를 죽일듯이 덤빈다. 말리는 534외 사람들... 기관병들...
588 조심해... 이 새끼야... 내가 조만간 니 쥐새끼를 죽여조질테니까....
532, 588을 노려보며 시선을 쥐로 돌린다. 532의 주머니속으로 기어들어가는 하얀 쥐.
# 28. 공해상
바다 속으로 유령이 미끄러지듯 파고든다.
거대한 유령의 스크류가 화면앞을 스쳐간다.
화면 서서히 어두워진다.
# 29. 찬석의 꿈
바닥에 피가 낭자한채 쓰러져 있는 여인과 그 너머로
놀란 찬석 뒤돌아 복도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화면앞으로 찬석을 쫒아가는
남자의 손목에 차여져 있는 손목시계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남자가 어느정도 찬석을 쫒아 빠지면 권총을 줜
또다른 남자의 손이 화면안으로 들어온다.
.
# 30. 찬석의 방
악몽...어린 찬석에게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에서 연결로
누군가 찬석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뜨는 찬석, 식은땀이 흥건하다.
조리장 981이 미소를 띄우고 찬석을 바라보고 있다.
조리장 (물끄러미 시계를 바라보는 찬석에게) 정확히 22십니다.
불지 않게 조금 들 익혀 왔는데.
찬석이 눈길을 돌리면 탁자 위에 놓여진 두 그릇의 라면과 김치.
찬석, 그제서야 조리장을 향해 미소 짓는다.
조리장 악몽을 꾸셨나봐요.
대답대신 웃는 찬석.
조리장 (라면을 가져오며) 흔한 일이죠. 뭐.
여기 사람들이 어디 보통 사람들인가요.
사병 숙소에서는 가위눌린 애들 비명소리가 맨날 들려요.
찬석 (라면 쟁반을 받아들며) 고맙네.
조리장 다들 자주 꾸는 악몽이 한두 가지씩은 있거든요.
우리들끼리 비명소리를 듣고 무슨 꿈을 꿨나 맞추는 내기도 해요.
찬석 981도 들지.
조리장 제가요?
찬석 그럼 뭐하러 두 개를 끓여 오라고 했겠나?
조리장 계면쩍게 웃으며 라면사발을 집어든다.
조리장 (맛있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전에 먹으면 살찌는데...
두 사람은 라면을 먹기 시작한다.
찬석이 후루룩 한입 넘기고는 맛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조리장도 볼록 나온 배의 이유를 대려는 듯 김을 불어가며 맛있게 라면을 먹는다.
찬석 이제 다시는 들키는 일없겠지?
조리장 ??...!!
그럼요... 자 보세요.
조리장이 조리복의 단추를 풀고 주머니 안감에 감춰놓은 사진을 보여준다.
조리장은 자기가 얼마나 교묘하게 사진을 감췄는지 자랑하듯
안감을 올렸다 내렸다하며 재미있어 한다.
조리장 쌱... 보이죠? 쌱... 안보이죠?
보이죠? 안보이죠? 쌱. 쌱. 쌱. 쌱......
조리장은 신이 났다.
찬석이 살짝 웃는다.
# 31. 사병 숙소
어둑한 실내.
간간이 코고는 소리와
찍찍찍 쥐소리가 귀뚜라미 소리처럼 울려 나온다.
588 슬며시 일어나
532를 힐끔 본다.
곤히 자고있는 532.
조용히 새장 쪽으로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쥐를 꺼낸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가는 588.
# 32. 기관실
방사능 주의 구역 표시가 붙어있는 문.
자세히 보면 531이 사고난 그 장소이다.
화면으로 손 하나가 들어와 살며시 문을 연다.
방 전체는 “우웅” 하는 저음의 기계음이 가득 하다.
온통 붉은색 조명이 기괴한 느낌을 준다.
손의 주인공 588이 찝찝한 얼굴로 내부를 빙 둘러보더니,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원자로 바로 아래 공간에 내려 놓는다.
상자 안에는 532가 키우던 흰쥐가 들어있는데,
붉은색 조명 때문인지 온통 붉은 털로 보이는 것이 괴기 스럽다.
588, 쥐 꼬리를 잡아 내팽기치려고 하는데... 쥐 1cut...
588 요놈의 쥐 새끼... 다신 내 눈에 띄기만 해봐...
588, 쥐를 놔둔 채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 33. 복도 (복도 TYPE C 사병 숙소 복도)
어두침침한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588.
주위의 공간이 괴기스럽다.
순간, 588을 덮치는 532.
588의 목을 조른다.
532 어떻게 한거야, 말해 ! 얻다뒀어 !!
588 얼굴이 사색이되어 컥컥거린다.
정말 죽이기라도 하듯 532 더욱 목을 조른다.
버둥거리는 588.
이때 534, 532의 뒤통수를 내리친다.
떨어지는 두사람.
534 대체 왜들이래 !
532 (씩씩거리며) 저 새끼가.... 버려 버렸어....
534 (새장이 텅빈 것을 보며 588에게) 야 어떻게 된거야 ?
588 (자신의 목을 감싸며) 내가 어떻게 알아 ?
오줌싸고 왔는데 웬 갑자기 지랄이야....
밥맛없는 새끼!!!
532, 씩씩거리며 588을 죽일 듯 노려본다.
# 34. 썬탠실
썬텐실 이곳저곳을 기계장치로 살피는 842.
이때 바닥에서 울리는 삐삐삐 소리 !
842 얼굴에 싸늘한 미소.
# 35. 함장의 방
탁자 위에 스탠드 불빛만 덩그러니 켜진 어두침침한 함장의 방.
의자에 앉아 있는 벌거벗은 함장의 뒷모습이 기울어 보인다.
웃는 듯 우는 듯....
함장의 어깨가 점점 심하게 움직임에 따라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함장의 신음소리도 커져간다.
# 36. 장교식당
한층 더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
202, 방송장교 872, 정보장교 841, 경계관, 항해사 561, 842까지 앉아있다.
872 결심한 표정. 경계관 분하고 고무된 반응. 561 갈등하는 모습...
202 ... 너무들 착잡해 할 것 없네. 아직 시간은 충분해.
# 37. 사병숙소
깊은 잠을 못 이루는 사병들의 불안한 모습 (532)
# 38. 일본 영해
카메라가 수평을 찾으면 불안한 저음과 함께
멀리 어두운 바다 속을 헤쳐 가는 유령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에 자막.
항해 3일 째. 일본 영해 어느 곳.
# 39. 미사일 통제실
조용한 통제실의 모습이 보인다.
찬석은 함장이 준 열쇠를 들여다 보고 있다.
그때 ‘딱딱딱딱’ 어디선가 규칙적인 소음이 들려오고 있다.
카메라 뒤로 빠지면
434가 계기판 위에 손가락을 크게 펴고 손가락 사이를 빨리 찍는 놀이를 하고 있다.
찬석, 미사일 열쇠를 다시 집어넣는다.
434가 재미 없다는 듯 놀이를 멈추더니 크게 하품을 한다.
434 (하품하며) 아으- 3일밖에 안됐는데 존나 지루하네.
서류를 보고 있는 찬석을 바라보며
434 아니 우리 부서는 왜 이렇게 지루한거죠?
찬석 우리가 할 일이 없을수록 좋은 거야.
434 좋으면 소령님이나 여기 오래오래 계세요.
전 탈출할겁니다.
찬석 (다시 서류를 보며) 탈출하려거든 나에게 먼저 알려줘.
정들었는데 선물이라도 줘서 보내야지.
434 정말요?
찬석 뭘 갖고 싶나?
434 (주저없이) 차고 계신 시계요. 어렸을떄부터 그런 시계가 갖고 싶었는데...
찬석 지금 줄까 ?
찬석이 시계를 풀러 건넨다.
434가 당황하며
찬석 그렇지 않아도 버릴까 했는데 잘됐군. 자 받게. 괜찮아.
434 에이 됐어요. 여기서 차봤자 누가 본다고. 다음에 탈출할 때 주세요.
432 (통제실 안으로 들어오며) 소령님 교대시간입니다.
찬석 (시계를 보며) 벌써 그렇게 됐나 ?
(434를 보며) 그럼 탈출할 때 꼭 알려주게.
434 아, 그럼요.
432가 두사람을 의아한 눈길로 번갈아 쳐다본다.
# 40. 사령실
함장 옆에 놓여진 카세트 에서는 ‘아리아’가 PLAY되고 있다.
함장은 노래 소리에 빠져든 듯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천천히 흔들고 있다.
노래는 클라이 막스에 다다르고 있다.
함장 현제 수심은?
202 150 유지하고 있습니다.
함장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나?
202 지형이 험해서 더 이상 잠수하면 위험합니다.
함장 일본 잠수함을 만날 수도 있겠군.
(모니터를 보며) 소나실 아무 이상 없나?
경계관 (모니터를 통해) 아무 것도 잡히지 않습니다.
202 이상하군요.
한 두 대쯤은 마주칠만한 곳인데...
함장 일본 잠수함을 만나서 박살내주고 싶은 건가?
202 마음 같아선 그렇지만 작전에 충실해야죠.
갑자기 함장이 금방이라도 피를 토할 듯 심하게 기침을 해댄다.
202가 그런 함장을 노려보고 있다.
202 그만 들어가 쉬시죠.
교대 시간이 한참 지났습니다.
함장 (숨을 고르며) 부함장은 잠시라도 이 자리에
더 오래 서 있고 싶은 모양이구만.
202 ... 제 마음을 읽으시는군요.
함장 (웃으며) 하지만 이 자리를 너무 탐내진 말게.
이 모진 목숨이 자네 생각보다 쉽게 끊길 것 같지 않거든.
함장이 다시 한 번 고통스런 기침을 토해낸다.
함장은 금방이라도 피를 토하고 쓰러질 듯 하다.
202는 그런 함장을 표정 없이 지켜보고 있다.
함장 어떡할 텐가?
앞으로 십 년은 더 살 것 같은데...
202 ...(웃으며) 기다려야죠.
함장이 웃으며 지휘대를 내려간다.
함장 그럼 난 건강을 위해서 쉬겠네. 사령실을 맡게.
항해사 561 부함장님이 사령실을 지휘합니다.
방송장교 872 부함장님이 사령실 지휘합니다.
함장이 걸음을 멈추고 부함장을 향해 돌아선다.
함장 참, 혹시 일본 잠수함과 마주치더라도 내 허락 없이 박살내지는 말게.
202는 함장이 사령실을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주시한다.
함장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202와 방송장교 872,
항해사 561 등 장교들 사이에 예사롭지 않은 눈짓이 오간다.
# 41. 복도
기침을 하며 복도를 걸어가는 함장의 모습이 보인다.
함장은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빠진다.
잠시 사령실 쪽을 노려보더니 다시 걸음을 옮긴다.
함장의 기침 소리가 사령실로 부터 멀어져간다.
사령실 안, 모니터에서 내려오는 카메라... 202 뒷모습...장교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 (모자를 벗으며) 제군들 이금 이순간이
바로 우리가 군인으로서 살아온인생 모두를 건 중요한 순간이라고 본다.
마지막 선택이다.
# 42. 썬텐실 겸 사우나실
한 사람 정도 설 수 있는 원형의 방.
사방으로 푸른 빛을 내는 길다란 썬텐용 램프가 빛을 내고 있다.
그 가운데 함장이 미사일 열쇠와 팬티만 걸친 채 썬텐을 하고 있다.
마른 몸이지만 단단함이 느껴지는 근육질의 몸이다.
함장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서있다.
함장의 몸에선 비오듯 땀이 흐르고 있다.
거기에 함장의 주기적인 기침소리...
푸른 불빛 속에서 함장의 모습은 기괴해 보인다.
모래시계 속의 모래가 소리 없이 아래쪽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이 때 ‘꽝’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단검을 든 842가 뛰어들어오며 함장에게 칼을 휘두른다.
칼이 함장의 어깨를 스친다.
푸른 조명 위로 함장의 피가 튄다.
함장은 날렵한 동작으로 842의 칼을 빼앗아 가슴을 공격한다.
842가 쓰러진다.
숨돌릴 틈도 없이 함장에게 또 다시 날아 들어오는 단검.
함장은 재빨리 몸을 피하면서 병사의 몸을 비틀어
뒤에서 끌어안고 대검으로 842의 목을 딴다.
목에서 피가 터져 나온다.
함장, 가쁜 숨을 헐떡일때
202 노친네가 기력도 좋으시구만.
함장의 눈에 권총을 든 202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 뒤로 무장한 수병들과 방송장교 872, 항해사 561, 소나맨 661, 등이 서 있다.
202 결국 시끄럽게 됐군.
함장은 무엇인가 말하려 입을 벌리지만 202는 함장을 향해 방아쇠를 마구 당긴다.
함장이 푸른 조명 위에 등을 기댄 채 바닥으로 쓰러진다.
푸른 조명 위로 걸죽한 피가 흘러내린다.
함장이 202를 노려보며 눈을 부릅뜬 채 마지막 숨을 길게 내쉰다.
방송장교 872가 함장의 옷을 손에 들고 다가온다.
방송장교 872 (심각한 표정으로) ...없는데요.
202 함장실을 뒤져봐.
방송장교 872 예.
872, 두 명의 수병과 함께 방을 나가려한다.
202 (함장을 바라보며) 끝까지 속 썩이시는군.
(872에게) 못 찾겠거든 그냥 와.
시간 낭비 할 필요 없어.
이젠 어떻게 할 수 없을 거야.
(다시 함장을 바라보며) 이미 죽었으니까.
202, 정보장교 841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나간다.
껌벅이는 푸른 조명이 841의 얼굴에 묻어난다.
# 43. 미사일 통제실
찬석이 432, 434와 함께 통제실 천장을 쳐다보고 있다.
천장 쪽에서 다급하게 뛰어 다니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찬석 함내가 왜 이렇게 어수선하지?
434 소나 새끼들 또 기합 받나 봅니다.
존만한 새끼들 맨날 우리한테 할 일 없다고 깔보더니...
잘 됐다.
(천장을 보며) 할 일 많아서 좋겠다. 새끼들아.
찬석이 심각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다가 함내 통신용 수화기로 다가간다.
이 때 복도 쪽에서 무장한 수병들이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찬석, 복도 쪽으로 나가본다.
복도 맞은 편에서 또 한 명의 무장한 병사가 뛰어오고 있다.
찬석은 그 앞을 가로막는다.
병사가 찬석을 보고 경례한다.
찬석 무슨 일이지?
왜 함내에서 무장을 하고 있는 건가?
병사 아...네... 저... 그게...저도 잘 모...
이때 스피커를 통해 202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202(소리) 여기는 사령실 부함장이다.
잠시 전, 함 내에서의 반란으로 함장님이 희생되셨다.
반란은 완전히 진압됐고
주동자들은 진압도중 사살되었다.
제군들은 뜻밖의 비보에 당황스러울 줄 알겠으나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기 바란다.
지금부터 1급 경계태세로 들어간다.
내규에 따라 이 시간부터 부함장이 모든 지휘를 맡는다. 이상.
찬석이 한참동안 멍하게 스피커를 쳐다보고 있다. 사령실을 향해 뛰기 시작하는 찬석
# 44. 복도 (복도 TYPE D 미사일 사일로 복도)
사령실로 통하는 계단.
찬석이 달려오고 있다.
수병 한 명이 열쇠 꾸러미를 들고 급하게 계단을 내려와 찬석을 지나쳐간다.
찬석이 갑자기 멈춰 서서 수병을 부른다.
수병의 등뒤에 커다랗게 쓰여진 493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찬석 493!
수병 493이 빠른 걸음으로 찬석에게 다가와 경례를 붙인다.
머리가 큰 493의 당황한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493 죄송합니다. (경례를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
급한 명령이라서...
찬석 그 열쇠는 뭐지?
493 네. 함장님으로부터 모든 미사일 사일로의 발사준비를 명 받았습니다.
찬석 함장님?
493 네 그렇습니다.
찬석 202 부함장님 말인가?
493 네. 새 함장님이십니다.
찬석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 된다.
찬석 알았다. 493.
493이 다시 경례하고 큰 머리를 흔들며 뛰어간다.
찬석은 목에 걸린 줄을 끌어당겨 탄도탄 열쇠를 꺼내본다.
찬석의 얼굴 위로 무언가가 스쳐간다.
찬석이 왔던 길을 다시 뛰어가 계단 아래로 뛰어내려간다.
493이 찬석의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다.
# 45. 사령실앞 복도
찬석이 사령실 앞에 도착해 있다.
사령실 출입문 앞에 두 명의 무장한 수병이 보초를 서고 있다.
찬석이 사령실로 들어간다.
보초 수병이 경례한다.
찬석이 사령실 안으로 들어선다.
# 46. 사령실
사령실은 경계태세를 알리는 노란 사이렌 불빛이 느리게 회전하고 있다.
지휘대 위에 202의 모습이 보인다.
202가 찬석을 발견한다.
찬석은 다가가며 말을 꺼내려 하지만 202는 손을 들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다.
사령실 스피커에서는 이상한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고 있다.
찬석은 다시 고개를 돌려 눈을 감고 스피커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202에게 다가간다.
찬석 부함장님...
202 고래야.
범고래...
바로 우리 옆에 있어.
바다에선 제일 강한 놈이지.
# 47. 바다속
유령 바로 옆에서 헤엄치고 있는 범고래의 모습이 보인다.
범고래와 유령의 모습이 닮아 있다.
고래는 거대한 잠수함 옆에서 작은 물고기처럼 보인다.
# 48. 사령실
찬석도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그 소리를 듣고 있다.
찬석은 202의 목에 걸린 탄도탄 열쇠가 흔들리는 것을 발견한다.
202의 옆에 그림자처럼 서 있는 방송장교 872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져 있고
찬석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권총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는 찬석의 얼굴.
202 조금전 함장님이 반란으로 돌아가셨네.
찬석 (섬뜻 놀라며)
내규에 따라 함장님의 시체를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증인인 될 수 있는 세 명의 장교와 검시관을 ...
202 (말을 가로채며) 난 어렸을 때 시력을 잃은 적이 있어.
처음엔 답답해 미칠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전엔 못 듣던 소리들을 듣게됐지.
(눈을 뜨고 찬석을 바라보며) 집중하고 들으면
깊숙이 숨겨진 상대방의 감정까지 들을 수 있어.
잠시의 적막 속에 찬석의 긴장된 표정.
마치 찬석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듯한 202, 찬석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202 ...우릴 좋아하는군.
저 고래녀석 말이야.
강한 것끼리는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볼 수 있거든.
그게 본능이야.
(찬석을 향해 동의를 구하듯) 안 그런가?
찬석 함장님의 시체를 확인...
202 그럴 필요 없어.
자네가 생각하는 대로 함장은 내가 죽였고
굳이 형식적인 절차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찬석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하다.
찬석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밝히십시오?
202 그렇게 억지로 당당하게 보이려 애쓸필요 없어. .
찬석이 지휘대 위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허리에 권총을 찬 방송장교 872가 찬석을 경계하며 의자 뒤에 서 있다.
202 결론부터 말하자면 함장은 유령과 함께 자폭하려 했다는 거야.
물론 우리 모두를 포함해서
찬석 왜 함장님이 잠수함을 폭파하려 했다고 생각하시죠 ?
202 자네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우린 이미 자폭장치 하나를 발견했어.
아직 몇 개나 더 남아있을진 모르지만...
그 늙은이도 불쌍하지...
그 나이에 그런 황당한 선택을 강요받게 됐으니까...
찬석 .....
202 사실 아주 간단한 거야.
지난번 작전땐가, 우린 남해에서 일본 잠수함과 마주친 적이 있었지.
미국과 일본이 알게된 이상
우리 잘난 윗대가리들도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 던거야.
찬석 이해할 수 없군요.
핵탄두도 없는 미사일을 싣고 동해나 헤매고 다니는 잠수함이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게...
202 제발 그런 순진한 말은 하지말게.
난 자네가 그보다는 똑똑한 줄 알았는데...
중동에 변두리 테러집단들도 러시아제 핵탄두로 무장하고 있다고
아무리 한국에 윗대가리들이 무식하기로서니
덩치만 큰 고물 잠수함을 핵탄두도 없이 받아왔겠나 ?
무슨 오래잠수하기 기록 세울 일 있나 ?
지금 여기엔 일본하나쯤 그냥 지워버릴만한 핵 미사일이 실려 있다구...
이제 우리가 일본이나 미국에 보란 듯이
쓰시마와 마리아나를 거쳐 여기까지 온 이유를 알겠나 ?
우린 그들 눈앞에서 깨끗이 자폭하기로 되어 있었던 거지.
찬석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뭐죠 ?
202 이제야 수재답게 진도가 빨라지는군.
...(해도를 돌아보며)
우리 나라가 몇푼의 돈에 나라의 자존심과 긍지를 넘겨버린 것이
놀라운 사건은 아니지...
하지만 이번엔 경우가 좀 달라...
‘유령’ 에는 힘이 있거든...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찬석을 바라보며) 핵 말이야...
찬석 핵은 우리가 독단으로 처리할 수 있는 그런 물건이 아닙니다.
202 그들에게 우리의 목숨을 결정할 권한은 누가 준거지 ?
(흥분을 가다듬으며) 중요한 건 말이야.
우리가 죽고 사는게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의 조국이 더 이상 그까짓 힘과 몇푼 안되는 돈 앞에서
허약하게 다리를 벌리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거야.
이제 보여줄떄가 됐다구 ... 알겠어?
이때 들리는 항해사의 외침
항해사 함장님, 미사일 발사 수심에 도달했습니다.
202 모두 기관정지하고 수평을 유지해라
항해사 네... 기관정지
항해병 기관정지
202 자 이제 핵탄두가 있는지 확인해볼까 ?
(마이크를 들며) 432, 목표물 확인하라
모니터를 통해 발사실의 432가 보인다.
기계를 조작하며 수치를 확인한다.
찬석은 놀란 모습으로 432의 모습을 비켜본다.
432 (모니터를 통해) 목표지점 동경 133.24 북경 28.42
일본 오키나와 북동쪽 2킬로 잠수함 건조기지.
목표지점 확인 됐습니다.
오차는 직경 200미터입니다.
202는 목에 걸린 열쇠를 계기 판에 꽂아 돌린다.
열쇠가 꽂힌 곳에서 불빛이 불안한 간격으로 깜박이기 시작한다.
202가 나머지 한 개의 열쇠구멍을 만지작거린다.
202 쪽발이들 잠수함 개발은 좀 지연되겠군.
(열쇠구멍을 가리키며) 자네가 직접 꽂겠나?
함장 열쇠말이야....
찬석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찬석 제 생각에...
부함장님은... 미치신 것 같군요.
핵탄두 같은 건 없습니다.
규정에 따라 부함장님을 직위해제하겠습니다.
202 정말 안타깝군...
모두들 자네에게 기대가 컸는데.
202의 눈짓에 방송장교 872가 찬석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찬석의 가슴을 풀어헤친다.
찬석의 목에 걸린 줄에는 열쇠가 보이지 않는다.
방송장교 872 어.. 없습니다.
202가 놀라며 돌아본다.
찬석이 씩 웃는다.
202. 찬석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202 눈치가 꽤 빠른데.
열쇠를 왜 숨겼지.
찬석 본능이야.
니 목소리를 듣고 느꼈지.
내가 기대 이상으로 행동한 건가?
방송장교 872가 찬석의 뺨을 후려친다.
방송장교 872 함장님께 경어를 써.
찬석 함장님?
함장님 보다는 교주님이 더 어울리겠는데.
(주위 장교들을 둘러보며) 광신도들이 이렇게 많으니...
872가 권총의 손잡이로 찬석의 어깨를 내리친다.
찬석이 무릎을 꿇으며 쓰러진다.
찬석이 몹시 괴로워한다.
방송장교 872 열쇠가 어딨는지 말해.
찬석 시체가 어딨는지 말해.
(미소 지으며) 귀항하면 보고서를 제출해야되거든.
202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 49. 조리실
화면 가득히 후라이팬에 고깃덩어리가 연기를 내며 큰 소리로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 서서히 틸트 업하면 줄이 없는 탄도탄 열쇠를 손에 들고 바라보는 조리장 981이 서있다.
조리장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초점 없는 눈으로 열쇠만 바라보고 있다.
조리보조 근데 왜 이렇게 함내가 어수선 한 거야?
불안해 미치겠네.
조리장 (머리를 때리며) 이 자식아.
너는 짬밥이나 열심히 만들면 돼.
알았어?
조리장은 능숙한 솜씨로 볶아진 고기를 통 안에 던져 넣고
새로운 고깃덩어리를 후라이팬에 얹는다.
조리장 생선의 머리를 향해 큰 칼을 내리친다.
# 50. 사령실
찬석의 어깨를 내려치는 872의 주먹, 찬석의 입술에 한줄기 피가 흐른다.
872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872의 주먹이 다시한번 올라갈 때
202 그만해
202는 찬석의 입술에 흐르는 피를 닦아 줄 때
거세게 내려치는 찬석의 손.
202 이 친구 정말 고집이 세군. 집안 내력인가 보지?
찬석의 붉게 충혈된 눈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찬석의 입술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202 이.찬.석
자네 아버지도 그 고집떄문에 돌아가셨지.
하지만 난 그분을 존경하네.
202, 품안에서 사진을 꺼낸다.
202 함장방에서 재밌는걸 찾아냈지. 자폭장치 대신에 말이야.
사진을 찬석에게 건네준다.
찬석이 사진을 받아든다.
202 자네가 알만한 사람들도 있더군
사진 속에는 머리를 짧게 깎은 네 명의 장교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웃고 있다.
그들의 가슴엔 똑같은 훈장이 달려있다.
사진을 쳐다보는 찬석의 눈에 아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그런 표정이 어린다.
202 (피식 웃으며) 아직 모르겠나?
왜 그 늙은이가 이 사진을 갖고 있는지 말이야 ?
무언가 알아챈 듯, 한참동안 사진을 바라보던 찬석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진다.
찬석의 기억이 살아난다. 사진 C.U
# 51. 찬석의 옛집
어린시절의 행복한 찬석 일가 사진에서 카메라 빠져나오면...
어린 찬석의 모습...
노란 휴대용 석유통에서 종이 위로 흩어지는 기름.
자극성 소음과 함께 불을 뿜는 성냥.
성냥이 던져지고 폭발하듯 번지는 불꽃.
어린 찬석, 아빠의 모습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타들어가는 서류더미를 바라보던 찬석의 아버지 뒤돌아 본다.
예감의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찬석의 어머니.
아버지가 어머니를 껴안는다.
아버지의 품에 안긴 어머니는 찬석을 바라본다.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찬석의 눈에 살며시 총을 빼드는 아버지의 손이 보인다.
어머니가 찬석을 향해 손을 뻗는데 어머니의 관자놀이에서 터져나오는 핏줄기.
엄마의 죽음을 느끼는 찬석의 멍한 눈동자.
총을 든 아버지의 손이 찬석을 향한다.
부들 부들떠릴는 총구... 숨이 가빠오는 어린 찬석.
‘탕’하는 총소리와 함께 아버지가 쓰러진다.
한 장교(함장)이 총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확인사살한다.
다가오는 젊은 장교(함장의 젊은시절) 찬석의 손에 아버지의 손목시게를 풀러 채워준다.
찬석의 팔 위에 손목시계가 채워져있다. 흐릿해지는 어린 찬석의 시야위로
# 52. 사령실
202 그래 맞아 그놈들이야.. 모두 훈장을 받았지.
걸리적거리는 인간들을 없앤대가로 말야... 자네 아버지 같은
한명은.... 금뱃지를 달았고
또 한 명은 참모총장이 됐어.
다른 두 사람은 권력싸움에서 밀려나 두 사람 다 잠수함에서 생을 마쳤지.
한 명은 장보고에서...
카메라가 사진 속 안경 낀 장교(확인 사살한 장교)를 비춘다.
장보고에서 찬석이 죽인 함장이다.
찬석이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던 기억이 빠르게 교차된다.
202 또 한 명은 유령에서...
찬석이 202를 바라본다.
찬석의 입술에서 다시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202 이런, 이런. 전혀 몰랐었나 보구만.
그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말야...
찬석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금 나에게 그 말을 믿으라고 하는 소리야 ?
202 믿든 안 믿든 그건 자네 자유니까....
내가 하고싶은 얘기는
항상 쓰레기들이 존재했고... 모든 치욕은 반복되어져 왔다는 거야...
그 고리를 끊지 않는한... 계속 한심하게 굴러가겠지. 영원히 말이야
그 쓰레기들도 알고 보면, 권력과 돈을 향해 날아간거지...
이제 그 구멍에 열쇠를 꽂기만 하면 돼. 그럼 너의 악몽도 끝이나는거야.
찬석, 202를 한참 뚫어지게 바라본다.
202, 동의를 구하듯 고개들 끄떡인다.
찬석, 어렵게 속삭이듯 입을 연다.
찬석 그건 전쟁이 아냐.
202 ...
찬석 미사일을 날린다고 해서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어.
202 ...자네에겐 너무 갑작스러울 수 있었겠군. 혼란스러울거야.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구. 이건 우리가 가진 마지막 기회야.
찬석 생각은.. 생각은 충분히 했어.
그런 식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또 다른 상처만 남을거야.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철없는 낭만주의자들이 남기는 건.
찬석, 202를 노려보며 아버지의 사진을 갈기갈기 찟어버린다.
찬석 ...상처뿐이야
이 배엔 핵탄두가 없어.
202의 얼굴에 미소가 가신다.
202 자네 정말로 이 잠수함엔 핵탄두도 , 자폭장치도 없다고 믿는건가 ?
..아니면 ... 그렇다고 믿기가 두려운건가 ?
찬석 ...
202 자네 아버지는 옳은게 뭔지 아는 분이었는데 자네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건
그 고집뿐이군.
이때, 소나맨 661의 다급한 목소리.
661(소리) 0.8.0 방향에 일본 잠수함입니다!
함장님 ! 0.8.0 방향에 일본 잠수함입니다!!!
202 이런, 첫손님이 벌써 나타나셨군.
찬석 ......
202 (마이크를 잡고) 거리는?
661(소리) 1000미터 전방입니다.
202 우리를 발견했나?
661(소리) 아닙니다.
202 (찬석을 향해) 전쟁을 시작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야.
(561을 보며) 0.8.0 방향으로 최대속력으로 전진.
항해사 561 네.
방향 0.8.0, 기관출력 최대로 전진.
항해병 방향 0.8.0 수정합니다.
# 53. 바다속
상승하는 기계음과 함께 힘차게 돌아가는 스크류가 보인다.
# 54. 사령실
202 (마이크를 들며) 함내 총원 전투 배치 !
방송장교 872 (마이크를 들어 함내에 방송한다.)
함내 총원 전투 준비, 함내 총원 전투 배치!
이것은 실제상황이다.
# 55. 복도
전투경보음과 함께 경보조명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긴장한 얼굴로 전투준비를 하는
수병들의 바쁜 움직임이 스케치된다.(복도 TYPE D 미사일 사일로 복도)
그와중에도 532, 정신없이 흰쥐를 쫓아 달려간다.
기관실 한 귀퉁이 쪽으로 달려가는 쥐.
# 56. 바다 속
일본 디젤 잠수함 쪽으로 달려가는 유령의 모습이 보인다.
# 57. 사령실
헤드폰을 끼고 음문에 집중하는 소나맨 661.
모니터엔 점점 가까워지는 일본 잠수함이 껌벅이고 있다.
모니터의 일본 잠수함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나맨 661 (마이크를 잡고) 함장님. 우리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속력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202가 소나맨의 목소리를 마이크를 통해 듣고는 얼굴에 미소를 짓는다.
202 (찬석을 바라보며) 저 놈이 왜 우리를 피하는지 아나?
우리가 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태평양으로 갈 길을 내주려는 거야.
그런데 어떡하지? 난 태평양으로 가서 자폭할 마음이 없는데...
자 그럼 시작해볼까?
661. 지금 거리는?
661(소리) 1100미텁니다.
202 기관정지
항해사 기관정지.
202 661. 1300미터가 되면 알려주게.
(찬석을 바라보며) 너무 가까우면 어뢰가 터지지 않거든.
# 58. 사령실
찬석이 어뢰를 발사하려는 의도를 알아채고 표정이 굳어진다.
661 네. 현재 거리 1200.
202 1 번 2 번 어뢰 발사준비.
경계관 1 번 2 번 어뢰 발사준비.
찬석이 의자에서 일어나려 하자 방송장교 872가 권총을 겨눈다.
찬석 다시 자리에 앉는다.
202 자네도 흥분되나보군.
(경계관을 향해) 발사관 개방!
경계관 어뢰발사관, 개방했습니다!
찬석 안돼! 즉시 정지해라. 이건....
661(소리) 현재거리 12200... 현재거리 1230... 현재거리 1250...
202 내가 어렸을 때 시력을 잃은 적이 있다고 했었지?
661(소리) 현재거리 1270...
202가 목에 걸린 초시계를 집어든다.
202 어뢰 발사.
# 59. 바다 속
범고래를 닮은 유령의 눈쪽에서 어뢰 두 발이 시차를 두고 발사된다.
# 60. 사령실
경계관 1, 2 번 어뢰 발사 됐습니다.
찬석의 표정이 암담해진다.
661(소리) 목표물까지 앞으로 900미터. 현재 속도 50노트.
202 그 땐 모든 걸 듣고서 판단해야 했어.
밥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찬석의 멍한 표정위로 깜빡거리며 일잠을 향해가는 어뢰좌표.
661 (소리) 목표지점 770미터, 현재 속도 52노트.
# 61. 바다 속
기포를 내뿜으며 일본 잠수함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달려가는 어뢰가 보인다.
# 62. 소나실
모니터를 통해 일본 잠수함으로 접근중인 두 발의 어뢰가 깜박이고 있다.
661의 긴장된 얼굴이 보인다.
661 목표지점 500미터. 현재속도 53 노트.
# 63. 사령실
불안한 표정의 찬석.
거기에 대비되는 202의 차가운 표정.
202 보이지 않는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더군...
보기 싫은 것들을 안 봐도 되니까.
661(소리) 목표지점 250미터. 현재 속도 55노트.
목표물이 1.8.0방향으로 회전합니다.
202 (혀를 차며) 둔한 놈들 이제야 알아차렸군.
# 64. 바다 속
전속력으로 방향을 트는 일본 잠수함 뒤로 다가오는 두 발의 어뢰.
# 65. 사령실
661(소리) 목표지점 60미터.
202는 초시계를 들여다 본 후 지그시 눈을 감는다.마치 바다 속 상황을 그려보듯...
202 이렇게 잠수함에 앉아 있으면 그 때 생각이 나...
어뢰, 액티브모드로 탐신!
경계관 어뢰 유선유도 케이블차단, 자체 탐신모드로 변경합니다..
# 66. 소나실
삐 소리와 함께 어뢰 추적장치의 빨간 불이 켜진다.
661 어뢰가 잠수함을 포착했습니다!
# 67. 바다 속
어뢰가 일본 잠수함을 향해 방향을 틀어 달려간다.
# 68. 사령실
찬석 (넋이 나간듯) 안.....돼.....
# 69. 바다 속
어뢰가 일본 잠수함에 명중한다.
물 속에서 공처럼 퍼지는 잠수함의 폭팔.
# 70. 미사일 사일로
서로 눈을 크게 뜨고 마주보며 말이 없는 기관병들.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한숨을 길게 내쉬는 기관병.
실제전투 상황에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
434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을 한거야 ?
432 (넋이 나간듯) 일본 잠수함을 격침시켰어.
이건 꿈이 아니야 현실이야.
434 씨발.. 앞으로 우린 어떻게 되는거지 ?
# 71. 사령실
사령실 안으로 폭음의 여운이 울려 퍼지고 있다.
풀어진 긴장으로 가쁘게 몰아쉬는 승무원들의 숨소리만 들려올 뿐 모든 게 조용하다.
202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쟁이 시작됐군.
시작이 좀 초라하지만...
찬석이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202를 쳐다본다.
찬석 넌 미쳤어.
202 아니. 날 여기 태운 놈들이 미친 거지.
202가 크게 웃기 시작한다.
202는 정말 미친 사람 같아 보인다.
202 (561을 보며) 이제 곧 자위대 놈들이 몰려오겠지,
이때, 정보장교 841 들어와 202에게 속삭인다. 문옆으로 좀전의 493 수병의 모습이 보인다.
202, 미소를 지으며 찬석에게 다가가 속삭이듯.
202 함내에선 말이지.....
내가 모르는 일이 없어......
왜냐면....
이 배가 내게 말해주니까.
반짝이는 202의 눈빛.
# 72. 조리실 복도
조리장 981이 조리실 문을 박차고 튀어나와 좁은 복도를 뛰기 시작한다.
그 뒤를 정보장교 841과 무장한 수병들이 쫓는다.
981의 손에는 커다란 식칼이 들려져 있다.
커다란 식칼을 손에 쥐고 “비켜” 소리를 질러대며 좁은 복도를 헤쳐 가는
뚱뚱한 조리장과 무장한 수병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이어진다.
쫓기던 조리장이 막다른 복도에 멈춰 선다.
조리장은 식칼을 치켜들고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보이며 수병들과 대치한다.
조리장 오지마! 오지마!
(환풍구를 가리키며) 가까이 오면 던져버릴 거야.
수병들 사이를 비집고 841이 나타난다.
872, 조리장을 겨누고 있는 수병들의 총을 거두게 한다.
방송장교 872 (천천히 다가가며) 981. 열쇠를 이리 내.
조리장 (뒤로 물러서며) 안돼. 안돼.
가까이 오지마.
방송장교 872 그건 모두에게 중요한 열쇠야. 열쇠를 내놔!
조리장, 열쇠와 872를 번갈아 쳐다보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872는 열쇠가 손에 잡힐 듯한 위치까지 다가가 있다.
방송장교 872 (손을 뻗으며) 자 어서.
조리장 (갈등하다가) 안돼 오지마!
872가 조리장을 덮친다.
조리장의 칼이 바닥에 떨어진다.
조리장은 열쇠를 뺏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가 열쇠를 입에 넣고 삼키려 한다.
872와 수병들이 달려들어 조리장의 입을 강제로 벌린다.
캑캑거리며 괴로워하는 조리장의 입을 벌리려 애쓰는 수병들의 모습이
돼지 잡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방송장교 872 뱉어. 이 새꺄! 뱉어!
실랑이 속에서 조리장의 비명이 함 내에 울려 퍼진다.
# 73. 의무실
수병들이 조리장을 간이 수술대 위에 단단히 묶는다.
몸부림치는 조리장.
조리장 (공포에 질린 소리로) 뭐 하려는 거야? 왜 그래?
의무장교는 손에 수술용 고무장갑을 끼고 있다.
202와 정보장교 841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의자에 포박되어 있는 찬석의 모습도 보인다.
의무장교가 마취약과 주사기를 집어든다.
주사기 속으로 무색의 액체가 기포를 만들며 빨려 들어간다.
202 (찬석을 향해) 자네가 이 불쌍한 친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봐둬.
찬석이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멍청히 앉아있다.
의무장교가 다가와 조리장의 팔에 혈관주사를 놓는다.
이 때 다급한 소나맨 661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다.
661(소리) 함장님 1.4.0 방향에 류시오급 일잠함입니다.
202의 눈이 빛난다.
202 (수화기를 들고)기관 정지. 정숙을 유지하라.
(의무장교에게) 완전히 마취되려면 얼마나 걸리지?
의무장교 20분 정도 걸립...
202 꾸물댈 시간이 없어. 지금 열쇠를 꺼내.
의무장교 예?
모두들 놀란 눈으로 202를 바라본다.
찬석이 기막힌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는다.
202 지금 열쇠를 꺼내라구.
의무장교 하지만...
202 쪽발이들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꺼내!
202는 혈관이 터져나올 듯 소리를 지른다.
의무장교는 유성매직을 들어 조리장의 배 위에 절개할 부위를 표시한다.
선이 고르지 않다.
떨리는 손으로 메스를 집어들고 수술대 앞에 선 의무장교.
장교의 이마는 땀으로 흥건하고 입에 찬 마스크는 빠른 속도로 실룩거리고 있다.
메스를 든 장교의 손이 표시선 위로 천천히 올라간다.
모두들 긴장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찬석 안돼! 제발. 하지마.
찬석이 의자에서 몸부림치며 소리지른다.
조리장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찬석과 의무장교, 202의 모습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몸을 떨고 있다.
202 (찬석을 바라보며) 이찬석. 다 니가 저지른 일이야.
(의무장교에게) 빨리 해!
661(소리) 적함에서 액티브 소나가 발사되었습니다.
의무장교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다.
땀 한 방울이 조리장의 배 위로 떨어진다.
이 때 ‘뚜-’ 길게 이어지는 액티브 소나의 잔음이 들려온다.
재촉하는 202의 고함소리, “안돼”를 외치는 찬석의 절규,
조리장의 기괴한 비명 소리로 아비규환이 된 의무실.
661(소리) 놈이 우리를 발견했습니다.
방향 1.3.0
202 (의무장교를 떠밀며) 바보 같은 놈!
202는 수술대 앞에서 떨고 있는 의무장교를 밀쳐내고 직접 메스를 집어든다.
찬석이 의자에서 발버둥친다.
202의 손에 쥐어진 메스가 주저 없이 조리장의 배를 가른다.
조리장의 긴 비명과 함께 절개된 부분에서 피가 스며 나온다.
잘 절개되지 않는지 202의 손이 몇 번 더 움직인다.
조리장이 수술대 위에서 발버둥친다.
202는 메스를 내려놓고 절개된 부위로 손을 집어넣는다.
조리장은 계속 사람 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격렬한 몸부림으로, 묶여진 찬석의 손목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다.
정보장교 841. 소름끼치는 장면을
꼿꼿이 서서 눈하나 깜짝 안하고 지켜보고있다.
한참을 뒤적인 후에야 202의 손이 조리장의 위에서 빠져나온다.
202의 손에 열쇠가 쥐어져 있다.
열쇠를 든 202의 손 주위에서 소화되다 만 음식물과 피가 섞여서 흘러내린다.
202가 열쇠를 들고 사령실로 달려간다.
방송장교 872 (찬석을 가리키며) 잘 감시해.
정보장교 841 ...
조리장은 반 실신한 상태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수술대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조리장이 어렵게 눈동자를 굴려 찬석을 바라본다.
흐릿한 초점으로 찬석을 바라보는 조리장의 눈.
찬석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 74. 사령실
미사일 조종패널에 피묻은 열쇠가 꽂힌다.
열쇠가 돌아가면 조종 패널에 불이 들어온다.
패널을 바라보는 202의 눈빛이 빛난다.
202 발사 심도 도달했나?
항해사 561 발사 심도 유지중입니다.
이때 들려오는 소나맨의 다급한 목소리.
소나맨 (소리) 함장님 놈이 공격할 모양입니다.
우리 쪽으로 다가옵니다.
현재거리 2,250미터.
202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다.
소나맨 (소리) 적함이 어뢰발사관을 개방했습니다..
현재거리 2,100미터.
202, 열쇠들을 다시 돌려 빼내 목에 건다.
202 일단 저 놈부터 요리해야겠군.
미사일 발사 준비 해제.
공격 준비.
방향 3.1.0 전속 후진.
항해사 561 방향 3.1.0 전속후진.
항해병 3.1.0방향 전속후진.
방송장교 872 (마이크를 뽑으며) 미사일 발사 준비 해제.
전원 전투준비. 전원 전투준비.
전투준비 싸이렌이 울리고 경보등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기관 출력을 높이는 기계음이 날카롭게 상승하고 있다.
# 75. 바다 속
유령의 스크류가 무서운 속도로 역회전하며 유령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유령의 힘이 느껴진다.
멀리서 일본 디젤 잠수함 한 척이 유령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포문을 열며 뒤로 후진하는 유령.
이 때 유령의 뒤에서 또 한 척의 일본잠수함이 모습을 드러낸다.
# 76. 소나실
소나실의 모니터에 뒤쪽에서 다가오는 일본 잠수함이 깜박이는 모습이 보인다.
소나맨 661 이런 젠장!
(마이크를 입에 대고) 함장님.
3.2.0방향에 또 한 놈이 다가옵니다.
바로 우리 뒵니다.
현재거리 1,800미터....
보조 소나맨 663의 얼굴이 울상이 된다.
# 77. 사령실
202 쪽발이들이 굉장히 열받았나보군.
소나맨(소리) 앞쪽에서 어뢰를 발사했습니다.
방향 1.3.0 현재거리 2,000미터.
# 78. 바다 속
포문이 열리고 일본 잠수함에서 어뢰 두 발이 발사된다.
# 79. 소나실
소나실 모니터에 앞쪽에서 발사된 어뢰 두 발이
빠른 속도로 유령을 향해 접근하는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 팬 하면 뒤쪽에서도 어뢰 두 발이 깜박이며 다가온다.
소나맨 661 뒤쪽에서도 어뢰가 발사됐습니다.
방향 3.2.0 현재거리 1,650미터....
더블린치입니다.
보조 소나맨 663이 공포에 찬 눈빛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앞과 뒤에서 다가오는 어뢰들이 점점 간격을 좁혀오고 있다.
# 80. 사령실
스피커로 들려오는 소나맨의 긴장한 목소리를 202는 차가운 표정으로 듣고 있는 202.
202 재밌는 게임이군.
202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202 1.3.0 방향으로 전속전진.
항해사 561 (의아스런 표정으로) 다시 확인합니다.
202 (고함치듯) 1.3.0 방향. 전속 전진!
항해사 561 방향 1.3.0 전속 전진. 출력 최대로.
항해병 방향 1.3.0 수정합니다.
항해병이 조종간을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 81. 바다 속
기포를 내뿜으며 양쪽에서 다가오는 각각 한 쌍의 어뢰들,
차가운 바닷물을 가르며 유령에게 돌진한다.
유령은 앞에서 다가오는 어뢰를 향해 정면으로 다가가고 있다.
# 82. 의무실
포박된 찬석, 의무관에게
찬석 빨리 봉합해! 어서
의무관 ...소용없어. 이미 감염됐어.
841, 총을 든채로 다가오며... 찬석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며...
정보장교 841 니 걱정이나 하시지..
841, 찬석을 한방 후려갈긴다.
# 83 사령실
여전히 눈을 감고 소나맨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202
소나맨 (소리) 1.3.0방향 어뢰. 현재거리 1,400미터. 속도 55노트.
3.2.0방향 어뢰 현재거리 1600미터. 속도 57노트.
현재거리 1550미터.
사령실 승무원들의 몹시 긴장한 표정이
눈을 감고 바다 속 상황을 그려보는 듯한 차분한 202의 표정과 대조된다.
조종키를 잡은 항해병의 손이 떨리고 있다.
# 84. 바다속
사이사이 유령을 향해 달려드는 바다 속 어뢰와 유령의 전진하는 모습이 보인다.
# 85. 소나실
소나맨 661은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거리를 외쳐대고 있다.
소나맨 661 1.3.0방향, 현재거리 650미터. 600미터...
3.2.0방향, 현재거리 800미터 750미터.....
순간 202의 눈이 섬득하게 빛나며
202 5인치 음성 디코이 발사 !
# 86. 바다 속
유령의 뒤쪽에서 데코이가 발사된다.
유령의 코앞에 와 있는 앞뒤의 어뢰.
빠른 교차 컷으로 어뢰가 유령이 보여진다.
# 87. 사령실
202 기관정지 !
최대각 우현기울기.
항해사 561 최대각 우현기울기 !
# 88. 바다속
급격하게 우현으로 기우는 유령.
뒤쪽 어뢰가 데코이에 맞아 폭파되고
앞쪽어뢰가 우현으로 기우는 유령을 간신히 비껴나가
데코이에 폭파된다.
insert 기관실 ...폭파의 여진.
# 89. 의무실
폭파의 진동이 느껴지는 의무실... 찬석 벽쪽으로 콰당 쓰러진다.
841도 쓰러진다. 굴러내려오는 메스... 찬석쪽으로..
일어나는 841.
# 90. 사령실
소나맨 661 (모니터용 카메라를 쳐다보며) 함장님.
앞뒤어뢰가 모두 디코이에 잡혔습니다.
사령실의 모니터를 통해 환호하는 승무원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폭발속에서 다가오는 두 발의 어뢰가 간격을 좁혀오고 있다.
소나맨 (소리) 함..함장님 3.2.0방향 어뢰 접근 중. 현재거리 260미터. 속도 57노트.
202 앞 잠수함과의 거리는?
소나맨(소리) 400미터입니다. 방향 1.3.0
항해사 561 지금 방향을 틀지 않으면 20초 후에 충돌합니다.
202 (다시 눈을 감으며) 방향 유지.
항해사 561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202를 힐끗 쳐다본다.
항해사 561 1.3.0방향 유지합니다.
경계관 유도장치 장전됐습니다.
202, 지긋이 눈을 감는다.
# 91. 바다 속
뒤에서 추격해 오는 어뢰가 최대 속도로 전진하는 유령과의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한편 앞쪽에는 일본 잠수함이 버티고 있는데...
# 92. 소나실
모니터 옆의 빨간 불이 깜박이기 시작한다.
소나맨 어뢰가 우리를 포착했습니다.
현재거리 200 미터.
적함과의 거리 380미터.
어뢰 180미터
적함 370미터
# 93. 사령실
항해사 561이 202를 불안한 눈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눈을 감고 있는 202를 쳐다보고 있다.
항해사 561 함장님 이대로 가다가는 적함과 부딪힙니다.
202 (손을 들어 보이며) 기다려.
소나맨 (소리) 어뢰 160미터.
적함 350미터.
어뢰 150미터.
적함 340미터.
방송을 듣는 승무원들의 불안한 표정.
소나맨 (소리) 적함이 방향을 틉니다.
202 지금이야.
최대각도로 잠수!
출력 최대로!
항해사 561 잠항각 30도. 밸러스트 완전개방.
항해병이 조종간을 기울이자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진다.
모두들 손잡이를 붙잡는다.
202 충격에 대비하라.
방송장교 872 전 승무원 충격에 대비하라.
# 94. 바다 속
방향을 틀고 있는 일본 잠수함 밑으로 유령이 파고든다.
일본 잠수함 바로 밑을 지나가는 유령의 꼬리부분에
류시오의 꼬리방향타가 날라가 중심을 잃는순간,
수직으로 뻗어가는 일잠어뢰가 일본잠수함에 맞아 폭파된다.
심해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유령.
# 95. 의무실
찬석, 충격으로 벽쪽으로 ‘붕’ 떠 부딪힌다.
841 총을 떨어뜨리며 쓰러진다. 총 화면앞으로 밀려들어오고
찬석, 밧줄이 툭 끊겨진다. 찬석손의 메스...
841손이 총을 집으러 화면쪽으로 쑥 들어오면,
그 손을 내리치는 메스로 내리치는 찬석
총을 들어 841을 겨눈다.
두려워하는 841, 찬석 총을 발사한다.
# 96. 사령실
202가 지휘대에 서서 피해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스피커에서 차례로 각 부서의 피해상황이 스피커를 통해 보고되고 있다.
수병1(소리) 2구역 이상 없습니다.
수병2(소리) 4구역 이상 없습니다.
수병3(소리) 5구역 미사일 격납고에 가스가 새고 있습니다.
#97. 기관실
허벅지에 붕대를 칭칭감은 532
허둥대며 파이프 밑으로 숨듯이 들어간다.
532 이제 안심해 괜찮아.....
이리 와......
532가 포켓에서 쏘세지를 꺼내
몸을 구부려 작은 구멍 사이로 들이민다.
532 이리 와 착하지.....
이때 532손에 잡히는 물체.
더듬 더듬거리다 갑자기 턱 소리와 함께 삐- 소리가 울린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완전히 바닥에 기대어 보면-
순간 532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 98. 미사일 격납고
폭발의 충격으로 어지럽게 흔들리는 격납고안.
가스관에서 가스가 새어나온다.
구멍이 뚫려 물이 새는 곳도 보인다.
10기의 사일로가 커다란 기둥처럼 길게 버티고 늘어선 미사일 격납고.
496 (스피커 소리와 이어져) 현재 상태대로는 미사일 해치를 열 수 없습니다.
구석의 한 가스관에서 가스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새어 나오고 있다.
몇몇의 수병들이 달려들어 새어 나오는 가스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 (소리) 복구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나?
496 (전화기를 들고) 네 가스까지 보충하려면 30 분...
496 이 프라이어를 들고 작업 중인 498에게 다급하게 소리친다.
496 안돼! 그 건 건드리지마!
임시로 막아 놓은 철판이 튕겨져 나간다.
다른 수병들이 가스관을 막으러 달려든다.
496 (다시 수화기를 들며)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 99. 사령실
202의 얼굴이 짜증스러운 표정이 된다.
202 오키나와 시민들 운이 좋군.
한 시간은 더 살 수 있게 됐으니까.
(이를 갈며) 쪽발이들!
(872를 향해) 격납고에 복구 팀을 보내.
방송장교 872 (마이크를 들고 함내에 방송한다.) 복구팀, 5구역 미사일 격납고를 지원하라.
202 모든 기관 정지.
항해사 모든 기관 정지.
바다 속... 기관이 스르륵 정지한다...
202 수평을 유지하고 대기한다.
661, 또 한 놈은 어떻게 됐지?
소나맨 (소리) 2.5.0방향 거리는 400미텁니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걸 모르는 모양입니다.
이쪽으로 접근 중입니다.
202 모를 테지.
지 놈이 쏴 죽인 친구와 충돌한 줄 알 테니까.
확인하러 오는 거야.
어디 나도 낚시나 즐겨볼까?
플로팅 안테나를 심도 150까지 풀어라.
경계관 안테나를 풉니다.
# 100. 바다 속
유령의 사령탑 위에서 플로팅 안테나가 서서히 풀려져 나오기 시작한다.
안테나가 해류를 타고 먹이를 노리는 뱀장어처럼 서서히 위로 올라가고 있다.
멀리서 일본 잠수함이 유령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 101. 사령실
202 정숙을 유지한다. 쥐 소리도 내지마.
(872를 쳐다보며) 시끄러우면 고기가 달아나는 법이거든.
방송장교 872 전 승무원은 모든 작업을 중지하고 정숙을 유지하라.
202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 102. 바다 속
일곱 날개의 스크류를 돌리며 유유히 다가오는 일본 잠수함이 보인다.
유령에서 빠져나온 플로팅 안테나가 물결에 천천히 흔들리고 있다.
# 103. 의무실
온 몸에 피가 튄채로 공포에 떨고 있는 의무관의 모습.
찬석이 조리장 쪽으로 다가간다. 조리장은 아직 신음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 104. 미사일 사일로.
5번 격납고에서 보수작업을 하고있는 496과 498.
스피커를 통해 정숙하라는 안내방송이 소음에 섞여 들려온다.
498 정숙하라는데. (두 사람 모두 잠시 침묵)
어둠속에서 가스새는 소리와 물떨어지는 소리가 더욱 공포스럽게 크게 들린다.
496 들고있던 용접봉을 내리치며
496 니기미, 이 판국에 정숙은 무슨 정숙이야!
잠시후 496.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입만 크게 벌리고 소리는 내지 않으면서 고향의 봄을 부른다.
그런 496이 우습다는 듯 미소짓는 498.
# 105. 바다 속
유유히 다가오는 일본잠수함.
플로팅 안테나 가 물결에 흔들리고 있다.
# 106. 소나실
소나실 모니터에 서서히 유령에게 다가오는 일잠함이 보여진다.
소나맨 661은 헤드폰을 낀 채 모니터를 주시하며 잠수함의 위치를 보고한다.
202가 눈을 감고 소나맨의 보고를 듣고 있다.
소나맨 (소리) 1.4.0 현재거리 90 미터.
1.5.0 현재거리 60 미터...
# 107. 의무실
권총을 손에 쥔 찬석, 손목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찬석의 떨리는 손이 조리장의 가슴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찬석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 108. 바다속
플로팅 안테나 근처에서 맴도는 일본잠수함이 보인다.
# 109. 사령실
바다 속 상황을 그려보는 듯 눈을 감은 202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소나맨 (소리) 2.4.0 현재거리 20 미터... 10미터...
해도판 위에 물건이 흘러내리는데, 항해사 561이 202 눈치를 보며 잡는다.
202 쉿! 거의 다 잡았어.
# 110. 의무실
찬석이 권총을 조리장의 심장에 대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겨간다.
조리장의 눈이 찬석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 111. 바다 속
유령의 바로 위를 일잠함이 지나가고 있다.
플로팅 안테나가 일잠함의 몸통을 살짝 스친다.
# 112. 사령실 / 소나실
202의 집중하는 모습과 승무원들의 긴장된 표정.
장교 혹은 수병들 insert cut
# 113. 의무실.
찬석의 눈이 붉어진채 조리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방아쇠를 당기는 찬석의 집게 손가락이 심하게 떨리고 있다.
찬석이 눈을 질끔 감으며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탕’
# 114. 바다 속
탕- 소리에
일본 잠수함이 알아챘는지
스크류가 굉음을 내자 플로팅 안테나가 한순간에 빨려 들어가 엉켜든다.
날카로운 금속성 마찰음이 귀를 찌른다.
일잠함의 스크류가 힘을 내며 돌아가려 하지만
그럴수록 플로팅 안테나는 더 엉켜들어간다.
# 115. 사령실
강한 파열음과 함께 심하게 흔들리는 사령실.
갑작스런 충격에 감당하지 못하는 승무원들 (몽타쥬)
# 116. 의무실 CUT
충격의 여진에 흔들리는 의무실,약품병들이 왕창 쏟아져 내린다.
# 117. 미사일사일로 CUT
가스가 확 뿜어나오는 느낌...여진은 많이 가라앉았다.
# 118. 바다
팽팽하게 당겨진 플로팅 안테나. 유령의 모습이 보일수도있다.
# 119. 의무실
찬석이 없는 방 안.
조리장의 시신 위에 걸쳐진 상의 안쪽에 가족사진이 보인다.
# 120. 사령실
균형을 잡아가는 사령실 안으로 무장한 수병 한명이 들어온다.
872가 무장 수병쪽으로 다가가서...
무언가 보고를 하는 무장한 수병.
보고를 들은 872, 202를 향해 다가온다.
방송장교 872 함장님...이 찬석이 달아났습니다.
202...천천히 일어난다. 872의 어깨를 잠시 잡았다가...수병쪽으로 다가가서...
번호표를 보고는...
202 776, 류시오급 잠수함의 최대 잠수깊이가 얼마나 되지 ?
776 (긴장하며) 예. 300 미터입니다.
202 그것밖에 안되나?
776 시...실용잠항심도는 그 정도지만 500미터까지는 견딜 수 있을 겁니다.
202 그럼 우리 유령은?
776 예. 650 미터지만 최대 1100 미터까지 잠수한 기록이 있습니다.
202 그래 ? ..그거 재미있는 사실이군.
(872를 돌아보며) 계속 수색해.
202 수심 600 미터까지 최대각으로 잠항
경계관 네. 잠항 실시합니다.
최대각 잠항. 밸러스트 완전개방.
항해병 잠수각 30 도. 목표심도 600 미터.
# 121. 바다 속
유령의 플로팅 안테나에 묶여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떠 있는 일잠함이 보인다.
유령의 거대한 몸체에 비해 일잠함의 크기는 작아 보인다.
유령의 몸체가 서서히 기울더니 스크류를 힘차게 돌리며 잠수하기 시작한다.
일잠함은 낚시에 매인 고기처럼 안테나에 묶인 채 힘없이 끌려 들어가고 있다.
유령과 일잠함이 검푸른 바다 밑으로 사라져간다.
# 122. 썬텐실
어둡던 썬텐실에 불이 켜진다.
형광등처럼 깜빡대며 켜지는 푸른 조명에 찬석의 모습이 드러난다.
검붉은 피가 묻어있는 기다란 푸른 조명들은 군데군데 깨져있고 몇 개는 껌뻑이고 있어서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보인다. 찬석이 가쁜숨을 고르면서 바닥에 주저앉는다.
자신의 손목을 조명에 비춰본다. 표피가 벗겨져 있고 조직액이 배어나오고 있다.
주머니에서 힘겹게 붕대를 꺼내 손목의 해진곳에 둘러매기 시작한다.
상처가 쓰라린지 인상을 찌푸린다.
#123. 사령실
수심을 표시하는 계기판의 수치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270, 280, 290....
경계관 현재수심 300 미터.
202가 계기판을 들여다본다.
202 이쯤 해서 음악감상을 시작하지.
(마이크를 뽑아들며) 661,
헤드폰을 낀 소나맨의 얼굴이 매우 일그러져 있다.
202 지금 소나에 잡히는 소리를 스피커로 연결해라.
661 네?... 네. 알겠습니다.
소나맨 661이 스위치를 조작하자
사령실 스피커를 통해 소나에 잡히는 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온다.
일잠함 내부 사운드, 끼익거리는 소리 등등..
202가 눈을 감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음미하고 있다.
202 우리들만 듣기엔 너무 아까운데.
(872에게) 이 걸 전 함내에 연결할 수 있나?
방송장교 872 네 그렇긴 합니다만...
202가 마이크를 빼들고 872에게 손짓을 한다.
202 함장이다.
오늘은 우리모두의 노력으로 적의 잠수함 두척을 침몰시켰고
한척은 침몰중이다.
# 124. Insert 기관실 or 미사일 사일로
소름끼치는 얼굴로 땀에 범벅이 되어 있는 수병들의 모습...
모두 할말을 잊은 듯...서로의 얼굴을 외면한다.
# 125. 썬텐실
찬석이 썬탠실에서 202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202 여러분 모두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다.
아, 참 그리고 이찬석, 어디에 있던 잘 들어두게.
조금있으면 일본 전체에 이런 음악 소리가 퍼지게 될테니까. (사령실)
스피커에서 202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삐-하는 잡음이 들리더니 이내 음문이 방송되기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삐그덕거리는 금속판 소리,
경보음, 바닷물이 터져 들어가는 소리들 사이로
아비규환의 생지옥을 연상시키는 일본 병사들의 외침소리,
비명소리, 울음소리 등이 들려온다.
일본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 처절함이 느껴진다.
찬석의 숨소리가 점점 가빠지고 얼굴이 구겨진다.
찬석이 견딜 수 없다는 듯 귀를 막는다.
# 126. 사령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괴로운 표정으로 듣고 있는 항해사 561이 오바이트를 한다.
다른 승무원들도 어두운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카메라 서서히 움직여 지휘대를 돌아보면 그와는 대조적인 202의 모습이 보인다.
202는 마치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는 듯한 표정으로 지긋이 눈을 감고 서 있다.
비명소리가 들릴 때마다 미간이 찌푸려지며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스쳐간다.
철판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그에 따라 비명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죽어 가는 사람들의 처절함을 관객들도 견디기 힘들다.
#127. 미사일 통제실
공포에 질려있는 434, 그리고 432...
#128. 썬텐실
비명소리와 외침소리는 최고조에 다다르더니
점차 금속성 소리만 커지고 사람들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지독하게 코너에 몰린 찬석의 감정 표현...
# 129. 사령실
202가 눈을 감고 사정하는 듯한 탄성을 내쉰다.
202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다.
육중한 철판이 휘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계기판은 수심 600 미터를 넘기고 있다.
#130. 기관실
532, 기관실 으슥한 곳에 앉아 압궤 소리를 듣고 있다.
눈에서 눈물이 절절 흘러내리는... 웬지 점점 돌아버리는 듯한 532...
# 131. 바다 속
유령에 끌려 들어가는 일잠함이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형태를 유지한 채 검은 바다 밑으로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내 ‘퉁퉁’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급격하게 몸체가 찌그러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튼튼해 보이던 일잠함이 순식간에 휴지처럼 찌그러져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관객들은 무서운 수압의 힘을 체험하고 있다.
유령의 몸체에서 안테나 케이블이 떨어져 나간다.
일잠함이 긴 꼬리를 남기며 검은 바다 속으로 추락한다.
유령이 그런 일잠함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다.
어두운 바다 밑바닥에서 조그만 섬광이 보이더니
이내 가녀린 폭팔 음이 들려온다.
# 132. 사령실
사령실에 폭발음이 과장되어 울려 퍼지고 있다.
202 (중얼거리듯) 서곡이 끝났군.
(마이크를 뽑아들며) 2 번 마이크. 격납고로 연결해.
872가 스위치를 올린다.
수화기를 드는 소리가 들리고 배경으로 용접소리, 망치소리가 들려온다.
496 (소리) 사일로 담당 496 입니다.
202 함장이다. 496. 상황이 어떤가?
# 133. 미사일 격납고
땀이 흥건히 젖은 496이 수화기를 들고 서있다.
498은 열심히 용접을 하고 있다. 용접 불꽃이 번쩍이고 있고
496 (큰 소리로) 용접이 마무리 되어갑니다.
가스만 보충하면 됩니다.
20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496 (498을 바라보며)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되겠지
# 134. 사령실
202, 마이크를 내려놓고 지도가 그려진 유리판 쪽으로 다가간다.
지도 위를 움직이던 202의 집게손가락이 태평양 입구 어느 한 지점에 멈춘다.
202 561. 해저면을 타고 남동쪽으로 1킬로 이동한 후
미사일 발사 수심으로 부상한다.
항해사 561 네. 방향 2.6.0 속도 30노트. 이동.
항해병 2.6.0 방향 수정합니다.
항해병이 조종간을 움직이면 터빈소음이 높아진다.
#135. 썬텐실
찬석이 썬텐실에서 땀을 흘리며 허공을 노려보고 있다.
푸른 조명속에서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찬석, 무언가 결심한 듯 권총을 손에 쥐어본다.
무장한 수병하나가 썬텐실 앞을 지나간다. 썬텐실을 지나쳐가던 수병이 멈춰선다.
수병이 다시돌아와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푸른 불빛을 살펴본다.
수병이 총을 겨누고 조심스럽게 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재빨리 문을 열어재치고 총을 겨누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수병이 긴장을 풀고 썬텐실 안의 스위치를 내리기 위해 손을 뻗는다.
수명의 손 위로 물방울이 하나 떨어진다. 수병이 윗쪽을 쳐다본다.
찬석이 썬텐실 천정에 매달려 있다.
수병이 찬석에게 총을 겨누지만 찬석의 발이 재빨리 수병의 얼굴을 내리친다.
천장에서 내려온 찬석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쓰러진 수병을 쳐다본다.
수병의 가슴에 575라는 번호가 보인다.
#136. 조리실복도
등에 575라는 번호가 쓰여진 병사가 조리실 복도를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카메라가 눌러 쓴 모자 밑을 비추면 긴장한 표정의 찬석의 얼굴이 보인다.
찬석은 주위를 살피며 조리실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맞은 편에서 무장한 수병들이 다가오고 있다.
수병들은 지나가는 병사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있다.
찬석이 뒤돌아 가려하지만 맞은 편에도 무장한 수병들의 모습이 보인다.
찬석이 조리실로 들어간다.
조리실에는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찬석은 벽에 걸린 비상용 후레쉬 하나를 챙겨들고 냉장고 문을 연다.
깊고 좁다란 냉장고 안에는 커다란 고기덩이들이 긴 줄로 매달려 있다.
냉장고 문 틈 사이로 조리실을 내다보는 찬석.
조리실 문을 열고 무장 수병들이 들어와 조리실을 수색하는 모습이 보인다.
찬석은 몸을 숨기기 위해 매달린 고깃덩어리 틈을 헤치고 냉장고 안쪽으로 다급히 기어간다.
고깃덩어리 사이에서 누군가 갑자기 찬석을 덮친다.
깜짝 놀라는 찬석.
찬석이 후레쉬를 비춰보면 하얗게 얼어붙어 죽어있는 함장의 얼굴이 보인다.
후레쉬 불빛에 눈을 부릅뜨고 죽어 있는 함장의 얼굴...
이때 841일행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안쪽에 후레쉬를 비춰본다.
흔들리는 고기들 틈 사이로 자기를 노려보고 있는 함장의 시체가 보인다.
죽은 842의 가슴팍에서 뚝뚝떨어지는 피.
숨어있는 찬석의 발에 떨어진다. 재빠르게 다리를 오무리는 찬석.
841이 냉장고 문을 닫고 사라진다.
문이 닫히자 함장의 뒤통수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기 시작한다.
참았던 숨을 돌리며 함장의 시체 뒤에서 찬석이 몸을 내민다.
찬석이 함장을 노려본다.
아버지, 그리고 지금의 처지를 생각하며... 찬석, 웃음이 새어나온다.
함장의 시체에서 뭔가 떠오른 찬석의 얼굴...
#137. 함장방
흔들리는 카메라, 사구액자에서 핸드헬드로 찬석의 얼굴...
# 138. 바다 속
험준한 지형의 해저면이 보인다.
카메라 앞으로 유령의 하얀 눈이 다가온다.
# 139. 기관실
기관실로 들어오는 찬석.... 찬석의 얼굴은 땀으로 뒤덤벅이다.
지도에 표시된 폭탄 위치로 다가간다.
그러나 폭탄은 보이지 않는다. 당혹스런 찬석의 얼굴...
인기척이 느껴진다....
찬석이 다가간다.
찬석을 돌아보지도 않은채
532 우린 모두 죽어...
독침을 뻬어들어 자기의 목에 들이대는 532, 손이 바르르 떨린다. 독침을 찌른다.
망연한 얼굴로 532의 시체를 바라다보는 찬석...
넘어지는 시체 뒤로 시한폭탄이 보인다.
# 140. 사령실.
202 561, 어디쯤 와 있지?
항해사 561 5분 후면 미사일 발사심도에 도착합니다.
202가 목에서 미사일 열쇠를 빼내 차례대로 열쇠구멍에 꽂기 시작한다.
이 때 내선용전화기 호출음이 들려온다.
202, 수화기를 든다.
찬석 (소리) 니 말이 맞았어.
202의 얼굴이 굳어진다.
202 (미소 지으며) 아니 이게 누구야.
이찬석 아닌가?
아직 함내에 있었군.
난 소식이 없길래 떠난 줄 알았는데...
202가 872에게 발신지를 확인하라는 손짓을 한다.
872가 계기판을 확인한다.
계기판의 모든 램프는 꺼져있다.
872가 발신지 확인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202에게 고개를 내젓는다.
# 141. 원자로 부근 어느 곳
살짝 뜯겨진 내선용 인터폰 아래로
전선 몇 가닥이 삐져나와 있고 그 중의 한 선이 잘려져 있다.
카메라가 인터폰의 수화기 선을 따라 올라가면
수화기를 들고 벽에 기댄 찬석이
복받치는 듯 울음을 터뜨리며 억지로 참듯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찬석의 손등에서 걸죽한 피가 흘러내린다.
찬석이 긴 한숨을 내쉬고
찬석 함장이 정말로 이 배를 폭파하려 했더군.
방금 니가 찾던 걸 찾았거든.
시한폭탄이 숨겨져 있었어.
# 142. 사령실
202 그 거 참 반가운(?) 소식이구만.
거 봐. 내 뭐랬나.
그럼 이제 우리랑 같이 쪽발이들을 혼내주기로 결심한건가?
# 143. 원자로 부근
찬석 닥치고 내말 잘들어 !....
(찬석의 몸이 심하게 떨리고 있다)
지금부터 정확하게 5분을 주겠어.
미사일 입력데이타를 모두 취소시키고
전속력으로 여기를 빠져나가 한국 영해로 돌아가는거야.
그게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야.
202 살아남는다는게...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 자네에겐...
찬석 살아남는 거... 그건 문제가 아니야.
이유없이 죽어 갈 수많은 목숨이 중요한거지....
202 이 찬 석, 자네는 대한민국의 군인이야.
군인은 개인의 목숨이 아니라 조국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찬석 너에겐 선택할 권리가 없어... 알아?
지금 돌아가거나 ...아니면 같이 죽거나.
202 돌아가? 니가 더 잘 알텐데...
지금 우리 머리 위엔 새 한마리 날아갈 틈도 없다는 걸.
이미 내 길은 정해졌어.
찬석 좋아 ... 니가 하겠다면 나도 한다.
찬석, 전화를 내려놓는다.
# 144. 기관실
찬석 화가난 듯 주먹으로 원자로판을 내리친다.
# 145. 사령실
202 (872를 향해) 찾아와.
방송장교 872 ?...
202 모두 나가서 놈을 찾아오란 말야!
무장수병들 사령실을 나간다.
사령실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는다.
202는 미사일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지휘대 위에 앉아 있고
열쇠가 딸랑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사령실엔 긴장감이 느껴진다.
분노로 가득한 202의 얼굴.
202가 미사일 발사열쇠를 열쇠구멍에 꽂는다.
202 5구역 격납고 연결해.
항해사 561 5구역 격납고 연결합니다.
202 어떻게 됐나?
493 (소리) (지치고 다급한 목소리로) 파이프를 막았습니다만
현재 심도에서
해치를 여는 것은 무립니다.
202, 시계를 한 번 보고는 연결을 끊어버리고 생각하는 표정이 된다.
202 561, 미사일 발사심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항해사 561 미사일 해치와 부상 속도를 계산 한다면 빠듯합니다 !
202 (전화) 미사일 유니트, 발사준비 됐나?
434 (소리) 바..발사준비 완료되었습니다.(미사일 통제실)
202 (결심한 듯) 해치를 열어라.
434 (모니터를 통해) 하지만...
202 시간이 없다.
더 지체하면 자위대 놈들의 밥이된단 말이야 !! 빨리 열어!
사령실 장교들의 불안한 표정들.
434 (소리) 1. 3. 5기 미사일 해치를 엽니다.
434가 스위치를 조작한다.
‘윙-’하는 기계음이 들려온다.
# 146. 바다 속
바다 밑에서 수평을 유지하고 떠 있는 유령의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가 유령의 하얀 눈에서부터
서서히 갑판 위로 올라가면
널따란 갑판 위에 두 줄로 길게 늘어선
10개의 미사일 해치가 보인다.
앞쪽 세개의 해치가 조금씩 들썩이고 있다.
기계음이 피치를 높여감에 따라 해치가 힘겹게 올라가고 있다.
# 147. 기관실
함내에 울려 퍼지는 경고음.
쿠-웅 하며 해치 열리는 진동이 느껴진다.
쪼그려있는 찬석의 얼굴은 비오듯 땀이 서려있다.
# 148. 미사일 통제실
미사일 통제실의 내선용 인터폰이 울린다.
432가 수화기를 든다.
432 미사일 유니트 432입니다.
찬석 (소리) 아무 소리 말고 내 말만 듣게.
432가 찬석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긴장한다. 434 그런 432를 본다.
찬석 (소리) 폭탄을 발견했어.
432 (당황한 듯) 어디십니까?
# 149. 원자로 부근
통화하고 있는 찬석이 보인다.
찬석 지금 202가 하려는 짓은 미친짓이야.
지금 바로 컴퓨터에 입력된 미사일 자동추적 프로그램을 지워버려.
그러면 적어도 1시간 이상은 벌 수 있을 거야.
안그러면 남은 방법은 폭탄뿐이야.
...
생각해봐 수백만, 아니 수천만이 될 수도 있어.
432. ...난 자네를 알아.
자네는 옳은 길을 선택할거야.
그들에게 굴복하지 마.
수천만의 생명이 자네 손에 달려있다구 알겠어?
자네를 믿겠네.
원자로 3구역에서 보세.
전화를 끊는 찬석
# 150. 미사일 통제실
미사일 통제실의 432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하더니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컴퓨터 화면을 쳐다본다.
434 누..누구예요 ?
대답없이 화면을 바라보는 432,
# 151. 미사일 격납고
가스관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무섭게 흔들리고 있다.
임시로 막아 놓은 이음새의 볼트 하나가 ‘핑-’ 소리를 내며 총알처럼 튕겨져 나간다.
그곳에서 하얀 가스가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수병들이 뒷걸음질친다.
496 이 사령실을 호출한다.
496 (큰 소리로 악을 쓰며) 함장님. 해치 개방을 중단해주십시오.
수압이 세서 이대로는 무립니다.
# 152. 사령실
202가 참담한 얼굴로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496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493 (소리) 현재 심도에서 해치를 개방하는 것은 무립니다..
항해사 561 함장님! 이대로 가다가는 나머지 구역도 위험합니다.
202 ........
# 153. 미사일 격납고
가스관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무섭게 흔들리고 있다.
임시로 막아놓은 이음새의 볼트 하나가 퍽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간다.
세차게 새어나오는 가스. 수병들이 뒷걸음 친다.
퍽퍽퍽 총알처럼 튕겨나 나오기 시작하는 볼트들
총알처럼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리벳트들. 쏟아져 들어오는 물.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지원병들.
496 이 개새끼들아 ! 해치 개방을 중지하란 말이야 !!!
가스가 더 무서운 기세로 새어나오고 있다.
# 154. 사령실
사령실에 미사일 격납고의 혼란이 그대로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202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
202 제기랄!
해치 개방을 중단해!
434 (소리) (기다렸다는 듯이) 해치개방 중단합니다.
202 ... 발사심도로 부상한다. .
경계관 예??.. 그러면 적의 항공공격에 완전히 노출됩니다.
202 (귀찮다는 듯) 부 상 해 !
부상각, 출력 최대로!
항해사 561 완전부상. 부상각 30도 기관출력 최대로.
항해병 부상각 30도 수정합니다.
항해병이 조종간을 최대로 당기면 202의 얼굴이 급격히 기울어진다
#155. 기관실
모두들 기울어진 함내에서 중심을 잡아가며 바쁜 손을 놀린다.
여기에 한 무리의 무장수병들이 몰려온다.
다급히 움직이는 수병들의 군화를 따라 긴 복도에 도착하면
맞은 편에서 또 한 무리의 수병들이 다가온다.
872의 모습도 보인다.
수병1 격납고엔 없습니다.
수병2 어뢰실에도 없습니다.
방송장교 872 (중얼거리듯) 쥐새끼 같은 놈.
872가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는 표정이 된다.
방송장교 872 모두 후미로 이동하며 샅샅이 수색해라.
수병1.2 예, 알겠습니다.
872와 수병들 어지러운 군화발 소리와 함께 흩어져 뛰어간다.
카메라, 흩어진 병사들이 서 있던 바닥을 비추면 망바닥 아래 좁은 틈 사이에
힘겹게 있는 찬석.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만한 공간에서 시한폭탄을 보며
쪼그리고 있다가 천천히 시한폭탄쪽으로 떨리는 손이 들어간다.
찬석의 군복은 온통 땀에 젖어있다.
# 156. 사령실
1급 경계태세를 알리는 노란 사이렌 조명이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사령실.
202가 차가운 눈빛으로 죽은 함장과 세 명의 장교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
두개의 미사일 열쇠가 꽂힌 곳에서는 빨간 불빛이 불안하게 점멸하고 있다.
여기에 들려오는 미사일 격납고의 호출.
493 (소리) 함장님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202가 마이크를 빼든다.
202 통제실. 모든 해치를 열어라.
434 (소리) 네. 1-10 번 미사일 해치를 엽니다.
미사일 통제실의 434의 떨리는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스위치를 켠다.
# 157. 바다
카메라가 유령의 갑판 위를
사령탑으로부터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면 미사일을 덮고 있던
검은 해치가 차례로 열린다.
# 158. 사령실
사령실의 긴장한 장교들의 표정.
202가 미사일 조종 패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434 (소리) 해치가 열렸습니다.
202 10번까지 미사일에 목표물 데이타를 입력하고 발사대기 상태로 전환하라.
434 (소리) 모... 모두 말입니까?
202 그래 모두.
434 (소리) ...네. 알겠습니다.
1호기부터 10기까지 목표지점을 입력합니다.
# 159. 미사일 통제실
434가 컴퓨터에 준비된 자료를 입력한다.
컴퓨터 화면에 입력되는 목표지점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도시의 이름과 위도, 경도, 기타 자료들이 보인다.
동경, 교토, 요코하마 등의 일본 주요 도시들이 컴퓨터 화면의 지도 위에 표시되고 있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434의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하다.
식은땀을 흘리며 키보드를 치는 434의 얼굴이 굳으며
미사일 통제실의 컴퓨터 화면에 목표물 입력이 완료됐다는 문장이 깜박인다.
434 (이마의 땀을 닦으며) 1기부터 10기까지, 목표지점이 입력되었습니다
미사일 발사대기 상태로 전환합니다.
목표물 완전 셋팅까지 3분 남았습니다.
# 160. 사령실.
함내 전체에 울리는 싸이렌소리.
202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 161. 기관실
발사 경고등이 깜빡인다.
찬석 경고 등을 보며
찬석이 허탈한 웃음을 내뱉는다.
찬석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폭탄하나를 꺼낸다.
이때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는 찬석.
432가 찬석을 바라보고 서있다.
찬석이 언뜻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432의 공격적인 눈빛을 느끼고
432 (공격하며) 개새끼!
432의 발이 찬석의 가슴을 공격한다.
뒤로 나가떨어지는 찬석.
432가 천천히 찬석에게 다가온다.
찬석이 반격하려 하지만 432의 주먹이 찬석의 얼굴에 꽂힌다.
432 니가 무슨 권리로 우릴 죽이려는 거야.
니가 그렇게 잘났어?
한 방...
432 뭐? 나를 안다고?
니가 나에 대해서 아는 게 뭐야?
겨우 일어나 좁은 통로를 뒷걸음질치는 찬석.
432의 몸이 파이프를 의지해 공중에 뜨더니 한 바퀴 돌아
찬석의 어깨를 내리 찍는다. 고수의 솜씨다.
찬석이 무릎을 꿇고 괴로워한다.
순식간에 엉망이 된 찬석의 얼굴.
432의 주먹이 다시 한번 찬석의 얼굴을 후려친다.
432 나에 대해 하나 알려줄까?
(찬석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난 너 같은 새끼가 제일 밥맛없어.
잘난 척 하지 말고 한 쪽을 택해.
(주먹을 올리며) 이미 늦었지만
마지막 한방을 날리려는 듯 432의 주먹이 신중하게 찬석의 인중을 겨눈다.
432가 찬석을 내리칠 찰라, 432가 ‘억’소리를 내며 가슴을 움켜쥔다.
432가 뒤로 물러나 자신의 가슴을본다.
심장에 자살용 독침이 꽃혀있다. 432가 주사기를 빼내 바라보더니
찬석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난다.
찬석의 벨트에 꽃힌 가죽케이스의 주사기가 보이지 않는다.
찬석이 괴로워하며 몸을 일으킨다.
432가 파이프를 잡고 몸을 일으키려고 애쓰고 있다.
찬석이 432에게 다가간다.
찬석 나에겐 내 편이 없을 뿐야
찬석이 시한폭탄쪽으로 걸어간다.
# 162. 사령실
삐삐삐 거리는 신호음과 함께
“목표물 셋팅 완료” 라는 계기판이 깜빡인다.
경계관 함장님, 목표물 셋팅 완료 되었습니다.
202 (202의 눈빛이 반짝이며)
안전장치 제거 !
경계관 발사암호 입력, 안전장치 제거 !
암호입력 버튼 누르는 손이 보인다
# 163. 기관실
2분안팍을 가리키는 시한폭탄.
# 164. 함내 어느곳
무장한 수병들이 찬석을 찾기위해
함내를 어지럽게 뛰어 다니는 모습이 스케치 된다.
# 165. 사령실
모니터에 ‘발사준비 완료’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항해사 561 (마이크를 잡으며)
미사일 발사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초긴장감이 도는 사령실안.
202의 희미한 미소가 감도는 얼굴
# 166. 복도
폭탄을 들고 복도를 가로지르는 찬석
# 167. 기관실
09, 08, 07, 06......
뚜껑 아래에 네모난 상자 모양의 시한폭탄이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다.
# 168. 사령실
항해사 561 함장님, 1호기 발사 후 30초 간격으로 자동 발사됩니다.
202, 발사버튼을 바라본다. 서서히 다가가는 202의 손..
경계관과 장교들 , 수병들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며.
완전히 얼어붙어있는 수병의 모습
# 169. 미사일 사일로
디지털 시계는 0에서 멈추고 삐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폭팔하며 불길이 순식간에 카메라를 덮친다.
긴 복도를 질주하는 사나운 불덩어리들...
# 170. 함내 이곳저곳
무섭게 흔들리는 함내의 이곳저곳이 보여진다.
사령실의 계기판에서 불꽃이 일어나고
사막액자가 떨어져 유리가 박살난다.
202와 수병들이 이리저리 튕겨져 나가고
구멍이 뚫린 곳곳에서 물이 세차게 새어 들어온다.
사령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어지럽게 번쩍이는 비상등.
날카로운 비상벨 소음속에....
불길이 번져가는 복도와 즐비한 시체들.
소화기를 들고 불길을 잡으려는 수병들.
다리가 잘려나간 채 신음하는 수병들.
물이 터져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수병들.
살려달라고 외치는 수병.
동료를 부축하며 연기속을 달려가는 수병들.
872 인서트(복도를 헤집고 쓰러지는...)
# 171. 바다
불지옥 같은 잠수함 내부와는 대조적으로 평화롭게 떠 있는 유령의 모습이 보인다.
# 172. 복도
갈라진 틈새로 물이 새어들어오는 복도...
죽어있는 수병, 치지직 합선을 일으키는 불꽃...
처참한 표정의 수병들 사이로 ... 걸어가는 이 찬석의 모습이 보인다.
이찬석의 시야 느낌으로...간간히 찬석 얼굴 보이고...
# 173. 사령실
아무도 없는 지휘대에는 충격으로 떨어져 나온 마이크가 흔들리고 있다.
경계관은 폭파의 충격으로 쓰러져있다.
항해사 561과 방송장교 872의 모습이 보인다.
스피커에서는 어디서 들려오는 소린지 살려달라고 외치는 비명소리.
지원을 요청하는 간절한 목소리.
의무병을 찾는 고함등이 어지럽게 섞여서 들려온다.
약간의 부상을 입은 872가 사령실 안에 들어와 있다.
지휘대 아래에서 202가 몸을 일으킨다.
머리를 다쳤는지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계기판에 7호기 하나만 점등되어 깜박이고 있다.
계기판을 보고 미소를 짓는 202.
찬석이 들어온다.
시한폭탄을 든 채로 ....
202, 찬석을 본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사령실안에 가득하다.
찬석 시간이 없어,
수병들 모두 탈출시켜. (202를 바라보며)
202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진다.
202 탈출해?
어디로?
나가서 어디로 가란 말야.
빨리 탈출해서 너희를 죽이려 한 놈들에게 목숨을 구걸해봐라.
혹시 살려줄지도 모르니까.
저 애들에게 그렇게 얘기하란 말야?
그렇게 얘기해?
202가 마이크를 빼들고 찬석에게 내민다.
202 자! 니가 얘기해 봐. 어서!
202가 마이크를 들이밀자 스피커에서 ‘삐-’ 하는 잡음이 들린다.
찬석은 마이크를 잡지 못하고
다른 장교들의 시선을 의식한 채 땀을 흘리고 있다.
202 자네 정말... 그 쓰레기들 엉덩이나 빨면서 살아남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거야?
찬석 아무리 미사일을 쏴대도 세상은 변하지 않아.
202 그래서?
끝내 이 미친놈의 머리통을 날려 버리고 너만 편히 죽겠다는 거야?
영웅이 된 기분으로?
그럼 모든 게 해결되는 거야?
찬석 ......
202는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202 .... 그 녀석이야.
202가 마이크를 제자리에 올려놓고 스위치를 하나씩 내리기 시작한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던 처절한 비명소리가 하나씩 사라진다.
마지막 스위치를 내리자 비명소리에 묻혀있던 고래의 울음소리가 또렷해진다.
202 저 녀석..... 우릴 정말 좋아하나봐.....
# 174. 바다속
고래가 유령주위를 지나간다. 고래 뒷편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온다. 일잠의 모습
# 175. 사령실
(소리) 사령실. 여기는 미사일 격납고. 의무병 지원 바랍니다.
격납고가 위험합니다.
4구역, 물이 새고 있습니다. 지원병을...
스피커에서는 살려달라고 외치는 비명소리,
지원을 요청하는 간절한 목소리 등이 어지럽게 뒤섞여 들려오고 있다.
202가 눈을 감는다.
그의 팔의 혈관이 붉어져 나오고 근육이 실룩거린다.
격한 감정을 자제하려는 듯 그의 미간이 좁혀진다.
202 그래.... 이제 정리를 할 때가 온것같군.
202, 마이크를 빼들고 스위치를 올린다.
202 마이크를 입에 대고 한참동안 입을 열지 못한다.
스피커에서 삐 - 잡음이 들린다.
# 176. 함내 복도
동료의 시체를 바라보고 망연자실한 수병.
시체들이 널부러진 복도를 정신나간 얼굴로 걷는 수병.
피를 엄청 쏟으며 고통에 말도 못하는 수병.
그런 수병들 위로 202의 목소리가 들린다.
202 (소리)
그 동안 수고해 준 제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아무것도 장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177. 미사일 격납고
493이 마이크를 손에 든 채 멍한 표정으로 스피커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202(소리) 언젠가...
우리의 조국은.....
제군들이 바친... 피와 땀을 잊지 않을 것이다.
.....
전원......
지금 당장 사령탑 밖으로...... 신속히..... 탈출하기 바란다...
유령을..... 포기한다.
이상.
202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사라지고
탈출을 알리는 붉은 경보등이 돌아가고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498을 바라보던 496이 파이프 조각을 집어들고(미사일 사일로)
경보음이 울리는 스피커를 내려치기 시작한다.
496 다 거짓말이야... 빌어먹을 조국!!
스피커에서는 좀처럼 경보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한참을 내리친 후에야 스피커의 경보음이 우스꽝스런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병사, 꿇어앉아 오열한다.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493(미사일 통제실)이 마이크를 힘없이 떨어뜨린다.
병사들, 허리에서 독침을 빼든다.(복도)
# 178. 사령실
탕- 소리와 함께 자결하는 561.
아무도 사령탑 밖으로 탈출하지 않는다.
202가 마이크를 올려놓고 정면을 응시한다.
# 179. 바다속
어둠속으로 고래가 비켜나갈때,
그 뒷편으로 무언가 시커먼 형체가 화면을 압도한다.
# 180. 소나실
고래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간다.
이때, 소나실의 모니터에
갑자기 커다란 형체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포착된다.
눈밑이 찢어진 661이 마이크를 잡고 있지만 당황한 듯 그의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661 함장님, 자... 잠수함인 것 같습니다.
661 잠수함 기관음이라기엔 너무 작아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종륩니다.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 181. 사령실
놀라는 찬석의 표정.
202 (찬석을 보며) 이제야 손님 대접을 하는군.
# 182. 바다 속
카메라 앞을 소리 없이 지나가는 거대한 물체.
마치 먹이를 노리는 상어처럼 그 움직임이 음산하다.
#183. 사령실
661(소리) 함장님, 적함에서 어뢰 발사관이 열렸습니다.
202는 눈을 감고 생각하는 표정이 된다.
모니터에 유령의 두 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일잠함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202 적어도 초라한 상대한테 당하는건 아닌 것 같군.
(찬석을 바라보며)
아직도 모르겠나? 어차피 우린 갈곳이 없어.....
난 말이야 멋진 군인이 되고 싶었지....
조국을 위해 용감히 싸우다 총에 맞아
마지막에 멋진 한 마디를 남기고 죽는... 그런 군인 말이야.
202가 지휘대에서 내려와 천천히 찬석에게 다가온다.
찬석이 핏물이 흘러 들어오는 눈을 깜박이며 초점을 잡으려고 애쓴다.
202 (주위를 둘러보며) 이제 그렇게 죽기는 틀린 것 같군.
참기 힘든 기억이 몰려오는 듯 202의 표정이 묘하다.
202의 손이 찬석의 볼을 쓰다듬는다.
마치 어린 동생을 쓰다듬듯...
찬석이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다.
202 처음부터 말이야 잘못돼 있었어.....
이런 짓은 나 같은 미친놈이 하는게 아니야.....
202의 손이 찬석의 총을 잡는다.
총구는 여전히 202의 이마에 겨눠져 있다.
202 이런 중요한 선택은 말이지...
방아쇠를 걸고 있는 찬석의 집게 손가락 위에 202의 엄지가 겹쳐진다.
202 자네같이 멋진 군인이 하는거야. (피식 웃으며) 사실, 우린 모두
조국을 위해 충성하기로 맹세한 사람들 아닌가 ?
202가 웃는다.
202의 엄지가 방아쇠를 누른다.
‘탕-’
아무도 없는 널따란 사령실에 찬석이 허공에 총을 겨눈 채 서 있다.
손에 잡힐 듯한 찬석의 거친 숨소리가 한참동안 이어진다.
카메라, 포커스를 옮기면
빨간 불을 깜박이고 있는 미사일 발사 버튼들이 보이고
한쪽 모니터엔 유령으로 향하는 어뢰가 보인다.
찬석이 천천히 총을 내리고 지휘대로 다가간다.
찬석이 버튼 앞에 멈춰 선다.
찬석의 이마에서 흐르는 핏물은 찬석의 눈을 타고 흘러내린다.
피눈물을 흘리는 듯한 찬석의 모습.
그렇게...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 184. 바다속
찬석(소리) 항해 4일째.....
나는 점점 모래가 되어간다...
그리고 빨려 들어간다......
거대한 사막속으로...
# 185. 사령실
자동운항장치가 목표수심에 도달했음을 알리고 있다.
# 186. 바다 속
유령으로 돌진하는 일잠어뢰.
폭발하기 직전,
유령의 몸 속에서 간발의 차이로 새하얀 미사일이 발사된다.
이내 어뢰가 유령에 명중한다.
대 폭발 !!
엄청난 기포사이로 뚫고 나오는 유령의 미사일.
# 187. 바다 속
찬석 (소리) 왜 몰랐을까......
그 사막을 둘러싼 공기 속에...
오아시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 188. 바다 멀리서
푸른 바다.
푸른 하늘.
하얀 구름... 슬프게 아름다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핵미사일.
화면 서서히 페이드 아웃.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