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이 차를 A클래스 해치백의 변종으로 놔두기엔 몹시 억울하다. 이 차는 세단보다 멋지고 쿠페보다 실용적인 '세단형 쿠페'다. 세단형 쿠페의 대문을 연 벤츠 CLS의 친동생으로, 나란히 두고 보면 같은 배에서 나온 친형제처럼 죽이 맞는다. 편의 장치 역시 '세단형 쿠페'답게 푸짐하다. 아끼지 않고 만든 정찬처럼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었다. 직각 주차까지 적극 돕는 자동주차장치는 물론, 수입차에 드문 국내용 하이패스까지 기본으로 넣었다. 제대로 만들어서 가격이 꽤 된다. 골격과 엔진 등을 나눠 쓴 벤츠 A클래스(가장 저렴한 모델)보다 1천만원 가량 비싸면서, 후륜구동 세단인 C200(가솔린)에 비해 120만원 낮은 4,630만원이다. BMW 3시리즈, 아우디 A4의 가장 저렴한 모델보다 비싼 가격이다.
겉모습
쿠페형 세단의 효시였던 벤츠 CLS의 친동생이다. 문짝이 네 개 달렸지만 쿠페처럼 날렵하다. A클래스 해치백과 골격이 같다지만, 나눠 쓴 철판은 하나도 없다. 헤드램프나 테일램프도 새로 만들어 넣었다. 날렵하게 잡힌 라인과 팽팽한 볼륨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철판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 아니다. 충분히 매력적이다. 벤츠는 역시 세단을 멋지게 뽑아낸다. 특히 늘씬하게 빠진 세단을 잘 그린다.
골격을 함께 쓰는 A클래스 해치백보다 32.5cm나 길다. 또한 폭은 5mm 넓고 높이는 1cm낮다. 늘씬하고 넙쩍한 쿠페형 세단이다. 작은 세단이라지만 그리 작진 않다. 벤츠 C클래스에 비해 불과 5mm 짧으면서 폭은 오히려 5mm 넓다. 큰 차들 사이에 있어도 기죽지 않는 외모다. 커다란 18인치 휠도 아주 보기 좋다.
속모습
실내는 A클래스와 비슷하게 생겼다. 다만 실내 소재나 편의장치 등은 A클래스보다 수가 높다. 일단 가죽 시트다. 인조 가죽이지만 웬만한 진짜가죽보다 성질이 좋다. 보기에 고급스럽고 엉덩이에 착 붙는다. 앞좌석 시트는 양쪽 모두 전동식인데다가 모두 3개의 시트 위치를 기억한다. 7인치 화면에는 익숙한 '터치식' 네비게이션이 들어가며, 글로브박스 속에는 한국형 하이패스까지 숨어 있다.
실내 공간이 넓은 건 아니다. 특히 뒷좌석을 위한 배려가 다소 인색하다. '쿠페형 세단'인지 '세단형 쿠페'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류의 차가 좀 그렇다. 날렵한 라인으로 차를 그리려니 뒷좌석 머리 공간이 다소 옹색해졌다. 뒷좌석 전용 송풍구는 있지만 중간 팔걸이 같은 건 없다. 뒷좌석에 귀한 분을 자주 모신다면 이 차를 피하는 게 좋다.
트렁크는 그리 넓진 않지만, 트렁크 바닥판 밑에 넉넉한 공간이 또 있다. 보통 스페어 타이어가 들어가던 곳인데, 여기에 세차 용품 같은 걸 넣으면 된다. CLA는 펑크가 나도 어느 정도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를 써서 스페어타이어가 따로 없다.
달리는 느낌
벤츠의 골격은 말이 필요 없다. 최고다. 단단하고 진중하며 사방으로 조화롭다. 후륜구동 기술만 무르익었는 줄 알았는데, 전륜구동 세단도 훌륭하게 뽑아냈다. 앞이 무겁거나, 뒤가 가볍거나, 핸들링이 둔하지도 않다. 특히 아스팔트를 움켜쥐는 느낌이 보통 아니다. 타이어가 아주 좋다. 시승차에는 18인치 굳이어 이글 F1 런플랫 타이어가 끼워져 있었다. 주로 고성능 차에 끼우는 제품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명망이 높은 타이어다.
136마력에 토크가 30.6인 1.8리터 디젤엔진은 부족하진 않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도로에서 기죽을 일은 없지만, 뽐내고 싶을 땐 이내 조바심이 돋는다. 탄탄한 골격과 훌륭한 타이어를 생각하면 더더욱 아쉽다. 7단 듀얼클리치 변속기는 시종일관 부드럽다. 자동변속기를 염두하고 셋팅한 듀얼클러치 변속기다. 능숙한 수동변속 느낌을 지향하는 폭스바겐의 듀얼클러치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놓치면 안 되는 특징
기본적으로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만든 차다. 자동주차장치, 알아서 물끼를 털어내는 브레이크 등, 이저러저한 고급 장치를 듬뿍 넣은 모델을 들여와서, 교통량까지 감지하는 터치식 네비게이션과 하이패스까지 붙였다. 부족할 게 없다. 작은 세단이지만 프리미엄한 이미지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좀 비싸더라도 다 갖춘 걸 찾는다면 CLA를 눈여겨볼 만하다.
CLA보다 일주일 앞서 우리나라에 발표된 아우디 A3 세단은 벤츠 CLA와 사뭇 다른 개념이다. 아우디코리아는 작은 세단을 내놓으면서 '실용성'을 앞세웠다. 네비게이션, 전자식 룸미러 등, 웬만한 차에 달려 있는 장치조자 달지 않고 가격을 잡았다. 고급형 모델에도 거울 뒤에 레버로 눈부심 정도를 조절하는 수동식 룸미러다. 골프보다 고급스럽지만 A4보다 몸을 낮춰야 하는 A3의 포지션 때문이다. 이에 비해 CLA는 여유로운 분위기다. 후륜구동 정통세단인 C클래스와 구동방식, 스타일 등에서 차별되기 때문에 눈치볼 필요가 없다. 더구나 C클래스는 조만간 크기를 키우고 고급장치를 듬뿍 넣은 신모델이 나올 예정이다.
기억해야 할 숫자
CLA는 C클래스의 동생이 아니다. 세단형 쿠페인 CLS의 동생으로 개발된 차다. 길이 5미터, 1억원의 가격에 육박하는 CLS가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사이즈와 가격 등을 확 줄이고 효율성을 끌어올린 차다. 독일 현지에는 편의장치가 다 빠진 1.6 가솔린 모델도 있지만, 한국에는 이것저것 다 갖춘 1.8리터 디젤엔진 모델과 360마력의 2리터 터보엔진이 달린 CLA45 AMG 모델만 들어왔다. 윗급 모델만 살짝 쓸어와서 가격이 꽤 된다. 1.8리터 디젤엔진이 달린 CLA200 CDI가 4,630만원, AMG 엔진과 사륜구동 장치 등이 붙은 초고성능 CLA45 AMG는 6,970만원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CLA200 CDI의 급가속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Bvl782cXiDM&list=UUFmiaWut3Dflenyz_bpJBOA
>>> 각각의 설명이 더해진 90여 장의 사진으로 엮은 벤츠 CLA '오토포토'
http://www.carmedia.co.kr/photo/autophoto.php?id=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