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5.日. 미세먼지 살짝 낀 신진도항의 푸른 하늘이나 주근깨 살짝 덥인 그녀의 얼굴이나
12월25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19C까지 탐험과 정복의 대상이었던 바다를 향하여 20C에 들어와서 인류가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름바다는 바캉스라는 쾌감을 즐기는 곳이자 겨울바다의 쓸쓸한 낭만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서정抒情을 그곳에서 찾아낸 것입니다. 외롭고, 호젓하고, 포근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하얀 갈매기의 궤적을 따라 두 발로 삶의 가느다란 여유를 찾아 어떤 사람들은 겨울바다로 떠납니다. 어떤 사람들인 우리들도 오늘 그랬습니다. 시간을 맞추다보니 12월25일 일요법회를 오후2시에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카톡방에 예천동보살님의 문자가 떠올라왔습니다. 25일 오전에 아름다운 항구와 산더미위의 사찰을 순례하고 점심공양으로 맛난 팥칼국수를 먹은 뒤 시간 맞춰 천장암 일요법회에 참석을 하려는데 함께 하실 분은 누구실까요?
신진도항 저 안쪽에 있는 해양경찰본부의 하얀 철조망도 미세먼지 살짝 낀 푸른 하늘아래서는 말갛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둥근 쓰레기통에 버려져있는 물매기의 반투명한 얼굴도 미세먼지 살짝 낀 푸른 하늘아래서는 말갛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갯바람 타고 활강하는 항구의 흔한 갈매기도 미세먼지 살짝 낀 푸른 하늘아래서는 말갛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늘을 살짝 비켜 양달아래 세워놓은 검정색 K5도 미세먼지 살짝 낀 푸른 하늘아래서는 말갛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둥글게 휜 방파제 끝자락의 붉은 등대도 미세먼지 살짝 낀 푸른 하늘아래서는 말갛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나일 악어의 흰 뱃바닥처럼 굼실대는 파도도 미세먼지 살짝 낀 푸른 하늘아래서는 말갛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까르륵 하고 울릴 듯한 두 여인女人의 밝은 미소도 미세먼지 살짝 낀 푸른 하늘아래서는 말갛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성냥갑 길게 늘어선 리조트도, 수평선에 톡 떨어트린 콩섬도, 북어대가리를 물고 뛰어가는 얼룩고양이도, 미세먼지 살짝 낀 푸른 하늘아래서는 말갛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신진도항은 보일 듯 말 듯 미세먼지 살짝 낀 푸른 하늘아래서는 말갛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12월 25일 아침 내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