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아침 해가 떠오른지 세시간여가 지났건만 아직도 흿뿌연 연무에 가려진 모습이
마치 간유리를 통해 비춰지는 백열전구 같아 산행에는 도움이 된다,,,
아침 여섯시 반 딸애의 직장에서 떠나는 m.t 시간에 맞춰 도착한 가로수길엔 적막만이
감돈다,,,"천리해안" 어쩌구하는 걸 보니 아마도 서해 만리포 옆 천리포쯤으로 가나보다!
관심이 없는 건지 地理를 모르는 건지, 하긴 직장에서 잡아 놓은 장소이니 아무 생각없이
줄래줄래 따라만 가는 女선생님이 태반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딸애를 이해하기로 한다!
하여튼 집사람과 나는 이른 새벽의 널널한 88도로를 달리며 때 이른 더위에 사라져 버린
고양이 걸음 같이 소리없이 닥아 온 봄날의 냉정하고도 보슬보슬한 기운을 만끽해 본다,,,
강화에 들어 선 창밖은 때 늦은 벚꽃이 만개한 봄! 북서풍이 먼저 도착해서 가장 늦게야
떠나는 강화는 뭍과 대교 하나 차이 이지만 피부에 와 닫는 계절은 뭍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이른 아침임에도 백련사를 통해 고려산에 오르는 길가 초입엔 벌써부터 바리케이트가
놓여있고 속속 도착하는 차량을 도로변 임시 주차장으로 몰아 넣는 교통경찰의 수신호가
매우 단호하다,,,마침 경찰차를 따라가던 터라 어부지리로 백련사길로 들어서서 꽁지가
빠지게 내 달린다,,,위법 아닌 위법을 저지른 속내가 어지럽게 뒤엉킨다!
백련사 옆 산길은 제법 가파르다,,,물이 많이 나는 깔딱고개엔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바닥에 두툼한 멍석을 깔아 놓아 질퍽이며 미끌어지는 고행을 미연에 방지해 준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표한다,,,
삼십분쯤을 헐떡인 보람이 바로 나타나는 고려산 능선,,, 산의 한쪽 자락을 점령해 버린
진달래군락의 분홍빛은 집사람과 나를 연분홍 치마로 감싸 안는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흣날리드라" 가사를 쓴 작가도 봄철 수줍게 분홍으로 물드는 진달래를 그리 표현 했으리라,,,
능선을 따라 돌아서는 곳곳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는 너는 정녕 봄의 여신!
여신의 분홍 치맛자락은 꼭 쥔 손아귀를 빠져나가고 이젠 저 멀리서 봄바람에 너울거린다!
고려산의 자태에 잠시 넋이 나갔다 돌아오니 찾아오는건 시장끼!
미리 검색해 두었던 강화 풍물시장 2층 식당 만복정의 상밑으로 두다리를 쭉 편다,,,
봄철 강화의 대표 감칠맛 밴댕이 삼형제와 정갈한 밑반찬이 식탁위에 앉아있고 이내 젓가락은
흥분에 겨워 요동친다,,,먼저 도톰한 회 한점을 땡초된장에 찍어 한입, 다시 무침을 상추에 싸서
또 한입, 노릇히 구워진 구이를 머리부터 뼈채로 크게 또 한입,
강화의 봄이 입안 가득히 미소를 머금는다,,,
몇년 전 사찰 기행 때 들렀던 전등사엔 예쁜 찻집이 들어섰고, 화사한 꽃창살이 아름다운
정수사 역시 예나 지금이나 그 자리를 지킨다,,,세월을 지킨다,,,
실로 오랜만에 한남대교 밑 고수부지를 거닐며 집사람과 회한에 잡겨도 본다, 이십년 넘게나
인근에 살았으면서도 자주 오지 않았던 고수부지다,,,집사람과 연애시절 집 앞에 우후죽순으로
들어 선 카페며 레스토랑엔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였건만 정작 그 당시 한양쇼핑 뒷쪽 토끼굴을
통해 가는 고수부지엔 한두번 가본 기억밖에 없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좀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에 대한 견해가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젊은 시절의 소중함과 가치 평가도 그 나름대로의 결과물임을 인정하니 후회는 없다!
한남대교 남단에 매미 처럼 달려있는 야경 좋은 커피숍엔 젊은 시절 집사람과 내가 은은한
불빛 아래 머리를 맞대고 어둠 넘어 차량 전조등의 행렬을 한마음으로 바라본다!
쏜살 같이 날아가는 세월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