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19주일 강론 : 하늘에서 내려온 빵(요한 6,24-35) >(8.11.일)
* 예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십니다. 그래서 7성사 중에 가장 중요한 성사가 성체성사입니다. 예수님의 몸을 자주 모시고, 그분의 뜻에 맞게 살다가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갈 수 있기를 청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지난 7월 21일(일) 9시, 미국 오렌지교구 소속의 한인공동체인 “평화의 모후 본당”의 교중미사 때 공동집전했습니다. 그 본당은 9시 미사가 한국어를 쓰는 교중미사이고, 10시 반 미사는 영어를 쓰는 학생미사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어가 편한 사람은 9시에 참석하고, 영어가 편한 사람은 10시 반 미사에 참석합니다. 그런데 그 본당은 가톨릭교회 소속이지만, 우리나라 전례와 아주 많이 달랐습니다.
그 본당의 35세의 젊은 본당신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전례에 따른 미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제의도 라틴 제의였고, 성가도 라틴어로 부르고, 영성체도 입으로 하도록 권했습니다. 오렌지 교구에서는 교구장의 허락을 받으면, 본당에서 입으로 하는 영성체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본당신부가 2년 전에 부임하기 직전에 사목했던 신부는 그 본당에 12년 있는 동안 손으로 영성체하게 했는데, 젊은 본당신부가 그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성체하라니, 처음에는 아주 많이 반발했지만, 지금은 많이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입으로 하는 영성체를 위해 제단 앞에 양쪽으로 4개, 총 8개의 장괘틀을 놔두고, 8명의 교우들이 무릎을 꿇고 입으로 영성체했는데, 복사들은 사제들 옆에서 교우들이 성체를 흘리지 않게 성체받침대를 교우들의 입 바로 밑에 대었습니다. 물론 입이 아니라, 손으로 영성체하는 교우들도 많았습니다.
2.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쓰신 < 세상의 빛 >에는 “무릎을 꿇고 입으로 하는 영성체”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데,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서 중요한 것들을 말해보겠습니다.
- 손으로 성체를 받으면 즉시 모셔야 합니다. 성체를 받자마자 제단 앞에서 바로 모시지 않고, 성체를 들고 성전 안에 있는 자기 자리 포함해서 다른 곳으로 갖고 가면 그런 행동 자체은 “성체 모독”이 됩니다.
아주 오래전에 어떤 자매가 시어머니 책상을 청소하다가, 서랍 안에 성체를 쌓아둔 것을 발견하고 본당사무실에 알렸는데, 본당신부님이 가서 모시고 왔습니다. 그 할머니는 영성체를 성전에서 하지 않고, 신주 모시듯이 자기 방에 들고 가서 그렇게 모셔두었답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 일과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심각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어떤 여자가 성체를 모시지 않고 집에 들고 가서, 성체를 나무젓가락에 묶어 불태우는 사진을 보여주며, “나도 예전에 천주교 신자였지만, 천주교는 남성 위주의 종교다. 여성을 무시하는 종교이기 때문에, 여성에게 미사포를 쓰기를 강요한다.”라며 성체를 모독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성체모독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야겠고, 그런 사건이 없도록, 성체 분배 때 복사들은 교우들이 성체를 그 자리에서 받아 모시는지, 들고 가는지 잘 확인해야 합니다.
3.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규정된 영성체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성체 가까이 갔을 때 공경하는 마음으로 성체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절합니다. 성체 앞에 서기 1명 전에 미리 절해야 하고, 성체 분배자가 성체를 원활하게 잘 분배할 수 있게 성합 높이에 맞춰서 손을 올려야 합니다. 손과 몸을 자기 편한 대로 하면 성체 분배에 애로점이 생깁니다.
2) 사제나 부제 혹은 비정규 성체 분배자가 성체를 들어 보이며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하면 “아멘”이라고 큰 소리로 응답한 후, 입이나 손으로 성체를 받아 모십니다.
3) 손으로 영성체할 때는 오른손으로 왼손을 받치고, 왼 손바닥을 펴고 적당히 높여 성체가 잘 놓이게 합니다. 그때 성체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성체를 받은 후, 한두 발 정도 옆으로 가서 곧바로 성체를 모십니다.
4) 고해성사가 필요한, 대죄를 지은 사람은 성체를 모실 수 없습니다. 대죄를 지은 상태로 영성체를 하면 “모령성체”(거짓영성체)가 되고, 성체모독이 됩니다.
5) 한국천주교회에서는 무릎 꿇고 하는 영성체, 서서 하는 영성체를 모두 허용하며, 본당에서는 특히 주일미사 때는 서서 하기를 권합니다. 그런데 영성체를 서서 한다는 언급도 권장 사항이지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즉 주일미사 때 무릎 꿇고 하는 영성체를 금지한다는 말이 아닙니다.(로마 미사 경본 55면/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160항과 161항 참조)
<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78조 >에서, 영성체는 혀로나 손으로 자유로이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둘 중 어느 하나만 허용하거나 다른 하나는 금지하지 않고, 둘 중 어느 한쪽을 더 권장한다는 내용도 없습니다. 둘 다 허용합니다.
6) 이 영성체 규정에 대해 많은 사람, 심지어 사제들조차 잘못 알고 있습니다. 서서 손으로 받아 모시는 동작만 유효하고, 무릎 꿇거나 입으로 받아 모시는 동작은 금지되었다고 알고 있는 사제가 많습니다. 그래서 영성체 때 무릎 꿇거나 입을 벌리는 교우에게 영성체를 거부하는 사례도 가끔 생기기도 합니다.
7) 입으로 하는 영성체는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특수상황이 아니면 공식적으로 금지될 수 없습니다. 전염병과 같은 중대한 이유 없이 입으로 하는 영성체를 금지하고, 손으로 하는 영성체만 허용하면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영성체하지 말라는 뜻이 됩니다.
8) 비신자들이나 첫영성체를 하지 않은 사람은 성체를 모실 수 없으므로, 가슴에 두 팔을 엇갈려 대고 앞으로 나오면 성체 분배자가 강복을 드립니다. 이렇게 성체를 모시고, 주님의 뜻에 일치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