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사랑하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대명월(大明月) 이미혜
지난 주 목요일은, 아이들 학교의 <스승의 날>이었다.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배려인지, 학교측에서는 담임과 보조교사를 위해 꽃 두 송이씩과 간단한 스낵정도의 디저트를 제공해주기를 미리 부탁해 왔다.
미리 사두면 시들 듯 싶어, 저녁을 먹고 꽃을 사러 나섰다.
밤 10시까지 문을 열었으리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가는 곳 마다 이미 문을 닫은, 예기치 않은 사태가 벌어졌다.
아침 8시면 집을 나서는 아이들을 위해, 일찍 문을 열어 줄 화원은 없을 터이니 잠시 난감해졌다.
이 일을 어찌 해야하나..
문득, 꽃 몇 송이씩을 낱개로 살 수 있는 유일한 곳, 주유소가 떠올랐다.
주유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행히 몇 송이가 눈에 띄었으나, 모두 부케였고, 다시 난감해서 망설이는 나를 바라보던 점원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은, 주유소 문밖의 봉고에서, 초로의 여인 하나가 봉고 뒷좌석에 꽃을 담아 두고 허리를 굽혀 꽃을 다듬고 있는 곳이었다.
아마도, 주유소에 꽃을 납품하는 여인인 듯 싶었다.
늦은 시각, 그녀는 다소 피로하고 지쳐보였다.
브이(V)자를 그리며, 꽃 두송이를 달라 하였고, 두 송이를 각기 포장하고 있을 즈음, 한 신사도 꽃을 사려는지 곁으로 다가왔다.
포장을 끝내고 얼마인지를 물었을때, 그녀는 가격이 아닌, 다른 말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나는 다시 난감해졌다.
마침, 곁에 서 있는 신사에게 영어를 할 수 있는지를 묻고, 가격을 물어봐 달라 부탁을 했다.
가격을 묻던 신사분이 빙그레 웃었다.
“돈을 받지 않겠답니다.”
“네? 그럴리가요..다시 한번만 물어봐 주시겠어요?”
다시 묻던 신사가 같은 대답을 했다.
“그냥 드리고 싶답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이유가 뭐지요?”
“이 분이 아주 좋은 사람인가 봅니다. 당신께 돈을 받지 않고 그냥 주고 싶다 하네요.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는군요.”
그녀를 바라보았다.
빙그레 웃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꽃을 파는 그녀가 꽃값을 받지 않겠다 한다.
거절을 한다면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지, 그래서 그 꽃을 그냥 들고 와야 하는건지,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짧은 판단이 요구되는 찰나였다.
“저 여자분께 말씀해 주세요, 저도 꼭 드리고 싶다구요”
그 신사가 또 웃으며 그녀에게 전달을 하니, 그녀는 손사래질을 하며 또 웃는다.
가늠되는 꽃값을 그녀의 손에 급히 쥐어주고, 처음 만난 그녀를 안고, 나는 그녀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런데 그녀가 아주 기쁘게 웃는 것이었다.
꽃 값이 아닌, 처음보는 이방인인 여자의 예기치 못했던 포옹과 볼의 키스에, 그녀가 더욱 기쁘게 웃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그녀의 볼을 훔친 죄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그녀의 볼을 훔친 죄로, 나는 그 저녁이 내내 행복하였다.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 이미혜님은 몇년 전 카톨릭에서 불교로 개종한 지 얼마 안 된 채 청화큰스님을 친견한 후 더욱 더 큰 신심을 일으켜, 4년 전에 간 폴란드에서 지금도 행복하게 수행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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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옴마니반메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