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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내린 강원도 모 대학교 직원들이 염화칼슘을 뿌리며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
겨울에 내리는 함박 눈은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그러나 너무 많이 눈이 내리면 생활에 불편을 준다. 예전에는 길에 쌓인 눈은 가래나 빗자루로 사람들이 쓸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눈이 내리면 염화칼슘을 뿌리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필요 이상으로 뿌려진 염화칼슘은 식물에게 피해도 주고,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염화칼슘은 제설에 필요한 노동력의 부족 혹은 도로 여건상 물리력으로 눈을 치우는 것이 쉽지 않을 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번에는 염화칼슘과 연관된 화학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염화칼슘의 종류 및 특성
염화칼슘(CaCl2)은 분자식에서 보는 것처럼 칼슘이온 1개와 염화이온 2개의 비율로 구성된 화학물질이다. 상온에서 고체이고 물에 잘 녹으며 하얀색을 띤다. 염화칼슘은 낮은 온도에서도 물에 잘 녹는다(0℃에서 약 60 g/100 mL). 공기에 포함된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의 수분 제거 혹은 순수한 기체에 포함된 수분 제거에도 염화칼슘을 이용한다. 염화칼슘의 제습 효과는 실리카 겔의 제습 효과보다 훨씬 뛰어나고, 습도가 낮은 조건에서도 그 효과가 좋다. 그래서 수분에 의해 변질되기 쉽고, 매우 민감한 화학물질을 밀봉이 된 건조용기에 염화칼슘과 함께 보관하면 화학물질이 수분에 의해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수분에 의해 변질되기 쉽고, 매우 민감한 화학물질을 보관하는 방법으로 오래전부터 이용되고 있다. 길에 뿌려진 염화칼슘은 대기의 수분을 흡수하여 물을 머금은 축축한 막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런 얇은 층은 도로의 미세 먼지를 붙잡을 수 있어서 먼지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기온이 많이 내려가서 물과 함께 얼어버리면 미끄러운 얼음 층이 되어 자동차 및 사람들 통행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염화칼슘과 결합하는 물 분자의 개수는 염화칼슘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무수 염화칼슘(CaCl2)도 있고, 6개의 물 분자까지 결합된 염화칼슘(CaCl2. 6H2O)도 있다. 그러므로 제습 능력은 사용되는 염화칼슘이 몇 개의 물 분자와 결합하고 있는 종류인지 혹은 불순물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오래된 무수 염화칼슘의 제습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보관을 잘못하여 이미 공기 중의 물 분자를 많이 흡수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지 목록 염화칼슘 결정 <출처:(cc) Markus Brunner> | 염화칼슘 생산 모습 |
염화칼슘은 녹을 때 열이 난다
고체 염이 물에 녹을 때 열의 발생 혹은 흡수가 진행된다. 그 결과 염을 녹이는 물의 온도 및 용기의 온도에 변화가 있다. 그 열을 염의 용해열(heat of solution) 혹은 용해 엔탈피(enthalpy of solution, ΔHsol)라 한다. 용해 엔탈피를 표시할 때 발열은 + 로 흡열은 –로, 그 크기는 숫자로 한다. 예를 들어 염화칼슘(분자량: 110.98 g/mol)이 물에 녹을 때 열이 발생(발열)된다. 염화칼슘 110.98 그램(1 mol의 질량)이 녹을 때 발생되는 열은 약 80 kJ이며, 그것은 ΔHsol = -80 kJ/mol 라 적는다. 이 정도의 열은 얼마만한 것인지 계산해보자. 계산에는 물 1 그램을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은 약 4.18 J(줄)이며, 0℃의 얼음을 0℃의 물로 변환되는 데 필요한 열(융해열, heat of fusion)은 약 334 J/g 이라는 자료가 필요하다. 만약에 염화칼슘 10 그램을 물에 녹인다면, 그 때 발생되는 열은 25℃의 물 100 그램의 온도를 약 42℃까지 올릴 수 있다. 만약에 물의 양이 20그램이라면, 물의 온도는 끓는 온도까지 올라간다. 염화칼슘을 이용하여 일회용 핫팩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이런 발열현상 때문이다. 염화칼슘 10그램에서 발생되는 열로는 0℃의 눈(얼음) 약 21.6 그램을 녹일 수 있다. 이것은 순수한 염화칼슘에 대한 계산이므로, 불순물이 섞인 제설용 염화칼슘은 그 성능이 다소 떨어질 것이다. 염화칼슘과는 달리 염화소듐(NaCl, 염화나트륨, 소금)이 물에 녹을 때는 열을 흡수한다. 소금을 물에 녹일 때 용기가 차갑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염화소듐(분자량: 110.98 그램/몰)이 녹을 때 흡수하는 열은 약 3.87 kJ/mol이며, 그것은 ΔHsol = +3.87 kJ/mol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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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이용해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모습
제설하는 원리는 ‘어는 점 내림’으로 설명
바닷물 혹은 한강물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얼지 않는다. 순수한 물은 0℃에서 얼지만, 염화칼슘과 같은 염을 비롯한 불순물(물 이외의 다른 화학물질)이 녹아 있는 용액은 어는 온도가 0℃ 이하로 내려간다. 이와 같이 순수한 용매(물)의 어는 점(온도)보다 용액(용매+용질, 예: 물+염)의 어는 점이 낮은 것을 어는 점 내림(Freezing point depression)이라 한다. 어는 과정을 간략하게 상상해 보자. 만약 기온이 떨어져 물의 온도가 낮아지면 물 분자의 움직임이 둔해질 것이다. 바로 이웃해 있는 물 분자들이 서로 일정한 배열을 하면서 결정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런데 매우 작은 얼음 결정 주위에 다른 종류의 분자(혹은 이온)들이 있으면 얼음 결정이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된다. 따라서 염(불순물)이 섞인 용액의 얼음 형성은 순수한 물에서 얼음이 형성보다 어렵게 되고, 온도가 더 낮아져야 결정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용액의 어는 점 내림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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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염화칼슘 수요는 엄청나다. 염화칼슘을 하역하는 모습
어는 점 내림의 크기는 용액의 총괄성(colligative property)이라는 특성과 연관이 있다. 총괄성이란 용액에 포함되어 있는 분자(혹은 이온)의 종류에는 상관이 없고 오로지 분자(혹은 이온)의 많고 적음에 따라 용액의 물리적 특성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총괄성을 따르며 물리적 특성이 변화되는 것으로 용액의 어는 점 내림 외에도, 용액의 끓는 점 오름, 용액의 삼투압, 용액의 증기압 내림 등이 있다. 이들 물리적 특성의 변화 크기는 모두 용액에 존재하는 분자(혹은 이온)의 개수(number)에만 의존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어는 점 내림의 정도(크기)는 용매(물)에 녹는 용질(화학물질)의 농도(몰랄농도:molality)에 비례한다. 몰랄농도는 용매 1 킬로그램에 녹은 용질의 몰 수(number of mole)이며, 몰 수는 용질의 질량(mass)을 용질의 분자량으로 나눈 값이다. 그러므로 녹인 물질의 양이 많을수록 다시 말해 불순물이 많이 섞일수록 어는 점 내림이 더 크다. 만약에 서로 다른 종류의 화학물질이 같은 양만큼 녹은 용액들의 어는 점 내림 정도를 비교해보면 분자량이 작은 물질이 녹은 용액에서 어는 점 내림이 더 크게 일어난다. 그것은 동일한 질량일지라도 분자량이 작으면, 몰 수 및 몰랄농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과당(분자량: 180.16 g/mol) 혹은 설탕(분자량: 342.30 g/mol)을 같은 양(예를 들어 10 그램) 녹인 용액의 어는 점을 비교해 보면, 과당을 녹인 용액의 어는 점이 더 낮다는 말이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용액의 과당 혹은 설탕을 비롯한 첨가물의 양을 조절하면, 아이스크림이 생성되는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어는 점 내림을 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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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도 제설제로 많이 쓰인다.
염화칼슘이 제설에 더 효과적인 이유
똑같은 몰랄농도라 할지라도 해리(dissociation)되는 분자와 해리되지 않는 분자를 포함하는 어는 점 내림의 크기는 다르다. 물에 녹아 해리 되는 분자를 포함한 용액의 어는 점 내림이 더 크다. 왜냐하면 해리가 되면 더 많은 개수의 이온(혹은 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염화소듐은 물에 녹으면 각각의 염화이온, 소듐이온으로 해리되며, 염화칼슘은 염화이온 둘, 칼슘이온 하나로 해리부된다. 그 결과 소금 용액에는 해리 안 되는 분자(예: 설탕)가 포함된 용액보다 이온의 개수는 2배나 많고, 그 결과 어는 점 내림도 2배가 된다. 염화칼슘의 경우에는 설탕용액의 경우보다 어는 점 내림이 3배가 된다. 만약에 0.1 몰랄농도의 세 종류의 용액(1 kg의 물에 각각 설탕 34.2 g, 염화소듐 5.84 g, 염화칼슘 11.0 g을 녹인 용액)에 있는 분자 혹은 이온의 개수는 설탕 용액의 경우를 1 이라 하면, 염화소듐은 2, 염화칼슘은 3이 된다. 따라서 총괄성을 따르는 어는 점 내림 정도는 염화소듐 용액은 설탕용액의 2배, 염화칼슘 용액은 설탕용액의 3배와 염화소듐 용액의 1.5배가 된다. 그러므로 제설제로서 사용될 때 염화칼슘이 염화소듐보다 더 효과적이다. 더구나 염화칼슘의 발열반응까지 고려하면 더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어는 점 내림 효과를 상쇄할 정도로 더 내려간다면 아무리 염화칼슘을 뿌린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염화칼슘의 용해열은 물론, 어는 점 내림 효과가 무시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면 제설제로서 염화칼슘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염화소듐의 흡열 특성에도 불구하고 염화소듐의 가격 경쟁력이 있는 지역에서는 제설제로 염화소듐을 이용한다. 이것은 불순물에 의한 어는 점 내림효과가 제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해준다. 염화칼슘 염과 얼음 물을 적절한 비율로 섞으면 영하 30℃ 이하에서도 얼지 않는 냉매를 만들 수 있다.
이미지 목록 겨울이 되기 전, 염화칼슘 등으로 인한 염해를 막기 위해 조경수 주변에 볏짚을 치는 장면. | 봄맞이 제설제 청소 장면. 제설제를 그대로 두면 토양의 염분을 높여 식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 |
눈 녹이기 좋다고 너무 많이 뿌리면 부작용도
길에 뿌린 염화칼슘 혹은 염화소듐으로 인해서 추운 지방에서 운행되는 자동차들의 차체 부식이 더 빨리 진행된다. 염화이온이 철 및 강철의 부식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한 염화칼슘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동식물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고, 녹아다가 다시 얼어붙어 형성된 얇은 얼음 막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유발로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다. 화학물질은 역시 필요한 만큼 적절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