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이 시골살이를 떠난지 벌써 한주가 되었네요. 평소 시끌벅적하던 강당이 조용해요. 첫날은 나름 괜찮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초등 아이들 분위가 가라앉아요. 잘놀다가도 문득 조용해서 보면 네 아이가 말없이 따로 있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갈등이 생겨 담임에게 재판^^을 해달라고 오기도 하고.. 어떤점이 화가 나는지, 상대가 어떤 사과를 해주면 좋겠는지, 잘못은 한것 같은데 지금 당장 사과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 앞으로 이러저러하면 자기 마음에 오래남을것 같으니 조심해달라..등등..각자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나누면서 큰소리 없이 상황을 슬기롭게 넘기고 다시 깔깔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좀더 이해하게 돼요.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훈계를 하기보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게 시간을 주고 들어주는것 밖에 못했는데도.. 어른보다 훨씬 낫다 싶으면서 제 자신도 돌아볼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그래도.. 학교와 근처 백쪼공방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는 나혜가 매일 함께하며 점심식사셋팅과 정리를 해주었고, 맨발동무도서관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는 재윤이와 이진이도 간간히 학교에 와서 초등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해서 고마웠어요.
그런 가운데서도..제주도 들살이를 앞두고 한주동안 바쁘게 지냈어요.
옥상텃밭에 물도 주고 잡초도 뽑고 상급반 밭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와 부추를 따서 나누기도 했지요.
9월의 그 뜨겁고 무더웠던 날씨에도 살아남은 배추들이 잎을 아주 크게 벌리며 쑥쑥 자라요. 배추와 무가 알차게 잘자라도록 웃거름도 주고 잎이 너무 크게 벌어진 배추는 종이끈으로 잎들을 모아 살짝 묶어 주기도 했어요.
지난주에 수확한 고구마로 맛탕을 만들어 먹었어요. 두팀으로 나눠서 두가지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두가지 모두 아주 맛있었어요. 부모님들께도 맛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수확양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어요.
지난 6월, 원동 농장에서 매실을 따왔지요. 6월19일에 담은 매실청을 백일을 좀 넘겨 채에 거르고 예쁜병에 나눠 담았어요. 들살이 다녀오면 <참초마트>에 내놓을 거라 라벨을 예쁘게 디자인해서 붙였어요. 네 아이가 각자 하나씩 디자인하고 스캔 출력해서 네가지 모양의 라벨이 붙여졌네요. 총 13병이예요.
탄산수에 섞어 매실에이드를 만들어 우리가 먼저 시음을 해봤는데, 아이들이 아주 맛있다고 하네요.
수요일 오후는 원래 모둠북 시간이지요. 중고등은 없지만 우리끼리라도 해보기로 했어요.
"담임샘에게 모둠북 장단 1부 가르치기"가 미션이에요. 담임이 혼자서 연주할수 있게 되면 곧바로 자유시간을 주기로 했는데.. 생전 처음 해보는 제가 계속 틀리는 바람에 ..시간이 오래오래 걸렸어요. 평소 모둠북시간에 의욕을 많이 내지 않던 아이도 제 모습에 답답했던지.. 나서서 알려주고 시범도 보이고..ㅎㅎ 아이들과 제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알아갈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2학기 책읽기 시간에는 <백범 일지>를 읽고 있지요. 이번주에는 <대장, 김창수>라는 제목의 영화를 봤어요. 김창수는 김구선생의 청년 시절의 이름이지요. 우리가 읽고 있는 책 첫번째 장면이.. 김창수라는 청년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범인으로 보이는 일본인을 죽이는 장면인데.. 이 영화는 그 일로 청년 김구가 보낸 감옥생활을 다루고 있지요. 김구선생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려볼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제법 긴 영화인데도 아이들이 집중하면서 끝까지 잘보았고, 영화가 끝난후에도 영화이야기를 길게 나누기도 했어요.
10월 주기집중은 "말과 글"이예요. 이번에는 우리나라 신화를 공부해요. 제주도 들살이를 앞두고 있어서 이번주에는 제주도 신화를 읽었어요. 읽고 난뒤, 퀴즈 풀기도 하고, 신화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보기도 했어요. 들살이 동안 신화이야기가 담긴 장소에도 직접 가볼텐데..더 재미있겠지 싶어요.
아이들이 가보고 싶은 곳과 맛집을 찾아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의외로 많은 곳이 제안되었네요.
신화이야기가 담긴곳, 아이들이 제안하는 곳, 졸업을 축하하며 담임이 아이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곳 등을 기본으로 해서 전체 일정을 짰어요.
의미있고 즐겁고 신나는 여행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금요일에는 마지막으로..제주평화공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영상을 보면서 제주 4,3사건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 아픈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나누었어요.
마침, 들살이 첫번째 숙소인 "세월호 제주 기억관"이 제주4,3 평화공원 바로 근처에 있다고 해요. 다른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평화공원에 먼저 들러 보려고 합니다.
평소와 다른 상황속에서도 계획했던 바를 충분히 마무리하고 즐겁고 알찬시간, 더불어 아이들도 저도 많은 배움을 얻을수 있는 시간 보낼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4박5일, 제주도 들살이도 안전하고 보람되고 즐겁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언제나 정성을 다해 응원과 지원을 보내주시는 부모님께도 감사합니다~
첫댓글 배추가 정말 풍년입니다, 우와~
참빛 매실청은 꼭 구입하고 싶어지네요.^^
초등 들살이도 즐겁고 안전하게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