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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내지마을】섬사람들의 동심, 골목 담벼락에 담아
동피랑·서피랑에 이어 벽화마을로
통영에는 벽화마을로 잘 알려진 동피랑이 있다. 최근에는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생가가 있는 서피랑마을도 레드카펫이 그려진 99계단과 함께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동피랑과 서피랑이 퇴락해 가는 통영시내 달동네를 문화와 예술로 승화시켰다면, 통영시 사량도 내지마을은 섬사람들의 마음 속 저편에 아련한 동심(童心)을 벽화에 담아 새로운 얘깃거리를 만들어낸다.
글·사진 최춘환 편집장
가고싶은 섬,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어촌마을
남도의 섬은 언제가도 정겹다. 겨울철 섬은 산과 나무가 옷을 벗어 황량한 듯하지만,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남도의 섬마을은 또 다른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사량도 내지마을이 그런 곳 중의 하나다.
사량도에 다녀온 여행객들은 가도 가도 또 가보고 싶은 섬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섬, 사량도. 겨울이지만 따뜻한 남도의 섬이라 걷기에도 제격이다. 해안일주도로가 잘 나 있어 최근에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차를 이용해 여유를 갖고 해안과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섬마을 속살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그 중 마을 담장을 동시(童詩)와 그림으로 단장한 내지마을이 눈길을 끈다. 사량도 윗섬(상도) 북서쪽에 자리한 내지마을은 81가구에 주민이 155명으로 제법 큰 마을이다. 월암봉-불모산-가마봉-옥녀봉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100대 명산'에 선정된 사량도 지리산의 서쪽 등산기점이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하지만 섬사람이 모여 사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내지(內池)라는 지명에서 보듯 예전엔 마을을 안못개 또는 안목개라 불렀다. 이 내지마을이 '안못개 동심마을·동시마을'로 새로운 얘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동시와 그림 어우러져 시화전 보는 듯
내지선착장 바다와 접한 도로에서 마을 골목길에 들어서면 동네 담벼락이 그림으로 이어진다. 그림만 있는 게 아니다. 동시와 그림이 어우러져 마치 시화전을 보는듯하다. 청장년층에게 동요로 익숙한 섬집아기(한인현 작)와 초록바다(박경종 작), 산바람 강바람(윤석중 작), 나뭇잎 배(박홍근 작)를 비롯해 매미(강현호 작), 민들레(김출근 작), 별동무 내동무(권오삼 작) 등 90여 편의 동시가 보는 이들의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은 시의 소재와 어우러지는 사물을 담고 있다. 바다를 소재로 한 것부터 우산을 쓰거나 손잡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정겹게 다가온다. 닭과 달팽이, 나비, 해바라기 등도 등장한다. 어떤 그림은 담장의 쪽문이나 창문, 지붕과 조화를 이루면서 꾸며져 있다. 언뜻 보면 어느 부분이 그림인지, 어느 부분이 실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벽화도 있어 재미를 더한다. 담장 밑 화분이 벽화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내지마을에는 사량천문대가 있어 동심마을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량천문대는 지금은 폐교된 사량초등학교 내지분교를 리모델링해 천문관찰과 체험을 겸한 수련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꼭대기가 아닌 바닷가 천문대라 의외다. 천문대 관계자에 따르면 도시 불빛이 방해하지 않아 별자리가 더욱 선명하다고 한다.
50여년 전 초임교사, 섬마을 얘깃거리 만들어
내지마을 벽화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벽화를 완성하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처음 벽화를 구상하고 시작한 사람은 거제시 연초면에 소재한 거제민속박물관 옥미조(72) 관장이다. 옥 관장은 열아홉 살 때 내지분교에 초임교사 발령을 받으면서 마을과 연을 맺었다. 마을 아이들과 동심을 가꾸며 함께 글을 썼던 지난날의 그리움을 잊지 못한 옥 관장은 교직을 퇴임하고 내지마을을 찾았다. 마을 담장을 벽화로 꾸미자는 옥 관장의 제안에 주민들도 흔쾌히 동참했다. 우선 벽화의 밑바탕이 될 담장을 흰 페인트로 칠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페인트는 옥 관장이 사비를 들여 구입했다. 페인팅작업은 마을 청년회가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게 지난 2009년이다.
그림은 통영시내 초등학교 교사인 양숙철씨와 미술을 전공한 그의 부인 이소영씨가 맡았다. 부부는 육지에서 섬을 오가며 그림을 그렸다. 특히 이소영씨는 지난해 말 벽화를 완성하기까지 섬을 100여회 오갔다고 한다. 담벼락에 시를 쓰는 일은 아동문학가이기도 한 옥 관장이 주로 맡았다.
벽화작업을 지켜본 내지마을 교회 한삼동 목사는 "옥미조 선생과 양숙철·이소영 부부의 정성에 주민들이 화답하면서 만들어냈다"며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주민들에게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마을의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내지마을은 벽화완성을 기념하고 자축하는 마을잔치를 올봄에 열 계획이다. 마을 성인 중 가장 젊다는 이장 김진호(47)씨는 "벽화 완성에 애쓰신 세 분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고 주민들이 단합하는 마을잔치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섬 주변 바다서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 풍부
사량도 지리산 북쪽에 위치해 바다를 바라보며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내지마을은 전형적인 시골마을 모습이다. 마을 뒤 산 자락엔 제법 넓은 땅도 있어 옛날부터 살기 좋은 동네로 보인다.
예전엔 사량도 특산물 고구마를 비롯해 농사도 지었다는 마을 주변 논밭은 묵혀 놓은 곳이 더러 보인다. 마을 주민의 고령화와 세태 변화에 따른 요즘 시골 모습이다. 촌로들이 텃밭삼아 농작물을 가꾸려 해도 멧돼지가 하도 많아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고 한다.
섬 마을이라 아무래도 주민들의 주된 생업은 어업이다. 청정해역 자란만에 위치해 굴양식을 크게 하는 가구가 몇몇 있다. 하지만 마을 앞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소형 어선에서 보듯 고기잡이가 대다수 주민들의 생계수단이다.
마을 주민들의 고기잡이는 지리산 등산객을 비롯해 외지인들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더욱 짭짤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섬 주변 바다는 섬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문전옥답'이다.
바다에서 갓 잡아온 해산물은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연안복합어선에서 어획한 해산물은 낙지, 문어, 갑오징어, 넙치, 볼락 등 다양하다. 요즘은 겨울철 생선인 물메기와 대구가 많다. 물때를 잘 맞추면 조업하고 돌아온 어선에서 각종 생선을 싼 값에 사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선착장에 늘어선 포장마차 관광객 맞아
내지선착장 주차장에는 잘 정돈된 포장마차 예닐곱 개가 늘어서 자연산 해산물로 장만한 요리를 관광객들에게 내놓는다. 이 포장마차촌은 지리산 등산객이 많이 찾는 내지마을에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아 통영시와 사량면사무소의 배려로 4년 전에 생겼다. 주인들은 당연히 마을주민이다.
그 중 친정이 경북이라 '경북댁이 쉼터'라는 상호를 가진 포장마차 주인 김기옥(56)씨는 내지마을 출신과 결혼해 서울서 조금 살다 남편만 믿고 큰애가 3살 때 섬에 들어왔다. 벌써 3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이제 영락없는 섬사람이다. 다른 포장마차와 마찬가지로 생선회, 멍게비빔밥, 매운탕 등 해산물 요리는 물론 라면과 커피 등을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다.
내지마을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다보니 20여 가구가 민박과 펜션을 운영한다. 선착장과 접한 도로변엔 편의점과 낚시점 등 가게 서너 곳도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이 같이 내지마을은 외지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지만, 섬마을 정취가 그대로 묻어난다.
내지마을 가는 길 통영 가오치항→사량 금평항에서 차량 이용 삼천포와 고성 용암포서 곧바로 뱃길 연결 내지마을 가는 길은 세 갈래다. 사량도 동쪽 바다건너 통영시 도산면 가오치항에서 사량면 소재지 진촌마을 금평항을 오가는 카페리여객선은 40분 걸린다. 이 곳 금평항에서 해안일주도로 북쪽을 따라 차량을 이용하면 10여분 만에 내지마을에 도착한다. 가오치항과 금평항을 오가는 사량호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하루 6회 운항한다. 주말 등 이용객이 많을 땐 제2사량호가 중간 시간대에 2시간 간격으로 5회 더 오간다. 삼천포 지역인 사천시 동금동 사량도여객선터미널과 내지선착장을 오가는 뱃길 역시 40분이 소요된다. 이 뱃길을 오가는 세종카페리호는 평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2시간 간격으로 4회 운항한다. 주말에는 오전 9시와 오후 3시 2회 추가된다. 마을 북쪽 바다건너 고성군 하일면 용암포에서 내지마을을 오가는 카페리여객선은 10분 만에 내지선착장에 닿는다. 이 구간을 운항하는 다리호는 평일 오전 9시40분과 10시40분, 오후 2시40분 등 3회, 주말 오전 9시40분과 10시40분, 오후 1시40분, 3시40분 등 4회 오간다. <배편 문의> 통영시 도산면 가오치항 사량호 055)647-0147 사천시 삼천포 세종호 055)832-5033 고성군 하일면 용암포 다리호 055)673-0529 |
바다에 강이 있다
사량도 둘러보기
◎ 윗섬에선 등산·아랫섬에선 낚시
사량도는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 수우도 등 3개의 유인도와 5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행정구역상 통영시 사량면이다. 섬사람은 910여 가구에 1600여명이다. 면적이 윗섬 10.514㎢, 아랫섬 14.712㎢, 수우도 1.284㎢로 전체 26.51㎢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작은 섬이 아니다.
주말이면 5000여명이 등산과 낚시를 즐기기 위해 섬을 찾는다. 등산은 윗섬, 낚시는 아랫섬에서 주로 한다. 갯바위와 양식장 주변 배낚시에서 잡히는 어종은 볼락, 노래미, 감성돔, 농어, 삼치, 도다리 등 다양하다. 특산물은 흑염소와 멸치, 바지락, 물메기 등이다.
◎ 뱀에 얽힌 이야기·옥녀의 애절한 전설 간직
윗섬과 아랫섬은 동강(桐江)이라 부르는 물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본다. 동강은 바다인데도 강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량도(蛇梁島)라는 지명도 이 물길이 마치 뱀처럼 보인다고 해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윗섬의 지리산과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뱀 모양인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기도 하다.
이 외에도 뱀 사(蛇) 자를 쓰는 사량도에는 뱀과 관련된 전설이 많다. 예전엔 섬에 뱀이 많아 사량도라 불렀다는 설과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남해 금산에 올라 동쪽바다를 바라보니 이무기가 헤엄쳐 가는 모습 같아 붙였다는 설이 있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섬 북쪽의 고성군 상리면 문수암에 올라 두 섬을 바라보니 마치 뱀 두 마리가 짝짓기 하는 모습과 닮아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설이야 어떻든 윗섬 옥녀봉에서 내려다보는 동강과 아랫섬 칠현산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능선 모두 뱀처럼 보인다.
옥녀봉에도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잃은 16살의 옥녀가 흑심을 품은 양아버지를 피해 낭떠러지에 목숨을 던진 애절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옥녀봉 전설은 근친상간 금지와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 경종을 울리는 교훈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 동서로 지리산~옥녀봉 능선 이어진 윗섬
윗섬에는 진촌, 대항, 옥동, 내지, 돈지 등 7개의 행정마을이 있다. 섬 가운데 동서로 길게 지리산과 옥녀봉 능선이 이어진다. 서쪽으로는 수우도와 남해군 상동면·창선면이, 북쪽으로 사천시 삼천포와 고성군 하이·하일·삼산면 지역이 보인다. 남쪽으로 아담한 대섬(죽도)과 그 뒤로 욕지도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윗섬의 해안일주도로 길이는 17㎞로 걸어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윗섬 서쪽에는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지리망산이 있다. 요즘은 그냥 사량도 지리산이라고 불린다. 또 동쪽 옥녀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전체를 지리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해 3월 설치된 옥녀봉 능선의 향봉과 연지봉을 잇는 출렁다리가 등산객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다.
◎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섬마을 품은 아랫섬
아랫섬은 덕동, 먹방, 읍포, 외지, 능양, 백학의 6개 행정마을과 은포, 통포, 사포, 외인금 등 자연부락을 품고 있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전형적인 섬마을이다. 크고 작은 7개의 산봉우리가 연이어져 있는 칠현산과 옛 사량진의 봉수대가 있어 요즘은 등산객도 많이 찾는다. 해안일주도로 길이는 19㎞로 도보로 5시간 남짓하면 돌 수 있다.
◎ 벌집처럼 생긴 기암괴석 많은 수우도
수우도는 섬 모양이 소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에 기암괴석이 유난히 많다. 이 바위들에는 특히 *노치와 *타포니가 많아 학술적 가치가 높다.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이라고도 불린다. 새봄과 함께 동백꽃이 피는 2월 말~3월경 광경이 볼만하다. 섬 주변의 물밑바닥 여건이 좋아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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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notch) V 자나 U 자 모양으로 움푹 팬 자리. 또는 그렇게 새긴 금.
*타포니 ‌해안이나 화강암 산지의 암벽에 벌집처럼 집단적으로 생긴 풍화 혈(구멍).
첫댓글 사량도로 꼭한번 가봐야 겠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다시한번 더 가고싶어지네요.
아직 사량도 두섬을 잇는 다리는 완공되지 않았나봅니다.
내지마을길에 그림을 보러 함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