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연고 좀 가져온나." 박형준(가명·55)씨는 아내인 윤주현(가명·43)에게 연고를 가져오라고 얘기합니다. 벌써 연고를 다 써가지만 다시 연고를 타러가기도 부담스럽습니다. 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지체 1급 장애인인 박씨는 생후 첫 돌이 지난 후 소아마비를 앓아 하반신이 마비가 되었습니다. 이후 늘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박씨는 그래도 젊었을 때 기술을 배운 뒤 시계수리점을 차려 혼자 힘으로 생활해 왔습니다. 장애인 모임에도 다니며 차량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적 2급 장애인인 아내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달 연고값만 50만원
아내도 2급 지적장애인그러나 IMF 외환위기 사태를 맞으면서 박씨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경제난으로 가게를 도저히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임신한 아내가 아이를 유산하면서 처가와도 인연이 끊어지게 됐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여러 가지를 해보았지만 경기침체에다 장애인인 박씨 부부에게 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박씨 부부에게 더욱 큰 시련이 닥쳐 왔습니다.
지난 4월 어느 날, 깜빡 잊고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못하고 잠자리에 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담뱃불로 자신의 보금자리가 모두 타서 없어진데다 박씨마저 3도의 중화상을 입은 것입니다.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퇴원했지만 박씨의 앞길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먹을 음식도 없지만, 조금씩 지원을 받는다 해도 냉장고가 없어 음식은 금방 상해버립니다. 옷가지와 휠체어마저 가져오지 못한 채 사정을 해서 겨우 예전에 살던 아파트 옥상에 놔둔 상태입니다. 게다가 화상 부위에 발라야 할 연고와 보습제는 한 달에 10통 정도는 되어야 하지만 한 통에 5만원도 넘는 가격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아내라도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친정으로 보내려고 해봤지만 아내는 의지할 사람이 남편밖에 없다며 함께 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그런 아내의 마음이 너무 고맙지만 현실적인 부담은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피서철로 북적거리는 시절이지만 박씨 부부는 뜨거운 햇살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서로만을 의지하며 생활하는 장애인 부부에게 지금의 현실은 너무 힘들기만 합니다.
△김선연·부산 사하구 다대2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 051-220-5258.
△지난 1일자 정병우씨 이야기 40명의 후원자 169만6천원.
↓ 이렇게 됐습니다
지난 7월 18일자 정미경씨 이야기
정미경씨의 사연에는 210만원의 성금이 모였습니다. 사연이 나간 뒤에는 정씨의 치료를 돕고 싶다며 약사 두 분께서 약품을 지원해주기도 했습니다.
정씨는 후원금으로 그동안 병원비를 빌려주고, 자신의 집에 무료로 있을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친구에게 적은 금액이지만 성의를 표현했습니다.
지난 3일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정씨는 혈소판 수가 급격하게 감소해 골수검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주사 및 약물로 혈소판 수치를 올린 뒤 17일께 다시 골수검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게다가 에반스증후군 외에 갑상선 질환까지 있어 더욱 건강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출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정씨는 마음만은 훨씬 따뜻해졌다며 모처럼 환한 미소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사랑의 징검다리'는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9시15분에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