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독서일지(2024.07.04~07.25)*
<7월 24일 수요일>
한여름에 꾸는 꿈
책은 작가와 삶의 비밀을 나누는 은밀한 장소다.
무더운 한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가을이 다가오면 지나간 여름의 시간들은 언제나 마치 꿈같이 여겨진다. 인간의 모든 지난 시간은 이렇듯 꿈같이 지나갔다. 인류의 역사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남아 있는 것이 무엇 있는가. 기록과 남은 유물의 일부를 통해서 까마득한 당시를 유추해 볼 뿐이다. 우리가 사는 현재 세계도 지금 꿈의 속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중이다.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다. 몸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지만 그 생명은 여전히 땅에 사는 인간들에게 남아 있다. 땅에는 오직 삶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삶은 꿈이다.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 세계에는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꿈이다.
플라톤의 이데아(idea)를 생각해본다. 우리가 있는 현실은 이데아의 현존이다. 그러니까 현재는 이데아의 꿈인 셈이다. 그리고 이데아는 우리의 현실 밖에 따로 존재한다. 그 이데아가 바로 진짜 실존이다. 그러니 우리가 사는 현실은 꿈의 세계, 곧 꿈 그 자체인 것이다.
7월의 무더운 여름도 막바지다. 6월의 초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지루하고 길었던 장마가 곧 끝날 모양이다. 비가 그치는 간간히 언제 찾아왔는지도 모를 매미의 울음소리가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의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에서 청량하게 들려온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긴 열대야의 8월이 오고 곧 가을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덕분에 이 여름 시간이 잘 지나갔다. 손이 가는대로 시선이 가는대로 빌린 책들이지만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 생각과 현실의 괴리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인생을 잘 사는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책 읽기,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글로 옮겨보기였다.
나이가 들수록 완고해진다고 한다. 책에는 급진적이고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새로운 생각이나 사상들이 많았다. 하지만 읽는 그 당시뿐이었다. 별로 하는 일이 없어도 현실은 그런 고귀한 생각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는 이제 역부족인 듯싶었다. 누군가는 삶 자체가 모순이라고도 한다. 그것이 삶의 비밀이라고도 한다.
모순적이고 부조리한 삶. 그런 삶을 그런 줄도 모르고 오래도록 살아왔다. 이번 여름에 깨달았지만 금명간 또 잊을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더 많이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중요하거나 더 많은 부분을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이다.
해서 안 잊고 살기 위해 계속 기록이나 메모를 남겨둔다. 읽기를 통해 머문 생각을 글쓰기로 연결하는 것이다. 아무튼 7월도 잘 보냈다. 8월도 계속 잘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잘 보내기를 바란다.
나의 7월 독서일지를 꾸준히 읽어주신 독자 분들께서도 건강하게 여름을 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