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맛!]통영 욕지도 할매들의 반란 해녀 포차 & 할매 바리스타
통영의 외딴섬 욕지도가 할매들의 반란으로 활력이 넘쳐난다.
40년 차 베테랑 해녀의 ‘숨비소리(물질할 때 물 밖으로 나오며 내뿜는 휘파람 소리)’ 너머
70세 할매의 핸드드립 커피 향이 가득하다. 욕지도를 지켜온 할매들의 비법.
알고자 한다면(欲知) 욕지도행 배에 몸을 실어보자.
글 김미영 사진·동영상 김정민
제주 해녀, 욕지도에 터를 잡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남짓 들어가면 욕지도에 다다른다. 평일이라 소란스럽지 않은 포구의 풍경이 아늑하다. 뚜벅뚜벅 5분 쯤 걷자 ‘해녀 김금단 포차’에 닿았다. 역세권! 항구 근처이니 항세권이라 해야 할까? “혼저옵서게~” 반기는 김금단(60) 대표의 괄괄한 목소리가 경쾌하다. 물질 40년 차 베테랑 해녀의 뿌리는 제주도다. 열아홉 섬 처녀는 뭍을 동경했으나, 결론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섬이었다. 한산도를 거쳐 욕지도에 정착한 것이다. 젊은 느티나무는 고목으로 단단하게 뿌리내려 욕지도의 청량한 싱그러움을 전하고 있다.
욕지도 맛 탐방은 고등어회부터
수족관의 고등어 무리를 지나 들어선 132㎡(40평)의 가게 내부가 깔끔하다. 오늘의 주인공인 고등어회 플레이팅은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자개처럼 오묘한 빛을 내는 표면과 앵두 빛을 머금은 속살이 침샘을 자극한다. 성질 급한 고등어는 잡자마자 바로 죽기 때문에 회로 즐기기 쉽지 않은데, 욕지도는 가두리에서 기르는 방식으로 활고등어의 메카가 됐다. 비린 맛이 전혀 없어 놀랍다. 부드러우면서 탱글탱글한 식감, 적당한 기름기를 머금은 촉촉함,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샘솟는다. 초밥용 밥에 고등어회를 올려 고등어 초밥으로도 먹다 보면 어느새 접시가 바닥을 보인다. “처음 먹어보는데 비리지 않아 신기해요. 고등어회 먹고 팔딱거리며 신나는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천에서 온 김아림(39) 씨의 말처럼 욕지도의 활기참은 고등어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욕지도의 ‘숨비소리’ 이어지기를
김 해녀는 매일 새벽 인근 대송마을 해안으로 물질을 나간다. 두세 시간 물질로 잡은 해산물이 그날의 추천메뉴다. 오늘은 소라 물회와 멍게 비빔밥을 먹으라고 ‘호통치신다’. 오랜 기간의 물질로 고막이 상해 목소리가 크단다. 긴가민가하면서 한 젓가락 뜨는 순간, 나도 모르게 동공이 커지는 이 재료의 신선함이란~. 현재 욕지도에는 10여 명의 해녀가 있다. 평균연령 60대다. “바닷속은 컴컴하고 무섭지만 보물창고다. 누가 해녀를 하겠어. 욕지도의 마지막 해녀가 될 것 같다”라며 ‘호~오~이’ 숨비소리를 내뱉는다. 삶을 길어 올리는 울림이 무공해 미소와 어우러져 금단(金丹·신선이 만든 장생불사의 영약)이 따로 없다. 해녀복과 태왁(자맥질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을 뜨게 하는 뒤웅박)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선 김 해녀의 모습에서 기록사진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섬 여행 중 당 충전은 고구마라떼
욕지도 여행 중 긴급하게 당 충전이 필요할 땐 ‘할매 바리스타’로 직진! 해안선 따라 도보로 충분한 거리다. 믹스커피만 마시던 할머니들이 커피를 배워 2014년 창업한 이곳은 순번제로 운영되는 마을기업이다. 이정순(71) 대표가 병원 진료도 미루고 취재진을 맞이했다. 배 시간에 맞춘 섬 여행의 특성상 50㎡의 소규모 매장은 테이크아웃 중심이다. 고구마의 달콤한 향이 매장 안에 퍼진다. 고구마라떼(Hot·Ice) 맛을 보니 제대로다. 욕지도산 고구마를 삶아 으깬 후 믹서기에 갈아 우유와 시럽을 첨가해 완성한다. 걸쭉한 한 끼 간식, 시원한 건강 음료로도 손색없다. 소문난 먹거리인 욕지도 고구마를 대표메뉴로 내세운 할머니들의 꾀가 지혜롭다.
빼떼기죽으로 욕지도 로컬푸드 완성!
뭍과 섬을 오가며 커피를 배우고, 유명 커피집을 다니며 시장조사를 하던 할머니들의 열정은 욕지도의 로컬푸드 ‘빼떼기죽’도 메뉴화했다. 빼떼기는 욕지도의 춘궁기 식량으로 고구마를 썰어 말린 것이다. 조리 방법은 할머니와 어머니가 하던 대로 빼떼기와 강낭콩, 팥, 좁쌀을 넣어 죽을 쑤고 사카린으로 단맛을 낸다. 빼떼기에 농축된 달콤함이 주 무기다. 콩류와 좁쌀의 씹히는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배에 오르기 전 빼떼기죽으로 배를 채우며 맛 지도의 마침표를 찍어보자. 한편 할머니들의 반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할매 바리스타 생활협동조합은 ‘2019년 우수마을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수익금은 인근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과 독거노인 도시락 전달 등 선한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해녀 김금단 포차
위치 통영시 욕지면 욕지일주로 91-5
메뉴 고등어회 중 3만 5000원 고등어회 대 5만원
고등어물회 1만 5000원 소라물회 1만 5000원
멍게비빔밥 1만 2000원 물회 1만 3000원
영업 09:00~20:00(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포장 가능
문의 0507)1382-5136, 010-3633-5136
욕지도 할매 바리스타
위치 통영시 욕지면 욕지일주로 155
메뉴 고구마라떼(Hot) 3500원 고구마라떼(Ice) 4000원
빼떼기죽 5000원
아메리카노(Hot) 3000원 아메리카노(Ice) 4000원
영업 08:30~17:00
문의 055)645-8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