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사소설이라는 문학장르가 있습니다.
일본 사소설이란 어떤 것인지, 지식의 차원에서 알고 넘아 갑시다.
*일본의 사소설을 통하여 우리 수필을 생각해본다
사소설(私小説 시쇼세츠, 와타쿠시쇼세츠)은 일본의 근대 소설 가운데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일을 소재로 쓰여진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즉 작가가 작품 속에서 적나라한 자기고백을 펼치는 문학의 한 갈래를 ‘사소설’(私小說)이라 한다.
사소설은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문학 형식으로, 그 개념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독자가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 인물로 믿어야 사소설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수필은 작가=화자=주인공이 동일인물이라고 정의 하였다.) 작품에 나타나는 수많은 사건들을 허구가 아닌 현실에서 체험하여야 하다 보니 사소설 작가들의 인생이 소설과 꼭 같아야 한다. 말하자면 소설의 내용이 작가의 사생활인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지루하기 그지없는 사생활을 들려주는 얘기가 독자에게 대체 어떤 의미를 주기에 문학으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일까?
사실 한국의 현대문학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작품은 발붙이기 어려운 장르라 할 수 있다. 타인의 개인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고작 험난하고 비참하며 비루한 작가의 일상을 읽어야 할 동기도 찾기 어렵다.(이것은 수필의 독자가 적은 이유가 아닐까?)
사소설이란 장르는 일본에서만 나타난 독특한 문학이다. 사실의 충실한 재현과 노골적인 묘사를 원칙으로 하는 자연주의가 기본이다. 일본의 자연주의는 개인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표현하는, 즉 사생활을 중시하는 고백문학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적나라한 자기고백, 소설에서 묘사하는 어떠한 것도 진실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당대 일본문학계의 주류가 되었다. 수필도 허구가 아닌 사실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금의 모든 사람이 하고 있다. 일본에서 사소설의 효시 작품이라는 ‘이불’에서 작가 자신의 실제 현실을 그대로 재현함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리얼리즘 소설이 아니라 단지 사생활을 소재로 작가 자신의 내면을 그려낸 이야기 일뿐이다.
이처럼 자기 사생활을 소설이란 구조에 담아내려다 보니 감동을 주어야 하는 소설에서의 이야기에 자기 폭로만으로는 한계를 느끼는 것은 불가피하다. 소재의 고갈이 극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밑바닥 삶과 자극적 사건을 몸소 체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소설 작가들 대다수는 어린 시절부터 비참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설혹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소설을 쓰는 작가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상적 균형이 수시로 파괴되는 것이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라야 독자의 관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구절에서, 사소설을 수필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보면, 수필에서 주장하는 작가의 경험과 고백의 문제를 같은 문제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수필작가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도의 감상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글을 쓰는 것이 우리 수필의 현실이 아닐까. 더구나 여성 작가들의 글에는 이런 경향이 더 많이 보인다. 이것을 우리는 '감성팔이'라고 한다. 이제는 우리도 감성팔이 수필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닐까.)
사소설의 작가는 소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파멸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그의(일본의 유명 사소설가를 말한다.) 소설처럼 반복되는 자살과 사창가 여인과의 도피 등, 자기 예술의 승화를 위해 극단의 생활을 추구했으며, 궁극에는 이 기이한 예술의 모순을 마감하기 위해 죽음을 택하여 해결하는 길 이외에는 없었을 것이다.(*작가가 자기의 체험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는 사소설의 정의에 맞추기 위해서 작가가 직접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 수필도 솔직한 자기 체험만을 강조하면 이런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수필을 쓰는 작가는 대부분이 평범한 일상인이다. 자신이 겪은 삶의 체험만을 그대로 표현하여야 한다면, 일상의 삶을 사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뻔하다. 그래서 나는 수필쓰기에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일본의 문학 장르라는 사소설을 이야기해보면, 이 자폐증적 요소를 지닌 사소설은 일본의 문화코드와 분명 연관되어 있다. 일본의 대중 영상물을 보면 공통된 특징을 발견하게 되는데, 유독‘엿보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자신인 ‘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타인인 내가 그것을 살짝 엿봄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교사하는 심정이 잠재해 있으며, 사소설은 바로 이러한 공공연한 엿보기를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도 이러한 일본 문화의 영향에 노출됨에 따라 무분별한 관음증이 각종 미디어를 휩쓸고 있다. .
사소설의 ‘사실성’이라는 소설 속에 그려진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은 일본인에게 사실에 충실한 작가라는 신뢰를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필이 강점으로 치부하는 이유의 하난이다. 이것은 작가와 동일한 인물인 소설 속 주인공에(수필에서는 수필 작가) 친밀감을 갖게 하고 나아가 ‘자기 동일화’로 더욱 빠져들게 한다. 수필은 독자에게 사실을 숭상하고 허구를 배척하게 한다. 수필 장르의 특수성이면서도 수필의 강점이라고 한다.
고백문학, 일기문학, 수기문학으로서 작가가 화자인 수필에서는 작가의 시선이 주인공과 객관적 거리를 가지지 못한다. 자기반성이란 자기가 자기를 질책해야 한다. “자유로운 인격의 발전” 혹은 “자신이 책임지는 자율적 개인의 인격형성”이라는 가치를 지키려면 작가는 자기 자신과 갈등을 일으킨다. 그런데, 반성 또는 깨우침이라면서 작가가 작가 자신을 질책하는 글이 독자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가 수필의 관건이 될 것이다.
허구를 배제하고 사실을 추구하는 수필에서 작가는 수필을 통해 통렬한 자기 비판과 독자가 수용하는 가치를 세워야만 작품으로서 성공한다. 수필을 쓸 때 항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본의 사소설에 관한 글이 우리 수필의 문제를 꼬집는 듯하여, 수정하여 써 보았습니다. 이 글도 일본의 사소설 이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본에서도 사라지는 운명에 처했다고 했다. 우리 수필이 우리나라에서 생명을 오래오래 유지하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