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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R SUSTAINABILITY PHILOSOPHY
세 번째로 방문한 카페 Nossa Familia는 굉장히 아담했다. 복층 정도의 높이였고 연출된 플렌테리어와 다양한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한쪽에 반짝반짝 빛나던 사명도 눈에 띄었다. 지속 가능한 경영 철학이라…. 사실 투어 카페는 물론 오가다 들어간 크고 작은 카페들은 '지속 가능'을 기본 철학으로 둔 곳이 대부분이었다. 원두의 재배 환경(농법 등)도 있지만 생산자와의 관계, 근무 조건, 지역 사회 기여도, 환경에 끼치는 영향 등 카페를 운영하면서(기업을 경영하면서) 파생되는 다양한 분야가 지속 가능의 주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곳은 이런 요소를 필두로 지속 가능에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일회용품 사용에 제한을 둔 모습도 인상적이다. 작년 8월부터는 Zero Waste(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했다. 원두의 자세한 생산지 정보는 물론 환경이나 지역 사회에 미친 영향, 지역 공동체를 위한 노력 등을 담은 안내문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나중에 추가로 찾아 보니, 이곳은 Certified B Corporation에 속하는 카페(이하 'B-Corporation 인증')였다. 지난 2007년 미국에서 지속 가능하면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업 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B-Corporation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이 인증을 얻으려면 지배 구조, 근로 환경, 지역 사회, 환경 기여도의 네 가지 분야에서 평가를 받고, 어느 점수 이상이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한국에서는 3개 기업이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을 받은 기업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무한 신뢰 때문에 미국에선 많은 기업이 B-Corporation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포틀랜드 로스터 중에서는 최초로 이 인증을 받은 곳이 바로 이곳, Nossa Familia다. 창업 계기도 남다르다. 2004년, 브라질 출신의 평범한 직장인이던 Augusto Carneiro는 1890년대부터 대대로 이어진 가업인 커피 재배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다 그는 이 커피를 포틀랜드로 가져오기 위해 카페를 만들었고, 2013년부터는 직접 가져온(거래한) 원두를 로스팅하기 시작했다. 이는 훗날 브라질의 직접 무역의 좋은 선례로 남았다고 한다. 사업이 점차 확장되었고, 지금은 과테말라, 니카라과, 페루, 케냐 등 다양한 지역과 직접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카페의 규모가 커진 지금도 커피의 맛, 그리고 생산자와의 관계는 물론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경영의 첫 번째 가치로 여긴다고 했다. 제3의 커피 물결의 두 번째 핵심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던 앨리샤의 말이 와 닿았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의 가치를 담뿍 담은 커피 맛은 어떨까. 아침부터 빈속에 연거푸 커피를 마셔댄 통에 속이 쓰려 오던 참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콘파냐가 등장했다. 진한 에스프레소 위에 초콜릿 크림을 얹어낸 이 집의 시그니처라고 했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었다.
Cup & Bar, Sister's Coffee, 그리고 Nossa Familia까지 이 세 카페의 공통점은 연결된 모든 공동체(생산자 조합, 지역 사회, 소비자 등)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원두 생산지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건 당연한 일이며, 그들은 마치 친구의 이야기처럼 생산지에 대한 정보를 나눈다. 지구 반대편에서 나고 자라는 원두에 대한 그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비록 한 잔의 커피이지만 소비자는 이를 통해 먼 곳의 생산자에게 연대감을 느낀다. 그리고 카페(기업) 측은 기부가 필요한 포틀랜드 내 지역 공동체가 있으면 커피를 제공하거나 일정액을 기부하는 형태로 돕고, 장소가 필요한 경우엔 기꺼이 내어 준다(포틀랜드는 지역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다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공정무역을 넘어 중간 관계가 없는 '직접 무역'을 통해 원두를 거래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인증보다 밀접한 관계가 옳음을 증명한 셈이다. 이런 부분을 부각해 브랜딩 (Branding)하고도 작지만 알찬 규모의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은 포틀랜드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거래와 소비에 대해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공정무역 커피 맛은 덜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마이크로 로스터리가 넘치는 이곳에선 그럴 염려가 없다. 생산지의 토양과 기후 등을 잘 파악하고 있는 마이크로 로스 터리에서 이에 알맞은 최적의 배전 방식을 찾아내 로스터링하기 때문이다. 관계뿐 아니라 품질을 위해 타고난 원두의 맛에 집중하고 개인의 다양한 취향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관계, 기술, 커피에 대한 열정이라는 삼박자가 갖춰져야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이제 남은 카페는 두 곳. 포틀랜드에 가면 꼭 봐야 할 에이스 호텔 로비에 있는 스텀프타운 커피(Stumptown Coffee)와 떠오르는 신흥 강자인 코아바커피 (Coava Coffee)가 주인공이다. 이 두 카페는 포틀랜드에 있는 카페치곤 규모가 꽤 크다는 것이 특징인데(스텀프 타운 커피는 한국에도 있다), 이 때문에 정작 포틀랜드 사람들에게는 외면을 받기도 한 슬픈 사연이 있다. 과연 다음 카페는 어떤 곳일까. 앨리샤의 빨라진 발걸음에 내 마음도 빠른 템포로 두근거렸다.
(에디터 오가닉님의 글을 발췌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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