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만에 친구를 만난 날이였다. 친구가 좋아 화기애애한 술자리가 길어지며 음주량은 늘어 밤11시가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많이 마신 술때문에 새벽녘 잠시 눈을 붙였나 싶지만 괴로움에 뒤척이다 부스스 일어난 아침. 쓰린 속을 달래며 저절로 발길이 향하는 곳. 부석부석해진 얼굴에 윤기 잃은 눈빛, 중심에서 헛도는 발걸음. 이런 모든 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이 바로 훌훌 넘기던 복국 국물이다
뜨거운 뚝배기를 부여잡고 덜덜거리며 복국 국물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뜨끈하게 목 줄기를 타고 내려와 뒤틀린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던 그 맛의 진가를 알 수 없으리라
복국의 진가는 국물 맛이다. 요즘은 참복이 귀해서 까치복이나 은복을 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역시 복국은 참복이 제 맛이다.
주로 맑은 탕이라 불리는 복지리는 그 빛깔 그대로 시원함과 깊은 맛이 해장국으로서는 으뜸이다. 얼큰한 맛을 원하는 사람들은 양파를 넣은 다지기를 넣으면 된다. 대표적인 겨울음식인 복국은 지방함량이 적어 개운하고 소화흡수가 잘 되어 위의 부담이 적다. 또한 메치오닌 성분이 있어 간의 재생을 도와주고 숙취해소에 좋다. 그런가 하면 복어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B1, B2가 풍부하여 알코올 분해 작용을 하는 효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복국의 맛은 지난 밤 술의 갈증을 풀어주며 머리를 맑게 하고 장의 내벽을 자극해 장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미나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더해서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되어 간 해독을 도와주는 콩나물의 효능은 복어와 천생연분관계라 하겠다.
복어 한 마리면 참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복어회, 복어불고기, 복어튀김, 복회무침, 복지리 복매운탕 등이 있는데 추운 겨울날 속풀이 하기에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복지리와 복매운탕이 으뜸이다.
복국을 맛있게 먹으려면 먼저 뚝배기에서 보글거리는 국물을 떠서 입안에 넣은 뒤 혀끝을 궁굴려 맛을 본다. 그런 다음 복국에 들어있는 아삭한 콩나물을 건져서 양념초고추장에 비벼먹는다.
콩나물과 밥, 그리고 식초를 가미한 뜨거운 복국과 적당히 순서를 맞춰서 먹는데 복국속의 복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고추냉이 간장에 찍거나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으면 된다.
복어가 절세미인 서시의 젖가슴을 연상케 한다고 하여 생긴 말이 ‘서시유'라는 말이다. 한 나라를 패망으로 이끈 아름다움이니 가히 치명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맛의 유혹인 복어는 알과 간에 테트로도톡신이라는 치명적인 독을 지니고 있어 위험부위를 철저히 제거한 다음 요리를 해야 하며, 반드시 전문 자격증을 가진 요리사와 전문음식점을 이용해야 한다.
부산엔 초원복국과 금수복국 두집이 유명한 복국 전문집이다. 동래메가마트 앞 금수복국에서 10,000원짜리 복지리탕으로 해장을 자주 했지만 오늘은 집근처 조그만 식당에서 아침 해장을하며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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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혜천의 바람흔적 원문보기 글쓴이: 바람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