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지리산
산행일 : 11월 6~7일(금)
산행거리
1일 : 10.6km
2일 : 11.5km
산행코스
1일 : 지리산국립공원 삼장분소~대원사~유평~치밭목산장
2일 : 치밭목산장~써리봉~중봉~천왕봉~장터목산장~백무동주차장
산행시간
1일 : 10시 53분경~17시 15분경(6시간 22분 정도, 휴식시간 포함)
2일 : 7시~15시 50분경(8시간 50분 정도, 휴식시간 포함)
이번 산행은 현실을 무시한 의욕이 앞선 무리한 계획으로 결국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나의 느린 발걸음, 한별이의 몸상태, 초겨울의 짧은 산행시간 등을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은 결과다. 내가 가보지 않은 대원사를 일정에 포함시키는 바람에 지리산종주를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박2일 일정의 빡센 산행으로 대체로 만족스러운 산행이었다.
지리산 화대종주를 한다는 기대감으로 설렌 가슴을 않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한 뒤 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침을 먹을 여유도 없다. 부랴부랴 차표를 끊고 버스를 타니 손님들은 거의 없다. 버스 안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휴게소에서 아침 대용으로 보리떡과 햄토스트를 사서 별이와 나눠 먹는다. 6시 30분에 출발한 버스는 원지버스터미널에 9시 40분에 도착한다. 대원사로 가는 버스는 9시 55분에 있다. 시간표를 사진찍으려고 하니 메모리카드 에러 메시지가 뜬다. 이러~언! 2박3일 일정이기 때문에 사진기를 두 개 가져왔는데, 1개가 작동을 못하니 사진을 절제해서 찍어야겠다.
버스는 10시 43분에 지리산국립공원 삼장분소 앞에 내려준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10시 53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대원사로 가는 길에는 아직 단풍이 많이 남아있다. 올해는 단풍이 유난히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길가에는 감나무들이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감이 너무 많이 달려서 가지들이 축축 처져있다. 가지가 곧 부러질 것 같다. 땅바닥에는 떨어진 감이 나뒹굴고 있다. 대원사계곡과 유평계곡의 경치도 상당히 좋다. 11시 20분에 대원사 일주문을 지난다. 유평마을을 지나 유평삼거리에서 포장도로가 끝나고 산행이 시작된다. 조금 올라가다가 터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산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우리가 전세를 낸 기분이다.
부부 한 팀이 우리를 앞질러간다. 가쁜 숨을 쉬며 올라가니 2시 53분경에 전망이 확 트이는 조망처가 나온다. 앞서간 부부가 쉬고 있다. 자기들도 성삼재까지 종주를 하는데 오늘은 치밭목산장에 잔단다. 우리도 조망처에서 사진을 찍고 먼저 출발한다. 하지만 부부팀이 다시 우리를 앞질러간다. 해는 이미 기웃기웃거리는데 숨이 차니 발걸음은 힘이 없다. 몇 발자국 못가서 쉬고 또 쉰다. 해가 지기 전에 치밭목산장에 도착할 수 있을까 염려된다. 별이는 씩씩하게 잘도 걷는다. 치밭목산장까지 200미터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다행히 해 지기 전에 산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놈의 200미터가 왜 이리도 긴지! 드디어 산장의 지붕이 보인다. 살았다!
5시 15분에 산장에 도착하니 먼저간 부부팀이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몸은 피곤한데, 한별이는 꼼짝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어 내가 물을 뜨러간다. 하늘에는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저녁을 먹고 있으니 산장지기가 온다. 난방은 되지 않으며 9시에 소등을 하고 아침에는 불을 켜주지 않는단다. 침낭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그리고 요즈음에는 대피소를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비어 있더라도 재워주지 않는단다. 내일 오후 5시 이전에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하기 어려우면 미리 전화를 해놓라고 한다. 만약 연락도 없는 상태에서 5시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예약은 자동 취소되니 낭패를 겪기 때문이란다.
내일 아침에 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하기 위해 아침 식사 준비를 미리 해놓는다.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잠을 자기로 한다. 새벽 5시 1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드니 아직 6시 30분도 되지 않았다. 온 몸이 편안해진다. 조금 있으니 부부팀이 들어온다. 잠이 오지 않아 뒤치락거리는데 부부팀은 벌써 잠이 들었는지 코를 곯아댄다. 웬 코를 그리도 거창하게 곯아대는지 잠을 잘 수가 없다. 어지어찌 해서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11시가 조금 지났다. 부부팀은 여전히 코를 곯아댄다.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쉽지가 않다.
5시 10분에 맞추어놓은 알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다. 한별이를 깨워 아침을 먹는데 부부팀도 일어난다. 6시 30분경이 되니 해가 뜨려는지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든다. 써리봉에 가서 일출을 보려했는데, 어찌해서 많이 지체되었다. 일출 사진을 찍고 7시경에 출발한다.
발은 천근만근이다. 얼마를 올라가니 늦게 출발한 부부팀이 우리를 추월한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은 것 같은데 써리봉은 나타나지 않는다. 40분 정도를 올라가니 조망이 확 트인다. 아쉽게도 운해는 없다. 하지만 산그리메들이 겹겹이 펼쳐지며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그리고 곳곳에 기경과 절경들이 펼쳐져 있다. 역시 지리산은 명산이다. 20분 정도를 더 올라가니 저 앞에 천왕봉과 중봉이 보인다. 드디어 8시 28분경에 써리봉에 도착했다. 써리봉에서의 전망 역시 일품이다.
다시 오르락내리락 하며 중봉으로 향한다. 고사목과 푸른하늘의 구름, 주목 등이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이런 맛에 산에 온다. 10시 11분경에 중봉에 올라서니 환상이다. 천왕봉에서 쭉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과 그 위에 떠 있는 하얀 구름, 어떠한 미사여구를 동원하더라도 이 감동을 담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중봉에서 천왕봉까지는 지척인 것 같은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11시 4분경에야 천왕봉에 올랐다. 천왕봉은 이미 많은 산객들로 북적인다. 인증샷을 찍고는 하산을 서두른다. 12시 5분경에 제석봉 전망대에 도착해서 조망을 하는데, 날씨가 엄청 맑은데도 다도해는 보이지 않는다.
장터목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나니 1시다. 대피소 직원에게 물으니 벽소령대피소까지는 6시간 정도 걸린단다. 벽소령대피소에 물어봐도 대답은 비슷하다. 빨리 가야 6시 30분경에 도착할 수 있단다. 느린 내걸음으로는 7시 이전에 벽소령대피소에 들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야간산행을 해야 하는데, 어제의 경우 오후 5시가 넘으니 바람이 불어 상당히 추웠다. 추위를 상당히 많이 타는 한별이가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 지리산능선종주를 해낸다는 의욕과 몸상태 사이에서 고민을 한다. 나 혼자라면 야간산행을 하더라도 벽소령대피소까지 강행을 하겠지만, 한별이의 몸상태를 생각하니 아무래도 벽소령대피소까지 가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해서 과감히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많은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산은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에 하산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 생각한다.
참샘에 도착하여 과일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발한다. 백무동버스승강장에 전화를 하니 동서울로 가는 버스가 4시, 5시에 있단다. 서두르면 4시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백무동에 도착하니 3시 50분경이다. 지금 멋지게 피어난 단풍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곧바로 정류장으로 향한다. 이로써 1박2일에 걸친 지리산 산행은 끝이 났다. 화대종주라는 애초의 목표는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뿌듯한 산행을 하였다.
<지리산국립공원 삼장분소에서 치밭목산장 가는 길>
대원사 일주문
유평계곡
치밭목산장 가는 도중의 조망처에서
치밭목산장
치밭목산장의 보름달
치밭목산장에서의 일출
<치밭목산장에서 써리봉 가는 길>
당겨본 천왕봉
천왕봉과 중봉
<써리봉에서 중봉 가는 길>
써리봉
써리봉에서 바라본 천왕봉과 중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