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대사가 직접 구결을 달고 단독으로 언해한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이하, 몽법언해)를 이어 올려본다. 언해란 한문으로 된 글을 훈민정음으로 옮겼다는 뜻이다. 얼마나 설레고 기뻤을까. 고생 끝에 우리만의 문자를 만들어 한문을 알기 쉬운 우리 글로 바꾸어 쓰게 되었으니!
보면 알겠지만, 한자 발음과 구결, 그리고 언해문을 보면 뭔가 왼쪽에 점이 찍혀있다. 이는 사성을 표시한 것이다. 최만리의 반대 상소에 세종이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네가 운서를 아느냐. 사성 칠음에 자모가 몇 개나 되는지 알기나 하느냐. 내가 만일 지금 운서를 바로 잡지 않으면 누가 이를 바로 잡을 것이냐?"라고 했는데, 이 사성이 바로 이것이다.
점이 없으면 평성이고, 하나면 거성이고 둘이면 상성이다. 또 음이 빠르고 막히는 입성도 있다. 오늘날 중국어의 성조라고 보면 된다. 당시 우리말에는 음의 높낮이가 있었다는 얘기인데 예를 들어, 상성은 부드럽게 들어 올리는 음이다. 거성은 말 그대로 높고 장대한 음이다. 이로보면, 중국 음운학을 많이 참고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중국어의 사성 칠음을 반영했으면서도 문자의 모양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 문자가 발음기관을 본떴다는 사실이다. ㄱ은 어금닛소리(아음)로 혀뿌리가 목을 막는 모양을 본떴다. ㄴ은 혓소리(설음)로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을 본떴다 등등. 하여, 우리 한글이 독창적이고 과학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번 몽법언해에서는 2장에서 4장까지 알아본다. 하나 퀴즈를 내겠다. 이 중에는 지금 우리가 쓰는 것과 똑같은 표기가 있다. 두 개는 형광펜으로 표시했는데 하나는 하지 않았다. 이를 알아맞히면 된다. 댓글로 정답을 맞히시는 분에게 선물을 드릴 수도….
참! 언해문에는 띄어쓰기가 없다. 신미는 한자를 가능하면 우리 고유어로 표기하려고 노력했는데, 안 되는 것은 그냥 한자어로 두었다. 하지만 그것도 꼭 한글로 발음을 달아 두었다는 사실!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몽산화상법어약록은 불교 선종의 교과서다. 원나라의 고승인 몽산 덕이의 법어를 간추린 참선 수행 지침서다. 고려 이래로 선가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조선 세종 때 와서 문자 혁명이 일어난다. 바로 훈민정음의 탄생! 한자음을 바르게 적을 수 있고 한자어를 순 우리 말글로 표기할 수 있게 되었다.
1447년에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이 완성되고, 이어서 1459년에 월인석보가 세상에 나온다. 이들은 임금이 직접 또는 명에 의해 간행된 것으로 저자가 밝혀져 있다. 물론 여기에도 신미대사의 힘이 미친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는? 이건 신미의 단독 언해서다. 저자가 오로지 신미로 적혀 있다. 아예, 책 첫머리에 '혜각존자 신미 역해' 라고 명기되어 있다. 이게 대단한 것이다. 하여 나는 이를 텍스트로 삼기로 했다. 체재나 표기를 보면 아래아 표기는 없지만, 순경음이나 한글 구결에 방점, 각자병서 등이 있는 것을 보면 훈민정음 언해본과 같이 저작된 게 아닌가 추정해 본다.
신미는 화두 참선의 교과서인 몽산법어를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초로 우리 문자 한글로 바꾸어 쓴 것이다. 양반 사대부들은 한문을 그대로 썼다. 아예, 훈민정음을 언문이라고 깎아내렸다. 승려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미와 그의 제자들 말고는 거의 한문을 고집했다. 오직 신미만이 그 어려운 한문 불전을 쉬운 한글로 쓰려고 노력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적어도 500년 앞을 내다본 선각자다. 그때는 그랬어도 지금은 이렇게 쉬운 한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화두 참선, 간화선이라고도 한다. 화두에 1,700 공안이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이 무엇인고(이뭣고)? 부모의 몸에 들기 전에 너의 참모습은 무엇인고? 하는 등이다. 화두에 의심을 갖고 마치 목마른 자가 물을 찾듯이 집중하여 참구하는 것이다. 이게 지금도 이어져 오는 불가의 화두 수행법이다.
이를 잘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몽산법어에 적혀 있기는 하나 몽땅 한문으로 되어 있다! 아, 다 까막눈이다. 이를 가엾게 여긴 신미는 쉽게 한글로 이를 다시 썼으니, 이게 바로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다.
[출처] 3. 훈민정음 비밀코드와 신미대사 <3>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 5~7장|작성자 월인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