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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개요
- 언 제 : 2022. 3. 24(목)
- 누 가 : ‘그그들’ 4명
- 어 디 : 지심도 / 경남 거제시 일운면 소재
- 날 씨 : 맑음
탐방여정(앨범)
봄나들이 2탄
봄입니다.
감염병균은 여전히 기세등등하고, 지구한편에선 전쟁으로 몸살을 앓아도 계절은 어김없이 바뀝니다.
잠시 스쳐가겠지 했던 바이러스는 흘려버린(?) 세월을 한탄하며 살던 노인네들의 일상도 바꿔놓았습니다.
답답합니다.
이럴 땐 집구석 나가는 게 상책입니다.
화사한 봄꽃, 따사로운 봄볕, 훈훈한 봄바람이 그립다면 무작정 남쪽으로 떠나볼 일입니다.
누군가 섬을 바다로 내려간 산이라 했던가요, 역시 섬이 좋습니다.
섬 in 섬 -.
2년 전 산악회에서 탐방하려다가 포기했던 섬입니다.
거제도(巨濟島)의 새끼(^^) 섬, ‘지심도(只心島)’로 향합니다.
제 오시는 봄 처녀를 마중하는 나들이입니다.
지세포항
오랜만에 들린 거제 '지세포항(知世浦港)'입니다.
장승포항에서도 지심도행 객선이 있지만, 지세포항을 택했습니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곳으로 임진왜란 당시 육전(陸戰)에서 연패할 때 '이순신'제독이 첫 승전소식을 전했던 옥포(玉浦)와 장승포가 인근입니다.
아름다운 포구를 세상에 널리 알린다는 의미의 지세포항은 천혜 요충지인데요, 입구에 지심도가 있어 예부터 어선들의 피항처(避航處)가 되었습니다.
아~ 바다입니다.
'코로나'에도 바다는 여전히 삶의 원동력입니다.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바다공기를 한껏 들어 마셔 그동안 쌓인 나태함을 씻어냅니다.
조선테마파크
‘조선테마파크’가 있어 기웃거립니다.
세계굴지의 ‘삼성’과 ‘대우’조선소를 보유한 거제도는 조선도시(造船都市)입니다.
조선업의 메카답게 해양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2009년에 조성했다는데요, 선박모형을 형상화시킨 미려하고 우아한 건축미가 눈길을 끕니다.
한번 발권으로 어촌민속전시관(1관)과 조선해양문화관(2관)을 같이 관람할 수 있는데요, 선박의 역사와 조선기술의 성장과정 등 미래의 첨단조선기술을 살필 수 있다죠.
들어갈라 캤더니 돈 내라네요.
사계의 숲, 파도의 숲 등 정원과 거북선 모형이 있는 광장만 둘러보고 걍 챠삐습니다. ㅎ
“밥 묵짜~!“
오찬
지심도행 Ticketing 하고, ‘유미가’식당을 두들깁니다.
거제도 봄은 별미와의 조우시간입니다.
싱싱한 해산물과의 만남은 역병공세를 견디는 늙은이들에겐 희열입니다.
봄철 입맛을 돋우는 메뉴들이 수두룩하지만, 도다리쑥국으로 눈이 꽂혔습니다. ㅎ
쌈과 함께 먹는 물 회도 독특하고, ‘멍게’밥과의 궁합도 끝내준다지만 꾹 참습니다.
갓 잡아 올린 통통한 도다리와 눈보라를 뚫고 올라온 여린 해쑥이 합쳐져 담백하면서도 향긋한 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꺼억~ 잘 먹었습니다!
입안 가득히 새봄을 채웠습니다.
여객선
쥐不R만한(ㅋ) 여객선에 몸을 싣습니다.
이곳에서 들어가는 배시간은 장승포에 비해 15분이 늦는데요, 우린 12:45시 배로 들어갔다가 17:05시 배로 나올 작정입니다.
꾼들이 제법 보이는데요, 해동(解凍) 되면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걷기조차 어렵다는 지심도입니다.
자그마한 유람선이 마음 닮은 섬을 향해 물살을 가릅니다. (12:45시)
가슴이 뻥~ 뚫립니다.
쫙~ 갈라지는 하얀 물보라가 20대 대통령선거로 쩍~ 갈라진 마음들을 매만집니다.
Water park와 Yacht marina 등을 갖춘 거제 ‘대명리조트’도 점점 작아집니다.
'코로나'가 제아무리 창궐(猖獗)해도 섬으로 가는 마음은 여전히 설렙니다.
바람이 싣고 온 비릿함이 봄맞이의 상념과 함께 촉촉하게 콧속으로 스며듭니다.
시리도록 맑은 환희의 봄이 찬란하게 부서지는 옥빛바다를 통해 묻어옵니다.
엉덩이 한번 들썩거리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뱃머리가 포구에 부딪칩니다.
지심도선착장
방파제도 없는 단출한 ‘지심도’선착장에 발을 디딥니다. (13:00시)
생긴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는 지심도(只心島) -.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으로도 불리는데요, 국내 동백군락중 원시상태가 가장 잘 유지되어온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광안내용 '지심도 오디오가이드' 앱(Application)을 다운로드하면 여행이 더 풍요로워진다는데, 여차저차 포기합니다. ㅎ
인어동상이 고백하는 호랑이와의 러브스토리(‘범’바위전설)에 귀기우리다가 걸음을 옮깁니다.
둘레길 초입은 고개를 쳐들어야 앞이 보일 정도로 곧추섰습니다.
선착장 좌우로 길이 조성되어있는데요, ‘마 끝’ 해안절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언덕길 입구부터 나무터널이 시작됩니다.
각종 상록수가 원시림을 이룬 보기 드문 보물섬입니다.
동백하우스
헉헉거리며 올라서니 원시적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사이로 하얀 건물이 보입니다.
예쁜 이름의 '동백‘하우스인데요, 일제강점기 일본군 중대장관사로 쓰였던 건물이랍니다.
한겨울 추위를 뚫고 피어난 동백꽃이 먼 길 찾아온 이들을 반깁니다.
봄을 알리는 꽃들이 많지만, 맨 먼저 이끌어주는 건 동백꽃입니다.
강렬하고 처연한 붉은 빛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동백이 보고 싶었습니다.
하 수상(殊常)한 세월 속에서도 꽃들은 소리 없이 봄을 준비했는데요, 용케도 견뎌낸 노인네들을 반겨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겨울에 핀다하여 동백(冬柏)이요, 봄에 피면 춘백(春柏)입니다.
향기 대신 빛깔로 '동박'새를 불러 꿀을 제공한다하여 조매화(鳥媒花)로도 분류됩니다.
꽃말이 '겸손한 마음'과 '진실한 사랑'이라네요.
마 끝
새들의 은신처 같은 동백터널을 빠져나오니 해안절벽이 펼쳐집니다.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마 끝'입니다.
섬의 남쪽 끝으로 남풍의 우리말인 '마파람'에서 유래된 지명이랍니다.
원래 곰솔군락지였는데, 안타깝게도 2003년 태풍 '매미'의 행패를 견뎌내지 못했다는군요.
바닷물 침식과 풍화작용에 의해 발생한 해식애(海蝕崖)가 멋진 풍광을 그려냅니다.
와~ View 끝내줍니다.
구름이 있어 하늘이고, 파도가 일어 바다입니다.
아기자기한 동백터널과 우거진 숲을 걷다가 하늘과 바다가 한꺼번에 다가오는 풍경을 마주하니 감탄사가 한 옥타브(Octave) 더 올라갑니다. ㅎ
태양위치에 따라 아름다움을 달리하는 파도들을 한참동안 바라봅니다.
꾸미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에서 내달리는 세월도 잠시 잊습니다.
일본군 식량배급소로 이용되었다던 곳은 주전부리 음식을 파는 곳으로 변했습니다.
주모(酒母)의 꼬드김에 결국 해물파전과 막걸리의 유혹을 피하지 못했네요. ㅎ
국방과학연구소
섬의 지주(地主)였던 '국방과학연구소'도 보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남긴 흔적으로 해방 후 줄곧 해군에서 사용했습니다.
지금이야 거제시로 소유권이 이전됐지만, 오랫동안 섬주인은 국방부였습니다.
그랬기에 그나마 자연환경이 보존되었다는 평인데요, 주민들에겐 불운이었겠지만 나무들에겐 행운이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를 지나,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는 일제 포진지와 탄약고를 대합니다.
대나무도 꽤 많은데요, 포의 진동으로 지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군들이 심었답니다.
남해안 작은 섬도 비껴가지 못한 비운의 역사흔적들입니다.
스스로 나라를 지키지 못하면 당할 수밖에 없는 냉엄한 진리를 새삼 깨닫습니다.
오래된 동백나무들로 이루어진 경이로운 원시의 숲입니다.
하늘을 가린 동백나무마다 망울을 틔운 작은 동백꽃이 매달려있습니다.
노란 꽃술과 빨간 꽃잎을 활짝 피웠던 동백이 곳곳에 후드득 떨어져 다시 풍경을 만듭니다.
그러기에 꽃이 졌다하여 실망할 일도 아닙니다.
작은 섬을 걸어가며 푸른 하늘을 보다가, 바다가 손짓하면 다시 탁 트인 파란 바다를 바라봅니다.
해맞이전망대
예전에 활주로가 있던 자리는 '해맞이전망대'가 되었습니다.
섬에서 가장 넓은(^^) 잔디밭인데요, 새해 첫날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소원을 빈다죠.
잠시 멈춰 광활한 바다풍경에 취합니다.
수평선 저 너머를 많이도 궁금해 했던 어릴 적 생각이 또다시 꿈틀거립니다.
오롯이 나를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드넓은 바다가 포근히 감싸며 세상의 분진(粉塵)을 씻어줍니다.
세월의 시간을 견딘 원시림을 지나면, 동백꽃잎이 깔린 동백터널이 나옵니다.
동백이 빽빽이 들어서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길에 청아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퍼집니다.
기대했던 레드카펫은 아직 미완이지만, 숲과 바다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흔치 않은 풍경입니다.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숲처럼 보일만큼 각종 수목들이 우거진 지심도입니다.
숲으로 들어가면 한낮에도 어두컴컴한데, 걸을 때마다 바닥에 떨어진 붉은 꽃을 밟을까봐 조심스럽습니다.
곰솔할배
예쁜 길을 걷다가 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를 마주합니다.
400여 성상(星霜)을 살아온 '곰솔’할아버지입니다.
길의 본뜻은 무엇일까요.
길 '도(道)'자는 쉬엄쉬엄 갈 '착(辵)'과 머리 '수(首)'로 이루어진 회의문자(會意文字)로 머리카락 휘날리며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착-辵)과 생각(수-首)을 의미한다죠.
그래서 '길[道]'을 '사람이 걸어가며 생각하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길은 통로이자, 사유(思惟)입니다.
자신과 자연, 그리고 나아가 미지의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이렇게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 많아져야 소란스러운 세상에서의 삶이 더 깊고 고요해질 것입니다.
자문자답하며 걷는 길이 쓸쓸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할배와 살아온 얘기들을 주고받다보니 어느덧 수다가 되었습니다. ㅎ
떨어진 꽃으로 만든 동백하트에서 걸음이 멈춰집니다.
마음을 닮은 섬에 왔으니, 당연히 사랑도 피어나겠죠.
짙은 초록 잎 사이로 피어난 핏빛 꽃잎의 노랑수술이 애간장을 태우는데요, 언제 봐도 처연(悽然)합니다.
투박하지만 싱그럽고 향기로운 사랑입니다.
방향지시표석
일본군이 탐조등(探照燈)을 보관하던 ‘서치라이트’보관소와 주요 요새의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방향지시석도 보입니다.
바다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깊은 왕대나무속에서 동서남북의 방위를 알려줍니다.
내 삶의 방향표지석은 어디쯤을 가리키고 있을까요?
어쩜 삶은 정해진 방향 따라 가는 게 아니라 늘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삶이기에 건너 뛸 수도 없습니다.
삶 건너에 삶이 없듯 세상에 없는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둑한 숲의 터널을 빠져나가니, 환한 빛이 나오는 숲의 끝이 보입니다.
해안절벽이 가까워지는지 거센 파도소리도 들립니다.
샛 끝
해안선전망대인 ‘샛 끝’에 섰습니다.
동쪽 끝 전망대로 '샛 끝'이라 부르는데요, 동풍을 샛바람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답니다.
‘마 끝’보다 강한 바람에 가끔씩 모자를 날리기도 한다는군요.
절벽의 절경에 절로 감탄합니다. ㅎ
시계(視界)가 좋은 날엔 대마도(對馬島)까지 보인다고 하네요.
남녘 섬에서 맞는 봄바람입니다.
한가득 가슴에 담습니다.
예가 1968년 지정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출발점입니다.
이곳을 시작으로 남해안 6개 지자체(거제, 통영, 사천, 하동, 남해, 여수)를 어우릅니다.
'그대 발길을 돌리는 곳'이란 감성적 문패가 말해주듯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되돌아가야하는 곳입니다.
지금은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지만, 일제강점기엔 욱일기(旭日旗)가 게양됐겠죠.
동백길
왕대나무도 많네요.
수줍게(?) 다가온 봄이 거제바다에 깃들었습니다.
붉게 핀 동백꽃이 해안선 훈풍 따라 소담스런 자태를 뽐냅니다.
오붓한 길목에서 꽃망울이 불현듯 모습을 드러냅니다.
높은 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봅니다.
은퇴하여 이젠 별 볼일 없어진 노인네들의 마음을 더욱 애잔하게 만드는데요, 떨어진 동백꽃송이에서 느끼는 동병상련(同病相燐)입니다.
무심한 사람들의 발에 혹여 밟힐까하여 슬쩍 떨어진 꽃송이를 길옆으로 옮겨 놓습니다.
비록 한 알의 밀알처럼 썩어야 될 처지지만, 온전하게 이별했으면 해서요.
땅에서 자라 꽃송이로 피어났다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한 섭리라지만, 왠지 마음이 아립니다.
동백꽃 붉은 기운 뒤로 햇살을 머리에 인 한려수도가 펼쳐집니다.
3월 동백꽃 향연이 마무리되면, 4월엔 유자향이 섬을 채우겠죠.
일본가옥
선착장으로 우회하는 길 따라 걷습니다.
산책로 곳곳에 일본식 목조건물이 꽤 많은데요, 길 끝에 멋진 카페가 보여 기웃거립니다.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가옥으로 전등소장(발전소장) 사택으로 보존상태가 좋아 커피숍으로 변신했다는데, 아쉽게도 문이 닫혔네요.
길가에서처럼 이곳에도 동백 꽃망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들어가 노닥거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수다 떨어줄 여인네들이 없네요. ㅋ
타박타박 동백 숲 오솔길을 따라 ‘동백’하우스로 되돌아옵니다.
툭툭 떨어지는 붉은 선혈 같은 꽃송이들이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원시림을 이룬 지심도 길은 봄은 물론 사계절 내내 걷고 싶은 둘레길입니다.
멍게의 유혹
민박으로 생계를 꾸리는 집들이 있는데요, 모든 집이 상주하진 않는답니다.
장승포에서 드나들며 식당이나 카페를 하는 집이 많다죠.
시간이 남아 망설이는데, 그놈의 ‘돌’멍게 때문에 또다시 판을 펼칩니다.
캭~ 잘 넘어가네요. ㅋ
해방이후부터 살아온 토박이는 3가구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근자에 들어왔답니다.
거제시민의 오랜 염원인 지심도가 거제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는데, 2016년 11월 국방부에서 거제시로 소유권이 이전되었습니다.
111년만의 반환이라는데요, '서이말'에 국방부해상시험소 대체시설을 조성해주고 지심도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답니다.
향후 거제시가 역사와 생태가 함께하는 Healing 관광지로 조성할 방침이기에 주민들은 개발로 인해 이주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랍니다.
섬이 개발되기보다는 자연그대로 보존되기를 바란다지만, 왠지 부질없어 보입니다.
섬길
길이 참 좋습니다.
숨이 가쁠 일도 없는 얕은 오르막과 짧은 계단에 꾹꾹~~ 발자국들을 남깁니다.
떨어진 동백꽃들이 길가에 다시 피어 길잡이와 길동무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두고 온 걱정 -, 하나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ㅎ
소박한 민박집에서 하룻밤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살아온 삶이 늘 그렇듯 참습니다.
시기를 맞추기 어려운 게 꽃구경입니다.
문득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洞口)’란 시(詩)가 떠오릅니다.
[선운사 골짜기로 동백꽃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 집 여자의 육자배기 자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이 해가 가기 전 선운사에 들려 육자배기나 함 들어볼까요? ㅋ
선착장
약속한 배시간이 다 되어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땅바닥에서도 천진난만하게 웃는 동백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태양도 어느새 퇴근준비(^^)를 하는데요, 윤슬이 참 아름답습니다.
살다가 마음이 아플 때 들어와 하룻밤 묵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음을 닮은 섬이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여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잃어버리는 일이 꼭 나쁜 일은 아니겠지요.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니까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줍니다.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이라고] ('공지영'/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스토리가 흐르는 탐방로[’평화에 스미는 길(자연)‘, ’학교 가는 길‘, ’동백에 물드는 길‘, ’평화에 스미는 길(역사)]‘가 조성되면 다시 오고 싶네요.
출도
다시 돌아갑니다.
이젠 봄이 북상하겠죠.
마음엔 벌써 봄 처녀 제 오셨습니다. ㅎ
섬이 '심(心)'자를 닮은 건 어쩜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한국전쟁 민간인피학살자유족회에서 이곳에 원혼비석을 세웠습니다.
전시(戰時)에 발생했던 억울한 사연들이 어디 여기뿐일까요?
시간이 멈춰버린 쪽빛바다 위에 푸른 섬 하나 -.
어찌 보면 신선의 집 뜨락 같기도 하고, 바다위에 올려놓은 수반(水盤) 같기도 합니다.
하늘 덮은 숲길마다 울려 퍼지는 동박새 노랫소리도 정겹습니다.
한겨울에도 붉은 동백꽃으로 피어날 정도로 사랑이 들끓습니다.
동백꽃만 훌쩍 보고 떠나기에는 왠지 아쉬움이 남는 그런 섬입니다.
뒤풀이
해산물이 달달하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지세포항이 먹거리로 소문난 것은 해협특유의 세찬 물살로 탄력이 높아진 멸치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멸치와 달리 크고 먹을 게 많아 회나 구이, 그리고 쌈밥 등 향토음식을 판매하는 집구석이 곳곳에 많습니다.
맛 집으로 알려진 ‘거제멸치쌈밥’집에 들려 대표메뉴인 멸치쌈밥을 주문합니다.
향토적인 맛이 강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한번 맛들이면 꾸준히 찾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죠.
멸치쌈밥은 밥 위에 조림한 통 멸치를 올리거나 각종야채에 싸먹는 음식인데, 부드럽고 고소한 맛의 조화가 뿅~! ㅎ
한상차림세트(15,000원)로 나오는 멸치 회, 멸치찌개, 쌈밥 등을 모두 맛보다보면 어느새 밥 한 공기 뚝딱~!
안주가 좋으니 이슬이(^^)가 스스로 자빠집니다.
친절한 주인장 때문에 몸과 마음이 넉넉해졌습니다.
거제도를 떠나지만 봄이 가기 전에 섬 in 섬 ‘이수도’와 노란 수선화가 있는 ‘공 곶이’를 찾기 위해 어쩜 다시 들릴지도 모릅니다.
에필로그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
외로운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는 것 -.
같이 마주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
문자를 주고받을 마음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
행복은 아주 먼 곳에 있는 게 아닙니다.
어쩜 주위에,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행복은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습니다.
행복은 큰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에 숨어있습니다.
오늘도 내 곁으로 다가오는 행복을 받아들이는 하루였습니다.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은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입니다.
마음의 섬, 지심도(只心島)가 세상을 살만큼 살아낸 늙은이들에게 주는 교훈(敎訓)입니다.
금욜(3. 25) 아침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