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는 인천의 중심이었다. 이곳에 인천 행정 중심지였던 도호부청사가 있었고 고구려왕자 비류가 비류백제를 세운곳도 미추홀의 문학산이었다. 미추홀은 오랜역사를 자랑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만큼 인천의 정체성을 품은 이야기도 많다. 미추홀의 숨은 이야기를 연재한다. |
문학산은 인천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자 둥지이다. 비류백제, 미추홀 왕국의 발상지로 유서 깊은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문학산성은 인천시 기념물 제1호로 문학산의 정상을 테로 둘러싼 듯한 테뫼식 산성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인천에 성이 있어 이곳을 미추홀고성 또는 남산고성이라고 하는데 둘레가 160m이고 성안에 봉수대와 작은 샘이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복원된 문학산성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남산고성의둘레가 403척이다’라고 기록했다. 1997년 인하대박물관에 의한 지표조사 보고서를 보면, 본래 토성이었던 것을 삼국시대 말이나 통일신라시대에 석성으로 개축했고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거의 1,500년 시공을 뛰어넘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여지도서>, <인천도호부 고적조>에는 ‘문학산 정상은 미추왕(비류)의 옛 도읍지’라고 하였고, 안정복은 <동사강목>에서 ‘속전하는 바로 문학산 정상에는 비류성의 터가 있고 성문의 비판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성내에는 비류정이 있어 맛이 시원하고 산뜻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1942년 조선총독부에서 간행한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에는 ‘지름 360cm의 만두형 봉수대가 남아 있고, 이를 미추왕릉으로 보는 전승이 있다’라고 하였으며, 1949년 인천시립박물관의 조사에 의하면 ‘봉수 동쪽에 석축 유구가 남아 있는데, 사방에 초석(주춧돌)이 놓여 있어 건물터로 추정’했는데 이곳이 바로 임진왜란 때 성을 수리해 왜병을 물리친 김민선 부사의 혼령을 모신 사당 ‘안관당’터다.
▲시멘트로 덮은 비류정 자리
▲문학산 봉수대(1950년대 최성연 사진)
서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문학산은 비류백제 때부터 국경을 지키는 관방(關防)의 요지였다. 그래서인지 1959년 문학산에 미군기지 건설이 시작되어 대대적인 터 닦기에 들어가 1965년에 미군 방공부대가 주둔한다.
이어 1977년에 한국 공군 방공포병부대와 그 임무를 교체했고 2015년에야 문학산 정상을 개방했으니, 근 50여 년간 시민들이 문학산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렇게 군부대로 인해 산성이 방치되다 보니 산성은 자연히 무너졌고 무너진 성벽의 돌들은 급경사인 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문학산 정상은 본래 해발 233m이었는데 군부대의 조성으로 16m나 깎여 현재 217m다. 이때 봉수대가 사라졌고 군부대가 들어서면서 안관당, 비류정, 동문, 서문이 흔적조차 없어졌다.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문학산 정상부가 시유지라는 사실이다. 미군부대와 국방부가 시유지를 무단점유하고 있었음에도 인천시는 까마득히 몰랐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문학산이 천혜의 요새로서 군사적 요충지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을 알려면 산 정상에 만들어진 전망대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전망대는 동쪽, 남쪽, 북쪽 세 군데에 있다. 인천 전역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곳에 문학산이 위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늘이 티 없이 맑은 날 문학산에 오르면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광을 모두 담고 싶은 욕심이 치밀어 오른다.
▲북쪽 전망대에서 바라본 미추홀구 모습
문학산 표지석이 있는 북쪽 전망대에 오르면 미추홀구의 모습이 바로 눈 아래 펼쳐진다. 왼쪽은 자월도, 인천대교로부터 영종도, 마니산, 수봉산, 계양산 그리고 서울의 인왕산과 남산이 다 보인다. 남쪽 전망대에서 보면 연수구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오봉산, 소래포구, 대부도, 송도 신도시, 청량산, 팔미도, 인천대교, 무의도 등이 넓게 펼쳐져있다.
동쪽 전망대는 정상에 있지 않고 동문 쪽으로 조금 내려가야 있다. 울타리를 친 군부대 막사 앞에 있는데 그 앞 시멘트로 덮은 곳에 비류정이 있었다. 동쪽 전망대에 오르면 왼쪽으로 계양산, 만월산, 그 뒤로 북한산이 보이고 이어 인왕산, 남산, 소래산, 관악산, 오봉산이 펼쳐져 보인다.
이 멋진 모습을 밤에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인천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야경이지 않을까? 시소유의 땅을 무단점유하고 있는 국방부로부터 인천 시민의 품으로, 문학산이 온전하게 돌아올 날을 기다린다.
글 천영기 미추홀학산문화원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