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리스크’에 또 주저앉았다...과반 민주당, 지지율은 20%대
지난 2월 27일 이재명 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전국적인 수해와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논란 등 여권(與圈)에 불리한 이슈가 잇따랐지만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쌍방울 대북 송금 논란 등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는 분위기가 민주당에 악재(惡材)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월 3일 공동으로 발표한 정치지표조사(NBS)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2%, 민주당 23%였고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38%였다. 한 달 전인 7월 첫째 주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34%에서 2%포인트, 민주당은 28%에서 5%포인트 하락했다. 무당층은 32%에서 6%포인트 늘어나서 여야(與野) 지지율을 모두 추월했다. 지난 7월 넷째 주 한국갤럽 조사도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35%)이 민주당(29%)을 앞섰다. NBS 조사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하면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국회 의석수 299석 가운데 56%인 168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 제1당 민주당에 ‘민심의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중도층선 한 달 만에 9%포인트 하락
최근 갤럽 조사에서 여야 지지율은 총선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수도권(32% 대 29%)과 중도층(29% 대 25%), 20대(25% 대 22%) 등에서 여당이 앞섰다. 지난 6월 말 갤럽 조사에선 수도권(30% 대 35%), 중도층(23% 대 34%), 20대(20% 대 29%) 등에서 모두 야당이 앞섰지만 한 달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특히 민주당은 중도층에서 지지율이 9%포인트나 하락하면서 국민의힘에 비해 11%포인트 우세에서 4%포인트 열세로 뒤집혔다. 갤럽의 최근 정당 지지율과 같은 분위기가 총선까지 이어질 경우 야당의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조사 결과다.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대규모 홍수 피해 등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슈가 많았지만 하락세인 게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정부·여당에 강력하게 공세를 계속하고 있지만 중도층에게는 민생과 무관하거나 무리한 공세로 비치고 있어서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물가와 재난 대비 등 국회의 한 축인 야당과 전(前) 정부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할 이슈도 모두 현 정부 잘못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어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당의 간판인 이 대표가 지지율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현 정부 들어 민주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할 때마다 ‘이재명 리스크’가 작동했다. 지지율이 28%로 최저치였던 작년 6월엔 그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이끌었던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영향이 컸다. 지난 3월 초에 29%로 하락했을 때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사업 관련 체포동의안의 국회 부결이 원인이었다. 최근엔 이 대표와 관련한 ‘쌍방울 대북 송금 논란’이 불거지자 지지율이 또 주저앉았다.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했던 ‘돈풀기 포퓰리즘’이다. 전 국민 기본소득, 전 국민 토지배당금,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을 주장했던 이 대표는 지난 2월엔 전 국민 난방비, 최근엔 에너지 물가지원금을 포함한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금 살포가 물가를 자극하고 경제 위기에 기름을 끼얹을 것이란 학계의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월 초 연합뉴스·메트릭스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의 추경 편성 요구에 대해 ‘재정건전성을 위해 신중해야 한다’(52.4%)가 ‘경기 부양과 서민 지원을 위해 추징해야 한다’(40.4%)보다 높았다. ‘이재명표 포퓰리즘’이 지지율에 역효과를 낼 뿐이란 의미다.
이 대표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혁신위원회까지 띄우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혁신위원회도 오히려 당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뽑은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은 ‘천안함 자폭 발언’으로 사퇴했고 최근 김은경 혁신위원장도 ‘노인 비하 발언’으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혁신위와 함께 휘청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은 더욱 수면 위로 떠올랐고 혁신위로 지지율을 회복하고 당내 갈등도 해소하려던 이 대표의 계획이 오히려 이와 거꾸로 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주요 조사회사들인 한국갤럽과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에서 20%대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에 대해 “실제보다 낮게 잡혔다”며 반발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지난 7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차원에서도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는데 지지율이 상대 당을 크게 앞서가고 있다”며 “일부 조사에서 결과가 널뛰기하지만 응답 방식과 표본 등 차이를 감안하면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자체 조사는 주요 조사회사들처럼 전화면접원 조사가 아니라 기계음으로 하는 자동응답(ARS) 방식이다. 실제로 최근 ARS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조사들이 있다. 7월 27~28일 리얼미터 조사는 민주당(44.3%)이 국민의힘(36.3%)을 8%포인트 앞섰다. 김어준씨의 ‘여론조사꽃’이 7월 28~29일 실시한 ARS 조사도 민주당(49.5%)이 국민의힘(40.1%)보다 9.4%포인트나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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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응답률이 15~20%인 전화면접원 조사에 비해 ARS 조사는 2~3%에 불과해 신뢰성이 의심을 받는다. 한국통계학회장을 지낸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응답률이 높을수록 조사의 신뢰도가 높은 게 당연하다”며 “ARS는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주로 조사에 참여하는 방식에 가깝다. 면접원 조사 방식이 대체로 더 믿을 만하다”고 했다. 한국갤럽 장덕현 부장은 “정치 관심자뿐만 아니라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표본에 포함해야 정확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작년 5월 초와 비교해 민주당 지지율은 41%에서 29%로 떨어졌고 국민의힘은 40%에서 35%로 하락했다. 반면 무당층은 16%에서 31%로 증가했다. 최근 무당층의 급증은 민주당을 지지하다가 등을 돌린 이들이 늘어난 것의 영향이 크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만 의식하고 중도·무당층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도 지지율 침체의 원인”이라며 “하지만 현재 무당층에는 과거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아서 이들의 향방에 여야 지지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기사에 인용한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