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강설
갖가지 꽃으로 장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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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보살약찬게龍樹菩薩略纂偈
(1)❂ 불가사의한 힘
경전의 한 구절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반복하면 힘이 붙기 마련인데 경전독송을 반복하면 그 힘은 훨씬 더 커지게 됩니다. 염불수행을 하근기의 수행으로 치부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폄하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송나라의 유교학자인 주진사朱進士라는 사람은 사서삼경四書三經에는 능통했지만 불교의 경전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개 너머에 사는 친구를 찾아가던 중 소나기를 만나게 되어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한 암자로 들어갔습니다. 그가 마루에 걸터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데 ”대방광불화엄경!“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는 처음 듣는 생소한 소리인 ’대방광불화엄경‘을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몇 번 읊조렸습니다. 친구 집에 도착한 주진사는 불교경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친구에게 그 경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그러자 친구는 불교의 여러 경전을 설명해주었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일이 있고 몇 달이 지난 어느 가을날, 주진사는 잠깐 잠을 자다 그대로 숨이 멎고 말았습니다. 죽은 당사자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도 모릅니다. 죽었다 싶은 순간 다시 한 세계가 또 열리기 때문입니다.
그는 숨이 멈췄으나 여전히 의식이 있는지라 죽었다는 생각은 못하고 잠에서 깨어난 듯 두리번거리며 마당을 거닐다가 집 뒤로 돌아가 보니 전에는 없던 큰 누각이 서 있었고, 누각 위에서는 신선 여럿이 바둑을 두고 있었습니다. 평소 바둑을 좋아하던 주진사사 그들 틈에 끼어들어 훈수를 하자, 신선은 한판 두고 싶은지 물어왔습니다. 주진사가 한판 두고 싶다고 대답하자 신선은 바둑을 두려거든 옷을 바꿔 입으라며 비단옷을 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비단옷을 받아들려는 순간 허공에서 벼락 같은 소리가 울렸습니다.
”대방광불화엄경 소리를 듣고 몇 번 읊조려본 사람이 어찌 그런 옷을 입으려 하느냐!“
주진사가 정신이 번쩍 들면서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가족들이 자신을 붙들고 통곡을 하며 입관하려는 참이었다.
의식을 차린 주지사가 꿈에 본 광경이 궁금해 뒤뜰로 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볏짚 위에 개가 새끼를 네 마리 낳았는데, 그중 한 마리가 죽어있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하마터면 개의 몸을 받아 태어나고 말 것인데 주진사는 ’대방광불화엄경‘을 몇 번 읊조린 공덕으로 축생의 몸을 면한 것입니다. 이렇듯 경전을 보고 읽는 공덕은 불가사의합니다. 몸에 지니는 것도 마찬가지로 위신력이 있습니다.
경전을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뭐든 하려하면 항상 새롭지만, 하기 싫으면 어렵다는 생각부터 합니다.
요즘은 카드보다도 얇은 호신불護身佛이 있습니다. 우리 절에서는 호신불을 제작하여 항상 신도들이 수지할 수 있게 하고, 주위에도 나눠 드리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밖에 나갈 때면 여러 개 가지고 다니다가 인연이 되는 대로 주면 누구나 좋아합니다. 또 「약찬게」나 「사대주 四大呪」를 수지용으로 제작하여 나누어 드리면서 수시로 외우도록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그만 기도 하나하나가 쌓이면 큰 힘이 됩니다.
법문을 가볍게 여기는 마음도 안 되고, 어렵다는 생각으로 퇴굴심退屈心(겁을 먹고 굴복하여 물러나는 마음)을 내어서도 안 됩니다. 그냥 간절한 마음으로 경청하면 자연히 이해가 됩니다. 혹 지금 이해가 안 되더라도 훗날 어느 기회에 다시 들으면 그 때는 더 잘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쉽게 얻으려는 마음이 큰 병입니다.
(2)❂ 용수보살龍樹菩薩은 누구인가
용수龍樹는 인도 사람으로 원래 이름은 ’나가르쥬나Nagarjuna’입니다. 남인도 태생으로, 부처님 열반 후6~7백년 경(기원전 2~3세기)에 살았습니다.
용수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모든 학문을 통달했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왕궁에 몰래 들어가 궁녀들과 놀곤 했는데, 이일이 탄로가 나서 함께 붙잡힌 친구는 그 자리에서 맞아 죽고 본인은 간신히 살아납니다. 그때 ‘마음의 욕망이 모든 괴로움의 근원’ 임을 통감하고 출가하여 가비마라迦毘摩羅(Kapimala, 불교 13대 조사임) 존자의 가르침을 받습니다.
시간이 흘러 용수는 만행 중에 설산의 한 노비구를 만나 대승법문을 듣고 그의 안내로 『화엄경』을 보게 되었는데, 일부는 외우고 일부는 책을 가져와 오늘의 『화엄경』이 알려지게 된 것이라 합니다.
(註) 용수보살
원래의 이름은 나가르주나(Nagarjuna)이며, 용수(龍樹)는 산스크리트어로 용(龍)을 뜻하는 나가(naga)와 나무[樹]를 뜻하는 아가르주나(agarjuna)를 한자로 옮겨 표기한 것이다.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모두 용수라는 이름으로 나타내며, 존칭(尊稱)으로 용수보살(龍樹菩薩)이나 용수대사(龍樹大士)라고 부르기도 한다. 밀교(密教)에서는 ‘용맹(龍猛)’이라고 나타내기도 한다.
인도 중부 데칸고원(Deccan)에 있는 비다르바(vidarbha)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브라만교(Brahmanism)의 교리를 공부하였으며, 카시미르(Kashmir)와 인도 북부 지역을 두루 여행하며 소승불교의 경전도 깊게 공부하였다. 그리고 ≪반야경(般若經)≫ 등의 대승불교 경전을 공부하여 새롭게 발흥하던 대승불교의 교리를 체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당시 인도 중남부의 사타바하나 왕조(Satavahanas)는 하이데라바드(Hyderabad) 인근에 불교 강원(講院)을 세워 실론과 간다라, 중국 등지의 유학승들을 머무르게 했는데, 용수는 만년에 이곳에서 사타바하나 왕조의 보호를 받으며 가르침을 펼쳤다. 그래서 강원이 있던 곳은 그의 이름을 따서 나가르주나 언덕이라고 불렸다고 전해진다.
[네이버 지식백과] 용수 [龍樹]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