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Ferrari, 'The Jewels of the Madonna' Intermezzo No.1
볼프페라리 '성모의 보석' 간주곡 1번
Ermanno Wolf-Ferrari
1876-1948
Philip Gibson, conductor
London Symphony Orchestra
Date: Unknown
Philip Gibson/London SO - Wolf-Ferrari, 'The Jewels of the Madonna' Intermezzo No.1
베네치아 출신 볼프페라리는 아버지가 독일인이고 어머니는 이탈리아인이다. 19살 때 성을 볼프에서 어머니 성 페라리를 더해 볼프페라리로 삼았다. 이름은 에르만노이다. 화가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미술을 배웠으나 음악에 흥미를 가져 1893년 17살 때 독일 뮌헨 음악원에 유학하여 라인베르거에게 작곡을 배웠다. 1899년 고향인 베네치아로 돌아와 6년 동안 베네데토 마르첼로 음악원 원장으로 있다가 작곡에 전념하기 위하여 다시 뮌헨으로 갔다. 뮌헨과 베네치아를 오가며 생활한 볼프페라리는 독일의 장중함과 이탈리아의 명랑함을 결합한 성격의 작품들을 썼다.
볼프페라리는 <네 명의 시골뜨기>(1906), <수산나의 비밀>(1909), <슬라이>(1927) 등 오페라 부파의 전통을 근대 감각으로 살린 오페라 작곡이 특기였다. 오페라 부파는 18세기에 발생한 희극적 오페라를 말하는데, 정가극(正歌劇)으로 번역되는 오페라 세리아에 상대되는 형태다. 오늘날 볼프페라리의 오페라 부파 작품들은 거의 잊히고 베리스모(사실주의) 풍의 3막 오페라 <성모의 보석>(1911)만이 드물게 공연될 뿐이다. 이 오페라의 1막과 2막 사이에 들어가는 첫 번째 간주곡이 바로 관현악곡으로 자주 연주되고 우리가 흔히 듣는 <성모의 보석>이다. 오늘날 음악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클래식 소품 중에는 발표될 당시와는 달리 세월이 지나면서 오페라 자체는 잊혔는데도 그중 서곡이나 아리아 또는 간주곡만 따로 인기를 모으는 경우가 있는데 오페라 <성모의 보석> 간주곡 1번이 바로 그런 경우다.
실제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토대로 만든 베리스모 오페라 <성모의 보석>
애절한 멜로디가 절절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이 곡을, 은유적으로 ‘성모의 보석’이라고도 일컫기도 하는예수를 잃고 어머니 마리아가 비통해하는 작품으로 아는 분들이 더러 있다. 오랫동안 라라와복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곡의 제목 ‘성모의 보석’에서 말하는 보석은 예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성모상에 장식되어 있는 실제의 보석을 말하는 것이다. 곡에 담긴 사연을 알려면 오페라 <성모의 보석>의 작품 배경과 줄거리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오페라의 스토리는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이며, 신문기사를 토대로 대본을 쓴 것이다.◀볼프페라리
<성모의 보석>이 1911년 12월 23일 베를린에서 초연되자 독일에서는 즉각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가톨릭의 본산인 이탈리아에서는 성모 마리아와 가톨릭교회를 비하한 내용이라고 하여 무려 42년이 지난 1953년까지 공연되지 못했다. 볼프페라리는 이 오페라에서 가톨릭교회의 위선적인 행동을 비판하였다. 가톨릭이 교회라는 명분 아래 신자들의 재산을 도둑질하듯 긁어모으는 것이 부랑자들이 성모 마리아의 보석을 훔쳐 와서 자랑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난한 것이다. 도덕에 대한 문제 또한 논란거리가 되었다. 오페라에서는 혼외정사에 빠지는 내용이 등장한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이를 교회법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였던 것이다.
무대는 성모 축제로 들뜬 나폴리의 거리이다. 대장장이 젠나로는 불행하게도 자기 여동생 마리엘라를 사랑하고 있다. 마리엘라는 친동생이 아니다. 어릴 때 입양되어 왔다. 양어머니는 연애나 할 것 같아서 마리엘라를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게 한다. 거리에서는 축제가 한창이다. 마리엘라는 양어머니의 눈을 피해 집을 뛰쳐나가 부랑자들과 어울린다. 부랑자들의 두목인 라파엘레가 마리엘라를 보고 접근한다. 라파엘레는 마을의 성모 마리아상에 장식되어 있는 보석도 훔쳐 줄 수 있다고 마리엘라에게 큰소리친다.
라파엘라를 사랑하게 된 마리엘라가 집에서 나갈 결심을 하자 오빠 젠나로가 막아선다. 젠나로는 오래전부터 사랑해 왔노라고 마리엘라에게 고백한다. 마리엘라는 젠나로를 멸시한다. 젠나로는 부랑자 두목 라파엘레가 성모의 보석을 훔쳐 마리엘라에게 주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젠나로는 라파엘레보다 먼저 성모상의 보석을 훔쳐 마리엘라에게 준다. 성모의 보석을 받은 젠나로를 라파엘레로 착각한 마리엘라는 그의 품에 안긴다.
훔친 성모의 보석을 걸치고 있는 마리엘라
마을 밖의 숲속에 있는 라파엘레의 소굴이다. 라파엘레는 마리엘라가 처녀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소굴 안에서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어울려 춤판이 벌어지고 난장판이 된다. 이때 마리엘라가 도착한다. 마리엘라는 라파엘레에게 젠나로에게 당한 사실을 전한다. 그러자 라파엘레는 마리엘라가 처녀가 아니므로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라파엘레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성모의 보석을 걸친 마리엘라를 보고 사람들은 성모를 모독하였다고 저주를 퍼부으며 내쫓는다. 마리엘라는 바다로 달려가 몸을 던진다. 한편 성당에서는 성모의 보석이 도난당한 사실이 알려진다. 성당의 종소리가 울린다. 마을 사람들이 숲속을 찾아온다. 젠나로의 어머니 모습도 보인다. 젠나로는 단검을 빼 자신을 찌른다.
스토리가 어떻든 ‘성모의 보석’은 절절하게 가슴 울리는 아름다운 곡이다.
Wolf-Ferrari, 'The Jewels of the Madonna' Intermezzo 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