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재 대처법
아파트에 이웃집이나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밖으로 대피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무작정 대피하는 게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화재 사망자 중에 불을 피해 창밖으로 뛰어내리거나 집을 빠져나와 계단으로 대피하다 숨진 경우가 많다. 실제로 화재 통계 연감에 따르면 2019~2021년 공동주택 화재 인명 피해 중 ‘대피 중’에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이 39.1%로 가장 많았다.
더 위험할 것처럼 생각되는 ‘구조 요청 중’(11.3%), ‘화재 진압 중’(18.1%)보다 월등히 많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대피가 가능하다면 가장 안전하겠지만, 대피가 가능한지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웃집 등에 불이 난 경우 우선 현관문 틈으로 연기가 들어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연기가 들어오고 있다면 이미 현관문 밖이 연기로 가득 찬 것이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더 안전하다. 이때는 현관문 틈으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테이프나 젖은 수건으로 틈을 막고 119에 신고하며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연기가 보이지 않으면 열기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에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보고, 손등을 갖다 대어 뜨거운 느낌이 드는지 확인한다. 열기가 있다면 이 경우에도 대피하기보다 집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연기도 들어오지 않고 열기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젖은 수건 등으로 입을 가리고 낮은 자세로 이동하며 대피를 시도해볼 수 있다. 다만 이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계단을 이용하는 중 연기나 화염이 보인다면 다시 집으로 들어가 구조를 기다리는 게 낫다. 연기는 한 번 흡입하면 위험하다.
집에 화재 대피용 방독면이 있는 경우에는 대피를 계속 시도해볼 수 있다. 화염이 보이지 않고 연기가 있더라도 시야를 가릴 정도가 아니면 방독면을 쓴 채 계단을 통해 지상층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다만 방독면도 지속 시간이 15~20분 정도이기 때문에 이 시간 내에 계단을 통해 대피가 가능한 상황에서만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피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옥상보다는 지상층이 더 안전하지만, 불이 난 가구에서 먼 쪽으로, 가능한 한 빨리 유독가스가 없는 개방된 공간으로 피하는 게 좋다. 옥상과 가까운 집이라면 옥상 문을 평소에 열어두는지, 잠겼더라도 비상시 문을 열 수 있는지 등을 미리 관리 사무소에 문의해 알아두는 게 좋다.
연기가 이미 새어 들어오거나 계단에 연기가 들어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가능하다면 창문을 다 닫고 현관문 틈을 테이프나 젖은 수건 등으로 막아 유독가스가 집 안에 침투하는 걸 막아야 한다. 이후 베란다로 피신해 외부에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집에 경량 칸막이나 하향식 피난구, 완강기가 있다면 이를 이용해 대피를 시도할 수 있다. 경량 칸막이는 발로 차거나 몸으로 밀치면 부서져 옆 가구로 대피할 수 있는 벽이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장은 “집 어디에 경량 칸막이나 하향식 피난구가 있는지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미리 확인하고, 세탁기나 옷장 등으로 막지 말고 개방해 둬야 한다”고 했다.
만약 베란다를 거실로 확장했거나 베란다 쪽으로 불길이나 연기가 치솟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반대편 베란다로 피신하고, 그마저 어렵다면 화장실로 대피해야 한다. 화장실로 대피할 때는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 환풍기를 켜고, 문을 닫은 뒤 욕조와 화장실 바닥 배수구를 마개와 수건, 옷 등으로 틀어막고 물을 최대로 틀어놓는 게 좋다. 전문가는 “당장 불길이나 연기가 닥치지 않았더라도 미리 물을 틀어 욕조와 세면대에 물이 가득 차 넘쳐서 거실로 흘러갈 수 있게 해야 불과 연기가 번지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실은 별도 환기구가 있기 때문에 다른 방으로 피신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 조선일보 24.1.7
첫댓글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