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제가 작년에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렌즈를 끼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렌즈를 삽입했습니다. 그리고 올봄에 눈이 좀 아팠어요. 렌즈를 끼워서 아픈 줄 알고 ‘렌즈 삽입 수술 괜히 했다.’ 하고 후회가 되고 마음이 매우 괴로웠습니다. 최근에 알고 봤더니 렌즈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안구 건조증이 와서 아팠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마음이 좀 놓이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불안이 올라옵니다. 어떻게 불안한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법륜 스님】
“우선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면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을 알아차림, 즉 ‘사띠’라고 해요. 두 번째는 어떤 행위를 하든 그 행위에는 항상 과보가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결혼하면 결혼해서 좋은 점도 있을 수 있고, 결혼해서 나쁜 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한다는 것은 선택에 대한 결과를 안 받아들인다는 얘기예요. 돈을 빌리면 갚아야 하는 과보가 따르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돈을 빌리고 나서 빌린 걸 후회한다는 것은 갚기 싫다는 얘기거든요. 이것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안 지려는 자세에서 오는 괴로움입니다.
인생에서 선택을 하면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해요. 선택을 하고 나면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거기에 대해서 후회를 하면 안 됩니다. 후회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안 지는 자세에서 일어나는 감정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렌즈를 눈에 넣어 놓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안 지려고 하기 때문에 후회하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결혼해 놓고 후회하는 이유는 결혼하고 나면 당연히 뒤따르는 게 있는데 그걸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릴 때만 좋았지, 갚을 생각은 안 하고 빌렸으니까 돈을 빌린 것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는 겁니다. 후회는 책임을 안 지려는 자세에서 오는 거예요. 선택했으면 선택의 결과가 어찌 되었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네. 저도 안구 건조증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하니까 나중에는 아픈 게 좀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원인을 알거나 지은 인연을 알면 원망할 일이 없습니다. 질문자는 안구 건조증이라는 원인을 알게 되니까 원망이 없어진 겁니다. 그러나 원인을 모르더라도 수행자는 항상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원인이 안구 건조증일 수도 있고, 렌즈를 끼운 것일 수도 있잖아요. 원인이 무엇이든 그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는 겁니다. 이 말을 잘못 듣고 ‘그냥 뭐든지 다 받아들여라.’ 이렇게 오해하시면 안 돼요. 왜 아픈지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후회하는 것은 무책임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후회가 될 때 ‘내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을 돌이키면 될까요?”
“그렇죠. 후회할 때 마음을 돌이키라는 거예요. 눈이 안 좋으면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면 됩니다. 렌즈 때문에 아픈 것 같다고 느낀다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다시 해보면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괜히 렌즈를 했나?’ 하고 후회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기가 한 선택에 대해서 책임을 안 지는 태도에서 비롯된 겁니다. 후회한다는 건 결과를 안 받아들인다는 것을 뜻해요. ‘그때 이렇게 할 걸’ 하고 후회를 한다고 해서 아무 문제 해결이 안 되잖아요.”
“저는 후회를 하고, 불안이 심해져서 병원에 가서 약도 좀 받아오고 그랬습니다.”
“그것도 괜찮아요. 여러분들은 암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두려워하잖아요. 부처님은 병을 치료하지 말라고 얘기하신 게 아니에요. 다만 병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죠. 암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치료를 하면 됩니다. 어제까지 암이라는 진단을 안 받았을 때도 암이 내 몸에 계속 있었어요? 없었어요?”
“있었어요.”
“괴로움은 순전히 심리의 문제입니다. 암이 없다가 오늘 생긴 게 아니잖아요. 어제도 내 몸에 암이 있었는데 오늘 알게 된 겁니다. 아는 건 좋은 일이에요? 나쁜 일이에요?”
“좋은 일이에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암이 있었네!’ 하고 기뻐해야죠. 왜 괴로워해요? 수술하든지, 자기 생활에서 욕심냈던 걸 좀 줄이든지 하면 되잖아요. 없었던 것이 새로 생겼다면 모르지만 있던 걸 새로 발견했잖아요. 발견은 좋은 일 아니에요? (웃음)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아는 건 좋은 일이에요? 나쁜 일이에요? 좋은 일이잖아요. 그 사실을 알기 전인 어제도 남편은 바람을 피웠어요. 오늘 새로 알았으니까 대책도 세울 수 있는 겁니다. 남편과 같이 살든지 안 살든지,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좋은 일이 생겼는데 왜 나쁜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지금 알았으니까 대책을 세울 수가 있잖아요. 처음에는 감정을 추스르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돌이켜보면 나쁜 일이 아니잖아요. 오히려 오늘 새로 알았으니까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