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300만부 작가지만 교통카드가 전부… 글은 쉽게
[파워라이터] [13] 시인 이해인 수녀
평생 카드라곤 주민등록증과 경로우대 교통카드 딱 두 장 가져봤다는 이해인 수녀는
“비우고 비우는 이 삶이 만만치가 않다”며 웃음을 터뜨렸다./오종찬 기자
곽아람 기자
입력 2023.07.12.
지난달 19일 서울 동자동 ‘성분도 은혜의 뜰’ 툇마루에 앉은 이해인 수녀.
그는 “평범한 일상을 긍정하면서 사물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노력했고,
러브레터 같은 시를 쓴 ‘작은 수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지난 50년간 쓴 책이 300만부 넘게 팔렸지만, 시인 이해인(78) 수녀는 평생 카드라곤 딱 두 장 가져봤다. 신용카드 아닌 주민등록증과 경로우대 교통카드. 그간 받은 인세는 모두 수녀회에 귀속된다. 수도자는 사유재산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을 친족에게 상속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 3년마다 공증을 받는다. “1년에 한 번 수녀회 경리가 회원들 앞에서 살림살이 보고를 하며 ‘이해인 수녀 인세는 이만큼이다’ 알려줍니다. 1억이 넘게 들어올 때도 있고, 몇천만원 수준일 때도 있지만 저는 한 번도 제 통장을 본 적이 없어요.”
지난달 서울에서 기자와 만난 이해인 수녀는 “비우고 비우는 이 삶이 만만치가 않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간 쓴 책이 지난달 나온 에세이 ‘인생의 열 가지 생각’까지 저서만 20여 권, 선집과 번역서 등을 합치면 50여 권에 달한다. 32세 때인 1976년 낸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가 100만부 가까이 팔렸고,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1979), 첫 산문집 ‘두레박’(1986) 등이 연이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쇄당 1만~2만 부를 찍던 출판 시장 호황기, 그의 책은 거의 매번 권당 50쇄를 거뜬히 넘겼다.
지난달 19일 서울 동자동 ‘성분도 은혜의 뜰’ 툇마루에 앉은 이해인 수녀. / 오종찬 기자
어릴 때부터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했다. 여섯 살 때 6·25가 나서 부친이 북에 끌려갔다. 전쟁통에서 자랐기에 일찍부터 앞당겨 죽음을 묵상했다. 먼저 수녀가 된 언니가 이해인을 수도자의 길로 이끌었다. 스무 살 때인 1964년 수녀원에 입회했다. 포기와 희생이 수도자의 덕목이라 믿어, 쓰고 싶은 욕망도 애써 접었다. 그렇지만 재능은 주머니를 뚫고 비어져나온 송곳처럼 빛을 발했다. 몰래 끄적인 시를 우연히 본 관구장 임남훈 수녀가 당시 가톨릭출판사 사장으로 있던 김병도 몬시뇰을 소개했고, 김 몬시뇰의 주선으로 만난 시인 홍윤숙이 “혼자 보기 아깝다”고 평했다.
1976년 2월 종신서원을 기념해 수녀회 안에서만 돌려보기로 하고 1000부가량 첫 시집을 찍었는데, 우연히 언론에 소개된 표제작 ‘민들레의 영토’에 독자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로 시작하는 맑고 깨끗한 시가 세상사에 지친 이들의 가슴을 가만히 어루만졌다. “재소자들로부터 편지를 많이 받았어요. 정결한 수녀님도 이렇게 자기반성을 하는데 죄 많은 내 삶이 너무 부끄러워 엉엉 울었다고.”
이해인 수녀가 2023년 6월 19일 오후 서울 용산 은혜의 뜰에서 인터뷰하며 활짝 웃고 있다. / 오종찬 기자
쉽고 진솔한 시어는 이해인 수녀가 지난 50년간 쉼 없이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비결이다. 이를테면 그의 대표작 ‘수녀1′은 이렇게 시작한다. “누구의 아내도 아니면서/ 누구의 엄마도 아니면서/ 사랑하는 일에/ 목숨을 건 여인아”…. 이 수녀는 “담백하고 진솔한 것이 내 글의 장점이다. 그렇지만 독자를 끌기 위해 일부러 쉬운 말로 쓰는 건 아니다. 아마도 그것이 나의 개성이자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재능인 것 같다”고 했다.
2008년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 투병 중에도 시집과 산문집 등을 끊임없이 냈다. 언제나처럼 모두 잠든 밤,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엎드려 연필로 썼다. “내일은 내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간절함으로 썼다”고 이해인은 말했다. 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수도자로서의 소임이자, 신(神)에게로 가는 방편이기도 하다. “타고르는 ‘기탄잘리’에서 시인을 절대자가 새로운 노래를 불어넣는 ‘갈대피리’에 비유했어요. 저의 역할도 그 피리와 같습니다. 저는 지난 47년간 수녀원에만 틀어박혀 있었지만 제 시가 날아가 선교와 복음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신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수녀가 환속하지 않고 아직도 ‘민들레의 영토’를 가꾸고 있다는 사실에 독자들이 보람을 느낀답니다.”
이해인 수녀의 ‘좋은 글 쓰려면’
글쓰기가 어려운 이들에게
예비 수녀들에게 문학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식당에서 조갯국이 나온 날, 국 속 조개껍질을 다 떼어 흩어놓고 다시 제 짝을 찾아보라고 시켰다. 그 과정에서 느낀 사랑과 우정의 개념을 정의하는 글을 써 보라고 했다. 시계, 십자가 등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소지품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한 적도 있다. 모든 이들의 내면에는 글 쓰는 능력이 있다. 그 잠재력을 깨닫고 발휘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닮고 싶은 작가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고 그처럼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시성(詩聖) 타고르의 시는 종교적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이라 좋아한다. 윤동주의 ‘서시’를 특히 좋아하는데 선한 영향력을 주는 별 같은 삶과 글이 일치하는 걸 닮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
표현력은 어떻게 키우는 게 좋을까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표현을 필사하면 도움이 된다. 베끼라는 것이 아니라 연구하라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꽃 이름이나 나무 이름처럼 모르는 것이 나오면 사전뿐 아니라 도감을 찾아서라도 끝까지 찾아내며 연구해야 한다. ‘공부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이다. ‘이름 없는 꽃’ ‘이름 없는 새’ 같은 구절이 있는 글은 성의가 없어 보인다.
곽아람 기자 문화부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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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29
최강북극한파
2023.07.12 06:37:22
정말 티 없이 맑은 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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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mse
2023.07.12 06:16:25
수녀 님은 聖人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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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ors
2023.07.12 06:25:43
2003년 첫 만남을 잊지 못합니다 천재작가 부부를 위해 써주신 시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건강하시고 많은 시 와 작품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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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blue****
2023.07.12 08:10:45
정말로 눈물 나도록 맑고 고운 詩를 쓰시는 분! ... 도종환 같은 나쁜 빨걍이 정치인 냄새도 단 0.0001%도 없는 ... 맑은 시냇물에 비치는 햇살같은 참 詩人 이해인 수녀님 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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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사랑
2023.07.12 08:39:06
죽은 마누라 접시 팔아 돈도 벌고 새 접시을 장만하고 권력에 빌붙고 장관하고 국회의원하고 하는 언 늠과 비교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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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이
2023.07.12 06:47:55
이분은 좋아하지만 천주교는 너무너무 싫다. 왜냐고 정구사들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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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urul
2023.07.12 07:56:57
천주교는 지극히 성스런 종교입니다. 그 못되 먹은 정의구현사제단의 엉뚱한 짓거리로 많은 신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이 종교에서 없어져야할 집단입니다. 이집단은 가톨릭의 백해무익의 조폭입니다.
Nada
2023.07.12 09:39:54
카톨릭은 이미지 좋았는데 동성애 인정하고 정의구현사제단 덕분에 이미지가 JMS급으로 추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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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블루
2023.07.12 07:36:29
목사들하고 중들은 좀 보고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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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2023.07.12 09:28:58
불의구현 신부놈들이 배워야제
돈조반니
2023.07.12 08:38:24
한국의 신부 들은 해방 신학의 좌발 들이고 가톨릭 을 유지 하는건 그래도 수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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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네
2023.07.12 07:06:56
'국 속 조개껍질을 다 떼어 흩어놓고'(?)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은 '껍질',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은 '껍데기'이다. <표준국어대사전>껍질[명사]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 껍데기[명사]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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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tleusa
2023.07.12 09:01:52
아름답습니다. 보기에 너무 곱습니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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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솔
2023.07.12 08:12:26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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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오루
2023.07.12 09:18:51
재능 에다 많은 노력을 더해서, 뭇 사람들에게 마음의 밀알과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분. 영원토록 건재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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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Lee
2023.07.12 08:26:02
한국의 모든 종교단체들과 비영리 단체 및 사단법인 제도를 폐지하고 모두 법인 및 개인사업자와 동일하게 사업자 등록하고 모든 수입에 대해 부가세 및 법인 및 종합 소득세 부과하기 바랍니다. 사단법인과 종교라는 타이틀을 간판으로 걸어 놓고 결국 돈벌려고 장사하는 목적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은 노동조합과 종교단체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자선단체 및 비영리기관 회계기준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 뿐만 아니라 불교 조계사, 로마 교황청, 가톨릭, 기독교 집단 모두 돈과 관련된 부정 부패와 비리는 끔찍할 정도이지만 수면 위로 안 떠오르게 포장되어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모든 종교단체와 성직자와 그 가족에게도 법인기업과 종합소득세 등의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마녀사냥하고 면죄부 팔던 종교들이 모두 사라지면 반대로 국제분쟁과 전쟁도 줄어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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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천사
2023.07.12 10:19:33
수녀님....사회의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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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맹이
2023.07.12 09:27:02
모두가 어렵다. 사찰도 성당도... 한국 인구가 줄어들어 병력도 주는 데... 신부 수녀 지원 인력은 얼마나 될까? 저분이 받아야 하는 돈이 바티칸으로 가고 있으신가? 아니면 정의 어쩌구 신부들 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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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네
2023.07.12 06:55:41
'시인 이해인(78) 수녀''스무 살 때인 1964년 수녀원에 입회했다'(?) 올해 78세이므로 수녀회에 입회한 1964년은 '스무 살'이 아니라 '열아홉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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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2023.07.12 09:29:02
내일도 어제와 오늘처럼 내내 꿋꿋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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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코
2023.07.12 09:51:19
참 진실된 종교인 이 다 도적놈 늑대 목사 놈들 회 개 하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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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봉투당
2023.07.12 12:46:04
천주교는 종교인들 노후 보장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 불교와 기독교는 아직도 부족한게 많다고 하고... 그나저나 천주교는 벌갱이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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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23.07.12 10:34:04
비워도 크게 웃으시는 수녀님, 존경합니다.
소토아지매
2023.07.12 10:12:49
국민이모! 수녀님은 존재 자체로 그윽한 시의 어머니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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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욱
2023.07.12 09:27:36
May God bless you.! underwoodmoon in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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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12
2023.07.12 20:18:40
시 를 읽어 본일은 별로 없지만 이해인 수녀님의 글은 읽으면 마음에 와닿아 보면 읽는다 어느구절하나 하나 좋은느낌을 받게 해서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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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 개박살
2023.07.12 14:31:39
이런 수녀님은 존경 할 가치가 있지만, 자칭 "정의구현 4제단", 타칭 "불의구현 4제단"등등 천주교內 극좌편향 짝퉁 종교인들이 많아서 천주교 하면~~~~~~별로 좋은 느낌이 없다. 북괴를 옹호하고 대한민국을 저주하는 천주교內 사이비 종교인들은 성모 마리아 동상에 고개 숙여 참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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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3.07.12 11:19:01
클라우디아 수녀님, 안녕하셔요? 2016년 이른 봄, 경기도 *** 주교좌 성당에서 뵙고 사진도 찍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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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寶器
2023.07.13 01:59:05
가수 朴麟姬씨와 중학교 同窓이신 분...제가 비록 宗敎를 부정하는 사람이긴 하지만...修女라기보단 살아오신 至難했던 삶과 생활 그리고 그기서 묻어나는 人品이 돋보이는 분이기에 지극히 尊重하고픈 분입니다.....宗敎人들 모두가 저런 분처럼 處身을 했다면 이 세상이 훨씬 깨끗했을 겁니다....그런데 저 天主敎만 해도 정의롭지도 못하면서 '正義具現司祭團'같은 政治集團을 만들어 逸脫되고 오염된 世俗질을 하니 종교를 不信하고 嫌惡하는 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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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
2023.07.12 19:04:00
수녀님. 건강해 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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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a
2023.07.12 10:49:34
자랑 거리는 아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