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명-수업의 예술
저-장성모 역(전영신, 황상민, 장주희. 이은경. 함정실)
출-교육과학사
독정-2017.12.28.
이 수업보고서로 교과의 내용이 교사에 의해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전달되는지는 물론, 그 과정을 가득 채우고 있는 교사와 학생의 목소리와 표정, 수줍음과 아쉬움, 긴장과 떨림, 기대에 찬 침묵과 실존적 감격 등을 확대경을 들여다보듯 읽을 수 있다. 교사의 안목과 태도가 학생에게 전달되는 순간의 지적, 정의적 대화는 다른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으로 환원될 수 없는 미 그 자체로 수업의 예술성을 비추어준다.
아이들과 수업한 것이 즉흥연주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오랫동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준비해 온 공연을 끝낸 것 같았다. 하나라도 빠트릴까 마음이 급하다. 메모하는 중간 중간 누가 한 말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아이들은 냉큼 대답해 주기고 하고, 그런 말이 있었나, 멍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 말을 했음직한 아이에게 찾아가 확인하고 내 앞에 데려다 주기도 한다. “선생님이 수업하고 그걸 기억 못하세요?” 핀잔주기고 한다. 급하게 써 내려가는 모습이 신기한지 몇몇 아이가 책상 주위에 모여든다. 내 펜 끝을 주시하고 있던 아이들은 내가 멈추면 그 다음 말을 급하게 불러주기도 한다. 이제 됐다. 한숨 돌리며 비로소 나는 편안한 마음이 된다.
<<노인과 바다>. 토의
교사: 뼈만 남은 고래를 가지고 돌아와도 허무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아이: 노인에게 고기는 잡아서 팔기 위해 중요한 게 아니라 ‘잡았다는 사실’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거예요. 그동안 노인을 비웃었던 사람들에게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 위해.
얼마나 큰 고기를 잡았는지 보여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아이: 고래가 보고 싶어서. 노인은 기쁨 때문에 허무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구래를 잡는 순간에 느꼈던 기쁨이 있어서.
교사: 잡는 순간에 얻은 기쁨이 무엇이길래?
아이: 성취감
교사:63빌딩에서 본 고래를 봤다면 노인이 보고싶 던 고래를 본 건가요? 그런 고래가 보고 싶었다면 노인은 다른 사람이 잡아온 고래를 보면 되었을 거에요. 노인은 왜 63빌딩에 가서 고래를 보지 않고 바다로 갔을까?
아이: 잡아 놓은 고래를 보는 것과 직접 잡는 순간에 보는 고래는 진자 고래라서 다른 고래예요.. 노인은 고래를 잡고 싶어 하잖아요. 그러니까 고래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뜻.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고기잡이라고 하면 선생님은 답을 알고 있고 답을 찾는 건 우리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노인이죠. 이야기에서 보면 손년은 노인이 고래를 잘 잡을 수 있게 여러 가지를 도와줘요. 선생님도 우리가 고래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 주셔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노인이 아니라 소년에 더 가까워요.
교사: 고래 뼈는 무엇인가요? 어떤 관계일까?
아이: 뼈는 고래의 일부분이에요. 전체의 크기와 모양이 담겨있는 이부분. 원래 고래를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일부분
교사: 기억? 노인이? 노인이 기억하기 위해 뼈가 필요할까? 노인이 끝까지 ㅃ벼를 버리지 않고 해변까지 가지고 온 것은 어떤 이유일까? 동네 사람에게 자랑하려고?
아이: 소년에게 보여주려고
교사: 그럼 뼈는 소년을 위한 거구나.
아이: 소년은 그 뼈를 보고 노인이 잡은 고래를 상상할 수 있어요
교사: 소년은 왜 고래를 보지 못했지요?
아이: 노인과 바다에 가지 않았어요
교사: 참 안타깝지요. 소년이 같이 나갔으면 고래를 봤을 텐데. 그런데 헤밍웨이는 왜 소년을 바다로 나가게 하지 않았을까? 여러분이 쓴다면 노인과 함께 나가게 하겠지
아이: 아니에요. 소년이 바다에 나가지 않았던 것은 중요한 사실을 말해 주고 있는 것 같아요교사: 어떤 사실? 이 경우 고래가 보이나요? 고랜가요? 고래 뼈인가요? 여러분 표정을 보니 고래 뼈를 본 것 같아요. 아주 큰 고래 뼈를 보았나 보죠? 그래요. 노인이 고래를 잡아도 소년은 언제나 고래 뼈박에 볼 수 없다는 것을 헤밍웨이는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그래서 마놀린을 떼어둔 거죠. 우리에게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지금 여러분을 기쁘게 하는 고래는 선생님이 복 있는 고래 뼈라느 거예요. 여러분 손으로 낚시를 할 때 비로소 고래를 보게 될 거에요. 언제는 고래는 직접 잡은 사람만이 보게 돼요. 그래서 수업을 할 때 말을 한다는 건 매우 중요하죠. 해변가에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배를 같이 타는 거니까 말에요. 고래를 잡는 장면을 목격해야, 직접 보아야 고래를 보아야 고래를 잡을 수 있어요. 소년이 노인과 같은 고래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 직접 낚시를 해야 해요
교사: 그래요. 자신의 손으로 작은 물고기라도 잡아 봐야 해요. 그런데 가까운 바다에서 혼자 낚시를 하다보면 고래를 잡게 될까요?“
아이: 아니오. 노인에게 낚시를 배워야 해요. 노인이 잡아온 고래 뼈를 보면서 고래를 잡고 싶어 해야 하고, 또 조금 더 크면 노인을 따라 바다에 나가 고내 잡은 걸 봐야 해요
교사: 선생님은 여러분이 모두 고래를 잡은 노인이 되기 바래요. 그러니까 작은 물고기라도 직접 잡는 소년, 노인이 잡아오는 고래를 기다리는 소년이 되기를 바라는 거지요.
나무가 재로 변하게 되기까지 빛과 열이 나오게 되지. 그 빛과 열의 형태로 나무속의 무언가가 빠져나갔다는 것은 쉽게 대답할 수 있겠지? 나무가 빛과 열을 내면서 타다가 꺼지는 이유는?
아이: 다 탔으니까 더 이상 빠져 나올 게 없어서요
교사“ 그래, 야 오늘 분위기 좋은데, 그래 너희 말대로 더 이상 빠져 나올 게 없으니까 불이 꺼지는 거야. 타다가 만 나무에 다시 불을 붙이면 다시 빛과 열을 낼 수 있지만 재에는 불을 붙여 빛과 열을 내개 할 수 없을 거야. 그런데 그 빛과 열의 평태로 빠져나간 그 무엇이 어디로 갔을까? 사라진 걸까?
아이: 없어졌잖아요. 불이 꺼지면 더 이상 빛도 나지 않고 열도 다 식잖아요“ 그 물질이요. 잘게 부수어져서요. 이 세상에 쫙 펴진 거에요. 그래서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거에요.”
녀석의 마음이 급했는지 팔을 휘저으며 설명 한다. 말도 더듬으며. 저렇게 정서적 대화가 듬뿍 걸린 말은 더듬어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렇게 보일 수 없게 된 것은 영원히 그렇게 남는 걸까? 나무 같은 것으로.”
“다시 돌아와요.”
“어떻게?”
“때가 되면!(와 웃는다)”
수석하는 사람들에게 팔아 생기는 이익은 재화의 한 가지 표현이 아니라 그 가치는 경제 가치와 바꿀 수 없다. 은주가 자신을 뽐내고 싶은 마음에서 그 옷을 탐낸다면 그 마음이 바로 물질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수업은 놀이터>
“선생님, 통나무집은 나무로 만들었잖아요. 그러니까 식물이죠?” 통나무집을 만들 때는 나무를 베어수 죽은 나무로 만들었잖아요. 그러니 식물이 아니에요.“
“딱따구리가 나무를 파고 들어가 집을 지으면 그건 식물이야?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야?”
“어, 그러면,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으면 나무가 아프고 또 똥을 누고 그러니까 그건 식물이 아니지...”
한솔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운학이가 재미있어 죽으려 한다. 아이들도 책상을 치고 웃으며 뒤로 뒤로 넘어지려 한다. 운학이는 통나무집과 마찬가지로 딱따구리 집도 나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식물이라 한다.
“선생님, 닥따구리집은 식물이고 통나무집은 식물이 아니에요.”
“왜 그렇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서 살면 나무가 아프겠지요. 그러나 죽은 건 아니잖아요. 나무는 봄이 되면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자라니까. 음. 살아있어요. 그러나 통나무집의 나무는 죽어 있어요.”
한솔이 얼굴이 환해진다. 자신이 막혔던 부분에서 재휘가 멋진 이론을 펼친 것이다. 아이들은 한솔이와 재휘 의견으로 기울어졌다.
“맞아! 통나무집의 나무는 죽었지요. 물론 나무를 베어 만들었지만 그것을 벤 순간 나무는 생명을 잃었기 때문에 통나무집은 식물이라 할 수 없겠네! 그러니까 식물은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생명을 가진 것 때문에 자란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나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굵어지기도 하고 키도 크지요. 그러나 통나무집은 더 이상 자라지 않아요. 우리 주면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이들은 책상, 의자 등 더 이 상 식물이 아닌 마루도 만들어진 것을 찾아냈다. 민재는 자존심이 잔뜻 상한 듯 우기기 시작한다.
“민재야. 그러면 이 탁자도 식물이야?”
“네!”
“그럼, 나무로 만든 이 종이도?”
“네, 선생님. 나무는 죽은 게 아니라 잠들어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잠들었다면 언젠가는 깨어나겠죠. 그러면 이 탁자도 언젠가 잠 개어나 다시 자라나겠구나 꽃도 피고 열매도 맺겠구나. 우리가 쓰는 공책도 언젠가는 꽃을 피울 거야. 그렇지만 민재 옷은 면화라는 식물로 만든 거니까 언젠가 잡에서 깨어나면 새싹이 돋고 꽃을 피울 거야. 그렇지? 우리 교실은 점점 자라는 탁자와 의자와 책상들과 공책들 때문에 우리가 앉을 자리도 없게 될 거야. 또 엄마가 쓰는 지갑은 동물가죽으로 만들었으니까 살아 움직일 거야. 아마 잠에서 깨면..... ?“
나는 이것저것 예를 들어가며 민재를 혼란에 빠뜨렸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지만 지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다. 그러다가
“선생님, 그러면 식물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이런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잖아요. 그건 뭐라고 해야 해요?”
“좋은 질문이에요! 이 세상에는 생명을 가지고 살아있는 것들이 있느가 하면, 생명을 잃어버렸거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바로 책상, 의자, 칠판, 공책, 연필 이런 것들이죠. 생명이없다는 뜻에서 무생물이라 해요. 반대로 식물과 동물은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뜻에서 그 둘을 합쳐서 ‘생물’이라 하고요.
나는 칠판에 썼다.
1. 생물-식물, 동물
2. 무생물- 칠판, 의자, 공책, 탁자 등
<아기와 나비>
아기는 술래
나비야, 달아나라
조그만 꼬까신이 아장아장
나비를 쫓아가면
나비는 훠얼훨
“요걸 못 잡아?”
아기는 숨이 차서
그만 풀밭에 주저 앉는다
“아기야
내가 나비를 잡아줄까?“
길섶의 민들레가
방긋 웃는다
“아기는 대체 왜 나비를 쫓아다니는 걸까?”
“아름답잖아요!”
“귀여워요!”
“색깔이 예쁘잖아요. 가까이서 보려고요.”
“그래, 아기는 나비가 무엇을 해 주어서가 아니라 아름다고 귀여우니까 좇아가요. 그러면 맨 처음으로 가, 여러분은 이 시에서 나비와 민들레에게 진짜가 아니라 무슨 흉내낸 가짜라 했어요. 나비는 무얼 흉내낸 걸까?”
구원투수 주현이가 손을 번쩍 든다.
“아기한테 공을 주면 울다가도 그치고 그 공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없잖아요. 그건 공이 신기하기 때문이에요. 그처럼 여기 나비는 바로 신기한 거에요.”
“그래요, 여기 나비는 나비가 아니라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 귀여운 것 모두를 말하는 거에요.”
이제 아이들은 나비를 말하면서 나비 이상의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교사: 그러면 조그만 꼬까신이 아장아장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볼까?
아이1: 앞으로 보고 똑바로 걸어요
아이2: 뒤뚱뒤뚱 걸어요
아이3: 군인처럼 앞을 보고 씩씩하게 걸어요
교사: 오리처럼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걷는다고? 교사의 몸놀림에 까르르 웃다가 지수가 손을 든다.
아이4“아기가 나비만 쳐다보면서 쫓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교사: 그래요. 아기는 온통 나비의 아름다움에 정신 팔려 다른 데는 돌아볼 여유도 없어요. 돌부리가 걸리는지, 맛있는 게 있는지, 누가 부르는지도 모르고 아슬아슬 걸음걸이로 나비를 쫓다가 힘들면 포기하겠죠?“
아이들: 아니오! 벌떡 일어나서 또 잡을 것 같아요. 민들레가 용기를 줘요
교사: 그러네. 5연을 보니 민들레가 나오네요. 민들레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지?
아이: 길섶에 있어요.
교사: 정말, 길섶에 피어있는 민들레가 아기 보고 말을 걸었단 말이야? 아가 우리가 나비와 민들레는 진짜가 아니라 무엇을 흉내 낸 가짜라고 했는데. 민들레는 어디서 나타났지?
아이“ 아기 마음속에서요
교사: 참 훌륭한 대답이다. 민들레는 우리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단 말이지?“
아이: 네!“
교사: 선생님도 그럴 것 같아요. 아기는 절대 나비 잡는 걸 포기하지 않았을 거야. 잠시 힘들고 숨이 차서 주저앉아 쉬고 있는 것일 뿐, 아마도 다시 일어났을 거에요. 자, 그러면 여러분에게 나비가 있어요?“
“네! 강아지요.”
“아까 나비는 진짜 나비가 아니라 아름다운 것의 대신이라 했지요? 그러면 강아지가 귀여운 것도 강아지의 어떤 모습 때문일 거에요. 그것 때문에 여러분은 강아지를 귀여워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어요?”
“안아주고 싶어요. 기르고 싶어요. 쓰다듬어 주고 싶어요!”
“민들레는 어떤 마음일까? 에이 하기 싫어. 이거 꼭 해야 돼 하며 짜증내ㅔ는 마음일까?”
“포기하지 않는 마음. 예쁜 걸 보면 쫓아가고 싶은 마음이요. 우리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애쓰는 마음.”
교사: 그래요. 아름다운 걸 보면 그걸 아름답게 그려내고 싶은 마음, 그것이 마음대로 잘되지 않는다고 해도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는 마음, 그것이 이 시에서 말하는 민들레가 아닐까. 어떤 사람은 노래로 표현하기도 하죠.“
동시를 공부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표현하려는 끝없는 유희 충동이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공부하면서, 몸으로 그것을 구현해내고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아이1: 민들레가 어떻게 웃어요?
아이2: 나도 그거 하려고 했는데
유찬이, 히문이 그 외에도 여라 아이가 아쉬워한다.
교사: 음, 그래 민들레가 어떻게 웃느냐 좋은 질문이지.
아이1:그거야 당연히 동시니까 그렇죠. 동시는 원래 무엇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하죠.”
교사: 무엇을 표현하려고 나비랑 민들레가 말하는 것처럼 했을까?
아이: 가장 뒤쪽에 앉은 은혜가 손을 번쩍 든다. 나비가 아기 주위를 맴도는 모습을 말로 표현한 게 아닐까요?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던 나비가 민들레꽃에 살짝 앉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니 아이가 어땠겠어요? 놀랐겠죠? 아기 눈이 놀라자 민들레가 보기에 너무 귀여워 아기에게 말을 건거에요.
교사: 이 시에서 보면 아기가 주저앉자 민들레가 말을 걸지요. 민들레는 그때 나타났어요. 바로 그 민들레에게 아기가 지금까지 잡으려고 했던 그 나비가 앉았어요.
아이들이 이말 저말 보태던 중 희문이가 손을 번쩍 든다.
“아기가 찾고 싶은 마음!”
마친 내가 서 있던 자리는 희문이 바로 앞이다. 나는 희문이를 빤히 내려다본다. 희문이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아이들이 소란스러워진다. 여기저기서 ‘정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희문이는 부끄러운 듯 ‘틀린 것 같은데’하며 몸을 흔든다. 준이가 갑자기 몸을 뒤로 젖히며 ‘그래도 넌 마음속으로 정답이길 바라고 있지’한다. 준이의 그 얼굴에서 나는 나를 발견했다. 칠판 앞으로 걸어와 칠판에 적는다. “민들레=아기가 찾고 싶었던 마음”
교사:“우리나라의 전통 음식을 알리기 위해 명절을 만들었다면 설날은 ”떡국 기념일, 추석은 송편 기념이라는 뜻이군요. 그러면 ‘김치 기념일’ ‘된장 기념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아이: 옛날에는 가난했잖아요. 그런데 명절에 씨름하면 쌀도 주고 소도 주었잖아요. 그래서 그런 놀이를 하지 않았나요?“
교사: 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명절을 마든 거 군요. 가난한 사람들은 상품을 타기 위해 그런 놀이를 즐겼군요. 그렇다면 요즈음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명절도 씨름도 없애면 되겠군요.“
이 말에 아이들은 자기 생각에 푹 빠져있다. 한 아이가 시큰둥하게 한 마디 던진다.
아이: 놀이하는 거 재미있잖아요. 음식도 맛있구요.
교사: 그럼 명절은 아무 생각 없이 한 판 신나게 놀아보자는 날이군요. 요즈음은 IMF시대라서 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명절을 앙 없애버리면 어떨까요?“
아이들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럼 왜 명절을 이어나가야 할까요?
아이: 명절에는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담겨있어요.
아이2: 선생님, 우리도 조상이 될 수 있겠네요
교사: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해서 저절로 될 수 있는 그런 조상?
교사: 삼일운동이 실패로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나라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왜 무기도 아닌 태극기를 들고 나가 만세를 외쳤을가? 바보일가? 무조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면 어떤 무기고 어떤 적군도 대적해서 일길 수 잇다고 생각했을까?
아이: 가난했기 때문에요.
교사: 가난해서 무기를 살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태극기를 들고 나갔군요. 그렇다면 태극기보다 곡괭이나 삽을 무기대신 들고 나갈 수도
이 말에 아이들은 대답을 못한다.
아이: 같은 인간인데 어떻게 죽일 수 있어요? 그래서 택극기를 들고 나간 거에요.“
교사“ 그 말은 무기가 아닌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른 것이 일본인을 한 인간으로 한 민족으로 존중한 것이라는 뜻?
아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보여주었어요. 우리가 만약 무기를 들고 나가 싸운다면 일본과 같은 인간이 될 테니까 그럴 수가 없었을 거에요.
교사: 그래요. 아주 좋은 생각. 그런데 지금 인간이라는 말을 두 번 했는데 처음 같은 인간인데 어떻게 죽일 수 있나할 대의 인간과 무기를 들었다면 일본인과 같은 인간이 되었을 것이라고 할 때의 인간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아이: 아무리 힘이 없어도 무력으로 다스리려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에요. 힘이 없고 약해도 무력이 아니라 마음으로 대해야...“
초등하교 4학년이 삼일운동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온 몸으로 보여주었으며 그 참뜻을 일본에게 가르쳐 준 운동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인간으로서 도리를 지키며 사는 게 어떤 것인가를 검토하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평화적 방법으로 독립운동을 하면서 지키고자 했던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무엇일까? 쫀중해 준다 할 때 무엇을 존중하는 것일까?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면 우리는 무엇을 영영 잃고 살게 될까? 삼일운동은 바로 우리가 간직해야 할 ‘그 무엇을’ 지키기 위한 운동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은 우리말, 우리글, 역사, 문화, 음식, 행사, 명절 등을 외쳐댔다.
“맞아요. 그런 것들을 영영 잃어버릴 뻔 했어요. 그것들을 모두 포함시킨 한마디로 해볼 사람?”
“우리 마음, 우리 정신!”
“그렇죠. 삼일운동은 바로 우리 한민족의 정신을 보여주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몸짓이었어요. 그것이 태극기로 표현된 것이죠. 앞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어떤 마음인지 이제 알 수 있을까요? 일본을 벌하고 나라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신을 보옂는 것이 삼일운동의 의의라고 한다면 처음 삼일운동이 성공인가 실패인가하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나요?”
아이들은 자신 있게 성공이라 했다.
<동생 때문에>
장난감을 부러지고
두 팔은 아파 오고
씩씩거리며
동생을 노려보는데
동생은 엄마 뒤에
살짝 숨어
살짝(생긋) 웃는 거야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일과 생긋 웃는 아이의 그 행동은 그야말로 천진난만한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생동감과 유희충동의 소산이다 아이의 놀이와 웃음은 우리가 그와 같은 놀이와 웃음, 즉 아이다움을 망각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일깨워 준다. 아이들 마음은 일반적 모든 아이들 마음이 아나라 바로 아이와 같은 생동감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좋은 시르는 그 마음을 회복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수업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질문
-동생 ‘ 때문에’를 ‘동생 덕분에’로 읽을 수 없을까?
글 속의 나가 동생에게 배울 점은 무엇인가?
“함지를 쓰는 사람과 종이컵을 쓰는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요?”
“종이컵을 쓰는 사람은요. 자연이 죽어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내 마믕대로 할 수 있고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함지를 쓰는 사람은 자연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종이컵 쓴 사람과 정반대에요.”
백합 실험할 때 꽃잎 찟는 걸보고 얼굴 찡그리고
곰이 잡혀먹는 이야기에 얼굴 찡그리고.
곰이 나 같으니까.
백합꽃이 나 같으니까!“
교사: 동물이 오늘은 어디로 이동해서 어떤 먹이를, 어떤 방법으로 잡고, 어디에서 자고, 며칠 동안 머물다가 어디로 이동할지 계획을 세우고 이렇게 생각해서 움직인다고?
교사의 짓궂은 반문에 교실에는 한바탕 웃음이 쏟아진다.
아이: “살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 같아요.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가니까요.”
교사: 그럼 요리조리 잘 피하기만 하면 살 수 있나요?
아이: 먹어야 해요. 안 먹으면 죽으니까요. 영양분이 없으면 체력이 소모되어 죽잖아요.
교사: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로부터 피하려고 할 때, 피하는 동물도 살기 위해 움직이지만 잡아먹는 동물도 살기 위해 잡아먹죠. 자기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 그런데 영양분을 한 자리에서 얻을 수 없을까요? 식물처럼요. 식물은 땅에 뿌리를 박고 그 자리에 있어도 잘 살아가잖아요.”
아이들은 내 질문에 답하려고 배웠던 기억을 더듬는다.
아이: 식물은 햇빛과 물만 있으면 자라날 수 있어요. 또 꽃도 피우고 자식도 낳아요. 그러니까 움직이지 않고도 살 수 있어요.”
아이: 식물은 햇빛과 물만 있으면 녹말을 만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