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부(挾扶)의 미녀 관음화신(觀音化身)
옛날 중국 당(唐)나라 때 협부에 사는 사람들이 성질이 포악하고 무지해서 살생, 방화, 구타, 강간 등을 일삼고 살았다.
이것을 본 한 스님이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 움막을 짓고 50일 동안 일념(一念)으로 관음기도(觀音祈禱)를 올렸다.
그러자 원화(元和)12년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 아리따운 미녀로 화하여 그들 앞에 나타났다.
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마을의 청년들이 서로 앞 다투어 그 미녀에게 청혼을 하였다.
그러나 그 미녀는 “어찌 한 여자의 몸으로 여러 남자의 요구를 다 들어 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면서, “관음경(觀音經)을 한권 씩 나누어 주고 그 경을 하룻밤 사이에 다 외우는 사람을 신랑으로 맞이하겠다”고 말하였다.
이튿날 아침에 관음경을 외운 남자가 스무 명도 넘게 미인 앞에 나타났다.
그래서 그 미인은 다시 말하기를, "여러분들이 제 말대로 관음경을 외우신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찌 제 한 몸으로 20여명의 남편을 섬기 수가 있겠습니까?”하면서
이번에는 금강반야밀경(金剛般若密經)을 나누어 주고 또 “하룻밤 사이에 외우는 사람의 아내가 되겠다”고 말하였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다섯 명의 남자가 금강반야밀경을 외워 또다시 미인 앞에 나타났다.
미인은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제가 혼자서 다섯 명의 남편을 섬길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면서,
이번에는 그들에게 법화경(法華經)을 7권씩 나누어 주면서 "삼일 만에 법화경7권을 모두 외우는 사람의 아내가 되겠습니다.”라고 또 다시 말하였다.
약속한 삼 일이 되자 마랑(馬郞)이라는 사람만이 법화경 7권을 모두 외웠다.
그래서 미인은 마랑과 혼인하기로 약속하였다.
아름다운 미녀를 아내로 삼게 된 마랑은 꿈만 같았다.
행복에 부푼 마랑은 모든 결혼준비를 갖추고 미녀를 아내로 맞이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랑이 손꼽아 기다리던 혼례일이 되어, 아름답게 단장한 신부가 대례 청으로 내려서서결혼식을 막 올리려고 하는데 신부가 갑자기 어지럽다하여 잠깐 방에 들어가 쉬게 해달라고 하였다.
방에 들어간 신부가 자리에 눕자마자 숨결이 가빠지더니 혼수상태에 빠져 그만 죽고 말았다.
마랑의 비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천하의 미인도 죽고 나면 한줌의 흙이 되고 마는 것을 본 협부 사람들은 인생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때부터 올바른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마랑은 혼례식에 쓰려고 장만한 음식과 술로 신부의 장례를 치렀다.
신부가 죽은 며칠 뒤 붉은 옷을 입은 한 노승(老僧)이 마랑의 집을 찾아와서 죽은 신부 보기를 원했다.
마랑이 “신부는 이미 죽었고, 죽은 지 며칠이 지나 장사까지 지냈다”고 말하자, 그 노승은 그렇다면 무덤이라도 가르쳐 달라고 애원하듯 간곡히 말하였다.
신부의 무덤에 간 노승은 마랑에게 무덤을 파 보라고 말을 하자, 마랑은 크게 노하며
“신부가 죽은 것도 원통하고 애통한 일인데 무덤까지 파라니” 하면서 울면서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러나 간곡히 권하는 노승의 말이 이상해서 사람을 시켜 무덤을 팠더니 관 속에는 아리따운 신부의 시체는 온데 간데없어지고 황금으로 된 사슬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마랑이 깜짝 놀라 어리둥절 하는 사이 황금사슬이 돌연 변해서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 되어 의젓하게 바위 위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때 노승은 마랑을 보고,
“이 미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바로 관세음보살님인데 이 협부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해 미녀로 화하여 이렇게 신통력을 보인 것이니, 이곳 사람들은 오늘부터 관세음 보살님께 귀의(歸依)해서 모든 죄를 소멸 받고 복을 받도록 하시오.”라고 말하고는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마랑은 이 광경을 보고 마침내 출가하여 고승(高僧)이 되어 이 마을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교화하였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중생(衆生)들을 교화(敎化)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화하여 나타나는 것을 화신(化身)이라 한다.
즉 중생들의 근기(根氣)에 맞춰서 여러 가지의 몸으로 화하여 나타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부처의 지혜(知慧)를 터득하여 부처의 경지에 오르셨지만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고 난 뒤 부처에 오르겠다는 서원을 세우시고,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33가지의 몸을 나투셔서 중생들을 제도하시는 것으로, 33응신(三十三應身)은 법화경(法華經) 제25품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