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곡 달의 하늘에 오름
단테는 인간의 미약한 지혜를 가지고 천국을 여행하려는 독자에게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천국을 여행하려면 학문과 종교와 예술의 높은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천국을 잘못 이해하게 되거나 여행을 할 수 없다고, 쪽배를 돌리라고 합니다.
나는 아무도 지나친 적이 없는 바다를 항해하려 하니,
미네르바가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아폴론이 이끌어 주며
아홉 뮤즈가 큰곰자리를 가르쳐준다오.
단테는 미네르바(지혜의 여신)가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아폴론(태양과 예언 및 음악과 시를 주관하는 신)이 이끌어주며 아홉 뮤즈(예술적 영감을 가진 뮤즈)가 방향을 알려 주어 천국 여행을 한다고 합니다.
미네르바와 뮤즈, 쟈크 스펠라,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
바티칸 시국의 피오 클레멘타인 박물관의 뮤즈의 방에 아폴론과 뮤즈 여신들의 프레스코 천장화입니다.
아폴론과 뮤즈 여신들의 프레스코 천장화, 토마소 콘카, 바티칸 시국, 로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학예, 음악, 시, 춤들을 관장하는 아홉 명의 뮤즈 천장화입니다.>
천국을 여행(공부)하려면 학문과 종교와 예술의 높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콜기스를 향해 깊은 바다를 건넜던 영웅들도
밭을 가는 농부가 된 이아손을 보고서
여러분만큼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오.
황금 양털을 얻으려는 이아손의 노력에 그를 따른 영웅들이 놀랐던 것보다 천국으로 가는 나 자신의 여행이 더 놀랄 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천국으로 가는 여행(신곡 천국편)이 어렵다는 말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향한 타고난
끝없는 갈망으로 우리는 눈이
하늘에 닿는 것처럼 빠르게 나아갔다.
나와 베아트리체는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화살처럼 달을 향해 오릅니다. 아주 짧은 사이에 신비한 힘이 나를 온통 사로잡는 곳에 와 있었습니다.
우리는 첫 번 째 별(달의 하늘)에 도착했습니다.
베아트리체가 우리를 첫 번째 별에 오르게 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라고 합니다.
이 영원한 천상의 진주(월천)가 우리를 제 안에 들이는
꼴은 물이 빛을 받으면서도
갈라지지 않고 온전한 것과 같았다.
달의 하늘 안에 두 순례자를 받아들이는 모양이 물과 빗살이 하나된 것과 같다고 표현합니다.
단테는 인간 세계에서 나를 들어 올려 이곳까지 오게 해 주신 분에게 감사드리며 세상에서 보이는 달의 표면에 난 검은 자국들은 무엇인지 묻습니다.
베아트리체는 빙그레 웃다가 대답했다.
“감각의 열쇠가 열지 못하는 곳에서(천국의 영역)
인간의 판단은 잘못된 결론만 낳지요.
놀라움을 일으키는 화살이 분명 그대를 찌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성이란 감각 뒤에 머물며,
그 날개가 짧다는 것을 그대는 아니까요.“
스콜라 철학은 모든 인식의 출발은 감각에서 비롯한다고 믿었습니다. 감각의 열쇠가 채워지지 않은 그곳은 천국의 영역입니다. 이 세상 차원의 감각과 이성이, 천국에서는 무기력합니다.
이성의 날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알고 있다고 하며 베아트리체는 별처럼 초롱초롱한 지식을 보여 주겠다고 하며 설명해 줍니다.
단테가 보는 우주입니다.
대기(세상)와 월천 사이에 화염권이 있습니다.
천국은 당시 공식 우주관인 프톨레마이우스의 견해에 따라 아홉개의 하늘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를 중심으로 겹겹이 둘러싸고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켈란젤로 카에타니 우주 (천국의 구조)
여덟 번째 하늘(항성천)은 수많은 빛(별)들로 환한데,
달과 마찬가지로 그 빛들은 그 성질이나 양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짙고 엷게 되었다면 그것은 그 모든 빛들이 유일한 덕을, 많거나 적게 혹은 똑같이 나눈다고 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양한 덕들을 다양한 작용 원리에 따라 내리십니다.
하느님의 평화가 깃든 가장 높은 하늘은(청화천)
계속 돌아가는 몸체 하나(원동천)를 품고 있는데, 그 힘은
자체를 포함한 하늘의 모든 진수들을 감싸고 있어요.
청화천은 원동천을 품고 있는데, 원동천은 청화천의 힘을 받아 원동천에서 나온 청화천의 힘이 여러 별들(본질들)을 통해 다음 하늘들로 퍼져 나갑니다. 수많은 별들을 거느린 그 다음의 하늘은, 그 하늘에 포함된 많은 본질들을 통해 그 힘을 퍼지게 합니다.
그렇게 또 다른 하늘들은 가지가지 색다른 모양을 지니면서도 가장 높은 하늘의 원래의 특성을 줄곧 유지합니다. 이렇게 우주의 조직은 단계별로 진행하는데 위에서 힘을 받아 밑에서 작동합니다.
수없이 많은 등불들로 아름답게 빛나는
하늘은 그 깊은 얼의 자국을 남기고
그 이미지의 인장을 스스로 만듭니다.
하느님의 무차별한 힘도 별들에 내재한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든 별들은 자체의 개별 특성에 따라 빛을 발합니다.
처음 시작되는 하느님의 뜻은 동일한 곳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여러 하늘을 거치면서 각각의 하늘들의 특성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그들 사이에 우열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들은 동일합니다. 단지 특성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형상 원리에 의한 것으로 물질의 특성을 만드는 원리입니다.
형상의 원리란
아리스토텔레스가 창시했고 스콜라 철학이 이를 계승 발전시킨 학설입니다. 그것은 모든 물체 속에서 질료 원리와 형상 원리를 구별합니다. 질료는 동일하나 형상은 다양한 종과 형상을 만들어냅니다. 질료는 수동성과 부동성의 원리요 형상은 실체를 실체 되게 하는 능동성과 규정성(하나의 사물이나 현상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의 원리입니다.
짙고 엷음에서가 아니라 바로 이 덕에서
우리가 보는 빛의 그러한 차이들이 나옵니다.
이것이 덕에 따라 어둠을 주기도하고
빛을 주기도하는 형상의 원리입니다.
즉 형상에 따라 빛이 오는 양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합니다. 이것이 달의 표면에 검은 자국이 난 이유입니다. 1곡의 ‘어떤 부분에서는 더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덜하다’와 비교하며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천국은 빛으로 시작하여 빛으로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