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조립 / 김석수 안락한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면 편안한 것을 찾게 된다. 뛰기보다는 걷고 싶고, 걷기보다는 앉고 싶으며, 앉기보다는 누워 있고 싶을 때가 많다. 앉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쉬게 되는 가뿐한 의자가 있었으면 했다. 내가 쓰던 의자는 나무로 만든 것이다. 앉으면 딱딱하다. 허리에 좋다고 해서 불편하지만, 오랫동안 이용했다. 새 의자를 찾으려고 아내와 함께 가구점과 아웃렛, 백화점을 돌아다녔다.
편안한 의자를 사러 왔다고 했더니 가구점 직원은 ‘휴먼 스케일 프리덤 체어’라는 외국산 안락의자를 권했다. 좋아 보이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국산 의자를 앉아 보니 외제와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직원은 내 눈치를 보더니 값이 싸지만, 실속이 있다는 의자를 소개한다. 앉아 보니 내 나무 의자와 큰 차이가 없다. 아웃렛이나 백화점에서도 내가 원하는 의자는 없다.
인터넷으로 알아봤더니 의자는 네 가지 핵심 기능이 중요하다. 첫째는 허리 받침대다. 집중하거나 쉬고 싶을 때 허리를 받쳐 주는 지지대다. 둘째, 좌판이다. 키와 다리 길이에 맞게 깊이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팔걸이다. 높이와 깊이, 각도 조절이 알맞게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머리 받침대다. 뒤로 젖히면 유연하게 기울어져야 하며 넓으면 좋다. 이 조건에 맞는 의자를 찾아보니 올즈(ALLZ) 회사의 ‘스피어 집중력 강화 풀메쉬 다기능 프리미엄 의자’가 있다. 회사에 전화했더니 그 제품은 품절이라면서 ‘바스토 블랙 알루미늄 프레임 의자’를 추천했다. 문제는 완제품은 팔지 않고 주문하면 부품을 택배로 받아서 집에서 조립해야 하는 것이다.
주문한 지 사흘 만에 큰 상자가 도착했다. 아내는 내 조립 실력을 의심하는 눈치다. 우선, 주문한 모델과 색상이 맞는지 확인한다. 거실에서 구성물을 모두 꺼낸 뒤 포장 상자 위에 올려 둔다. 손을 보호하려고 면장갑을 끼고 평평한 바닥에 오발을 뒤집어 놓는다. 오발은 다섯 개의 의자 밑 받침대다. 오발을 잡고 바퀴 모양의 캐스터를 힘껏 눌러서 넣는다. 중심 봉을 오발 중심에 넣으면 밑받침은 완성된다.
다음은 좌판과 ‘틸트 메커니즘’을 조립하는 단계다. 볼트를 조이려면 우선 손으로 최대한 돌린 뒤 공구를 사용해서 완전히 딱 틀에 맞게 마춰야 한다. 포장 상자 위에 좌판을 올려놓고 틸트 메커니즘이 좌판 앞쪽을 바라보게 두고 조립 구멍을 맞춘다. 볼트에 스프링와셔와 평와서를 끼우고 조립 구멍에 넣는다. 틸트 메커니즘이 삐딱하게 연결되지 않았는지 왼쪽과 오른쪽 수평을 확인한다. 렌치 공구를 사용해서 완전히 조인다.
다음은 등판을 좌판에 연결해야 한다. 등판을 혼자 들 수 없어서 아내에게 도와주라고 했다. 등판을 메커니즘 스틸 브라켓 밑으로 넣어서 조립 구멍에 맞춘다. 구멍에 잘 들어가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겨우 맞추고 나면 등판 좌, 우가 좌판과 수평이 맞지 않았다. 또한, 등판 측면과 좌판 사이의 공간이 일치하지 않아서 등판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마지막으로 몸체와 오발을 조립하고 머리 받침대를 끼운다. 좌판 밑의 틸트 메커니즘 구멍에 중심 봉을 조심스럽게 넣어서 의자 몸체를 조립한다. 의자에 앉아서 몸으로 눌러 완전히 삽입한다. 조절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머리 받침대는 등판의 구멍을 찾아서 브라켓을 맞춘다. 밑에서부터 서서히 끼운다. 볼트 두 개를 넣고 조여서 잠근다. 머리 받침대까지 끼우고 앉아보니 편안하고 안락하다. 내가 원하는 의자를 찾았다.
내게 의자 조립은 생소한 일이다. 잘 안되면 그 이유를 의심해 보고 다시 해 보면서 갖고 싶은 의자를 만들었다. 세상 살아가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세상살이가 때론 답답하고 생소하지만, 물어보면서 맞추어 가노라면 언젠가는 원하는 인생이 될 것이다. 생활하면서 당연한 것도 늘 의심하고 물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내가 조립한 의자에 앉아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긴다. |